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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보호자

  • 작성일 2023-08-25
  • 조회수 916

임시보호자

오선영


   앞에 가던 아이가 복도 끝에서 멈췄다. 고개를 돌려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현관문 비밀번호를 조심스레 눌렀다. 몇 초 후 도어록 열리는 소리가 나자 두 손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나는 아이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차고 건조한 공기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불이 켜지지 않는 센서 등을 향해 아이가 손을 흔들었다. 왜 이러지? 이상하네, 라는 말을 내가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중얼거렸다. 아이를 따라 나도 팔을 흔들었다. 어둠 속에서 나와 아이가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집 안은 작고 좁았다. 두 사람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세간들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미니멀 라이프인가 싶다가도 서영의 삶이 그런 유행과는 멀었다는 게 떠올랐다. 잉여나 여유, 초과가 없는 삶이었다.

   식탁 위에는 아침에 먹고 그대로 둔 시리얼 그릇과 빈 우유갑, 어린이용 숟가락이 놓여 있었다. 소파 대신 놓아둔 대형 쿠션 옆에는 아이가 읽다 만 그림책과 반쯤 접힌 색종이, 플라스틱 자동차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문이 활짝 열린 방에는 계절과 무관한 이부자리가 허물처럼 펴져 있었다. 

   “어떻게 지냈어?”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오는 아이에게 물었다. 

   “이모, 손 씻었어요?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손부터 씻어야 해요.”

   아이가 허공에 물기를 털며 답했다.

   나는 손을 씻는 대신 아이를 빤히 쳐다봤다.

   “저 원래 혼자 잘 지내요. 초등학교 일 학년 중에서 저처럼 씩씩한 아이도 없을걸요?”

   어깨를 으쓱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아이와는 다른 이유로 나 역시 서영의 부재를 알 수 없던 상황이었다. 서영과 관련된 공식적인 소식이 내게 도착하려면 몇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법과 제도라는 시스템에서 나보다 우선권을 가진 이들이, 그들의 우선권을 거부하고 포기했을 때에야 서영의 소식을 알 수 있었다. 서영에 대한 내 마음이나 친밀함의 크기와 관계없이, 사회는 서영과 관련된 권리를 다른 이에게 먼저 부여했다. 그러니까 지금, 이곳에 와 있는 것이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최선이었지만, 그럼에도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잘 때 무섭지 않았어?”

   “엄마가 가끔씩 늦게 오는 날이 있어서… 피카츄랑 자면 괜찮아요. 그리고 엄마가 일하러 간 주말에는 텔레비전 실컷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아이가 말을 끝내자마자 오른손으로 황급히 입을 막았다. 내 표정을 살피고는 대형 쿠션 옆에 있던 인형을 가져왔다. 색이 누름스름하게 바래고 꼬리와 다리에 거뭇한 얼룩이 진 캐릭터 인형이었다. 얼마나 안고 있었던 건지 불룩했을 솜 인형의 몸통이 오래된 베개처럼 납작했다. 아이가 때에 찌든 솜 인형을 꽉 끌어안았다.

   “착한 일 많이 하면 소원 빌 수 있거든요. 엄마 없을 때 손 씻고 먹을 거 챙겨 먹고, 게임 안 하고. 친구들은 전부 스마트폰 게임하는데 저는 안 해요… 이모, 잠깐만요.”

   아이가 작은 방으로 달려가 벽에 붙어 있던 아이보리색 종이판을 뜯어 왔다. ‘착한 어린이 생활표’라는 타이틀 밑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있고 1부터 100까지 숫자를 쓴 알전구가 매달려 있었다.

   “이제 열두 개 남았어요.”

   아이의 두 눈은 불이 켜진 꼬마전구처럼 반짝였다. 고르지 못한 앞니를 드러내며 소리 없이 웃었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얼굴이 홀쭉하고, 또래보다 키가 한 뼘 정도 작은 모습으로.

   스마트폰이 없어서 게임을 못 한 건데 아이는 안 한 거라 했다. 단말기가 없어서 하지 못한 것도 착한 일에 포함되는 것일까. 착한 일은 그 일을 행하는 과정인지, 완료한 결과인지, 결과라면 그것을 착하다고 명명해서 스티커를 부여하는 건 오롯이 서영의 판단인지, 아이의 의사가 반영된 결론인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물음들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나는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답을 해 줄 서영이 여기 없으니까. 아이는 스티커 판을 채워야 하는 임무만 있으니까.

   “착하네… 오늘은 나랑 자자.”

   ‘착하다’라는 단어를 싫어하면서도 사용했다. 서영이 여기 있다면 아마도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그 형용사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이가 스티커 운운했을 때보다 더 크게 눈을 떴다. 만세! 두 팔을 쭈욱,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들어 올렸다. 아이를 기쁘게 한 부분이 착하다인지, 나랑 자자인지 불확실했으나 이번에는 소리 내어 웃었다.


   “이모, 준비 다 됐어요.”

   하늘색 내복을 입은 아이가 피카츄 인형을 안고 내 앞에 섰다. 안방으로 들어가 나란히 누웠다. 얇은 이부자리가 눅눅하고 차가웠다. 눈물인지, 땀인지, 오줌인지 모를 물기를 잔뜩 머금었다. 나는 이부자리에서 내려와 방바닥에 누웠다. 바닥이 차가웠다. 마지막으로 난방을 한 게 언제인지. 할 수 없이 다시 요 위로 올라갔다. 아이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려 눕더니 앙상한 등을 보이며 반대쪽으로 돌아누웠다. 바닥에 가슴과 배를 붙이며 엎드렸다가 나를 향해 모로 누웠다. 노란 피카츄 인형 때문에 아이의 까만 얼굴이 더 까맣게 보였다. 아이는 솜 인형의 발바닥을 작은 고무공처럼 만지며 눈꺼풀을 천천히 열고 닫았다, 잠이 들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형광등 스위치를 껐다. 좁고 적막한 방 안이 더욱 좁고 적막해졌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창문이 덜컹이고, 방 안이 오렌지빛으로 차올랐다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서영은 매일 이 방에서 잠이 들었겠지. 아이 곁에서 소음과 고요가 낮과 밤처럼 공전하는 상황을 견뎠겠지. 지금 서영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 며칠이 꿈같이 느껴졌다. 

   설핏 잠이 들었다. 화물차가 줄줄이 이동하는 소리에 깼다. 내가 누워 있는 곳이 어디인지 몰라서 두리번거렸다. 흰 벽에서 그림자들이 느리게 움직였다. 그림자는 상복같이 검은 옷만 입었다. 아이가 허공에 팔을 휘저으며 엄마엄마, 잠꼬대를 했다. 피카츄 인형이 방바닥으로 떨어졌다. 잠꼬대인지 꿈속에서 들리는 말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웅얼웅얼, 분명치 않은 어떤 말들이 이명처럼 맴돌았다.



*  *  *



   달그락, 달그락 소리에 눈을 떴다. 먼저 일어난 아이가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유가 없어요.”

   아이가 시리얼 봉지와 빈 그릇을 든 채 나를 멀뚱히 바라봤다. 흰 우유가 떨어진 적은 없다는 듯,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내열유리로 만든 투명밀폐용기 통에서 몇 가지 반찬이 썩어 갔다. 뚜껑을 열지 않아도 나물 표면에 핀 곰팡이가 보였다.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서영이 있다면 생기지 않을 상황이었다. 이 집에 온 이후로 서영이 있다면, 이라는 가상의 전제가 서영이 없다, 는 진실을 전제로 불쑥 솟아났다 사라졌다. 나는 밀폐용기 통을 싱크대 개수구에 던져 넣었다. 계란 두 개를 꺼내 프라이를 했다. 

   “따뜻해요, 이모.”

   아이가 계란프라이를 정성껏 먹으며 말했다.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인도가 없는 도로를 따라 초등학교까지 걸었다. 주행속도를 어긴 차들이 달려오면 건물 외벽에 몸을 붙였다. 몇몇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고 손가락질을 했다. 가끔씩 보호자 손을 잡고 걸어가는 또래의 학생들을 만났다. 책가방을 보호자가 들어 주거나, 준비물이 든 보조가방 정도는 대신 챙겨 주었다. 아이는 피카츄 인형보다 크고 육중한 가방을 어깨에 메고, 한 손에 보조가방을 든 채 묵묵히 걸었다. 모든 행동이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다. 

   “혹시 데리러 올 수 있으시면 네 시까지 와 주세요. 방과 후 수업 한 개 하고 돌봄교실까지 끝나면 네 시거든요. 바쁘시면 저 혼자 집에 가도 돼요.”

   아이가 나를 올려다봤다. 

   아이는 오늘도 내가 자신과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서영이 오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버린 걸까. 왜 아이는 엄마가 어디에 있냐고 묻지 않는 걸까? 아이의 말간 눈을 보며 의문형의 문장들을 여러 개 만들었다. 이번에도 나는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대신 네 시에 오겠다는 답을 했다. 아이가 씨익 웃었다. 조막만 한 두 손을 수초처럼 흔들며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서 있었다. 어금니부터 관자놀이까지 쿡쿡 쑤셨다. 집에 가고 싶다. 서영의 집에서 우리 집까진 버스로 다섯 정거장이었다. 현관문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센서 등이 환하게 켜졌다. 신발장 선반 위에 놓아둔 디퓨저에서 상쾌한 피톤치드 향이 났다. 손을 씻지 않은 채 소파에 몸을 던지듯 주저앉았다. 

   거실 책상 위에 작업 중이던 원고가 펼쳐 있었다. 스토리라인을 보강하여 출판사에 보내야 되는데, 마감일이 언제였더라. 스케줄 표를 짚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지끈지끈 머리만 아팠다. 무슨 생각으로 아이를 찾아간 건지, 4시에 가겠다는 약속을 내가 한 게 맞는지…. 돌발적으로 저지른 행동에 막막했다. 눈을 감았다. 외부 소리가 차단된 고요한 거실. 깊은 바다 속에 잠긴 것 같았다. 언니언니! 비음 섞인 목소리로 나를 부르던 모습이 어른거렸다. 옅은 눈썹에 동그란 얼굴을 한 서영이가. 눈을 떴다. 거실 창으로 오전의 햇살이 잘게 부서지며 들어왔다. 부드러운 햇살을 부력 삼아 먼지들이 자유롭게 유영했다.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었다. 남자가 자신을 지역 경찰서의 수사관이라 소개했다. 권서영과 아는 사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하자 몇 초간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 

   … 권서영 씨가 사망하셨습니다.

   남자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중앙도로 근처 빌라촌 골목에 쓰러져 있는 걸 행인이 발견하고 신고했습니다. 현재까지는 타살 흔적이 없고, 상처로 봐서 뺑소니를 당한 것 같은데 CCTV가 없는….

   네? 어디 경찰서라구요?

   남자에게 되물었다. 극성 보이스 피싱이나 장난 전화라고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이틀 전에 접수됐는데 가족들 연락이 안 돼서요. 최근 통화목록을 보고 최연주 씨께 연락드린 겁니다. 저희도 권서영 씨 남편과 직계가족을 수소문 중이니….

   수사관의 마지막 말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였다.

   전화를 끊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남자가 전한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서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다시 전화를 했다. 수북이 쌓여 있는 부재중 통화목록을 보고 서영이 연락하길 바랐다.

   답신은 없었다. 한 통의 전화도, 문자 메시지도 없었다. 나는 서영의 흔적을 찾아 인터넷 게시판을 이리저리 쫓아다녔다. 눈 위에 찍힌 토끼 발자국마냥 어딘가 흔적이 남아 있을 거라 여겼다. 서영이 등장할 법한 사이트들을 샅샅이 뒤졌지만 폭설에 덮인 토끼 발자국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없는 걸까,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 오지로 여행을 간 건가, 잠적해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는 건가. 나는 서영이 연락 할 수 없는 극단적인 환경을 상상하며 수사관의 말을 부정하려 노력했다. 

   생각을 안 하려고 할수록 서영과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최근에 나눈 대화와 주고받은 반찬, 추천했던 넷플릭스 드라마를 시작으로, 기억은 첫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때, 나는 마을 부녀회에 관한 자료를 찾는 중이었다. 오프라인 모임인 부녀회, 어머니회를 대신해 온라인의 맘카페, 지역커뮤니티가 그 역할과 소임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결론을 정해 놓은 채 끼워 맞추듯 정보를 수집했다.

   ‘명절 음식 나눠 먹어요’.

   잡다한 소식을 알려 주는 온라인 지역커뮤니티 게시판이었다. 내시경을 잘하는 병원, 개업한 로스터링 커피숍, 수학 일타강사를 초빙했다는 학원 홍보글 속에 그 글이 앉아 있었다. 무심히 넘길 법한 제목에 눈이 가서 클릭을 했다. 추석 연휴에 홀로 지내는 사람에게 나물과 국, 송편을 나눠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나눠 주겠다는 단어를 쓰지 않고 나눠 먹자고 적혀 있었다. 추석이구나. 게시글을 읽고서야 명절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겐 명절과 국가공휴일, 이벤트 날에 대한 감각이 없었다. 챙겨야 하는 가족이 없고, 특별한 시간을 보낼 친구가 없었다. 새로운 광고기법인가 의심하면서 나눠 먹다, 라는 상투적 동사에 마음을 뺏겼다. 글쓴이에게 댓글을 달았다. 속으면 속은 대로 쓸 만한 자료가 될 수 있었다.

   동네 놀이터에서 글쓴이와 만났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짧은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은 서영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유행이 지났지만 관리를 잘한 반소매 티셔츠에 물이 빠진 베이지색 면바지를 입고. 그네를 타던 아이가 엄마, 하며 뛰어왔다. 아이가 없다면 이십대 초반, 후하게는 십대 후반으로 보일 앳된 외모였다. 

   서영은 배달음식을 먹고 씻어 둔 것 같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고사리, 시금치나물과 맑은 소고깃국을 포장해 왔다.

   잘 먹을게요.

   플라스틱 용기를 든 채 나는 어정쩡하게 말했다. 차림새와 외모를 보면 음식은 내가 서영에게 주어야 할 것 같았다. 

   맛있게 드시면 정말 기쁠 거예요,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서영이 지친 얼굴로 다정히 말했다.

   음식 맛은 같이 먹자며 글을 쓴 것에 비해 썩 좋지 않았다. 기대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지 음식 맛과 품질을 기대했으면 공짜 음식을 받고도 상대에게 험한 말을 할 뻔했다. 그럼에도 나는 음식을 남김없이 다 먹었다. 

   이후에도 서영은 동네이웃 게시판에 글과 사진을 올렸다. 반찬을 함께 먹자 했고, 아이에게 작아진 옷을 비대면으로 주겠다고 했다. 사진 속 반찬과 옷과 요구르트는 굳이 연락을 해서 받아야 할 만큼의 값어치가 없었다. 당장 중고거래 앱에 접속하면 서영의 물건보다 상태가 좋고, 브랜드 가치가 있는 물건을 무료드림으로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눈치 없이 글을 쓰는 서영이 불편했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친절이자 과한 베풂이었다. 한동안 게시판을 보지 않았다. 그러다 조회수가 형편없을 글을 쓰고 있는 서영의 뒷모습이 떠올라 댓글을 쓰고 반찬을 받았다. 

   언니 꺼 하나 더 샀어요.

   겨울의 문턱이었다. 서영이 잔멸치볶음과 메추리알조림이 든 종이가방을 내밀었다. 2+1제품이라며 일회용 핫팩을 같이 주었다. 서영의 두 볼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추위에 언 것인지, 열기로 더워서인지, 혹은 부끄러움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서영은 언젠가부터 나를 언니라고 불렀다. 내 이름과 나이, 사는 곳과 하는 일을 몰라도 내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인다는 이유였다. 언니라니. 여자 형제가 없고 가깝게 지내는 동성의 지인이 없는 내겐 낯선 호칭이었다. 

   아이디로 부르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대답에 서영은 마른 볼이 패도록 활짝 웃었다.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계속 언니, 라고 불렀다. 연달아 두 번씩 언니언니, 하고 말이다. 

   우리는 게시판을 통하지 않고도 반찬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1+1하는 우유, 15개 묶음으로 세일하는 요구르트, 반값 세일하는 생리대를 사서 절반을 서영에게 줬다. 재미있는 유튜브 채널을 공유하고, 동네 맛집을 주고받으며, 오늘의 날씨와 옷차림에 대해 이야기했다. 



*  *  *



   “이모, 숙제 좀 도와주세요.”

   아이가 받아쓰기 공책과 프린트 물을 가져왔다. 식탁 앞에 나란히 앉아 바지, 여우, 교가, 아버지, 선생님 같은 단어를 호출했다. 아이가 엄지와 검지에 힘을 주어 연필을 쥐었다. 목판에 새기는 것처럼 공책에 글자를 하나하나 적었다. 

   경찰의 전화를 받고도 당장 아이를 생각하지 못했다. 서영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지역커뮤니티 게시판을 찾아보는 일만 시계처럼 반복했다. 문득, 아이가 생각났다. 반찬을 건네는 서영 옆에서 그네를 타던, 올해 초등학생이 된 아이가. 경찰은 서류상 존재하는 서영의 남편과 유가족을 찾는 일에 집중하느라 실제로 존재하는 아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놓치고 말았다. 서영과 같이 살던 미성년자를 챙기는 일은 자신의 업무 밖이라 여겼다.

   무작정 서영의 집 근처 초등학교로 갔다. 하교하는 학생을 데리러 온 보호자들이 많았다. 나는 서영의 아이와 비슷하게 생긴 아이가 지나가면 유심히 쳐다봤다. 낯선 이의 불편한 시선에 아이들이 움찔 놀랬다. 몇 명은 겁에 질린 얼굴로 보호자에게 뛰어갔다.

   이모!

   먼저 나를 알아본 건 아이였다. 커다란 책가방을 메고, 보조가방을 든 아이가 손을 흔들었다.

   “칭찬 스티커 주세요.”

   받아쓰기 숙제를 마친 아이가 말했다. 서랍에서 알전구 모양의 스티커를 꺼내 왔다. 아이는 스티커가 어디 있는지 알면서 함부로 손대지 않았다. 졸음이 쏟아지는 얼굴로 해야 할 일을 혼자서 했다. 일을 다 끝내고 나서야 스티커를 요구했다. 아이가 말한 착한 일에는 이런 모습도 포함되는 걸까. 누구에게도 빚지지 않겠다는 자세, 빚지면 안 된다고 말하는 듯한 태도. 그것이 서영이 정의한 착한 일 같아서 마음 한편이 서늘했다.  

   나는 분홍색 스티커를 건넸다. 아이가 작은 방으로 뛰어가 착한 어린이 생활표에 붙였다.

   “이제 5개 남았어요.”

   “100개 다 붙이면 무슨 소원 빌 거야?”

   아이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비밀!이라고 말했다. 스티커가 3개 남았을 때 말해 주겠다고 천진하게 덧붙였다. 나는 아이의 소원이 무엇일지 예상하고 있었다. 소원이 짐작되지만 내가 이뤄 줄 수 없다는 사실에 먼저 절망 중이었다. 

   아주 작은 아이였을 때부터 아이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일하러 간 엄마를 기다리며 엄마가 틀어 놓은 텔레비전 방송을 보고, 엄마가 두고 간 인스턴트 음식을 먹었다. 기다림은 아이의 일상이었다. 그러니까 서영은 이런 시간이 도래할 걸 예견한 걸까, 그래서 아이에게 준비시켰던 걸까. 말이 안 되는 가정, 서영의 미래에 존재하지 않던 현실. 추측만으로 서영을 모욕한 것 같아서 나는 도리질을 세게 했다. 

   언니, 현우는 아빠를 안 찾아요. 아빠 얼굴이 기억 안 나니까 보고 싶지도 않나 봐요.

   백목련이 가득 핀 봄밤이었다. 탐스런 꽃송이들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렸다. 편의점 앞 간이테이블에 나와 서영이 마주 앉았다. 맥주 두 캔에 취한 서영이 평소에 하지 않은 이야기를 간증하듯 꺼냈다. 

   저도 오빠 얼굴이 기억 안 나요.

   서영과 남편은 교회에서 만났다. 남편은 고등부 교사였고, 서영은 홀로 교회에 간 열아홉 살 새 신자였다. 기도와 찬양이 어색한 서영이 교회와 공동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남편이 도왔다. 서영의 일과를 묻고, 학교생활과 가족관계를 궁금해했다. 서영의 기분을 살피고 감정을 보살폈다. 이제껏 서영은 질문을 받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모조차 먹고사는 일에 집중하느라 딸아이의 하루와 학교생활을 묻지 않았다. 하물며 기분과 감정을 묻고 보살피는 삶이란 사치 중의 사치였다. 딸의 안녕은 키가 크고 여드름이 늘며, 학년이 바뀌는 것으로 확인했다. 그것을 성장의 지표이자 결과라 믿으며 안도했다. 서영이 학교생활을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동급생으로부터 어떤 고통을 받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한 서영에게 새 신자반 교사였던 남편은 신앙이 되었다. 그를 따라가면 눈물과 울음과 고통이 없는 천국으로 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때는 그 순간들이 지속될 줄 알았어요. 순간과 순간이 모여서 영원이라는 거대한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줄 알았거든요.

   서영이 세 번째 맥주 캔을 땄다. 술을 물처럼 들이켜 마셨다. 입술 사이로 침과 가래가 섞인 맥주거품이 흘러내렸다. 서영은 거품이 입과 턱을 따라 목까지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나는 말없이 이야기만 들었다. 우리의 관계가 반찬을 주고받고, 유튜브 채널을 공유하는 정도에만 머물기를 원했다. 가끔씩 서영이 선을 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선을 비트는 태도를 취할 때에는 딴청을 피웠다. 우리의 관계가 변형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만드는 사람은 나일 거라고 막연히 여겼다. 서영은 내 판단을 유유히 배반하면서 새롭게 선을 긋고 공간을 넓혀 왔다. 

   스무 살이 되니 성인이라고… 그래서 집을 나와 같이 살았어요. 결혼식은 비싸니까 나중에 하자구요. 대신 혼인신고를 했어요. 결혼식보다 돈이 덜 들지만 더 강하고 힘이 있는. 이제 우리를 떨어트려 놓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나라에서도 가족으로 인정했잖아요…. 현우가 태어났어요. 정말 너무 기쁘고 행복했어요. 현우로 인해 천국이 두 개에서 세 개로 늘어났거든요.

   서영에겐 천국인 세계가 남편에게는 지옥이 되었다. 집에 오지 않는 날들이 하루 이틀 늘어났고, 집 안의 물건이 망가지고 깨지는 일이 많아졌다. 어린 현우가 어린 서영에게 안겨 밤새도록 울었다. 어느 날부터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린 서영은 울지 않으려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입술 껍질이 다 벗겨지도록 잘근잘근 깨물었다. 

   유치원 엄마들이 물었어요. 왜 현우랑 둘이 사냐고. 이혼했냐구요. 언니, 저 이혼 안 했어요. 법적으로 현우는 아빠랑 사는 걸로 되어 있고, 우리 식구는 세 사람이라구요…. 언니언니, 오빠가 다시 돌아올까요?

   지끈지끈 머리가 아팠다. 더 이상 서영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비슷한 말을 윤이 내게 했었다. 우리의 시간이 미래에도 지속될 거라 굳건히 믿었다. 윤이 원했던 서류와 한 줄의 공적 언어. 그 한 줄을, 하나의 단어를 허락했다면 윤은 떠나지 않았을까. 나는 윤을 떠나지 못했을까. 우리에게 그 단어가 가능한 미래였을까. 서영의 말처럼 국가에서 인정한 관계여도 누군가는 떠나지 않았나. 윤과 서영이 원했던 단어는 결국, 어떤 것도 보장해 주지 못했다. 

   한때는 극단적인 생각을 했어요. 천국이 세 개에서 두 개로, 하나가 사라진 건데. 제 삶은 지옥으로 변했어요. 매일매일 추락했어요. 저를 다시 살려 준 게 현우예요. 언니언니, 그 애는 저한테 구원이에요.

   서영이 남은 맥주를 입속에 털어 넣었다. 발음이 꼬이며 눈빛이 흐리멍덩해졌다. 맥주가 바닥을 보이자 내가 마시고 있던 캔을 빼앗아 마셨다. 

   현우가 어떤 애냐면요? 저를 매일매일 살려 줘요. 어떻게 살리는지 알아요? 둘이 거실 탁자 위에서 종이미니카 튕기기를 하거든요. 현우가 진짜 미니카를 잘 접어요. 작고 조그만 손으로 얼마나 야무지게 색종이를 접는지… 이렇게 이렇게 손가락 두 개로 미니카를 튕겨서 탁자 아래로 떨어트리면 죽는 거예요. 제가 죽잖아요? 그러면 떨어진 미니카를 냉큼 집어서 탁자 위에 올려둬요. 엄마, 목숨 하나 추가! 살려 줄게! 라면서. 리셋해서 처음부터 시작하거나 자기가 이겼다고 좋아하는 게 아니라요. 목숨을 추가해서 게임을 이어 가요. 그렇게 저랑 놀아요. 엄마를 살려 주면서…. 언니언니, 그 애는 진짜 천사예요.

   꽃대가 꺾인 목련송이처럼 서영이 테이블 위로 엎어졌다. 완전히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우는지 웃는지, 알아듣지 못할 말을 어지럽게 토했다. 서영의 얼굴이 술과 침과 맥주거품과 눈물, 콧물로 범벅이었다. 때에 찌든 얼굴을 나는 묵묵히 보았다. 우리의 관계가 조금, 아주 조금 달라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방향키를 쥔 건 나였다. 백목련들이 뚝뚝 떨어졌다. 주먹만 한 꽃송이들이 서영의 얼굴과 어깨, 등 위에 내려앉았다. 서영은 희고 질긴 꽃잎을 면사포처럼 덮고 잠이 들었다. 


   아이가 잠이 들자 방을 나왔다. 식탁 위에 올려 둔 노트북을 켰다. 마감일은 지났다. 스토리가 나와야 대략적인 삽화구성이라도 할 수 있다며 담당자가 사정을 했다. 학습용 어린이전집은 새 학기 준비기간인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특성수기였고, 여름방학을 대비하려면 지금쯤 전체 윤곽이 나와야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었다며 핑계와 변명으로 뒤섞인 말을 내뱉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담당자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번 주 안으로 넘기겠다는 약속을 했다. 진하게 커피를 타서 식탁의자에 앉았다. 방문을 열어 둔 탓인지 주방에서도 아이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 집에서 며칠을 보낸 걸까. 대책 없이 아이를 찾아간 나를 탓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이와 보내는 일상은 이전과는 다른 세계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아이가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과 무의식적으로 짓는 표정이 내겐 너무나 환하게 읽혔다. 개입하기는 싫고, 모르는 척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규정하기 어려운 감정이 나를 휩쓸었다. 

   더욱이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는 건 행동과 표정, 감정을 읽는 일과는 또 다른 일이었다. 아이는 또래에 비해 의젓했을 뿐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미성년자였다.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서 음식을 해 먹이고, 뒤집어 벗은 바지를 바로잡아 빨래를 하며, 받아쓰기와 그림일기 숙제를 확인하는 일에는 보호자의 손길이 필요했다. 성별과 나이, 살아온 환경이 전혀 다른 두 사람에겐 자잘한 부딪힘이 있었는데, 가장 힘든 건 화장실 사용법이었다. 아이가 변기 커버를 올리지 않고 소변을 봐서 바닥 타일과 변기 주변에 노란 오줌이 튀었다. 말라붙은 오줌 때문에 지린내가 진동했다. 아이에게 말을 해도 그때뿐이었다. 나는 욕실용 세제로 변기와 바닥 타일을 닦으며 내가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지, 하는 자괴감에 빠졌다. 순간의 감정에 도취되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회의마저 들었다. 그러다 물때와 지린내가 말끔히 제거된 바닥 타일을 보면서 내가 오지 않았으면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 누가 찾아왔을까, 하고 되물었다.

   그사이 몇 통의 전화가 왔다. 수사관은 서영의 남편과 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으며, 연락이 된 친부모에게선 인연을 끊었다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타살 흔적이 없기에 더 이상 경찰이 해야 할 일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며칠 뒤 다른 공무원이 전화를 했다. 서영의 일이 행정복지센터로 이관되었으며, 현재 고인과 유일하게 연결된 내게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시신을 안치실에 계속 둘 순 없습니다. 무연고 사망자 공고가 나갈 거예요.

   …아들이 있어요.

   아들은 아버지랑 같이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미성년자는 대리인이 있어야 시신을 인도받을 수 있습니다.

   서류를 뒤적이는 소리 끝에 답변이 돌아왔다.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경찰과 마찬가지로 전화를 한 공무원의 담당 업무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근데… 아니에요.

   나는 말을 시작하려다 서둘러 끝냈다. 공무원에게 아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머뭇거려졌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나를 붙잡는 느낌이었다.  

   혹시… 아닙니다.

   이번에는 공무원이 말을 시작하다가 끝을 냈다. 말줄임표 속에 생략된 내용이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질문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미성년자, 대리인, 시신, 냉동고, 무연고 사망자, 봉인장소

   키보드에 떠오르는 단어를 쳤다. 커서를 미동 없이 응시했다. 다음 단어를 찾지 못해 모조리 지웠다. 화면이 창백해졌다.  

   - 아동복지시설, 아동 임시보호시설, 양육시설, 공동생활그룹

   인터넷 검색창에 몇몇 단어들을 썼다. 주홍글씨처럼 연관검색어가 따라붙었다. 관련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격 조건과 시설 상황을 살폈다. 감정을 제거한 정보문을 읽었다. 아이에게 해당하는 내용은 꼼꼼히 봤다. 검색창으로 돌아가 정렬된 뉴스 기사를 살폈다. 격양된 감정으로 작성한 기사와 검열 없이 쓴 댓글을 읽었다. 아이에게 부합하는 내용과 서영의 상황과 나의 처지를 하나하나 겹쳐 봤다. 각각의 글에서 느껴지는 온도와 감정의 차이를 톺아봤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은 무엇인지, 따라 하고 싶은 방법은 무엇인지 자문했다. 

   온라인 지역커뮤니티에 접속해 서영이 쓴 글을 찾아 읽었다. 조사 하나, 이모티콘 한 개까지 전부 외어버린 글을 읽고 사진을 보았다. 댓글이 없는 글에 댓글을 썼다. 띠리링. 댓글이 달릴 때마다 서영에게 알람이 갈 거였다. 언니언니, 하며 서영이 연락하길 바랐다. 서영이 쓴 모든 글에, 서영이 읽을 수 없는 댓글을 달고 커뮤니티를 탈퇴했다. 노트북 전원을 껐다. 화면이 흙빛으로 변했다. 텅 빈 눈, 깊게 팬 팔자주름, 고집스럽게 입술을 다문 여자가 검은 모니터에 비쳤다.

   지끈지끈 머리가 아팠다. 독주를 마신 것처럼 속이 쓰리고 식도를 따라 위산이 역류했다. 현기증이 일어 식탁 위에 엎드렸다. 

   “엄마엄마.”

   아이가 잠꼬대를 했다. 허공을 향해 팔을 버둥버둥 저었다. 누군가에게 안기고 싶은 것처럼, 인사를 하는 것처럼 움직였다. 계속해서 엄마를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를 향해 두세 걸음 옮기다 멈춰 섰다. 발바닥에 무거운 추를 달아 놓은 사람처럼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엄마엄마. 아이가 또 엄마를 불렀다. 잠꼬대가 끝날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  *



   드디어 스티커 100개를 다 붙였다. 아침부터 아이는 신이 났다. 콧등을 찡그리며 웃긴 표정을 짓고 팔과 다리를 흔들며 막춤을 췄다. 97번째 스티커를 붙이던 날, 아이가 소원을 말했다. 이모, 워터파크 가고 싶어요. 나는 예상하지 못한 소원에 당황했지만 짐작하지 못한 소원 내용에 안도했다. 나의 취향이나 생활 태도와 관계없이 들어줄 수 있는 소원이라는 데 마음을 놓았다.

   매표소에서 대인 한 장, 소인 한 장 표를 샀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워터파크 입구에서 만나자.”

   “…안 해 봤어요.”

   호기롭게 아이와 수영장에 왔는데 입구부터 난관이었다. 아빠와 공중목욕탕조차 가 본 적 없는 여덟 살 아이가 전자키를 들고 홀로 신발장, 수영장 탈의실, 샤워실을 거쳐 메인 워터파크장까지 가기는 역부족이었다. 성별이 다른 보호자를 따라 탈의실에 입장할 수 있는 만 4세 이하가 아니고, 스스로 수영복을 갈아입고 샤워까지 할 수 있는 청소년도 아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답답했다. 매표소 직원은 사정은 알지만 지침상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아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입을 꾹 다문 채 운동화 앞코로 딱딱한 시멘트 바닥만 툭툭 찼다.

   “저희가 데려갈게요.”

   뒷줄에 패밀리 룩을 입은 부부와 아들딸이 서 있었다. 내가 선뜻 대답을 못하자, 아이가 뒷줄로 자리를 옮겼다. 아빠와 아들을 따라 남자 탈의실로 들어갔다.

   “이모이모! 저 좀 보세요.”

   아이가 피카츄 튜브를 몸에 끼고 발차기를 했다. 가는 팔과 다리로 신나게 물장구를 쳤다. 수영장이 처음이라는데 물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워터파크 안은 한산했다. 개장을 했지만 성수기까지는 많이 남아 있었다. 몇몇 물놀이 기구는 운행을 하지 않았다. 아이는 그 속에서 긴 슬라이드를 타고, 파도타기 풀을 오갔다. 여기 진짜 재밌어요! 눈과 코, 입안으로 수영장 물이 사정없이 들어가도 즐거워했다. 까만 얼굴이 더 까맣게 되도록 소리 내어 웃었다. 

   “이모이모. 우리 저거 같이 타요!”

   도넛 모양의 물썰매를 가리키며 뛰어왔다.

   “조심해!”

   나는 수영장 한쪽에 도열된 선베드에 앉아 있었다. 바닥 곳곳에 물이 고였다.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진행요원이 수시로 물을 닦아도 여전히 미끄러웠다. 워터파크 여기저기에 빨간색으로 주의와 경고를 적은 안내판이 있었다. 귀를 찌르는 음악 소리에 내 말이 묻혔다. 목소리를 높여도 어항 속 금붕어처럼 입만 버금했다. 아이가 맨발로 타일바닥 위를 힘차게 뛰었다. 조심! 이라고 한 번 더 말하는 순간, 지나가던 성인 남자와 아이가 부딪쳤다. 작고 가벼운 몸이 휘청, 하고 흔들렸다. 무게중심을 잃은 아이가 수영장 물속으로 빠져버렸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아이가 떨어졌다.

   “현우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이를 향해 뛰어갔다. 바닥이 미끄러워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발가락에 힘을 주고 뛰었다. 멀리서 아이를 본 안전요원이 호각을 불며 달려왔다. 나보다 먼저 달려가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올라오기를 반복하는 아이를 건져 올렸다. 빨간 구명조끼를 입은 안전요원이 아이와 함께 물 밖으로 나왔다. 

   “이모이모.”

   아이가 내게 안겼다. 바들바들 떨며 나를 끌어안았다. 아이의 몸에서 고드름 같은 물방울들이 뚝뚝 떨어졌다. 빙하 속에 갇혀 있던 것처럼 아이의 몸이 차가웠다. 나를 부를 때마다 입에서 냉기가 나왔다. 나는 아이를 안았다. 바들바들 떨며 아이를 끌어안았다.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태아처럼, 코와 입으로 첫 자가 호흡을 한 신생아처럼 고통스럽게 울었다. 퍼렇게 질린 얼굴로 웅얼웅얼 무엇이라 정확히 알 수 없는 단어를 내뱉으면서. 아이의 떨림이, 울림이, 울음이 거대한 진동이 되어 내게 와 닿았다. 나는 온몸으로 파동들을 받아 냈다.  

   집으로 가는 길, 지역 행정복지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저희도 유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았구요. 무연고 사망자 공고가 나갈 건데, 그 전에 최연주 씨께 다시 연락을 드렸어요. 혹시 고인을 지인 신분으로 인계하실 생각 있으신가요?”

   말줄임표 속에 생략한 내용을 공개했다. 나는 호기심보다 침묵을 선택했는데, 듣고 싶지 않았는데. 나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무원은 자신이 할 말을 매뉴얼대로 할 뿐이었다. 고인의 마지막을 지인이 정리해 주면 좋지 않겠냐고 했다.

   현우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통화 내용이 궁금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검은 눈동자 속에 내 모습이 비쳤다. 서영의 얼굴이 겹쳐졌다. 서영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서영이 원하는 일은 무엇일까. 짙고 맑은, 아이의 찬란한 눈을 보며 물었다.

   “포기합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턱이 덜컥이며 발음이 샜다. 빠르게 뻗어 가는 감정과 질문들,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미안함, 아스라이 사라지는 서영의 뒷모습. 나는 모든 것들을 떨쳐버리려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맺힐 정도로 세게 깨물었다.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음을 꾹꾹 삼켰다. 곁에 있던 현우가 내 손을 잡았다. 작은 손을 내 손바닥 위로 올리고, 나머지 손으론 기도하듯 손등을 감쌌다. 천천히 어루만졌다. 아이의 손이 따뜻했다. 그러니까 잠시만 함께하는 거야. 잠시만. 

   나는 스마트폰을 호주머니 깊숙이 집어넣었다. 물에 젖은 래쉬가드와 수건, 물놀이 튜브가 든 무거운 가방을 메고 현우 손을 잡았다. 인도가 없는 도로를 따라 집까지 천천히 걸었다. 주행속도를 어긴 차들이 달려오면 아이의 어깨를 감싸고 외벽에 몸을 붙였다. 몇몇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고 욕을 했다.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봤다. 복도식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다. 앞에 가던 현우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조심스레 눌렀다. 몇 초 후 도어록 열리는 소리가 나자 두 손으로 힘껏 현관문을 열었다. 나와 현우가 어둡고 적막한 집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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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

없는 사람 이혜오 휴대폰 알람은 새벽마다 나를 밀쳤다. 나는 미지근해진 자리끼처럼 엎질러졌다. 바닥에 쏟아진 나를 겨우겨우 주워 모아 연습실로 출근해서 스트레칭을 하면, 그제야 팔다리가 달린 사람의 몸을 감각할 수 있었다. 확실히, 그 시절의 나는 이미 엎질러진 나를 어떻게든 수습하는 기분으로 살았던 것 같다. * 댄스 학원에 다닌 것은 열네 살 때부터였다. 길거리 캐스팅이 될 만큼 뛰어나게 예쁘지 않은 나 같은 애들은 대개 그때부터, 혹은 그전부터 학원을 다니며 오디션을 준비했다. 대형 기획사의 공채 오디션에서는 번번이 떨어졌고, 열여섯, 중3 때 중소형 기획사 하나에서 내 영상을 보고 대면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제안을 했다. 엄마와 함께 서울에 가서 대면 오디션을 봤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가득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당시 사옥이 위치해 있던 청담동은 내가 살던 동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처럼 보였다. 동네 전체가 백화점 같았다고 할까. 깨끗하고, 반들거리고, 비싼 것들과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가득한. 그 세계의 일부가 된 것이, 나는 기뻤다. 그다음부터는 새벽에 일어나 아침 연습을 하고, 학교에 갔다가 하교 후에는 연습실에 가서 레슨을 받고, 레슨이 끝나면 밤까지 연습을 하다가 숙소에 가서 잠을 청하고 다시 학교에 가는 패턴의 반복이었다. 연습생 숙소에는 나처럼 지방에서 올라온 연습생들이 때에 따라 열 명에서 열네 명까지 모여 살았다. 어깨선을 넘는 긴 머리를 한 여자애 열네 명이 한 공간에 모여 살면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머리카락이 바닥에 떨어진다. 끝없이 쌓이는 머리카락을 줍고, 줍고, 또 줍다 보면 문득 인간의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계속 자란다는 사실이 지긋지긋해지곤 했다. 그곳에선 언제나, 모든 자원이, 부족했다. 동진에서 부모님과 살 때는 부족할 수 있다는 상상조차 해 보지 못한 것들까지. 화장실과 콘센트의 개수나 냉장고와 옷장과 침대의 넓이, 그리고 프라이버시 같은 것들. 내가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이불 속밖에 없었다. 나는 좁다란 이층 침대에서 늘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어폰을 꽂은 채 잠들었다. 그 어둡고 텁텁한 공간만을 편안하다고 느꼈다. 나는 천천히, 깨끗하고, 반들거리고, 비싼 것들과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가득한 세계에는 내 자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 갔다. 회사가 작아서인지 제대로 된 트레이닝 시스템이랄 게 없어서, 데뷔 조가 아닌 연습생들은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했다. 어린애들이 우르르 들어왔다가 또 우르르 나갔다. 들짐승처럼 방치된 우리는 서로를 경계하고 미워했다가 또 끌어안았다가 하며 그 시간을 견뎠다. 물론 견디지 못하는 애들이 더 많았다. 고참들은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을 텃세로 풀었고, 신입들은 눈치만 보다가 나가떨어졌다. 매일 갈등이 있었고 매일 누군가 울었다. 누가 언제 집으로 돌아가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기란 어렵다는 것. 그 정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남을 미워하지 않고 버티기는 힘들다는 것. 이제는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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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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