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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

  • 작성일 2023-11-10

환승

윤미희


나오는 사람들


상희

민재

윤아

 


때


늦은 밤



곳


지하철 안과 밖 



무대


무대는 달리는 지하철 안과 지하철을 기다리는 밖으로 나뉜다.

별다른 무대 장치 없이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것만 표현해도 좋다.



1. 주안역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상희, 민재, 윤아 

세 사람 모두 검정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다. 


각자 스마트폰을 보며 

혼잣말을 하는 건지 

들으라는 건지 

모르겠는 말투로


민재

왜 난 검색해도 안 나오지?

윤아

버스 타야 하는데 괜히 지하철 타는 건가?



상희, 윤아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상희

제가 검색할 때는,

신도림에서 갈아타서 홍대입구까지

이렇게 가는 걸로 나오거든요.



민재, 기웃거리고

윤아, 상희의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민재

어? 그건 또 다르게 나오네.

윤아

도대체 뭐가 맞는 거야…

상희

성신여대입구까지도 간다고 나오니까

연희동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을 거예요.



윤아, 다시 자신의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민재, 끼어들며


민재

나도 좀 봐줘요.



민재,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민다.

상희,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며


상희

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셔서 잠실까지 쭉 갔다가,

잠실에서 8호선으로 갈아타셔서 천호,

거기에서 다시 5호선으로 갈아타야 된대요.

5호선에서는 한 정거장만 더 가시면 되고요.

민재

좀 애매한데…

윤아

이미 돌아가긴 늦었어요.

민재

역 주변에 있을 곳이 있나.

상희

전부 술집뿐인 것 같던데요.

민재

주안역은 처음이거든요. 

상희

저도요. 

윤아

저도 1호선은 많이 안 타봤어요.

민재

아까 올 땐 1호선 급행열차 탔는데,

윤아

1호선에도 급행열차가 있구나,

민재

우리 잘 도착할 수 있겠죠?

상희

그럼요.



부천행 급행열차가 오고 있다. 


윤아

어? 급행열차네요.

민재

이거 타는 거 맞죠?

상희

이거 타거나 좀 기다렸다가 일반 열차 타거나 도착하는 시간은 똑같아요.

민재

왜요?

상희

…부천행이잖아요.

민재

네?

상희

신도림까지는 가셔야죠.

민재

아,



잠시 고민하는 세 사람.


민재

좀 덥지 않아요?

윤아

그냥 탈까요?

어차피 기다리는 거 조금이라도 가면서 기다리는 게…

상희

그래요, 그럼.



문 열리고

탑승하는 세 사람,

빈자리가 많아 좀 떨어져 앉는다.

각자 다시 스마트폰을 보며


윤아

왜 다시 검색하면 자꾸 다르게 나오지?



상희, 눈치만 볼 뿐 대꾸하지 않는다.


윤아

아까 거기서 버스 타고 가서 공항철도를 탔어야 했나 봐요.

잘 모르는 길이라 혼자 가기도 좀 그렇고 해서 따라오긴 했는데…



민재, 열차 내부에 붙어 있는 노선도를 바라보며


민재

전 그냥 신길에서 한 번 갈아타고 쭉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아무리 빨라도 너무 여러 번 갈아타는 건 좀…

상희

그럼 신길에서 5호선 막차 몇 시인지 찾아봐 드릴까요?

민재

아, 네. 고마워요.



윤아, 상희에게


윤아

저도 다시 한번만 봐주세요. 아무래도 연희동까지는 못 가는 건가 싶어서요.



상희, 다시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검색하고


상희

홍대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윤아

그래요?

민재

일단 서울로 가는 게 중요하죠.

윤아

홍대 가서 버스 없으면 걸어가도 돼요. 아주 못 갈 거리는 아니니까.

상희

늦었는데 걸어가는 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윤아

혼자 걷는 건 좀 그럴까요?

상희

아무래도 택시를 타시는 게…



빠르게 달리는 열차 소리 크게 한 번 들리고


상희

죄송해요.

윤아

상희 씨가 왜요?

상희

제가 잘못 알려드렸나 싶어서요.

민재

잘 모르는 우리가 미안하죠.

윤아

서울 산 지 2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지하철은 헷갈려요.

민재

저는 평생 서울 살았어도 잘 모르겠어요.

상희

저도 저희 동네 말고는 잘 몰라서…



민재,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옆 레일 열차를 바라보며


민재

저거 우리보다 빨리 가는 거 같은데요?

윤아

아니에요, 우리가 더 먼저 가요.

민재

어? 그러네요. 우리가 따라잡았어요.



다들 순식간에 뒤처지는 옆 레일 열차를 바라본다.


윤아

저건 한참 늦겠네요.

상희

어차피 우리가 다시 저걸 타야 돼요.

민재

우리가 저걸 탄다고요?

상희

이제 곧 부천역이거든요. 거기 내려서, 기다렸다가 다시,

윤아

벌써 내려요?

상희

이게 부천역까지만 가는 급행열차라서요. 아까 저건 일반열차…

민재

급행이라 빠른 거구나.

윤아

그래도 이렇게 먼저 가는데, 조금이라도 앞서가는 거 아닐까요?

상희

도착 시간은 아마 똑같을 거예요.

민재

저걸 타야 신도림이든 신길이든 간다는 거죠? 



상희, 다시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며


상희

한 번 더 갈아타야 해요. 구로까지 가서 다시 청량리행으로,

민재

구로에서는 왜 내려요?

상희

구로까지만 가는 열차를 탈 거라서요.

윤아

네?

상희

다음 일반열차가 구로행이거든요.

윤아

방금 우리가 지나친 그 열차요?

상희

네, 아마도…

윤아

도대체 몇 번을 갈아타야 하는 건지…

민재

복잡하네요. 한 번에 가는 건 없는 거예요?

상희

주안역에서 기다렸으면 한 번에 갈 수도 있었는데…



열차, 한참을 달리고 


윤아

계속 움직이니까 더 빨리 가는 것 같고 좋네요.

민재

하긴 거기에서 계속 기다렸으면 너무 더웠을 거예요.

윤아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오히려 지하철 안은 춥네요.

이 시간엔 에어컨 세게 안 돌려도 될 텐데,

민재

그래도 더운 것보단 이게 낫죠.

상희

어? 저희 이제 내려야 돼요.



문 열리고

세 사람, 내린다.




2. 부천역



민재, 손부채질하며


민재

금방 다시 덥네요. 밤인데도 날씨가 아주 푹푹 쪄요.

윤아

옷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요.



세 사람 모두 긴팔을 입고 있다.


민재

검정 옷이 마땅치 않아서 긴팔 입었어요.

상희

저도 한참 고르다가…



잠시 말없이 열차를 기다리는 세 사람.


윤아

여기에서 기다리다가 다시 구로행 열차 타면 된다는 거죠?

상희

네, 맞아요.

윤아

뭔가 일찍 도착한 것 같긴 한데…

민재

먼저 와서 기다리는 거네요.

윤아

우리가 타는 건 다른 열차 아닐까요?

아까 그 열차보다 앞서간 열차요.

그래도 이렇게 빨리 왔는데,

상희

그럴 리는 없지만,

민재

그러면 좋지요.



윤아, 스크린 도어에 붙어 있는 노선도를 바라보며


윤아

지금 주안에서 부천까지 왔고,

여기에서 이거 타고 구로를 가서,

구로에서 다시 바꿔 타고 한 정거장을 가서,

신도림에서 또 갈아타고 홍대까지 가야 하는 거구나.



윤아, 손가락으로 세어보며


윤아

그러니까 지금 환승만 다섯 번을 해서 가는…

상희

처음에 그냥 기다렸으면 1호선만큼은 한 번에 갈 수도 있었는데…

윤아

괜찮아요. 더 빨리 가는 느낌도 있고,

민재

이 시간에는 한 번에 가는 급행열차가 없나 봐요.

상희

네, 늦은 시간이라…



상희, 눈치 보다가


상희

정말 죄송해요. 더 계시다 오셔도 되는데 제가 괜히 빨리 나오자고 해서…

민재

에이, 아녜요.

상희

내일 아침 일찍 외부에서 회의가 있어서요.

윤아

가야죠. 집에,

민재

계속 거기 있기도 좀 그랬어요.



구로행 열차가 오고 있다.

동시에 전화벨 울리고

상희, 전화 받는다.


상희

여보세요.

네, 저희는 이제 가고 있어요.

맞아요. 지금 여기 윤아 님이랑 민재 님 같이 계세요.

저희가 막차 시간이 있어가지고요.



문 열리고

열차 탑승하는 세 사람.


상희, 계속 전화 통화하며


상희

네, 주안역에서 내려서 택시 타고 가시면 돼요.

그렇게 멀진 않아요.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세요.



상희, 전화 끊고

민재에게


상희

경민 님이요. 주안역 도착하셨대요.

민재

지금 가는 거면 밤샐 생각인가?

상희

팀장님도 계속 계실 모양이더라고요.

민재

다들 내일 출근은 어쩌려고 그러는 건지…

상희

지각들 하시겠죠. 지각해도 할 말 있으니까,

민재

요새 지각이 너무 많은 것 같지 않아요?

상희

그래도 이런 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민재

이럴 땐 윤아 님이 제일 부러워요.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윤아

장단점이 있죠.



잠시 이야기 끊기고

열차 달리는 소리만 들리다가


민재

우리까지 다 거기에서 자는 건 아니었어요.

상희

맞아요. 방이 좀 좁더라고요.

민재

일부러 작은 데로 한 거 같아요.

상주가 아직 젊으니까. 뭐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니고,

윤아

빨리 나오길 잘했어요. 밤샜으면 서로 힘들었을 거예요.



상희, 윤아에게


상희

저… 윤아 님.

윤아

네?

상희

이런 상황에 말씀드리기 좀 그렇지만, 지난번에 부탁드린 건 좀 늦어질까요?

윤아

음, 다음 주?

상희

이번 주까지는 힘들겠죠?

윤아

…최대한 빨리 해볼게요.

상희

감사합니다.

윤아

참, 이번에 포스터 나온 거 잘 봤어요. 너무 좋던데요?

상희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마음에 안 드시면 어떡하나, 엄청 걱정 했거든요.

윤아

그럼 최종 시안 결정되기 전에 한번 보여주시지…

상희

네?

윤아

저만 모르게 진행되고 있는 게 좀 있더라고요?

상희

아, 팀장님이랑 따로 연락하고 계신 줄 알았어요 

윤아

상희 씨가 신경 좀 써주세요. 난 매일 출근 하는 게 아니니까.

상희

죄송합니다.

윤아

소통이 중요하잖아요.

상희

네, 소통이 중요하죠.



잠시 말 없다.

열차 소리만 시끄럽다 


민재

확실히 시원해서 좋네요.



윤아, 별다른 대꾸 없고

상희, 고개만 끄덕끄덕


민재

아니, 예전에 제가 국화꽃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놓은 거예요.

상희

저도 매번 헷갈려요.

민재

아까 거기에서 절하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혼났어요. 웃음 참느라,



또 대화 잠시 끊겼다가


민재

우리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진짜 고민 많이 해서 그냥 보내드리기로 했거든요.

산소 호흡기 빼고 아이고, 이제 돌아가셨네 하면서 우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직 안 돌아가신 거라고,

그거 기계 삐이- 하고 나서도 한참을 아직 살아 계신 거라고,

심장 멈추고 몇 초 지났나?

그러고 나서야 의사 선생님이 사망하셨습니다, 그러시더라고요.

윤아

……

민재

몇 년 됐어요.

상희

저는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마지막까지 힘들게 거친 숨을 몰아쉬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아요.

그때 진짜 많이 울었거든요.

여기 모인 사람들이 다 이 작은 몸을 통해서 세상에 나왔구나,

이런 생각도 들면서…

자식도 많으시고 또 그 자식에 자식까지, 손자 손녀도 많으시니까.



상희, 잠시 감상에 젖었다가


상희

아, 같은 장례식장이었거든요.

윤아

그래요? 

민재

그래서 오가는 길을 잘 아시는구나.

상희

그건 아니에요. 그땐 지하철 타고 움직이지 않았거든요.

주위에 큰집이 있어서요.

민재

그럼 오늘 거기 가서 자지 그랬어요?

상희

이 밤에 갑자기 찾아가서 자기엔 좀 그래서요.

민재

하긴 실례일 수도 있겠네요.

윤아

실례죠. 아무리 친척이어도…



빠르게 달리는 열차 소리 한 번 들리고


민재

우리 잘 가고 있는 거 맞죠?



상희, 무슨 역인지 확인하고


상희

네, 이제 내리면 돼요.



문 열리고

세 사람, 다 같이 내린다.




3. 구로역



열차에서 내린 세 사람.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민재

여기에서 타는 거 아닌 것 같은데요?

윤아

저기 사람들 많이 가는 쪽으로 가볼까요?



움직이는 세 사람.


민재

서울⸱소요산 방면으로 가면 되는 거죠?

상희

네, 저쪽으로 가면 돼요.



세 사람, 한참을 움직여 다른 플랫폼으로 간다.

실제로는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지만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도착한 세 사람.


상희

여기에서 기다리면 될 것 같아요.



민재, 다시 손부채질하며


민재

또 덥네요.

윤아

얼른 집에 가고 싶다.



상희, 시계 한 번 보고는


상희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벌써 구로예요.

민재

아직 멀었는데, 벌써 다 온 것 같네요.

상희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이번에 오는 열차 타고 가다가

윤아 님은 신도림, 민재 님은 신길, 저는 서울역까지 가면 돼요.



윤아, 다시 스마트폰으로 찾아보며


윤아

신도림에서 2호선 타고 홍대에서 내려서 버스 타면 되겠네요.

상희

버스 아직 안 끊겼어요?

윤아

네, 있는 것 같아요.



민재, 다시 스마트폰으로 찾아보며


민재

신길에서 5호선도 안 끊긴 것 같아요.

윤아

상희 씨도 서울역에서 4호선, 있다고 했죠?

상희

네, 충분할 것 같아요.

윤아

성신여대까지는 아니어도 한성대까지 가는 막차라도 타고 가면 되잖아요.

상희

어? 잘 아시네요.

윤아

예전에 잠깐 그쪽에 살았었거든요.

상희

아…



대화는 또 끊기고


민재

이렇게 걱정해보긴 또 처음이네요.

사실 택시 타면 되긴 했는데,

윤아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죠. 기왕 일찍 나왔는데,

상희

죄송해요. 저는 좀 부담돼서,

윤아

네?

상희

택시 타는 거요.

윤아

아, 그렇긴 하죠. 오늘 쓴 돈도 있고…

상희

다들 얼마씩 하셨어요?

민재

좀 더 하려다가, 그냥 남들 하는 만큼 했어요.

상희

저도 그냥 기본,

윤아

다시 돌아올 돈은 아니니까.



다들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민재

멀었는데 그래도 다들 왔네요.

윤아

장례식장은 웬만하면 꼭 가자, 주의라서요.

오늘 도착해서 상주를 딱 마주쳤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후루룩 나는 거예요.

별로 친했던 사이도 아니고, 어떤 사정으로 돌아가신 건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눈물 날 수 있는 거잖아요.

민재

…울고 싶었던 걸까요.

윤아

갑자기 사는 건 또 뭐고 죽는 건 또 뭔지 모르겠다 싶더라고요.



구로행 열차가 오고 있다.


상희

와, 이제 오네요.

민재

진짜 빨리 가는 기분이에요.

상희

세 번이나 갈아탔는데…

윤아

그래도 조금은 일찍 가는 거 아닐까요? 아까 급행도 탔고,

민재

그랬을 수도 있어요.

상희

그래요, 그럼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문 열리고

세 사람, 웃으면서 다시 열차 탄다.


민재

집 가는 길이 이렇게 흥미진진하다니,

윤아

늘 가던 길이 아니라 그런가 봐요.

민재

같이 안 왔으면 이렇게 못 왔을 거예요.

윤아

분명히 잘못 갔을 거예요.

자주 그러거든요. 조금만 딴생각하면 지나치고 반대로 타고,

상희

이제 우리 모두 환승만 잘하면 돼요.



다시 한번 웃다가

민재, 문득


민재

재미있어해도 되는 걸까요?

상희

지금 거기에 있는 건 아니니까요.

윤아

계속 울 수는 없잖아요.



열차 빠르게 달리는 소리 크게 들리고


민재

이 시간에 술 안 마시고 집에 들어가려니까 이상하네요.

윤아

저도 마실까 하다가 참았어요. 내일 힘들 것 같아서,

민재

나이 드니까 몸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져요.

윤아

술 마시고 나면 다음 날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

민재

한 번 끊어보려고요. 이러다 또 마실 수도 있겠지만,

윤아

돌고 도는 거죠. 오늘은 이렇게 결심했다가 내일은 또 저렇게 결심하고,

상희

저는 술 취해서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 너무 좋아요.

술 취해서 지하철 타면 제 속도랑 지하철 속도가 맞지 않거든요.

그 느낌이 너무 재미있어요



상희, 혼자 웃는다.


민재

지금, 그래요?

상희

조금요.



윤아, 상희를 다시 보며


윤아

술 마셨어요?

상희

팀장님이 주셔서…

윤아

아,

상희

죄송해요.

윤아

뭐가요?

상희

저만 마신 것 같아서요.

민재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윤아

티 하나도 안 나요.



열차 달리는 소리 또다시 들리고


민재

같이 이야기하니까 좋네요. 얘기 나눌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윤아

가끔 이렇게 털어놔서 좋을 때가 있죠.

혼자 있다 보면 괜히 우울해지고 그러니까,

상희

두 분 다 정말 감사합니다. 

윤아

네?

상희

오늘 저랑 같이 와주셔서요.



상희, 갑자기 후루룩 눈물 흘린다.

민재와 윤아, 어리둥절하다.




4. 신도림역



환승을 알리는 소리 들리고


민재

어? 신도림 아니에요?

상희

윤아 님, 내리셔야 돼요!



윤아, 내릴 채비한다.


윤아

저 그럼 먼저 갈게요!

민재

조심히 들어가세요.

윤아

네, 다음에 봐요.

상희

안녕히 가세요!



문 열리고

윤아, 내린다.


상희

잘 가시겠죠?

민재

그럼요. 걱정 말아요.

상희

괜히 저 때문에…

민재

겉으로는 까다로워 보여도 속은 안 그래요.

상희

잘 아세요?

민재

예전에 다른 데서 같이 일했었어요.

상희

아, 정말요? 전혀 몰랐어요.

민재

그때도 많이 친해지진 못했어요. 잠깐 했던 프로젝트라,

상희

아…

민재

못 알아보는 눈치이기도 하고요.

상희

설마요.

민재

자꾸 새로운 프로젝트 가서 새로운 사람들 만나고 하니까 헷갈릴 때도 많아요.

상희

그래도 오늘은 기억하지 않으실까요?

민재

글쎄요, 그거야 모르는 거죠.



한동안 열차 소리만 크게 들리고

두 사람, 말이 없다.




5. 신길역



환승을 알리는 소리 들리고


상희

어? 신길역이에요!



민재, 내릴 채비하며


민재

5호선 열차 잘 탈 수 있겠죠?



상희,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상희

조금만 서두르시면 충분히 가능하실 것 같아요.

민재

알겠어요. 고마워요.



민재, 문 앞에 가 선다.


민재

먼저 갈게요.

상희

네, 환승 잘하시고 연락 주세요.



문 열리고

민재, 급히 내린다.


상희, 한참을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린다.

열차 빠르게 달리는 소리 크게 들린다.


잠시 후,

전화벨 울리고

상희, 전화 받는다.


상희

네, 환승 잘하셨어요? 다행이에요. 아직 많이 남았죠?

얼른 들어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상희, 전화 끊고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윤아에게 전화 건다.


상희

윤아 님, 잘 들어가셨어요?

네, 민재 님도 환승 잘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아, 정말요? 다행이에요.

제가 잘못 알려드린 건가 싶어서 걱정했거든요.

저도 이제 곧 내려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상희, 그냥 끊으려다가 다시 


상희

저, 윤아 님!

실은… 제가 이번 주까지만 근무라서요.

아까 얼굴 보고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갑자기 그렇게 결정이 됐어요.

네, 다른 곳으로요. 꼭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거든요.

죄송합니다. 이번 프로젝트 끝까지 참여 못 해서요.

네… 감사합니다. 그동안 신경 많이 써주셨는데…

아녜요. 정말 감사했어요. 다른 데서 또 뵈어요! 네, 들어가세요!



전화 끊고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도 없다.


지하철 빠르게 달리는 소리 크게 한 번 더 들린다.




6. 서울역



곧이어

환승을 알리는 소리 들리고

문 열린다.

상희, 내린다.




-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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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콤마 희곡

이영녀와 윤심덕과 그리고 나

이영녀와 윤심덕과 그리고 나 신은수 등장인물 김우진. 이영녀. 오일삼. 윤심덕. 1925년, 늦은 저녁. 상성합명회사의 작은 사무실 안. 한쪽 벽면엔 업무 서류들이 쌓인 책장. 전화기가 놓인 책상에는 쓰고 있던 원고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사무실 안에는 작은 테이블과 소파가 있다. 수화기를 들고 통화하는 김우진. 옆에 놓인 물컵과 약봉지. 김우진 하루하루 정말 미칠 지경이야··· 돈과 직위?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내가 가꿔 이룬 것들이라면 애착이라도 있겠지만, 모두가 아버지 것들인데··· 난 그저 장남으로 태어난 책임으로 꼭두각시처럼 있는 거라고. 아무리 좋은 먹이를 매일 갖다 줘도··· 새장 속의 새가 행복하겠나. 지금 내 신세가 꼭 그래, 누구보다 자유로워야 할 예술가가 말이야. 이러다간 날개가 퇴화돼··· 어느 때부턴 나는 법조차 잃어버릴까 두렵다고. 약봉지를 힘겹게 뜯으며. 김우진 그래서 오늘도 쓰고 있다네. 이런 밤늦은 시간에 부친께서 앉힌 사장 역할이 끝나면, 나는 법을 잊지 않으려 말일세. 지금 쓰고 있는 것 말인가? 조선판 입센의 인형의 집, 노라인데··· 잘 풀리지가 않아. 막바지 3막으로 가고 있지만, 과연 지금의 조선 현실서 착취 속에 사는 궁핍한 여성이 자아를 찾아간단 것이 가능한 얘기인지··· 써 본들 사람들이 보고도 공감 못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뭐라 했나, 윤심덕? 당황해 말을 더 이어가지 못하고. 김우진 이보게, 몇 번을 말해도 소용없다고. 안 만날 걸세, 지금 윤심덕이가 어디 살고 있던 내 알 필요 없잖은가?! 그래, 그 추잡한 소문들을 여기서도 전부 다 듣고 있다고!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면, 밖을 향해서. 김우진 밖에 누군가. (수화기에) 잠시만··· 급하게 원고들을 구석에 숨겨 놓으면, 조심스레 문을 열고 오는 오일삼. 오일삼 접니다, 사장님. 김우진, 안도하는 표정. 오일삼 아! 전화 중이신데··· 불쑥, 실례했습니다. 김우진 (수화기에) 회사 직원이야, 신경 안 써도 돼. 나도 잘 모르겠네··· 언제 완성될지는. 얘기했잖은가, 마지막 부분에 글이 막혔다고. 다 쓰면 우선은 자네가 있는 토월회 쪽으로 보낼 테니, 한번 읽어 보라고. 오일삼 하하하. 편하게 계속하십시오. 김우진 이영녀일세. 주인공 이름 그대로가

  • 신은수
  • 2024-11-21

문장, 콤마 희곡

떡갈나무

떡갈나무 하성민 장소 지방 도시 노인복지관 그리고 독거노인들의 집 배경 12월 중순. 추운 날씨다. 관내 노인복지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직원 민영과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조사원 준성, 도시에서 귀촌한 준성은 복지 대상자인 노인들을 한 명씩 만난다. 인물 박수환, 남자, 80대, 독거노인. 최장수, 남자, 70대, 독거노인. 김양희, 여자, 70대, 독거노인. 김준성, 남자, 32세, 독거노인 현황 조사원. 전민영, 여자, 52세, 노인복지관 직원. 무대 무대는 삼분할된다. 왼편은 민영의 사무실, 중앙은 준성이 다니는 길, 오른편은 노인들의 집 마당이다. 하수(무대 왼쪽), 사무실 출입구 상수(무대 오른쪽), 노인들의 집 [전막] 자연은 과연 아름다운가. 말없이 무심함을 내뿜는 자연을 우리는 과연 아름답다고 할 수 있나. 시골은 사람 없는 자연이다. 지금 여기 겨울을 지나는 시골은 그 어느 때보다 깊게 고요하고 서늘하다. 가랑잎나무가 조용히 흔들린다. 지난 시절 푸릇하던 잎 하나가 어느새 기력을 다하고 지면으로 툭 내려앉는다. 추위에 내려앉은 잎의 맥처럼 마을에 듬성듬성 자리를 지키는 노인들의 주름살도 그 결이 또렷하다. 마을을 지나는 구불한 길은 적막을 걸치고서 노인들을 생의 끝자락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곳은 그렇게 기운을 잃었다. 무겁게 발을 내디디며 쉭쉭 빠지는 노인들의 날숨은 시간이 지나며 더욱 짙어질 뿐이다. 준성, 무대 중앙에 있다. 주머니에 한 손을 넣고 빼고를 반복한다. 다른 손에는 서류뭉치가 들려 있다. 천천히 무대 좌우로 왔다 갔다 걷는다. 한참을 서성이다가 무대 중앙에 멈춰 선다. 3초 후 민영, 하수에서 등장. 손에는 종이컵이 들려 있다. 자리에 앉고 차를 마시며 모니터를 바라본다. 종이컵을 내려놓고 키보드를 두들긴다. 기지개를 켰다가 다시 차를 마시며 모니터를 바라본다. 준성, 민영 쪽으로 느리고 천천히 다가간다. 중간중간 숨을 고르기도 한다. 옷매무새를 다듬고서 민영 앞에 멈춘다. 준성 (서류 뭉치를 건네며) 여기요. 민영 (슬쩍 준성을 보고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며) 네, 고생하셨어요. 거 두고 가시면 됩니다. 준성 ···뭐 다른 건 없나요? 민영 (모니터만 바라보며) 다음 주에 조사원들 다 같이 모이는 거 아시죠? 시간 정해서 연락드릴게요. 준성 네. (돌아가려 몸을 돌린다) 민영 몇 분 정도 남았죠? 준성 (다시 몸을 돌린다) 아, 다섯 명 정도? 민영 다섯 명, 그거 마치면 저번에 얘기 드린 기초조사에서 사백 명 분량이 필요하니까 부지런히 다니셔야겠어요. 준성 몇 명이요? 민영 사백 명 준성 사백 명이요? 민영 예예. 저번에 얘기 드렸잖아요. 추가 명단 있다고. 준성 아. 민영 어쨌거나 시간 없으니 얼른 돌아다니셔야겠어요. 언제 다 할라고. 준성 ·&midd

  • 하성민
  • 2024-10-22

문장, 콤마 희곡

여전히 진행 중, 우리는

여전히 진행 중, 우리는 최해인 현실 김기훈 – 소설 속 다른 인물을 대역한다 소설 김기훈 교수 현실 김기훈의 지도교수 연구실 및 소설 속의 여러 공간 현재 1장. 무대 중앙을 기준으로 끝에서 끝까지 세로로 긴 책상 두 개가 있다. 책상 사이로 한 사람 지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 책상 위에는 연극 포스터가 깔려 있고, 그것을 긴 유리가 덮고 있다. 마치 박물관 같다. 긴 책상을 기준으로 하수는 지도교수의 공간, 상수는 소설 속의 공간이다. 하수 아래에는 지도교수 책상이 있고, 지도교수는 객석을 향해 앉아 있다. 하수 위에는 책장이 있고, 안에는 각종 책이 가득 꽂혀 있다. 상수에도 의자가 있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교수 들어오세요. 현실 기훈이 등장한다. 교수는 기훈을 쳐다보지 않는다. 교수 거기 앉아 있어. 현실 기훈, 의자에 앉는다. 교수 포스터 나왔어? 현실기훈 아직이요. 교수 거기 자리 있으면 하나 넣어놔. (사이) 근데 지난 학기 힘들었어? 갑자기 제주도 다녀오고. 기훈아 이 바닥은 박사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선물은 안 사 왔지? 받고 싶어도 보는 눈이 너무 많아. 세상에는 비밀이 없어요. 현실기훈 교수님, 제가 보내드린 거 읽어 보셨어요? 교수 뭐? 현실기훈 금수일보에서 당선된 소설이요. 메일로 보내드렸는데요. 교수 아 뭐 하나 왔던데 소설이었어? 그런 걸 읽을 시간이 어딨니. 현실기훈 그렇군요. 사실 그거 때문에 온 거예요. 교수 할 말이 있다는 게? 현실기훈 교수님께 답을 듣고 싶어서요. 교수 뭔데 그래? 현실기훈 (가방에서 인쇄한 소설을 꺼내며) 소설 읽어 보실래요? 교수 시간 없다니까. 빨리 말해. 현실기훈 누가 제 얘기를 썼습니다. 교수 무슨 소리야? 현실기훈 (소설을 들며) 이거 제 얘기입니다. 교수 (그제야 기훈을 쳐다보며) 자세히 얘기해봐. 현실기훈 소설 주인공 이름이 김기훈입니다. 소설의 김기훈도 대학원을 다닙니다. 그리고 소설의 김기훈은 일광시에서 주관하는 희곡상을 받았고요. 교수 잠시만, 너잖아. 현실기훈 말씀드렸잖아요. 교수 누가 썼어? 당선작가 이름이 뭐야? 현실기훈 가까이에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교수 우리 가까워, 다 들리니까 거기서 얘기해. 현실기훈 그쪽으로 갈게요. 현실 기훈, 교수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교수 여기는 못 들어온다고 했지? 어디 건방지게, 당장 안 나가! 현실기훈 제발 제대로 좀 들어보세요. 교수, 현실 기훈의 큰소리에 당황한다. 무대 상수에 소설의 기훈이 등장한다. 소설 기훈은 통화를 하고 있다. 현실 기훈은 교수에게 소설을 읽어준다. 현실기훈 주민등록증과 통장 사본을 보내 달라는 전화였다. 시상식 날짜는 추후 공지하겠다 하고는 잠깐의 정적이

  • 최해인
  •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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