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환승

  • 작성일 2023-11-10
  • 조회수 352

환승

윤미희


나오는 사람들


상희

민재

윤아

 



늦은 밤




지하철 안과 밖 



무대


무대는 달리는 지하철 안과 지하철을 기다리는 밖으로 나뉜다.

별다른 무대 장치 없이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것만 표현해도 좋다.



1. 주안역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상희, 민재, 윤아 

세 사람 모두 검정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다. 


각자 스마트폰을 보며 

혼잣말을 하는 건지 

들으라는 건지 

모르겠는 말투로


민재

왜 난 검색해도 안 나오지?

윤아

버스 타야 하는데 괜히 지하철 타는 건가?



상희, 윤아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상희

제가 검색할 때는,

신도림에서 갈아타서 홍대입구까지

이렇게 가는 걸로 나오거든요.



민재, 기웃거리고

윤아, 상희의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민재

어? 그건 또 다르게 나오네.

윤아

도대체 뭐가 맞는 거야…

상희

성신여대입구까지도 간다고 나오니까

연희동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을 거예요.



윤아, 다시 자신의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민재, 끼어들며


민재

나도 좀 봐줘요.



민재,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민다.

상희,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며


상희

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셔서 잠실까지 쭉 갔다가,

잠실에서 8호선으로 갈아타셔서 천호,

거기에서 다시 5호선으로 갈아타야 된대요.

5호선에서는 한 정거장만 더 가시면 되고요.

민재

좀 애매한데…

윤아

이미 돌아가긴 늦었어요.

민재

역 주변에 있을 곳이 있나.

상희

전부 술집뿐인 것 같던데요.

민재

주안역은 처음이거든요. 

상희

저도요. 

윤아

저도 1호선은 많이 안 타봤어요.

민재

아까 올 땐 1호선 급행열차 탔는데,

윤아

1호선에도 급행열차가 있구나,

민재

우리 잘 도착할 수 있겠죠?

상희

그럼요.



부천행 급행열차가 오고 있다. 


윤아

어? 급행열차네요.

민재

이거 타는 거 맞죠?

상희

이거 타거나 좀 기다렸다가 일반 열차 타거나 도착하는 시간은 똑같아요.

민재

왜요?

상희

…부천행이잖아요.

민재

네?

상희

신도림까지는 가셔야죠.

민재

아,



잠시 고민하는 세 사람.


민재

좀 덥지 않아요?

윤아

그냥 탈까요?

어차피 기다리는 거 조금이라도 가면서 기다리는 게…

상희

그래요, 그럼.



문 열리고

탑승하는 세 사람,

빈자리가 많아 좀 떨어져 앉는다.

각자 다시 스마트폰을 보며


윤아

왜 다시 검색하면 자꾸 다르게 나오지?



상희, 눈치만 볼 뿐 대꾸하지 않는다.


윤아

아까 거기서 버스 타고 가서 공항철도를 탔어야 했나 봐요.

잘 모르는 길이라 혼자 가기도 좀 그렇고 해서 따라오긴 했는데…



민재, 열차 내부에 붙어 있는 노선도를 바라보며


민재

전 그냥 신길에서 한 번 갈아타고 쭉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아무리 빨라도 너무 여러 번 갈아타는 건 좀…

상희

그럼 신길에서 5호선 막차 몇 시인지 찾아봐 드릴까요?

민재

아, 네. 고마워요.



윤아, 상희에게


윤아

저도 다시 한번만 봐주세요. 아무래도 연희동까지는 못 가는 건가 싶어서요.



상희, 다시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검색하고


상희

홍대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윤아

그래요?

민재

일단 서울로 가는 게 중요하죠.

윤아

홍대 가서 버스 없으면 걸어가도 돼요. 아주 못 갈 거리는 아니니까.

상희

늦었는데 걸어가는 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윤아

혼자 걷는 건 좀 그럴까요?

상희

아무래도 택시를 타시는 게…



빠르게 달리는 열차 소리 크게 한 번 들리고


상희

죄송해요.

윤아

상희 씨가 왜요?

상희

제가 잘못 알려드렸나 싶어서요.

민재

잘 모르는 우리가 미안하죠.

윤아

서울 산 지 2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지하철은 헷갈려요.

민재

저는 평생 서울 살았어도 잘 모르겠어요.

상희

저도 저희 동네 말고는 잘 몰라서…



민재,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옆 레일 열차를 바라보며


민재

저거 우리보다 빨리 가는 거 같은데요?

윤아

아니에요, 우리가 더 먼저 가요.

민재

어? 그러네요. 우리가 따라잡았어요.



다들 순식간에 뒤처지는 옆 레일 열차를 바라본다.


윤아

저건 한참 늦겠네요.

상희

어차피 우리가 다시 저걸 타야 돼요.

민재

우리가 저걸 탄다고요?

상희

이제 곧 부천역이거든요. 거기 내려서, 기다렸다가 다시,

윤아

벌써 내려요?

상희

이게 부천역까지만 가는 급행열차라서요. 아까 저건 일반열차…

민재

급행이라 빠른 거구나.

윤아

그래도 이렇게 먼저 가는데, 조금이라도 앞서가는 거 아닐까요?

상희

도착 시간은 아마 똑같을 거예요.

민재

저걸 타야 신도림이든 신길이든 간다는 거죠? 



상희, 다시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며


상희

한 번 더 갈아타야 해요. 구로까지 가서 다시 청량리행으로,

민재

구로에서는 왜 내려요?

상희

구로까지만 가는 열차를 탈 거라서요.

윤아

네?

상희

다음 일반열차가 구로행이거든요.

윤아

방금 우리가 지나친 그 열차요?

상희

네, 아마도…

윤아

도대체 몇 번을 갈아타야 하는 건지…

민재

복잡하네요. 한 번에 가는 건 없는 거예요?

상희

주안역에서 기다렸으면 한 번에 갈 수도 있었는데…



열차, 한참을 달리고 


윤아

계속 움직이니까 더 빨리 가는 것 같고 좋네요.

민재

하긴 거기에서 계속 기다렸으면 너무 더웠을 거예요.

윤아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오히려 지하철 안은 춥네요.

이 시간엔 에어컨 세게 안 돌려도 될 텐데,

민재

그래도 더운 것보단 이게 낫죠.

상희

어? 저희 이제 내려야 돼요.



문 열리고

세 사람, 내린다.




2. 부천역



민재, 손부채질하며


민재

금방 다시 덥네요. 밤인데도 날씨가 아주 푹푹 쪄요.

윤아

옷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요.



세 사람 모두 긴팔을 입고 있다.


민재

검정 옷이 마땅치 않아서 긴팔 입었어요.

상희

저도 한참 고르다가…



잠시 말없이 열차를 기다리는 세 사람.


윤아

여기에서 기다리다가 다시 구로행 열차 타면 된다는 거죠?

상희

네, 맞아요.

윤아

뭔가 일찍 도착한 것 같긴 한데…

민재

먼저 와서 기다리는 거네요.

윤아

우리가 타는 건 다른 열차 아닐까요?

아까 그 열차보다 앞서간 열차요.

그래도 이렇게 빨리 왔는데,

상희

그럴 리는 없지만,

민재

그러면 좋지요.



윤아, 스크린 도어에 붙어 있는 노선도를 바라보며


윤아

지금 주안에서 부천까지 왔고,

여기에서 이거 타고 구로를 가서,

구로에서 다시 바꿔 타고 한 정거장을 가서,

신도림에서 또 갈아타고 홍대까지 가야 하는 거구나.



윤아, 손가락으로 세어보며


윤아

그러니까 지금 환승만 다섯 번을 해서 가는…

상희

처음에 그냥 기다렸으면 1호선만큼은 한 번에 갈 수도 있었는데…

윤아

괜찮아요. 더 빨리 가는 느낌도 있고,

민재

이 시간에는 한 번에 가는 급행열차가 없나 봐요.

상희

네, 늦은 시간이라…



상희, 눈치 보다가


상희

정말 죄송해요. 더 계시다 오셔도 되는데 제가 괜히 빨리 나오자고 해서…

민재

에이, 아녜요.

상희

내일 아침 일찍 외부에서 회의가 있어서요.

윤아

가야죠. 집에,

민재

계속 거기 있기도 좀 그랬어요.



구로행 열차가 오고 있다.

동시에 전화벨 울리고

상희, 전화 받는다.


상희

여보세요.

네, 저희는 이제 가고 있어요.

맞아요. 지금 여기 윤아 님이랑 민재 님 같이 계세요.

저희가 막차 시간이 있어가지고요.



문 열리고

열차 탑승하는 세 사람.


상희, 계속 전화 통화하며


상희

네, 주안역에서 내려서 택시 타고 가시면 돼요.

그렇게 멀진 않아요.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세요.



상희, 전화 끊고

민재에게


상희

경민 님이요. 주안역 도착하셨대요.

민재

지금 가는 거면 밤샐 생각인가?

상희

팀장님도 계속 계실 모양이더라고요.

민재

다들 내일 출근은 어쩌려고 그러는 건지…

상희

지각들 하시겠죠. 지각해도 할 말 있으니까,

민재

요새 지각이 너무 많은 것 같지 않아요?

상희

그래도 이런 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민재

이럴 땐 윤아 님이 제일 부러워요.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윤아

장단점이 있죠.



잠시 이야기 끊기고

열차 달리는 소리만 들리다가


민재

우리까지 다 거기에서 자는 건 아니었어요.

상희

맞아요. 방이 좀 좁더라고요.

민재

일부러 작은 데로 한 거 같아요.

상주가 아직 젊으니까. 뭐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니고,

윤아

빨리 나오길 잘했어요. 밤샜으면 서로 힘들었을 거예요.



상희, 윤아에게


상희

저… 윤아 님.

윤아

네?

상희

이런 상황에 말씀드리기 좀 그렇지만, 지난번에 부탁드린 건 좀 늦어질까요?

윤아

음, 다음 주?

상희

이번 주까지는 힘들겠죠?

윤아

…최대한 빨리 해볼게요.

상희

감사합니다.

윤아

참, 이번에 포스터 나온 거 잘 봤어요. 너무 좋던데요?

상희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마음에 안 드시면 어떡하나, 엄청 걱정 했거든요.

윤아

그럼 최종 시안 결정되기 전에 한번 보여주시지…

상희

네?

윤아

저만 모르게 진행되고 있는 게 좀 있더라고요?

상희

아, 팀장님이랑 따로 연락하고 계신 줄 알았어요 

윤아

상희 씨가 신경 좀 써주세요. 난 매일 출근 하는 게 아니니까.

상희

죄송합니다.

윤아

소통이 중요하잖아요.

상희

네, 소통이 중요하죠.



잠시 말 없다.

열차 소리만 시끄럽다 


민재

확실히 시원해서 좋네요.



윤아, 별다른 대꾸 없고

상희, 고개만 끄덕끄덕


민재

아니, 예전에 제가 국화꽃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놓은 거예요.

상희

저도 매번 헷갈려요.

민재

아까 거기에서 절하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혼났어요. 웃음 참느라,



또 대화 잠시 끊겼다가


민재

우리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진짜 고민 많이 해서 그냥 보내드리기로 했거든요.

산소 호흡기 빼고 아이고, 이제 돌아가셨네 하면서 우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직 안 돌아가신 거라고,

그거 기계 삐이- 하고 나서도 한참을 아직 살아 계신 거라고,

심장 멈추고 몇 초 지났나?

그러고 나서야 의사 선생님이 사망하셨습니다, 그러시더라고요.

윤아

……

민재

몇 년 됐어요.

상희

저는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마지막까지 힘들게 거친 숨을 몰아쉬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아요.

그때 진짜 많이 울었거든요.

여기 모인 사람들이 다 이 작은 몸을 통해서 세상에 나왔구나,

이런 생각도 들면서…

자식도 많으시고 또 그 자식에 자식까지, 손자 손녀도 많으시니까.



상희, 잠시 감상에 젖었다가


상희

아, 같은 장례식장이었거든요.

윤아

그래요? 

민재

그래서 오가는 길을 잘 아시는구나.

상희

그건 아니에요. 그땐 지하철 타고 움직이지 않았거든요.

주위에 큰집이 있어서요.

민재

그럼 오늘 거기 가서 자지 그랬어요?

상희

이 밤에 갑자기 찾아가서 자기엔 좀 그래서요.

민재

하긴 실례일 수도 있겠네요.

윤아

실례죠. 아무리 친척이어도…



빠르게 달리는 열차 소리 한 번 들리고


민재

우리 잘 가고 있는 거 맞죠?



상희, 무슨 역인지 확인하고


상희

네, 이제 내리면 돼요.



문 열리고

세 사람, 다 같이 내린다.




3. 구로역



열차에서 내린 세 사람.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민재

여기에서 타는 거 아닌 것 같은데요?

윤아

저기 사람들 많이 가는 쪽으로 가볼까요?



움직이는 세 사람.


민재

서울⸱소요산 방면으로 가면 되는 거죠?

상희

네, 저쪽으로 가면 돼요.



세 사람, 한참을 움직여 다른 플랫폼으로 간다.

실제로는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지만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도착한 세 사람.


상희

여기에서 기다리면 될 것 같아요.



민재, 다시 손부채질하며


민재

또 덥네요.

윤아

얼른 집에 가고 싶다.



상희, 시계 한 번 보고는


상희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벌써 구로예요.

민재

아직 멀었는데, 벌써 다 온 것 같네요.

상희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이번에 오는 열차 타고 가다가

윤아 님은 신도림, 민재 님은 신길, 저는 서울역까지 가면 돼요.



윤아, 다시 스마트폰으로 찾아보며


윤아

신도림에서 2호선 타고 홍대에서 내려서 버스 타면 되겠네요.

상희

버스 아직 안 끊겼어요?

윤아

네, 있는 것 같아요.



민재, 다시 스마트폰으로 찾아보며


민재

신길에서 5호선도 안 끊긴 것 같아요.

윤아

상희 씨도 서울역에서 4호선, 있다고 했죠?

상희

네, 충분할 것 같아요.

윤아

성신여대까지는 아니어도 한성대까지 가는 막차라도 타고 가면 되잖아요.

상희

어? 잘 아시네요.

윤아

예전에 잠깐 그쪽에 살았었거든요.

상희

아…



대화는 또 끊기고


민재

이렇게 걱정해보긴 또 처음이네요.

사실 택시 타면 되긴 했는데,

윤아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죠. 기왕 일찍 나왔는데,

상희

죄송해요. 저는 좀 부담돼서,

윤아

네?

상희

택시 타는 거요.

윤아

아, 그렇긴 하죠. 오늘 쓴 돈도 있고…

상희

다들 얼마씩 하셨어요?

민재

좀 더 하려다가, 그냥 남들 하는 만큼 했어요.

상희

저도 그냥 기본,

윤아

다시 돌아올 돈은 아니니까.



다들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민재

멀었는데 그래도 다들 왔네요.

윤아

장례식장은 웬만하면 꼭 가자, 주의라서요.

오늘 도착해서 상주를 딱 마주쳤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후루룩 나는 거예요.

별로 친했던 사이도 아니고, 어떤 사정으로 돌아가신 건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눈물 날 수 있는 거잖아요.

민재

…울고 싶었던 걸까요.

윤아

갑자기 사는 건 또 뭐고 죽는 건 또 뭔지 모르겠다 싶더라고요.



구로행 열차가 오고 있다.


상희

와, 이제 오네요.

민재

진짜 빨리 가는 기분이에요.

상희

세 번이나 갈아탔는데…

윤아

그래도 조금은 일찍 가는 거 아닐까요? 아까 급행도 탔고,

민재

그랬을 수도 있어요.

상희

그래요, 그럼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문 열리고

세 사람, 웃으면서 다시 열차 탄다.


민재

집 가는 길이 이렇게 흥미진진하다니,

윤아

늘 가던 길이 아니라 그런가 봐요.

민재

같이 안 왔으면 이렇게 못 왔을 거예요.

윤아

분명히 잘못 갔을 거예요.

자주 그러거든요. 조금만 딴생각하면 지나치고 반대로 타고,

상희

이제 우리 모두 환승만 잘하면 돼요.



다시 한번 웃다가

민재, 문득


민재

재미있어해도 되는 걸까요?

상희

지금 거기에 있는 건 아니니까요.

윤아

계속 울 수는 없잖아요.



열차 빠르게 달리는 소리 크게 들리고


민재

이 시간에 술 안 마시고 집에 들어가려니까 이상하네요.

윤아

저도 마실까 하다가 참았어요. 내일 힘들 것 같아서,

민재

나이 드니까 몸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져요.

윤아

술 마시고 나면 다음 날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

민재

한 번 끊어보려고요. 이러다 또 마실 수도 있겠지만,

윤아

돌고 도는 거죠. 오늘은 이렇게 결심했다가 내일은 또 저렇게 결심하고,

상희

저는 술 취해서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 너무 좋아요.

술 취해서 지하철 타면 제 속도랑 지하철 속도가 맞지 않거든요.

그 느낌이 너무 재미있어요



상희, 혼자 웃는다.


민재

지금, 그래요?

상희

조금요.



윤아, 상희를 다시 보며


윤아

술 마셨어요?

상희

팀장님이 주셔서…

윤아

아,

상희

죄송해요.

윤아

뭐가요?

상희

저만 마신 것 같아서요.

민재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윤아

티 하나도 안 나요.



열차 달리는 소리 또다시 들리고


민재

같이 이야기하니까 좋네요. 얘기 나눌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윤아

가끔 이렇게 털어놔서 좋을 때가 있죠.

혼자 있다 보면 괜히 우울해지고 그러니까,

상희

두 분 다 정말 감사합니다. 

윤아

네?

상희

오늘 저랑 같이 와주셔서요.



상희, 갑자기 후루룩 눈물 흘린다.

민재와 윤아, 어리둥절하다.




4. 신도림역



환승을 알리는 소리 들리고


민재

어? 신도림 아니에요?

상희

윤아 님, 내리셔야 돼요!



윤아, 내릴 채비한다.


윤아

저 그럼 먼저 갈게요!

민재

조심히 들어가세요.

윤아

네, 다음에 봐요.

상희

안녕히 가세요!



문 열리고

윤아, 내린다.


상희

잘 가시겠죠?

민재

그럼요. 걱정 말아요.

상희

괜히 저 때문에…

민재

겉으로는 까다로워 보여도 속은 안 그래요.

상희

잘 아세요?

민재

예전에 다른 데서 같이 일했었어요.

상희

아, 정말요? 전혀 몰랐어요.

민재

그때도 많이 친해지진 못했어요. 잠깐 했던 프로젝트라,

상희

아…

민재

못 알아보는 눈치이기도 하고요.

상희

설마요.

민재

자꾸 새로운 프로젝트 가서 새로운 사람들 만나고 하니까 헷갈릴 때도 많아요.

상희

그래도 오늘은 기억하지 않으실까요?

민재

글쎄요, 그거야 모르는 거죠.



한동안 열차 소리만 크게 들리고

두 사람, 말이 없다.




5. 신길역



환승을 알리는 소리 들리고


상희

어? 신길역이에요!



민재, 내릴 채비하며


민재

5호선 열차 잘 탈 수 있겠죠?



상희,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상희

조금만 서두르시면 충분히 가능하실 것 같아요.

민재

알겠어요. 고마워요.



민재, 문 앞에 가 선다.


민재

먼저 갈게요.

상희

네, 환승 잘하시고 연락 주세요.



문 열리고

민재, 급히 내린다.


상희, 한참을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린다.

열차 빠르게 달리는 소리 크게 들린다.


잠시 후,

전화벨 울리고

상희, 전화 받는다.


상희

네, 환승 잘하셨어요? 다행이에요. 아직 많이 남았죠?

얼른 들어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상희, 전화 끊고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윤아에게 전화 건다.


상희

윤아 님, 잘 들어가셨어요?

네, 민재 님도 환승 잘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아, 정말요? 다행이에요.

제가 잘못 알려드린 건가 싶어서 걱정했거든요.

저도 이제 곧 내려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상희, 그냥 끊으려다가 다시 


상희

저, 윤아 님!

실은… 제가 이번 주까지만 근무라서요.

아까 얼굴 보고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갑자기 그렇게 결정이 됐어요.

네, 다른 곳으로요. 꼭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거든요.

죄송합니다. 이번 프로젝트 끝까지 참여 못 해서요.

네… 감사합니다. 그동안 신경 많이 써주셨는데…

아녜요. 정말 감사했어요. 다른 데서 또 뵈어요! 네, 들어가세요!



전화 끊고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도 없다.


지하철 빠르게 달리는 소리 크게 한 번 더 들린다.




6. 서울역



곧이어

환승을 알리는 소리 들리고

문 열린다.

상희, 내린다.




- 막


추천 콘텐츠

감마선에 노출되어 슈퍼 히어로가 된 세 명의 박사는 왜 지구를 지키려 하지 않는가

감마선에 노출되어 슈퍼 히어로가 된 세 명의 박사는 왜 지구를 지키려 하지 않는가 정범철 등장인물 스컹크맨 (최만수) 51세 / 남 / 여러 가지 냄새를 뿜어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히어로. 블루씨스루 (이강재) 48세 / 남 / 투시 능력을 발휘하는 히어로. 그린타키온 (진순남) 43세 / 남 / 빛보다 빠른 속력을 발휘하는 히어로. 레드플라이 (고혜정) 43세 / 여 / 두 팔에서 날개가 돋아나 하늘을 날 수 있는 히어로. 기자 1, 2, 3, 4, 5, 6 취객 스파이더맨 사회자 통역사 레드플라이의 엄마 때 현재 곳 대한민국, 서울 1장 – 기자회견 무대에 세 개의 의자가 놓여 있다. 무대 뒤에는 “감마선 히어로 긴급 기자회견”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관객들이 등장하는 동안 사회자가 먼저 등장해 마이크 체크를 하고 기자회견 준비를 한다. 기자 역의 멀티남도 등장해 사회자와 인사도 나누고 카메라를 점검하며 객석에 앉는다. 사회자의 인사로 기자회견이 시작된다. 사회자 안녕하십니까.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참석해주신 국내외 언론매체 관계자와 기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사전에 연락드린 바와 같이 이번 기자회견은 감마선 히어로 네 명 중, 세 명의 히어로가 긴급히 요청하여 마련되었습니다. 세 명의 히어로는 스컹크맨, 블루씨스루, 레드플라이입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빠른 진행을 위해 한국어로 진행된다는 점 먼저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통역이 필요한 외신 기자분들은 입구에서 나눠드린 동시통역기를 착용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못 받으신 기자분 계신가요? Is there anyone who didn’t get the translator? 아, 저 뒤에… (무대 옆을 보는데 그냥 진행하라는 신호를 받은 듯) 네? 아, 그렇군요. 지금 준비된 통역기가 부족하다고 하네요. 예상보다 많은 외신 기자 분들이 참석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세계의 눈과 귀가 국내 히어로들에게 쏠려있다는 방증이겠죠? 그럼 지금부터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세 분의 히어로 여러분, 무대로 나와주십시오. 스컹크맨, 블루씨스루, 레드플라이가 정장을 입고 무대로 등장해 자리에 앉는다.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와 함께 카메라 플래시 터진다. 스컹크맨은 서류 파일을 들고 있다. 사회자 작년에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아 아마 모르는 분이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국민 여러분과 전 세계 시청자 여러분들을 위해 각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스컹크맨 지금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는 거죠? 사회자 네, 그렇습니다. 스컹크맨 안녕하십니까. 최만수라고 합니다. 블루씨스루 안녕하세요. 이강재입니다. 레드플라이 안녕하세요. 고혜정입니다. 기자1 히어로 네임으로 말씀 좀 해주세요! 난처한 표정의 세 박사. 사회자 네, 각자 히어로 네임을 좀…. 스컹크맨 스컹크맨입니다. 블루씨스루

  • 관리자
  • 2023-11-15
붉은 여인의 초상

붉은 여인의 초상 황수아 대호 한국신문 문화부 기자 현 국내 유명 화가 미현 현의 애인 여인 정체불명의 여인 선예 현의 아내 상인 미술 학원 원장, 화가 현서 강력계 경찰 상우 패션잡지 에디터 변호사 이혼 전문 변호사 부장 신문사 문화부 부장 1장 미술관 무대 정면에 커다란 그림 하나가 걸려 있다. 색이 선명하고 사실적인 풍경화다. 시골 마을을 병풍처럼 감싸 안은 뒷산과 그 앞을 흐르는 개울 한 가족이 피크닉을 즐기고 애완견이 그들과 함께한다. 동화책 삽화로 나올 것 같은 따스한 그림이다. 현, 두 손을 뒤로 맞잡고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다. 대호, 현의 뒤로 조심스레 다가간다. 대호 안녕하세요. 작가님. 현 (뒤돌아 대호를 본다.) 대호 한국신문 문화부 기자 이대호입니다. 현 네. 안녕하세요. 대호 전시회 잘 봤습니다. 현 잘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대호 다음 일정이 없으십니까? 현 아내가 오기로 해서요. 대호 아. 그러시군요. 사이 현 (대호를 다시 한번 쳐다보며) 기억나는군요. 아까 기자 간담회 때 저의 근황에 대해 질문하셨던 분이시군요. 대호 네. 그렇습니다. 계속 질문을 드리면 실례일 것 같아 멈췄습니다. 현 제법 곤란했던 기억이 나네요. (웃는다.) 대호 더 질문드리면 사적인 영역까지 확대될 것 같아서요. 현 그림의 연장선상인데 뭐 어떱니까. 궁금한 건 얼마든지 물어보셔도 됩니다. 대호 그러시다면… 한 가지만 더 질문드려도 될까요. 특집 기사를 준비하고 있어서요. 현 한국신문에서 제 특집 기사를요? 대호 네. 현 고마운 일이죠. 질문하시면 성의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대호 최근 풍경화를 주로 그리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현 근 일 년간 국내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제가 모르던 자연의 풍경에 매료되었죠.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들을 그림에 담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토 개발은 너무 빠른 속도죠. 언제 개발되어 사라질지 모르는 풍경들이니까요. 대호 그런데 원래는 인물화를 중심으로 작업하지 않으셨습니까? 거의, 아니 백 프로 인물화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현 발표되지 않은 풍경화를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대 시절엔 풍경화 동아리도 했었죠. 언젠가 한 일 년 정도는 풍경화 위주로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작년 안식년을 가지며 여행을 한 게 새로운 발상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대호 아. 현 또 물으실 게 있나요? 대호 실례가 되는 질문인지 모르겠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론. 인물화에 흐르던 그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졌습니다. 현 특유의 분위기라뇨? 대호 선생님이 항상 그리던 여인은 눈빛과 입매가 아주 미세하게 비대칭이라 독특했죠. 초기작부터 중기, 그리고 최근까지도 그 도발적인 느낌은 점점 강해졌습니다만 풍경화

  • 관리자
  • 2023-11-03
파운데이션 The foundation

파운데이션 The foundation 이정수 등장인물 존 스콥스 25세의 열의에 찬 젊은 데이턴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과학 교사이자 시간제 미식축구 코치. 뿔테 안경 너머 소년의 얼굴이 학구적이지만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타고난 성격이 숫기가 없지만 협동심이 강해 호감형이다. 켄터키대학교 재학 시절 총장이 해당 수에서 반진화론 법안에 맞서 싸운 이력이 있는데, 이런 이유로 총장을 존경하는 그이다. 스콥스의 아버지는 이민자 출신의 철도 정비공으로 노동조합 조직책을 맡은 자타 공인 사회주의자 겸 불가지론자로, 미국의 정치제도와 종교 체제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몇 시간씩 큰 소리로 늘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스콥스는 정부와 종교에 대해 부친과 생각을 같이 하지만 그보다는 느긋한 자세를 취한다. 노라 테일러 중년 여성. 미국의 법조인으로, ACLU(미국시민자유연합)의 선도적 회원이었다. 모든 사람은 토지에 대한 권리를 평등하게 지니고 있다는 뜻의 지공주의 경제개혁의 강력한 옹호자이다. 10대 쾌락 살인자 레오폴드와 로에브 재판과 아내를 살해한 시카고 승마 교사 소송에서 피고 측 변호사로 활약하며 감형을 받아내 유명해졌다. 두 사건 모두 피고가 범행을 자백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결정주의를 근거로 사형을 면하게 해주었으며, 주목할 점은 레오폴드와 로에브 재판에서 호르몬이 킬러 본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제를 과학적으로 증명함으로써 감형을 받아, 과학에 능통한 변호인으로 유명해졌다. 멜빵과 파스텔색 셔츠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노년의 남성. 원고 측 검사 중 한 명. 네브래스카주 제1구의 하원의원을 거쳐 국무장관까지 역임한 인물이지만, 국무장관을 지낸 것보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여러 번 나와 3번이나 낙선한 것으로 더 유명하다. 1890년대의 미국의 금본위제에 대한 화폐개혁부터 1920년대 반진화론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적 대의를 위해 힘썼고 성패와 관계없이 끝까지 싸웠다. 워낙 스포트라이트 받기를 좋아하고 신념과 열정이 강했기에 법조계로 돌아가는 것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그였지만, 스콥스 재판의 화제성을 생각해 자신이 주목받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재판의 검사로 나선다. 더들리 필드 말론 30대 후반의 남성. 젊은 피고인 측 변호인. 뉴욕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이혼 전문 변호사로 한때 국무부 차관으로 브라이언 밑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며, 당시 자신의 상관이었던 브라이언에 대해 여전히 불만을 품고 있는 인물. 1920년 농민-노동당 후보로 뉴욕 주지사에 출마를 하였지만 처참히 패배한 이후 변호사 업무에 전념하게 되었다. 톰 스튜어트 테네시주 출신의 30대 초반의 검사로 스콥스 재판의 검사. 철저한 기독교 근본주의자는 아니지만 법치주의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인물이다. 테네시 주의 반진화론 법안에 대한 보존을 위해 원고의 주장을 설계하며, 재판의 내용에 대하여 확장된 범위의 문제가 아닌 법률적인 문제로만 유지하고자 하며, 재판 내 과학적인 증언을 도입하려는 변호

  • 관리자
  • 2023-11-0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