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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마선에 노출되어 슈퍼 히어로가 된 세 명의 박사는 왜 지구를 지키려 하지 않는가

  • 작성일 2023-11-15
  • 조회수 414

감마선에 노출되어 슈퍼 히어로가 된 세 명의 박사는 왜 지구를 지키려 하지 않는가

정범철


등장인물


스컹크맨 (최만수)      51세 / 남 / 여러 가지 냄새를 뿜어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히어로.

블루씨스루 (이강재)   48세 / 남 / 투시 능력을 발휘하는 히어로.

그린타키온 (진순남)   43세 / 남 / 빛보다 빠른 속력을 발휘하는 히어로.

레드플라이 (고혜정)   43세 / 여 / 두 팔에서 날개가 돋아나 하늘을 날 수 있는 히어로.

기자 1, 2, 3, 4, 5, 6

취객

스파이더맨

사회자

통역사

레드플라이의 엄마


현재 


대한민국, 서울




1장 – 기자회견 



무대에 세 개의 의자가 놓여 있다. 무대 뒤에는 “감마선 히어로 긴급 기자회견”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관객들이 등장하는 동안 사회자가 먼저 등장해 마이크 체크를 하고 기자회견 준비를 한다. 기자 역의 멀티남도 등장해 사회자와 인사도 나누고 카메라를 점검하며 객석에 앉는다. 사회자의 인사로 기자회견이 시작된다. 


사회자

안녕하십니까.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참석해주신 국내외 언론매체 관계자와 기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사전에 연락드린 바와 같이 이번 기자회견은 감마선 히어로 네 명 중, 세 명의 히어로가 긴급히 요청하여 마련되었습니다. 세 명의 히어로는 스컹크맨, 블루씨스루, 레드플라이입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빠른 진행을 위해 한국어로 진행된다는 점 먼저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통역이 필요한 외신 기자분들은 입구에서 나눠드린 동시통역기를 착용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못 받으신 기자분 계신가요? Is there anyone who didn’t get the translator? 아, 저 뒤에… (무대 옆을 보는데 그냥 진행하라는 신호를 받은 듯) 네? 아, 그렇군요. 지금 준비된 통역기가 부족하다고 하네요. 예상보다 많은 외신 기자 분들이 참석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세계의 눈과 귀가 국내 히어로들에게 쏠려있다는 방증이겠죠? 그럼 지금부터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세 분의 히어로 여러분, 무대로 나와주십시오. 



스컹크맨, 블루씨스루, 레드플라이가 정장을 입고 무대로 등장해 자리에 앉는다.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와 함께 카메라 플래시 터진다. 스컹크맨은 서류 파일을 들고 있다.


사회자

작년에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아 아마 모르는 분이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국민 여러분과 전 세계 시청자 여러분들을 위해 각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스컹크맨

지금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는 거죠?

사회자

네, 그렇습니다.

스컹크맨

안녕하십니까. 최만수라고 합니다. 

블루씨스루

안녕하세요. 이강재입니다. 

레드플라이

안녕하세요. 고혜정입니다. 

기자1

히어로 네임으로 말씀 좀 해주세요!



난처한 표정의 세 박사.


사회자

네, 각자 히어로 네임을 좀….

스컹크맨

스컹크맨입니다.

블루씨스루

블루씨스루입니다.

레드플라이

레드플라이입니다. 

사회자

네, 그럼 이어서 감마선 히어로 분들의 입장문 발표가 있겠습니다. 질문은 입장문 발표 이후에 받도록 하겠습니다. 대표로 어느 분이….

스컹크맨

(손 들며) 제가 읽겠습니다. 

사회자

네, 스컹크맨께서 입장문을 읽어주시겠습니다.



스컹크맨, 서류 파일을 펼쳐 읽기 시작한다. 


스컹크맨

여기 이 자리에 참석한 우리 세 사람과 이 자리에 불참한 진순남 박사, 이상 네 명은 작년에 발생한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해 뜻하지 않게 감마선에 노출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각자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감마선 히어로’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저 최만수는 마취 가스, 수면 가스, 독가스 등의 각종 가스를 뿜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이강재 박사는 반경 50미터 이내의 모든 물질을 투시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으며, 고혜정 박사는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아나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 이 자리에 불참한 진순남 박사는 빛보다 빨리 달리는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우리 네 사람에게 열광했습니다. 이후 우리의 삶은 자의와 상관없이 히어로의 삶을 강요당한 채 살아야 했습니다. 위험한 사건, 사고가 발생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야 했고 온갖 흉악범들을 잡으러 다녀야 했습니다. 심지어 전쟁이 발발한 국가의 요청으로 총탄이 빗발치고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전쟁터에서 간신히 죽다 살아나기도 하였습니다. 단지 방귀 좀 뀌고, 물건 좀 뚫어보고, 날개 좀 펄럭거리고, 남보다 빨리 뛸 수 있다는 것뿐인데 세상은 사오십 대의 우리에게 원하지도 않는 히어로 네임을 마음대로 명명해 갖다 붙였습니다. 엄청난 기대와 부담 속에 국민을 위해, 전 세계인을 위해, 지구를 위해 나를 버리고 남을 위해 살 것을 강요당한 것입니다. 우리에게 사생활은 없었습니다. 잠을 자다가, 밥을 먹다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다가! 호출이 뜨면 무조건 달려가야 했습니다. 어딜 가든 카메라가 따라다녔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을 앞세운 대한민국 대통령과 국가정보원은 우리가 국가를 위해 희생하길 원했고, 인류를 앞세운 G7을 비롯한 국제 히어로 협회는 우리가 지구를 위해 희생하길 원했습니다. 우리는 반평생을 박사란 직업으로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히어로가 된 지금의 삶은 우리가 원했던 삶이 아닙니다. 우리가 갖게 된 이 능력 또한 우리가 원했던 능력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부모, 형제, 아내와 자녀가 있습니다. 가족이 있습니다. 국민이, 인류가! 내 가족보다 우선일 순 없습니다. 우리 세 사람은 오늘 이 순간부터 국제 히어로 협회를 탈퇴하고 히어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더 이상 스컹크맨, 블루씨스루, 레드플라이가 아닌 최만수, 이강재, 고혜정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스컹크맨, 서류 파일을 덮는다. 질문이 쏟아진다. 사회자가 소란스러운 장내를 정리하기 위해 정숙을 요청한다. 


사회자

정숙해주시기 바랍니다! 한 사람씩 질문받겠습니다. 손을 들어주세요! 아, 한가지 당부드릴 것은 질문 전에 먼저 국적과 매체 이름을 밝혀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기자2, 손 든다. 이후 모든 기자의 연기를 멀티남 혼자 목소리를 바꿔가며 매우 열연한다.


기자2

저요. 저요!

사회자

(손으로 가리키며) 네, 거기 키 작고 수염 덥수룩한 분, 말씀해주세요. 

기자2

네. 대한민국의 YTM 이교중 기자입니다. 그린타키온은 참석하지 않았는데 불참한 이유는 무엇이며 그린타키온도 세 분과 뜻을 같이 하기로 한 건가요? 

스컹크맨

(난처한 듯) 아, 그게… 그린타키온은….

블루씨스루

아,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린타키온, 그러니까 진순남 박사죠? 진순남 박사는 우리 세 사람과 뜻을 달리하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함께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기자3

여기요.

사회자

네, 거기 얼굴 크신 분.

기자3

대한민국의 뉴스는 우리가 맡는다. 69시간이 모자라. 뉴스69의 박우리 기자입니다. 그러면 그린타키온은 앞으로 히어로의 임무를 계속 수행하는 겁니까? 

블루씨스루

그건 그린타키온 박사에게… 아니, 진순남 박사에게 질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자4

나요, 여기! 나!

사회자

(두리번거리며) 저쪽에 이마 벗겨지신 분, 질문해 주십시오.

기자4

유튜브 TV, “뉴스는 개뿔”의 방기복 기자입니다. 그린타키온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블루씨스루

잘 모르겠습니다.

기자4

싸웠습니까?

스컹크맨

싸우긴 뭘 싸워요? 우리가 뭐 초등학생이에요? 거, 기자 양반 말을 참…. 

기자4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 서로 싸우면 능력을 발휘하면서 싸웁니까? 

스컹크맨

이봐요!

사회자

아, 질문은 한 가지씩만…

기자4

히어로들이 말싸움만 할 리 없잖아요! 당신은 방귀 냄새로 모두 재워버릴 수 있잖아요!

스컹크맨

야! 

블루씨스루

(말리며) 아아, 박사님, 참으세요. (기자에게) 히어로도 다 똑같은 인간입니다. 상처 주면 아파하고 똑같이 통증을 느끼죠. 모든 사람이 각자 의견이 다르듯 그린타키온도 우리와 의견이 다른 것뿐입니다. 우린 그린타키온의 의견을 존중하여 여기 세 사람만 기자회견을 요청하게 된 것입니다. 



여러 기자가 손을 든다. 


기자들

(굵은 목소리) 여기요. (허스키한 목소리) 저요. (여자 목소리) 여기도 좀 봐주세요. (짜증) 아이 진짜! 여기! 여기!

사회자

죄송합니다. 이번엔 외신 기자님들께 기회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자들

(영어로) Hey! Excuse me! (불어) Voila, madame. Oh! 샹제리제. (일어 독어 중국어 혼합) 스미마셍 와따시와 구텐탁 구텐모르겐 당케 니 씨팔로마…. 

사회자

(기자 가리키며) 예, 거기 아랍에서 오신 기자님, 질문해 주십시오.



기자6, 엉거주춤 일어선다. 


기자6

잇츠 미? 아랍? 아랍이요? 

사회자

아, 네. 아랍에서 오신 분 아닌가요?

기자6

No, I’m not. I’m from Indonesia. 

사회자

죄송합니다. 인도네시아 기자님의 질문 받겠습니다. 

기자6

Hello. Nice to meet you, Korea heroes. 

사회자

안녕하세요. 한국의 히어로 여러분들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기자6

I’m Michael, a reporter for Indonesia’s national TV agency.

사회자

저는 인도네시아 국영TV의 마이클 기자입니다.

기자6

I have a question for Redfly.

사회자

레드플라이에게 질문하겠습니다. 

기자6

Currently, you are filling for divorce from your husband and I understand that your son is also struggling with a rare disease, is there anything to do with why you quit?

사회자

현재 남편분과 이혼 소송 중이며 아드님도 희귀병으로 투병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히어로를 그만두시는 이유와 관련이 있나요?

레드플라이

네, 맞습니다. That’s also a very important issue for me, so I decided.

사회자

그 점도 제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기자2

희귀병이라면 어떤 병인지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레드플라이

제 아들은 지금 여덟 살인데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희귀병을 앓고 있습니다. 소아조로증이라고 하는 병인데요. 남편과 이혼 후에 제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상황이었는데 히어로 임무로 인해 제가 너무 바빠지면서 아이를 제 어머니가 돌봐주고 계세요. 그동안 아이가 아파하며 엄마를 찾아도 당장 달려가지 못한다는 게 제겐 큰 고통이었습니다. 이젠 우리 명석이의 엄마로 역할을 다할 생각입니다.

기자3

레드플라이는 하늘을 날 때 겨드랑이에 감춰진 날개가 크게 펼쳐지는 게 인상적이었는데 그럼 앞으로 날개를 아예 사용하지 않을 생각인가요? 

레드플라이

언론에 처음 밝히는 건데… 제 날개는 지난주에 수술로 제거하였습니다. 더 이상 날개는 펼쳐지지 않으며 저는 더 이상 하늘을 날 수 없습니다. (또박또박) I’m not a hero anymore.



웅성거리는 기자들 소리.


스컹크맨

(사회자에게) Hey, MC? Let’s stop here. 

사회자

아, 네. 그럼 이것으로 감마선 히어로 기자회견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기자4

잠시만요! 스컹크맨은 방구 계속 뀌잖아요! 

스컹크맨

What? Oh! my 지저스 크라이스트!

기자4

앞으로 냄새는 어쩔 겁니까?

스컹크맨

(버럭) 왓 더… 너 진짜 뒤질래?

기자4

방구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스컹크맨

야! 너 소속 어디라고?

기자4

유튜브 TV ‘뉴스는 개뿔’의 방기복 기잡니다. 

스컹크맨

방기봉? 이름 뭐야… 너 이름 왜 그래! 

기자4

방기봉 아니고 방기복입니다! 복!

스컹크맨

봉이고 복이고 간에 너 유튜브 이 개색….

블루씨스루

(가운데서 말리며) 최박사님, 참으세요. 

기자4

어? 방금 멍멍이 어쩌구 욕설하신 겁니까? 명예훼손. 

스컹크맨

맘대로 해봐! 너 이리 와, 이리 안 와? 

기자4

생방송, 증거확보.

블루씨스루

(기사4에게) 방기뿡! 저리 가세요! (스컹크맨에게) 박사님, 생방송 중입니다. 진정하세요. 아이들이 보고 있습니다. 가족을 생각하세요!



히어로들과 기자가 뒤엉켜 있는데 갑자기 굉음과 함께 모두 슬로우로 움직이고 그린타키온이 빠른 걸음으로 등장한다. 그린타키온은 전형적인 쫄쫄이 히어로 의상을 입고 있다. 그린타키온이 여유 있게 관객들을 구경하고 여기 갔다 저기 갔다 어슬렁거리고 그동안 모두 슬로우로 움직인다. 그러다 그린타키온이 멈추면 모두 정상 속도로 움직인다. 기자2가 그린타키온을 발견하고 소리친다. 


기자2

그린타키온이다!



기자들 모두 그린타키온에게 몰려가 질문한다. 


기자3

그린타키온! 왜 불참한 겁니까?

기자4

진짜 싸웠습니까?

기자5

앞으로 혼자서 다 해 처먹겠다는 겁니까?

기자1

한마디만 해주세요!



그린타키온이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제지하는 모션을 취하자 모두 조용해진다.


그린타키온

작금의 현실을 매우 안타깝게 여기며 차마 슬픔을 금치 못하는 심정입니다. 대의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대승적 차원의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생각들이 여전히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구나! 위선과 독선으로 팽배한 동물적 본능이 여전히 우리의 뇌와 심장을 황폐화하고 있구나! 새삼 깨닫게 됩니다. 두렵습니다.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은 무어라 평가할 것인지, 과연 역사는 이 순간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앞으로 나, 그린타키온은! 나 혼자만이라도! 내게 주어진 이 운명에 순응하여 한없이 막중한 책임과 사명감을 느끼고 우리 대한민국과 지구의 인류를 위하여! 이 한목숨 아낌없이 바치는 히어로 중의 히어로가 되겠노라고!

기자2

그렇다면 앞으로 국제 히어로 협회….

그린타키온

그럼 이만.



기자2를 비롯한 모두가 슬로우로 움직이며 그린타키온은 나름 빠른 걸음으로 퇴장한다. 다시 정상 속도로 돌아온 사람들. 


기자2

갔네.

블루씨스루

저 씨방새… 끝까지 제 혼자 잘났네.

기자6

What? C방새? what do you mean?

블루씨스루

아니요. 별 뜻 없습니다. 자, 그만 갑시다. 

기자4

방구 어쩔 겁니까?

스컹크맨

그만 해요. 좀!



모두 퇴장하며 암전.




2장 – 속사정



스컹크맨과 블루씨스루가 벤치에 앉아 막걸리를 종이컵에 따라 마시고 있다.


블루씨스루

왜 그러셨어요. 생방송 중에 그렇게 흥분하시면 안 된다니까.

스컹크맨

그 자식 날 망신 주려고 의도적으로 그러는 거라니까. 방기뿡인가 방기뽕인가 그놈 그거 진짜 자기 이름도 아닐걸? 얼마 전부터 계속 쫓아다니면서 시비나 걸고 가짜뉴스 만들어서 퍼뜨리고 다니고 말이야. 봐! 거기까지 나타난 거 보면…. 

블루씨스루

유튜브 기자들이야 뭐 관심 끌어서 조회수 올리려고 별짓 다 하는 거죠. 그냥 무시하세요.

스컹크맨

그나저나 진 박사 그 자식은 거기 왜 온 거야? 

블루씨스루

그러게요. 잘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끝까지 아주… 어휴, 됐어요. 말해봤자 기분만 상하지. 아무튼 우리 입장 다 밝혔으니 세상이 뭐라고 떠들건 말건, 지구가 망하건 말건 이제 신경 끕시다. 그동안 맘고생 한 거 생각하면… 그냥 후련해요. 

스컹크맨

어떻게 신경을 안 써. 가족들한테까지 피해가 가는데….

블루씨스루

별수 있나요. 잠잠해질 때까지 버텨야죠. 한잔하시죠.



두 사람, 건배하고 막걸리 마신다. 


스컹크맨

참, 아까 협회장한테 전화 왔었어. 

블루씨스루

스파이더맨이요? 뭐래요? 

스컹크맨

뭐… 기자회견 보고 연락했다고. 상의도 없이 그렇게 발표해버리면 어떡하냐고. 

블루씨스루

상의했으면? 협회가 우리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지가 대신 변호해줄 것도 아니면서.

스컹크맨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잖아.

블루씨스루

그래서 뭐라고 했어요?

스컹크맨

‘방송에서 본 그대로다. 우린 매우 타이어드하다. 그래서 협회 탈퇴할 거다.’ 그랬지. 그랬더니 어쩌고저쩌고 한참 얘기하는데 말이 워낙 빨라서 못 알아듣겠더라고. 뭐… ‘만나서 얘기하자. 한국으로 당장 가겠다.’ 그런 뜻 같길래 ‘그럼 당신이 통역 구해 오슈! 난 당신 대접할 기분 아니니까!’ 그랬더니 오케이! 그러더라고.

블루씨스루

아, 오긴 뭘 와. 전 안 만나요. 형님, 혼자 만나세요. 

스컹크맨

같이 봐. 지가 통역도 구해서 오겠다는데. 

블루씨스루

뻔하잖아요. 회원 수 줄면 자기 입지 좁아지니까… 그럼 지구는 누가 지키냐, 코리아 위상이 어쩌고저쩌고하면서 사탕발림할 거 뻔한데… 어차피 발표도 했고 더 이상 바뀔 것도 없는데.

스컹크맨

야, 그래도 끝까지 마무리는 잘해야지. 

블루씨스루

난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게… 국제 히어로협회를 도대체 왜 만든 거냐고. 복지, 혜택? 뭐 이런 건 바라지도 않아. 최소한 히어로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고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스컹크맨

그러니까 내가 선거 때 스파이더맨 뽑지 말자 그랬잖아. 

블루씨스루

이렇게 개판 칠 줄 알았나. 젊었을 때처럼 잘할 줄 알고 뽑았지.

스컹크맨

그게 또 다르지. 현장 출신이라 협회 같은 행정 쪽 일은 경험이 없으면 힘들고….

블루씨스루

경험이 없으면 협회장 나오지 말고 현장에서 전설로 남던가. 

스컹크맨

야, 히어로도 사람인데 그게 되냐?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 거야. 몸도 불고… 듣자 하니 그 친구, 거미줄 나가는 게 예전 같지 않은 모양이야. 축축 늘어지고 뭐 자주 끊어지고 그렇다네… 젊은 히어로 애들은 밑에서 계속 치고 올라오지,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알아서 빠지는 게 낫지.

블루씨스루

그러니까 결국 자기 살길 찾으려고 협회장 선거 나온 거잖아요. 

스컹크맨

그렇지. 나이 들었다고 밥 안 먹는 건 아니니까. 

블루씨스루

그런 자리는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일해야지. 자기 명예, 이익이나 취하려고 말이야. 스파이더맨 옛날에 진짜 좋아했었는데… 협회장 되고 일하는 거 보면서 대박 실망했네! 진짜. 

스컹크맨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도 있지. 사람 안 변한다고? 난 그거 아니라고 봐. 변하는 게 오히려 정상이야. 자기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바라보는 풍경이 달라지거든. 그런데 어떻게 안 변해? 

블루씨스루

형님, 스파이더맨한테 뭐 받아먹은 거 있어요? 왜 이렇게 감싸는 거예요?

스컹크맨

감싸는 게 아니라… 나도 같이 늙어가는 처지다 보니까 그냥 그렇더라고. 그래, 네 말 맞지. 그 친구, 결국 자기 밥그릇은 다 챙겼으니까. 

블루씨스루

국제 히어로 협회장이잖아요. 미국 히어로 협회장이 아니라고요. 미국 이익 취할 건 다 취하고! 예? 젊었을 때 히어로 대접받을 거 다 받고, 누릴 거 다 누렸으면서! 안 그래요? 

스컹크맨

그래. 그 친구랑 비교하면 우린 완전히 늘그막에 히어로 됐으니까.

블루씨스루

협회 총회 처음 참석했을 때 신입회원들 인사하라고 하는데… 새파랗게 어린 10대, 20대 히어로 애들 앞에서… 머리 희끗희끗한 양반들 넷이 쪼르륵 서 가지고….

스컹크맨

맞아. 그랬지. 허허. 

블루씨스루

에이, 관두길 잘했어요.

스컹크맨

그런데도 그 자식은 계속한다잖아. 

블루씨스루

진박사요?

스컹크맨

그래. 초록색 그 푸르죽죽한 놈. 

블루씨스루

걔가 그만두겠어요?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라 해주는데. 신나지 아주 그냥.

스컹크맨

다들 걔를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거야? 난 진짜 이해가 안 돼.

블루씨스루

키도 크고 잘생기긴 했잖아요. 

스컹크맨

아이고, 그 얼굴이? 잘생기긴 개뿔!

블루씨스루

우리 중에요.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스컹크맨

인정 못 해. 우리 딸은 내가 제일 잘생겼대!

블루씨스루

인기가 제일 많은 건 사실이니까. 외모가 그나마 제일 봐줄 만하잖아요.

스컹크맨

아냐! 외모 때문이 아니라 능력 때문이야. 나도 그 새끼처럼… 응? 슉! 슉! 빨리 달리고 뭐 그런 능력이었으면 그거 또 모른다. 응? 아니면 힘이 엄청나게 세진다던가! 투명 인간, 염력… 뭐 그런 거 많잖아. 그런데 하필 이게 뭐냐? 쪽팔리게 방구나 뿡뿡 뀌고 다니고… 이게 또 냄새로 발휘되는 능력이라 컨트롤도 잘 안 돼요. 특정이 안 돼! 너 그때 생각나? 인천 칼부림 난동 때!

블루씨스루

아, 어떻게 잊어요. 그날을.

스컹크맨

칼 든 놈만 마취시켜야 하는데 그날 바람이 좀 불었잖아. 그때 출동한 경찰들, 구경하던 시민들까지 백 몇 명이 마취 돼 가지고 구급차 수십 대 오고….

블루씨스루

뭘 또 설명해. 나도 현장에 있었는데. 그날 현장보다 그 뒤가 더 힘들었지. 사람들 마취, 제대로 안 풀려서 걷질 못 하네. 말을 잘 못 하네. 소송만 수십 건에다 재판 땜에 법원에 들락날락… 옆에서 보던 내가 다 지긋지긋하다. 

스컹크맨

어이없지. 참… 욕은 욕대로 먹고… 도대체 쟤 누가 불렀냐고… 또 뭐야. 그거… SNS랑 유튜브에 내가 방구 뀌는 짤 만들어서는… 그 부분만 영상 딱 편집해서 응? 니미… (한 잔 벌컥 마시고는) 우리 딸이 어느 날 학교 끝나고 집에 왔는데 눈이 시퍼렇게 멍들어서 온 거야. 

블루씨스루

그런 일이 있었어? 왜? 

스컹크맨

나도 물어봤지. 어쩌다 그런 거냐? 그런데 이 녀석이 끝까지 말을 안 하네? 담임한테 전화했지. 같은 반 친구들이 놀렸다는 거야. 니네 아빠 짤 봤다고. 그런 아빠랑 한집에 어떻게 같이 사냐고. 방구만 뀌면 기절하거나 몸이 굳어버리잖아 그러면서 방구쟁이, 방구쟁이 막 응? 뭐 그랬겠지? 그래서 이 녀석이 우리 아빠 방구쟁이 아니라고… 놀리던 애들 대여섯 명이랑 치고받고 머리끄덩이 잡고… 뭐 그랬대. 그런데 그 얘길… (울컥해서 목이 메는 듯) 아빠한테 말은 않고… 아빠 걱정할까 봐. (눈시울이 붉어지며) 이제 열두 살밖에 안 된 녀석이… 못난 아빠 땜에… 내가 그 얘기 듣고 열이 뻗쳐서 그냥… 학교 건물에다 큰 거, 몇 방 부아앙! 싸질러버리려다가….

블루씨스루

안 되지. 또 뭔 난리 나려고. (고개 숙인 채 어깨 들썩이는 스컹크맨) 아, 왜 울고 그래요. 또. 



블루씨스루, 손수건 꺼내어 건네고 스컹크맨 받아서 닦는다. 


스컹크맨

나 진짜 너무 힘들어. 

블루씨스루

(토닥토닥) 힘들지. 힘들어.

스컹크맨

나이 먹으니까 눈물이 많아지네. 고마워. 이 박사 너밖에 없다. 진짜. 

블루씨스루

그럼요. 누가 알겠어. 

스컹크맨

사실 방심하면 안 되거든. 자다가 와이프 몇 번 응급실 실려 간 적이 있긴 해. 그래서 평소에 조심하긴 했었는데….

블루씨스루

그랬구나. 그건 또 몰랐네. 그런데 신기한 건 형님은 아무리 냄새 맡아도 괜찮다는 거. 

스컹크맨

그러게. 아무리 맡아도 난 괜찮아. 내 방구라 그런가?

블루씨스루

난 내 방구 냄새도 싫던데. 냄새는 느껴지죠?

스컹크맨

그렇지. 

블루씨스루

참 신기해. 

스컹크맨

방구 얘기 그만하자. 

블루씨스루

네. 그래요. 



침묵.

 

스컹크맨

아무튼 난 정말 히어로 되고 나서 한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던 것 같아.

블루씨스루

맞아요. 저도 주위에서 그러더라고요. 히어로 되고 나서 웃음기가 사라졌다고. 그제야 느꼈어요. 아, 나 불행하구나. 그래서 형님이 히어로 관두자고 했을 때 바로 동의했잖아요. 

스컹크맨

그래, 기다렸다는 듯이. 

블루씨스루

맞아요. 하하. 그랬죠. 

스컹크맨

그래도 넌 나보다 낫잖아.

블루씨스루

뭐가요?

스컹크맨

투시 능력… 네 능력은 쪽팔리진 않으니까.

블루씨스루

그렇긴 한데… 따져보면 이게 딱히 써먹을 때가 없어요. 히어로라고 하기엔 좀 아쉽죠. 그런 생각 가끔 해요. 눈에서 레이저 광선 나가고 쇠 같은 거 녹이고 뭐 그런 거면 더 좋지 않았을까.

스컹크맨

아니. 난 생각이 좀 다른데? 이제 와서 말하지만… 사실 난 이 박사 네 능력이 진짜 부러웠어.

블루씨스루

예? 왜요? 어떤 점이…?

스컹크맨

넌… 다 볼 수 있잖아.

블루씨스루

뭘 다 봐요?

스컹크맨

있잖아. 그거….

블루씨스루

그거 뭐?

스컹크맨

그 왜… 여자들… 응? 얼마나 좋아. 아이 부러워.

블루씨스루

….

스컹크맨

맞지? 아냐? 왜 대답 안 해? 좋지? 

블루씨스루

그것도 계속 보면 재미없어요. 

스컹크맨

왜? 왜? 그게 왜? 난 공감이 하나도 안 되네?

블루씨스루

오히려 불편해요. 사람들이 자꾸 어색해하고 슬금슬금 피하면서 나랑 말도 안 섞으려고 하고… 변태 보듯이 날 보는 그런 느낌 있잖아요. 아시죠?

스컹크맨

난 모르지.

블루씨스루

아니, 내가 뭐 보고 싶어서 보나? (스컹크맨을 하부를 바라보며) 그냥 보이는 걸 어떡해? 

스컹크맨

(블루씨스루의 시선을 느끼고) 불편하네. 좀. 

블루씨스루

아, 죄송해요. 말하다 보니까. 아무튼 뭐 가족들도 예전 같지 않고… 어느 순간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외딴섬에 덩그러니 나 혼자 던져진 느낌이랄까.

스컹크맨

그러네. 또 그런 아픔이 있었네. 



침묵. 


스컹크맨

우리가 능력이 생겼다는 걸 들키지 말았어야 했어. 아무도 모르게 비밀로 했어야 됐는데. 진짜 너무 후회된다. 

블루씨스루

우리도 복면 같은 거 쓸 걸 그랬어요. 

스컹크맨

처음이 중요한데. 첫 단추를 잘못 끼웠어. 시발.

블루씨스루

(놀라서 바라보며) 방금 욕하신 거예요?

스컹크맨

아니. 시발점이 잘못됐다고. 처음.

블루씨스루

아, 네. 



침묵.


스컹크맨

우리 처음에 히어로 된 거 어떻게 알려진 거지?

블루씨스루

진 박사가 카메라 다 있는 데서, 제 능력 보여주고 우리 능력까지 다 까발렸잖아요. 

스컹크맨

맞다. 그놈. 

블루씨스루

그랬죠.

스컹크맨

자랑하고 싶어서.

블루씨스루

그걸 못 참고.

스컹크맨

맞아. 

블루씨스루

처음에 바로 그래 버려서.

스컹크맨

다 망한 거네.

블루씨스루

그렇죠.



침묵.


스컹크맨

시발놈.

블루씨스루

(휙 쳐다보며) 이건 진짜 욕이다.

스컹크맨

아닌데? 줄여서 말한 건데? 처음에 그놈이 그런 게 시발점이다.

블루씨스루

아, 처음 그놈?

스컹크맨

응. 시발놈.

블루씨스루

괜찮네.



긴 침묵.


블루씨스루

(버럭) 진짜 시발놈이네! 그놈.

스컹크맨

(깜짝) 깜짝이야.



스컹크맨이 블루씨스루를 쳐다본다. 갑자기 방구를 뀌는 스컹크맨.

재빨리 품속에서 방독면을 꺼내어 착용하는 블루씨스루.


스컹크맨

미안. 참고 있었는데 놀래서.

블루씨스루

(손짓으로 표현. “괜찮아요. 마음껏.”이란 뜻이다.)

스컹크맨

진짜?



블루씨스루, 고개 끄덕이자 방구 소리가 시원하게 계속 이어진다. 취객, 등장해서 지나가다 호흡이 곤란한 듯 고통스러워한다. 


스컹크맨

아이고, 어떡해. 하필 지금….

취객

사, 살려… 살려주세요. 

스컹크맨

미안합니다.

취객

다, 당신은….



취객, 결국 쓰러져 기절한다. 블루씨스루, 손짓으로 취객과 시계 가리킨다. 


스컹크맨

얼마나 걸리냐고?

블루씨스루

(끄덕끄덕)

스컹크맨

사람마다 조금씩 편차가 있긴 한데… 대충 한 사오십 분 정도?

블루씨스루

(손가락으로 엄지척) 

스컹크맨

막걸리 몇 통 더 사 올까?

블루씨스루

(끄덕끄덕)



두 사람, 담담하게 막걸리 마시며 암전. 




3장 – 협력과 모색



레드플라이가 가을 코트를 입고 한강 변에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에어팟을 귀에 착용하고 잔잔한 팝송을 듣고 있다. 레드플라이에게 전화가 온다. 레드플라이의 엄마가 한쪽에 등장한다. 


레드플라이

응. 왜?

플라이엄마

어디야?

레드플라이

한강.

플라이엄마

거긴 왜?

레드플라이

그냥. 바람 쐬러.

플라이엄마

혼자?

레드플라이

응. 무슨 일 있어? 

플라이엄마

아니. 그냥 안 들어오길래. 

레드플라이

명석이는? 

플라이엄마

방금 재웠어. 

레드플라이

그래. 

플라이엄마

힘들지?

레드플라이

괜찮아. 

플라이엄마

아까 박서방 잠깐 왔다 갔어. 

레드플라이

왜?

플라이엄마

짐 가져갈 거 있다고. 

레드플라이

무슨 염치가 있다고 거길 또 와? 그래서? 문 열어줬어?

플라이엄마

열어줬지. 어떻게 그럼. 문밖에 기다리고 섰는데.

레드플라이

명석이는? 아빠 만났어?

플라이엄마

아니, 아빠 왔다니까 제 방으로 휙 들어가서 문 딱 잠가버리더라. 겉으로 보기엔 그래도 아직 여덟 살이잖니. 어린 게 얼마나 충격이 컸으면…. 

레드플라이

엄마, 앞으로 그 인간 또 찾아오면 절대 열어주지 마. 엄마가 그렇게 받아주니까 계속 그러는 거야. 

플라이엄마

알았어. 저녁은? 

레드플라이

먹었어. 

플라이엄마

이제 날개도 없는데 혼자 돌아다니지 말고 빨리 들어와. 수술한 데는? 안 아파?

레드플라이

괜찮아. 통증도 없고.

플라이엄마

그거 관둬도 날개는 그냥 내버려 두지. 굳이 제거 수술까지 해야 했니? 

레드플라이

엄마, 말했잖아. 날개가 족쇄나 마찬가지라고. 날개가 있는 이상, 벗어날 수 없어. 협회든 정부든… 세상은 날 가만두지 않을 거야. 

플라이엄마

아까워서 그렇지. 명절에 고향 내려갈 때 진짜 편했는데. 네 시간 거리를 삼십 분만에 갔잖아.

레드플라이

엄마.

플라이엄마

알았어. 알았어. 그냥 하는 소리야. 

레드플라이

나 히어로 하기 싫다고. 내가 아무리 나쁜 놈들 때려잡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 구해줘도 나쁜 놈들은 계속 나타나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계속 생겨나. 내가 아무리 막아도 막아도 어차피 세상은 바뀌지 않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거랑 같은 거야. 정치하는 놈들은 우릴 이용하려 들고 대중은 우리가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내가 왜 그들의 꼭두각시로 살아야 해? 나는 그냥 엄마 딸로, 명석이 엄마로 살고 싶어. 나는 그게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이야. 

플라이엄마

그래, 알지. 엄마가 괜히 쓸데없는 소리 해서 또 우리 딸 힘들게 했네. 엄마가 미안해. 

레드플라이

엄마가 뭐가 미안해. 미안하단 말 좀 그만해.

플라이엄마

알았어. 이제 안 해. 얼른 들어와. 명석이가 엄마 언제 오냐고 찾다가 잠들었어. 노화가 어찌나 빨리 진행되는지 어제랑 오늘이 또 다른 것 같아. 



취객이 비틀거리며 등장한다. 조금 전 기절했던 그 취객이다. 


플라이엄마

열쇠 있지? 나 자고 있을지 모르니까 들어와서 씻고 푹 자. 밤늦게 혼자 위험하게 돌아다니지 말고. 요즘 거리에 취객들 많아서 시비 걸고 그러면 어떡해. 넌 사람들이 다 알아볼 텐데. 

레드플라이

엄마는 참… 요즘 무슨 취객이 많다고… (둘러보다가 취객을 발견하고) 알았어. 조심할게.

플라이엄마

그럼 끊는다. 

레드플라이

엄마.

플라이엄마

응?

레드플라이

미안해. 항상 고맙고. 

플라이엄마

엄마도. 

레드플라이

엄마는 항상 내 편이지?

플라이엄마

당연하지. 언제나 우리 딸이 최고지.

레드플라이

사랑해. 엄마.

플라이엄마

나도 우리 딸 사랑해. 



전화 끊는 레드플라이. 취객이 레드플라이를 보고 다가와 눈 비비며 유심히 살펴본다. 


취객

어? 레드… 그거… 레드… 맞죠?

레드플라이

아닙니다.

취객

맞는 거 같은데. 

레드플라이

아니라고요.

취객

맞잖아요! 임파선….

레드플라이

네?

취객

임파선 히어로! 기자회견 했잖아! 나 어제 뉴스 봤는데?

레드플라이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레드플라이, 자리를 피하려는데 취객이 쫓아온다.


취객

(주위에 알리고 싶은 듯 신나서 두리번거리며) 와, 히어로다! 여기! 레드다. 레드!

레드플라이

저기요. 많이 취하신 거 같은데 얼른 들어가세요. 가족이 기다립니다. 



레드플라이, 돌아서 가려는데 취객, 갑자기 우울한 표정. 맘에 걸리는 레드플라이 멈춰 선다. 


레드플라이

왜 이래?

취객

나 가족 없어. 

레드플라이

아, 그러세요? 

취객

혼자 살아. 

레드플라이

(측은하게 위로할 듯 다가가서) 그럼 혼자 사는 집에 가서 푹 주무세요. 

취객

나 벌써 자고 일어난 건데? 방구 형이 나한테 뿜뿌부욱 뿍! 부루룩 북북북 뽀오오옹! 해가지고 내가… (쓰러지는 상황 재연) 윽, 으윽 사, 살려주세요. 윽! 이러면서 잤는데.

레드플라이

미친… 진짜 옛날 같았으면 한강에 몇 번 담갔다가 꺼냈다. 운 좋으시네. 

취객

어? 봐! 히어로 맞잖아! 와씨! (주위에 알리려는 듯) 히어로다! 히어로가 나타났다!

레드플라이

(가려다 돌아서서) 그리고 임파선 아니고 감마선이거든요? 

취객

아, 맞네. 감마선. 근데 진짜 신기하다. 오늘 히어로 세 명 봤다. 와. 신기해.

레드플라이

(다시 멈춰서) 진짜 봤어요?

취객

어.

레드플라이

누구?

취객

방구 형이랑 파란색… 씨수? 씨루? 

레드플라이

블루씨스루.

취객

맞다. 블루씨루. 와! 근데 방구 형 냄새… 와씨, 욕 나오네. 진짜. 맡아봤어? 못 맡아봤으면 말도 꺼내지 마. 자격 없어. 진짜 짱짱짱! 슈퍼울트라 캡숑 방구! 독가스! 가스! 가스! 화생방! 화생방이다!

레드플라이

아유, 시끄러워. (등짝 때리며) 소리 좀 지르지 마. 주사 대박이네. 어디서 봤어?

취객

아파. 저쪽에 공원… 벌써 갔어. 눈 떴는데, 없어. 막걸리 마시던데 같이 먹지. 

레드플라이

뭐야. 자기들끼리만 먹고. 

취객

(유심히 쳐다보더니) 근데 실물이 훨씬 더 예쁘네.

레드플라이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취객

어딜 가. 같이 얘기하고 놀자. 

레드플라이

우리 엄마가 취객이랑 놀지 말라고 했거든요. 안녕히 계세요.



레드플라이, 떠나려는데 취객이 쫓아와 손목을 붙잡는다. 


취객

거참 비싸게 구네. 

레드플라이

이거 놔. 

취객

싫은데? 왜? 경찰 부를까? 아아, 히어로가 경찰 부르면 쪽팔리겠다. 

레드플라이

(뿌리쳐보는데) 놓으라고. 

취객

어? 이거 못 풀어? 히어로가 뭐 이래? 맞다. 너 날개 없지? 아임 낫 히어로! 아니, 날개는 어쩌고 낫을 들었어? (손을 보며) 낫 어딨어요? 낫 없는데? 

레드플라이

(더 강하게 저항하며) 진짜 안 놔? 

취객

힘도 약한 게 이젠 히어로도 아니면서! 응? 왜? 소리치게? 아까 못 봤어? 소리쳐봤자 아무도 관심 없어. 그러니까 나랑 얌전히 놀자고. 앙?



위기의 순간, 그린타키온이 나름 빠른 걸음으로 등장한다. 슬로우 동작으로 움직이는 취객과 레드플라이. 그린타키온이 살펴보며 여유 있게 상황 파악을 하더니 취객의 허리띠를 풀어 바지를 벗기려고 하는데 취객이 한쪽 팔로 바지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바지 벗기기를 포기하고 레드플라이를 떼어낸 후, 취객의 얼굴을 두 번 때리는 시늉을 한다. 다시 정상 속도로 움직이면 취객이 두 번 맞는 시늉 하고 얼굴을 감싸고 쓰러진다. 


취객

억! 억! (쓰러진 채로) 뭐야? (그린타키온을 보고) 너, 너는….

그린타키온

이보다 빠를 순 없다. 신비로운 녹색 에너지, 그린타키온이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그린타키온이 모션을 취하고 빛이 번쩍번쩍 그를 비춘다. 

눈부신 듯 눈을 가리는 취객과 레드플라이.


취객

으아아! 이 빛은…!



음악과 함께 빛이 사라진다. 잔뜩 놀란 취객. 


취객

와… 이거 실화냐? 

그린타키온

(취객에게) 경찰서까지 좀 모셔다드릴까? 3초면 도착할 것 같은데.

취객

혼자 집에 가겠습니다. 



취객, 달아나며 소리친다. 


취객

히어로다! 진짜 히어로가 나타났다! 오늘 히어로 다 봤다! 네 명 다 봤다! 하하!



어색한 두 사람. 


그린타키온

다행이야. 내가 너무 늦진 않은 것 않아서. 

레드플라이

다행이야. 내가 히어로를 그만둬서.

그린타키온

무슨 뜻이지?

레드플라이

쫄쫄이 입고 부끄러운 동작 안 해도 되니까. 

그린타키온

아, (모션 다시 취하며) 이 동작? 

레드플라이

하지 마. 

그린타키온

알았어.

레드플라이

용건이 뭐야?

그린타키온

뭐가 그렇게 급해?

레드플라이

너랑 같이 있는 거 보면 박사님들이 좋아하겠니? 늦었어. 명석이한테 가봐야 해. 

그린타키온

내가 데려다줄게. 너희 집까지 5초면 돼.

레드플라이

아니. 마음만 받을게. 차 가져왔어. 말해봐. 뭔데? 

그린타키온

냉기가 좔좔 흐르는구나.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냐?

레드플라이

원래 너랑은 대학 때부터 안 친했지. 같은 발전소 배정받아서 말 좀 섞은 것뿐이야.

그린타키온

그래도 10년 넘게 알고 지낸 동기 사인데 따뜻하게 좀 대해줘라.

레드플라이

따뜻하게? 지금 상황에 그게 되니?

그린타키온

넌 안 그래도 되잖아. 넌 왜 그 선배들 편에 서 있냐고. 

레드플라이

그 선배들 편에 서 있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이 그 선배들과 같은 것뿐이야. 

그린타키온

아니, 넌 달라. 

레드플라이

뭐가?

그린타키온

넌 진짜 힘들어서 그만두려는 거고 선배들은 날 시기하고 질투해서 그런 거야. 

레드플라이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린타키온

내가 인기가 제일 많잖아.



잠시 말문이 막힌 레드플라이. 당황스럽다.


레드플라이

말도 안 돼. 그래서 그 선배들이 히어로를 관두는 거라고? 네가 인기 많은 게 꼴 보기 싫어서?

그린타키온

응. 확실해.

레드플라이

초딩이니? 너 나이가 몇인데 지금….

그린타키온

감마선 히어로 인기 순위! 결과 알아? 

레드플라이

갑자기 그건 왜? 

그린타키온

아냐고. 

레드플라이

알아. 작년 연말에 발표한 거.

그린타키온

여론조사 전문 리서치 분야의 선두주자, 묻고 따지고 갤럽에서 우리나라 국민 8만 3천 명한테 물어봤잖아. 오차범위 플러스마이너스 100명. 내가 47%로 1위를 차지했고 2위가 43%로였어. 그게 누군지 알지? 

레드플라이

(조금 뿌듯한 듯) 나잖아. 

그린타키온

그래, 맞아. 

레드플라이

근소한 차이였어. 

그린타키온

좋아. 왜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해?

레드플라이

(잠시 고민하다가) 외모?

그린타키온

그렇지! 바로 그거야. 생각해봐, 너랑 나랑은 얼굴이 좀 되잖아. 그런데 그 두 사람은 인기가 너무 없어. 정말 끔찍할 정도지. 

레드플라이

얼굴이? 

그린타키온

아니, 인기 말이야. 

레드플라이

어 그래. 

그린타키온

마치 재앙 수준이야. 

레드플라이

얼굴이?

그린타키온

아니! 지금 인기 말하고 있잖아. 

레드플라이

아, 미안. 3등이 블루씨스루였나? 

그린타키온

맞아. 6.8 %였어. 스컹크맨이 3.2 %.

레드플라이

넌 그걸 소수점까지 다 기억하고 있구나?

그린타키온

어떻게 생각해? 

레드플라이

뭘?

그린타키온

같은 히어로 멤버라고 싸잡아 묶어버리기엔 겸상하기도 민망한 수치 아냐?

레드플라이

야, 겸상을… 너는 뭘 그런 걸로 쩨쩨하게….

그린타키온

쩨쩨? 쩨쩨한 게 누군데? 너 꼬드겨서 자기편 만들고! 나 따, 시킨 게 누군데!

레드플라이

알았어. 그렇다 치고! 그래서 뭐 어쩌자고? 본론이 뭔데?



그린타키온,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건넨다. 


그린타키온

읽어 봐. 

레드플라이

뭔데? (핸드폰 화면 읽어보며) 씨비씨엔택? 이 회사는….

그린타키온

응. 한국대학교 분자생물학과의 진병철 박사가 GMR과 손잡고 설립한 회사, 들어봤지? 희귀유전질환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설립된 제약회사.

레드플라이

그래서?

그린타키온

GMR은 항암치료 분야의 선두 주자인 미국의 제약회사 이름이잖아. 약자는 Great Medicine Rare… 뭐더라? 아! Rare disease….

레드플라이

약자는 됐고 빨리!

그린타키온

그래. 희귀병을 치료하는 위대한 의학제조회사 뭐 이런 뜻이야. 이번에 씨비씨엔택이랑 GMR이 손을 잡으면서 소아조로증, 루게릭병, 늑대인간증후군 등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실험이 거의 완성단계라는 정보를 입수했지. 그리고 소아조로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마지막 단계의 실험 대상자를 구한다는데 내가 네 아들을 추천해줄게. 

레드플라이

추천할 수 있어? 네가? 그럼 우리 명석이가 치료받을 수 있다고? 

그린타키온

놀라지 마. 이미 진병철 박사님한테 내가 전달했고 박사님도 좋다고 날짜 잡아보자고 하셨어. 

레드플라이

네가 그 박사님이랑….

그린타키온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진병철 박사님은 나의 5촌 당숙 어른이셔. 피는 못 속인다는 말 알지? 그 속담의 유래에 대해 알아? 사실 나도 유래는 몰라. 하하하. 안 웃겨? 아무튼 기쁘지? 

레드플라이

나한테 바라는 게 뭔데? 

그린타키온

바라는 거? 

레드플라이

네가 그냥 이럴 리 없잖아. 

그린타키온

알잖아.

레드플라이

설마 너… 나 좋아하니?

그린타키온

여전하네. 공주병. 

레드플라이

아냐?

그린타키온

히어로 관두지 말고, 그 박사들은 관두든 말든 신경 끄고 우리 둘이 히어로 계속하자고. 네 이혼 소송이야 남편 잘못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명석이 병은 고칠 수 있어. 명석이만 다시 건강해지면 너 히어로 다시 할 수 있는 거 아냐? 

레드플라이

(시무룩하게) 늦었어. 

그린타키온

왜? 뭐가?

레드플라이

나 이제 날개 없잖아. 

그린타키온

쇼하고 있네. 너 날개… 다시 생기는 거 알아.

레드플라이

(깜짝) 어떻게 알았어? 

그린타키온

제거 수술해주신 분이 내 숙부님 둘째 며느리의 사촌 오빠야. 정부랑 국정원 속이려고 그런 거라고 다 들었어. 두 달 후면 다시 원래대로 돋아난다며? 비밀로 해줄게. (툭 치며) 쫄기는. 

레드플라이

둘째 며느리의 사촌 오빠면 거의 남… 아니야?

그린타키온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아까 저녁을 성신여대 쪽에 있는 마포숯불갈비에서 대충 때웠더니 벌써 출출해진 것 같아. 사장님이 날 알아보시고 2인분이나 더 줬지 뭐야. 

레드플라이

그럼 대충 때운 건 아니네. 

그린타키온

근데 참 궁금하지 않아? 성신여대는 성북동 쪽인데 왜 숯불갈비 이름은 마포숯불갈비일까? 세상은 정말 알 수 없는 일투성이야. 그런 생각 해봤니? 

레드플라이

안 해봤어.

그린타키온

세상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내가 히어로가 된 걸까?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내가 신에게 선택받은 것은 아닐까? 너와 나의 연결 고리처럼 말이야. 

레드플라이

맞네. 너 나 좋아하네. 맞지? 

그린타키온

그렇게 보여? 착각은 금물. 그냥 지구의 악당들이 활개 치는 꼴을 두고 보지 못하는 작은 영웅이라고 생각해줘. 그럼 이만. 



그린타키온, 폼 잡으며 가려다 바로 전봇대에 꽝 부딪힌다.


그린타키온

(이마 붙잡고) 아야. 썅! 누가 전봇대를 여기에다… (레드플라이의 시선 의식하고) 하하. 내가 너무 빨라서 가끔 발생하는 일이야. 놀랄 것 없어. 

레드플라이

안 놀랐어. 

그린타키온

(가려다) 참! 이게 나만의 생각일까? 넌 고혜정보다 레드플라이가 더 어울려.



나름 빨리 사라지는 그린타키온.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서 있는 레드플라이.


레드플라이

진짜 뭐 하는 새끼지? 




4장 – 국제 히어로 협회 



커피숍. 스컹크맨과 블루씨스루가 나란히 앉아 있다. 블루씨스루, 시계를 확인한다. 


블루씨스루

늦네.

스컹크맨

오겠지. 

블루씨스루

여기 호텔 주소 정확히 알려주신 거 맞죠?

스컹크맨

그럼. (멀리 보고) 어? 저기 온다. 



스컹크맨과 블루씨스루,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한다. 스파이더맨이 등장해 서로 악수 나누며 반갑게 인사한다. 옆에는 정장 차림의 통역사가 서 있다.


스파이더맨

Wow! Long time no see!

스컹크맨

웰컴 투 코리아! 하하하.

블루씨스루

How have you been?

스파이더맨

I’ve been so busy, but I wanted to see you soon. 

통역사

(어설픈 발음) 마이 바빴다. 그러므로? 그러나? 너희 보러 왔다.

스컹크맨

(당황) 하하. 통역사 분이 한국인이 아니신 모양이네요. 

통역사

아임 줴미교포. 

스컹크맨

(탐탁지 않고) 아, 그러시구나. 

통역사

반가워. 나는 미쿡에서 탄생했다. (블루씨스루) 너는 어느 나라 사람이니? 

블루씨스루

네?

통역사

한국인 아니게 생겼다.

블루씨스루

I’m Korean.

스컹크맨

이 친구는 한국 토박이, 토종 한국인! 하하.

통역사

(못 알아듣고) 토바기? 또종?

스파이더맨

This translator speaks Korean really well and is a talented person. Especially, she came with me from America.

통역사

내가 한국말도 참 잘하고 실력 있는 통역사라고 하네? 특별히 미국에서 나와 함께 왔다. (스파이더맨에게) Thank you.

스파이더맨

You’re welcome. 

스컹크맨

자, 싯 다운 플리즈.



모두 자리에 앉는다. 


스파이더맨

I have dinner plans with the president later, so I’ll get straight to the point.

통역사

내가 이따가 대통령이랑 밥 약속이 있어. so… straight to the point?

스컹크맨

뭐야? 포인트?

블루씨스루

본론이요. 바로 본론 말하겠대요.

통역사

Yes! Yes! 보울론.

블루씨스루

알았어. 해. 고고.

스파이더맨

(품에서 종이 꺼내어 펼쳐 읽기 시작) 너네 협회 절대 탈퇴하믄 안돼.

스컹크맨

뭐야? (종이 훔쳐보며) 한글을 영어로 적었네?

통역사

내가 알려줬어. 얘가 직접 말하고 싶다고 해서 적어줬어. 

블루씨스루

아아, 얘가 그랬구나? 한국말 직접 하고 싶대서?

통역사

응. 

블루씨스루

그래, 좋네. 해봐.

통역사

Please do say.

스파이더맨

왜냐하면, 엉마 전에 미쿡에 베리베리 더 worst 빌런이 나타났다. Her name is ‘카멜레이’이다. 크녀는 여러 모양으로 비엉신 할 수 있고….

블루씨스루

transformation? 

통역사

Yes! that’s right. good.

스파이더맨

크러므로 코리아 히어로 네 명의 서포트가 방드시 삐료하다. 우리의 쾅… 크에이? (통역사에게 보여주며) what?

통역사

쾅케이, 쾅케이. 

블루씨스루

관계, 커넥션. 

통역사

Yes! 커넥션! 

블루씨스루

메이크 어 커넥션. 관계를 맺다. 

통역사

엑설런트! 

스파이더맨

우리의 쾅게를 생칵하여 초큼만 더 쑥코해주기 바랑다.

스컹크맨

숙고. 오케이. 언더스탠. 끝? 디 엔드?

블루씨스루

아니, 지금 한국 문제도 산더미야. 물가 오르고 출산율 떨어지고, 미국에 빌런이 나타났는데 왜 우리가 미국 걱정까지 해야 한다는 건지 모르겠네. 그리고 기자회견 못 봤나? 우리 관뒀다니까 숙고는 지랄.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스컹크맨

야, 야. 살살 해라. 

블루씨스루

됐고. 저기 통역사 언니, 그럴 수 없다고 전달해줘요. 우린 안된다고. 



통역사가 스파이더맨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간지러워하는 스파이더맨. 


스컹크맨

얼래? 뭐하는 겨?

스파이더맨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We don’t know when and how the villains will transform and come to Korea. 

통역사

우리는 빌런이 언제 어떠한 모양으로….

블루씨스루

빌런이 언제 어떻게 변신해서 한국에 올지 모른다 이거지. 

통역사

Yes.



스파이더맨이 말하는 동안 블루씨스루가 바로 동시통역한다. 


스파이더맨

Their power is growing. If left as it is, it will take over the U.S first and dominate the world, and Korea is also in danger.

블루씨스루

그들의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미국을 먼저 점령하고 세계를 지배할 것이며 한국도 위험하다. 

스파이더맨

Hulk, Shazam, Antman, and Venom have already gone over there. 

블루씨스루

헐크랑 샤잠이랑 앤트맨이랑 베놈도 이미 저쪽으로 넘어갔다. 

스컹크맨

베놈 그놈 그럴 줄 알았어. 내가.

스파이더맨

It is a very pressing situation.

블루씨스루

매우 긴박한 상황이다. 

스파이더맨

At this rate, if the Earth is occupied by them, manking will perish.

블루씨스루

이러다 지구가 그들에게 점령당하게 되면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 

스컹크맨

일어나자. 

블루씨스루

예?

스컹크맨

말했잖아. 우린 신경 쓰지 않기로.

블루씨스루

진짜요?

스컹크맨

이봐요. 통역 잘하세요. 우린 더 이상 국가와 지구를 위하여 우리 스스로를 희생하기보다는 나 개인과 가족의 안녕을 위해 살 계획입니다. 세계의 히어로? 지구의 히어로? 감마선 히어로는 이제 세상에 없습니다. 미국으로 돌아가세요. 우린 각자의 행복을 위해 살겠습니다. 가자.



스컹크맨과 블루씨스루, 자리에서 일어나 당당하게 퇴장한다. 

당황한 표정의 스파이더맨과 통역사.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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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

환승 윤미희 나오는 사람들 상희 민재 윤아 때 늦은 밤 곳 지하철 안과 밖 무대 무대는 달리는 지하철 안과 지하철을 기다리는 밖으로 나뉜다. 별다른 무대 장치 없이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것만 표현해도 좋다. 1. 주안역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상희, 민재, 윤아 세 사람 모두 검정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다. 각자 스마트폰을 보며 혼잣말을 하는 건지 들으라는 건지 모르겠는 말투로 민재 왜 난 검색해도 안 나오지? 윤아 버스 타야 하는데 괜히 지하철 타는 건가? 상희, 윤아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상희 제가 검색할 때는, 신도림에서 갈아타서 홍대입구까지 이렇게 가는 걸로 나오거든요. 민재, 기웃거리고 윤아, 상희의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민재 어? 그건 또 다르게 나오네. 윤아 도대체 뭐가 맞는 거야… 상희 성신여대입구까지도 간다고 나오니까 연희동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을 거예요. 윤아, 다시 자신의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민재, 끼어들며 민재 나도 좀 봐줘요. 민재,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민다. 상희,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며 상희 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셔서 잠실까지 쭉 갔다가, 잠실에서 8호선으로 갈아타셔서 천호, 거기에서 다시 5호선으로 갈아타야 된대요. 5호선에서는 한 정거장만 더 가시면 되고요. 민재 좀 애매한데… 윤아 이미 돌아가긴 늦었어요. 민재 역 주변에 있을 곳이 있나. 상희 전부 술집뿐인 것 같던데요. 민재 주안역은 처음이거든요. 상희 저도요. 윤아 저도 1호선은 많이 안 타봤어요. 민재 아까 올 땐 1호선 급행열차 탔는데, 윤아 1호선에도 급행열차가 있구나, 민재 우리 잘 도착할 수 있겠죠? 상희 그럼요. 부천행 급행열차가 오고 있다. 윤아 어? 급행열차네요. 민재 이거 타는 거 맞죠? 상희 이거 타거나 좀 기다렸다가 일반 열차 타거나 도착하는 시간은 똑같아요. 민재 왜요? 상희 …부천행이잖아요. 민재 네? 상희 신도림까지는 가셔야죠. 민재 아, 잠시 고민하는 세 사람. 민재 좀 덥지 않아요? 윤아 그냥 탈까요? 어차피 기다리는 거 조금이라도 가면서 기다리는 게… 상희 그래요, 그럼. 문 열리고 탑승하는 세 사람, 빈자리가 많아 좀 떨어져 앉는다. 각자 다시 스마트폰을 보며 윤아 왜 다시 검색하면 자꾸 다르게 나오지? 상희, 눈치만 볼 뿐 대꾸하지 않는다. 윤아 아까 거기서 버스 타고 가서 공항철도를 탔어야 했나 봐요. 잘 모르는 길이라 혼자 가기도 좀 그렇고 해서 따라오긴 했는데… 민재, 열차 내부에 붙어 있는 노선도를 바라보며 민재

  • 관리자
  •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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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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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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