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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 작성자 이타
  • 작성일 2025-02-03
  • 조회수 159

 새벽녘의 길어지는 시간과 늘어지는 그림자 속에서는 나와 저 별들과 같이 아스라이 계신 그대도 있을 것입니다. 그대없이 나는 얼어버린 세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 입니까? 그러나 저 원시에서 전해져 오는 존재하지 않는 별의 빛처럼, 나는 오늘도 그대의 남아있는 온기만을 탐닉하며 불안하게 깜빡이는 백열등 아래에서 공포에 떨며 그대의 모습만을 되세김질 할 뿐입니다.  


 나는 불빛 하나, 남은 온기 한 조각 조차 없는 이 적막한 순례길에 홀로 올라 허전한 내 가슴을 쓸어내리며 걸어갑니다  한 걸음, 두 걸음, 걸어갈수록 한 치 앞조차 보이지 않는 이 어두운 심해를 내 눈물로써 적셔갑니다. 발광생물 하난 없어진 이 어두운 심해에는 빛을 잃을 채 날카롭게 찢어진 큰 입을 벌리고서 날 삼키려 하는 산산히 깨진 전구라는 이름의 아귀 몇십마리가 날 삼키려 하며 내 눈물을 먹고 삽니다.


  그대는 그 곳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까? 그대만을 위해 관리하던 이 거리는 이제 꺼진 전구가 갈아끼워지지도, 낙엽붙은 이 거리가 쓸리지도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거리와 나는 그대가 두고 간 그대로 멈춰있기를 희망하는 것입니다. 이 멈춰있는 길을 거꾸로 되짚어 굳어버린 내 시계에 내일의 숨을 불어넣습니다.


 그대가 지나오던 길을 통하여 초록색 대문 앞으로 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간 뒤 풀밭이 되어버린 마당을 지나 오래 닫혀있던 미닫이 문을 열어 마지막 남았을 그대의 향기마저 천천히 날려보냅니다. 들어가자 내 눈에 보인 입구의 꽃무늬 카페트와 구식 청소기, 언제나 잘 깎인 과일이 놓여있던 식탁을 지나 체리색 문에 작은 꽃 화관이 매달린 그대의 방으로 가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전히 포근한 냄새와 따스한 공기에 당장이라도 그대가 나와 날 반겨줄 것 만 같았습니다. 이 공간에는 마지막 남은 그대의 숨결이 머무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곱게 정돈된 침대 옆 간단한 화장품 몇 개와 작은 거울이 놓인 그대의 책상위를 천천히 훑어봅니다 그 후 미안한 마음으로 책상 서랍 안을 살며시 열어보았습니다. 그 속에는 그대가 소중히 여기던 사진 몇장이 고무줄에 묶인 채 덩그러니 놓여있었습니다. 나는 그대의 지난 사진들을 천천히 훑어봅니다. 그대의 젊을 적 사진과 그대의 어머니,아버지 사진과 젊은 날 그대의 추억이 서려있을 그대와, 그대의 친구들과 아름다운 경험들이 그 안에 녹아져 담겨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샌가 어떤 남자가 사진속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한 카페에서 사진 끄트머리에 작게 나와있던 그 남자는 어느샌가 점점 그대의 곁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다 어느샌가 하얀 드레스와 한껏 올려묶은 검고 풍성한 머리를 한 그대의 옆에 구두와 양복을 차려입은 채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그대의 손을 잡아주는 그 남자가 있었습니다 사진을 더 넘기면 넘길수록 그대와, 그 남자는 점점 늙어가고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샌가 그대는 아름다운 하얀 드레스가 아닌 하이얀 환자복을 입은 채 검고 풍성하던 머리를 깎아버린 채 앉았다 누웠다만 합니다. 몇 년 전에 일이였습니다. 무심코 받은 검사에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암이란 것이 발견된 것은 말입니다. 그렇게 한동안이 비어있던 사진을 넘겨보니 그대는 사복을 입은 채 병원 밖을 환한 미소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분명 다른이가 봤다면 무슨 좋은 일이 있었을 것 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옆에서 그대의 손을 잡고있던 그는 왠지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다다음 사진을 넘길수록 그대는 점점 마르고 야위어 갑니다. 휠체어를 타고 공원에서 산책하며 찍은 사진과 책상에서 책을 읽던 그대의 모습들이였습니다. 어느샌가 한 장밖에 남지 않은 이 사진의 마지막은  그대의 생일파티 때 내가 찍은 사진이였습니다.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환히 웃으며 초를 불던 그대의 영원히 함께 행복하자던 소원은 그 후 몇시간이 지난 다음 날, 해가 밝지도 않은 새벽 1시 37분에 흰 천이 덮이며 끝나버렸습니다 마지막 사진까지 다 넘기고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그대의 사진들을 다시 서랍안에 고이 모셔두고 천천히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영원하길 바라던 우리는 이제 깊은 이별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대와 다시 만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시 만나자 약속한 그대와의 약속을 난 기억합니다. 그대도 기억하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함께 행복할 것입니다. 나와 이 거리는 그대가 날 데리러 올 때 까지 우리가 사랑하던 모습 그대로 그대와 다시 행복할 날을 기다릴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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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람들의 삶은 생각처럼 단단한 홋줄에 묶여있지 않습니다. 도리어 얇디얇은 비단실에 의지해 살고있는 것이 우리입니다. 그 비단실은 너무나 연약하여조금만 기대는 순간 맥없이 끊어져버릴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비단실을 억지로 잡아늘리며 정처없이 먼 이상향만을 탐닉하였으나 그 실이 언제까지 버틸지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사실 어쩌면 그 실은 이미 어딘가에서 끊어져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부분을 알아채기란 죽는 것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그 밖에 무엇이 있는가를 보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떻게든 본인의 실을 더듬어 만져보아야 합니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한 건 사람없이 한적한 어느 해변가였습니다. 그의 주머니에는 핸드폰도 돈도 없었으나, 그는 왠지 모르게 피식피식 웃음을 지었으며 삶의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이라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언제나 쫓기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그가 어릴 적 어린이집에서 우연히 쓴 동시와 풀어놓은 수학문제를 보게 된 어린이집 선생님의 자랑과 호들갑 탓에 영재라는 부모님의 기대를 한껏 품고 자란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부풀어진 기대의 근거를 찾으려 그의 부모님은 여러 기관을 찾아 영재 검사도 받아보고 하였으므로 시험 성적같은 것은 당연히 그에 부모님의 기대와 맞아떨어져야만 했습니다. 그러지 못한다면 그는 그들의 수치일 뿐 이였습니다. 그러나 과도하게 부풀어진 기대가 순식간에 바람빠진 풍선꼴이 되는 것은 하냥없이 순식간의 일이였습니다. 그의 성적이 언제나 최상위권을 유지하기 바랬던 그의 부모님은 학원에서 아이의 성적이 70대까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평균에 비하면 근소히 높은 점수였으나 그 부모님에게는 크나큰 충격이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성적은 천천히 천천히 더 떨어져갔습니다. 그리고 그 분노들은 그의 글과 자유를 향해 어그러진 시선을 적나라하게 내비치게 되었습니다. 그가 쓰던 글 한 장 한장이 그들에게는 시험 점수들로만 사회의 점수매길 수 없는 점수들로 환산되어 보였습니다. 그리하여 그의 글은 처음에는 모른 새 한 장, 두 장 사라지더니 점점 심해져 나중에는 그의 눈 앞에서도 당연한 듯 찢고 밟히며 어긋난 분노의 표출대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러면 그가 공부에 전념할 것 이라는 부모님들의 예상과는 달리 그는 이것을 통해 오히려 새로운, 인생 처음 느껴보는 어떤 감정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글들이 버려질 때. 그리고 그의 글들이 눈앞에서 조롱당하고 비웃음 당할 때는 훨씬 더, 그리고 마침내 그의 두 손에 원고지 한 장 쥐어지지 못하고 문제집만이 주어졌을 때 그는 차마 형용하지 못할 감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때 새로운 감정에 풀려버린 이것이 그의 매듭이였을지도 모릅니다. 부모님의 숨길에 부풀려진 풍선을 자신도 모른 사이 억지로 부여잡고있던 그 매듭을 손에서 놓자 그는 처음으로 홀로 숨 쉬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난 무의식 속 기억들이 빠져나가는 바람을 억지로 막으려 하였으나 스스로 숨 쉬게 된 그에게는 하등 소용없는 것 이였습니다. 그의

  • 이타
  • 202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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