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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채기

  • 작성자 레니
  • 작성일 2024-04-09
  • 조회수 204

블레스 유에 대해 배웠어

방충망 없이 열어둔 창문

너머 선명한 점심시간 운동장


코에 봄이 머물렀다 떠나면

곳곳에서 들려오는 파찰음

가슴께에 공기의 압력이 차오르고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바람을 뱉어낸 서로를 보면서


너는 내 영혼이 소중해.

그럼 이건 사랑이 아니야?

사과주스 단내 네가 먹었던


사각이던 샤프가 멈추고

미색 노트 위로 빛이 일렁이는

그걸 비추는 네 검은색 눈


낯선 영어 말로

꼭 안아 축복할래

절대 도망치지 않도록


투명하게 증발하는 조각들


너와


사이를

메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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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한 상실의 표식들

해가 지고 있잖아아침부터텅 빈 집껌뻑이는 눈으로 죽어버린 소리들을 들으면속눈썹이 하야게 새는 것 같아젊을 적부터 네 이름이 좋았는데아들 자가 들어가지 않는막내딸의 보송한 이름이미연아울음이 턱 밑에서 굳었다너를 위해 울지 못해이해하지?그래. 울지 못하는 사람강해져야 한다면서 도망치지 못했던 너처럼미련하게이상하지?세상이 작동하잖아방송이 켜지고 세탁기가 돌고밥솥이 뜨거워지고 냉장고는 차갑다그래도 네가 없어서 그런가 눅눅하다세탁기를 열지 못하고엉켜버린 빨랫감에서 자릿내가 나고세면대의 물이 마르지 않잖아미연아아직도 해가 진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들어온다누군지 모르지만 상관없다 누군지 모르지만나는 돌아와야 한다씩씩하게이해하지?

  • 레니
  • 2024-05-17
아직도 여전히 다행히

가로등 밑 시소가 흔들리는 걸 봤어 같은 세상에 내던져진 그때처럼작던 키는 여전히 나란하고이렇게 아직도 우리인 건시간만의 솜씨는 아닐거야 그치어떤 생물적 작용혹은 우연적 필연왜 있잖아어른들은 모르던설익은 마음이나 어린 표정작은 걸음걸이와 손짓먼지가 햇빛 속에 부유하는 걸 봐어제와는 다르게 분류하는 세상처럼우습게 맞춰지지 않는 발끝그래도 휘청이며 즐겁잖아단단하지 않은 발목은낭창낭창 부러지지는 않을거야 그치이상하게 새로운 미숙함이지만상하지도 굳지도 않은채로우리는 여전히 빛을 받고

  • 레니
  • 2024-03-28
하얀 늪

뭔가 쓰려던 손이 시려서다시 주머니 속에 넣고텍스트 사이의 간격을껌뻑이는 눈으로 바라보면속눈썹이 하야게 새는 것 같아거북목은 쑥 뽑혀서갈라파고스 거북이가 되는 상상늙는 기분이 든다아직 담배 한 갑 못사는데손등이 주글주글 주름지고피부가 두꺼워지는거북이도 죽고 싶을 때가 있을까따개비에 뒤덮인 이끼눈의 거북은그럼에도 살아있음을 느끼나글자의 의미 사이에빈 공간이 점점 넓어져서쑥 빠지는 상상탈출하지 못하는 나아가지 못하는내가 된 나. 무얼 쓰려 했더라기억은 나지 않고목이 뽑혀버리는

  • 레니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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