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

겨울에도 갈매기가 비상하는 바닷마을8년의 여정 끝에 홀몸 되어 찾아왔더랜다 어느 곳에 자취 있나 살펴보기를수족관 속 팔딱 거리던 활기의 비린내어묵 국물과 호빵이 피어내는 하이얀 행복웃음 짓듯 펼쳐진 미역의 싱그러움건물과 함께 유년시절이 붕괴해버리고그 모든 향이 코 끝에서 멀어지기를 결심했나보다서부 컨셉 주점들과 청춘들의 짠짠짠사막을 밟고 선 버스커의 기타소리바뀌지 않은 것은 갈매기에게 과자주는 동심 뿐이방인은 침묵하며 걷기를 반복 할 뿐바다는 낚시꾼이 보여야 바다지!미역 줄기 넓게 펼쳐진 그곳이 바다지!당신들의 눈에는 나의 바다가 촌놈의 바다로다지나가는 신발마다 친구인지 연인인지, 아니면 우연히 겹친 개인인지나는 개인이긴한데 내 신발도 타인과 섞여 그리 보였을지같은 시간에 함께 서 있을 수 있는 것도 어쩌면 필연이 아닐까그럼에도 나는 자꾸만 바닷물을 훔쳐내고 발자국을 밟아내고,등대야, 너는 기억하냐? 너는 또 그렇다는듯이 불빛을 비춰내고그럼 됐다 반갑구나 촌놈의 바다는 모든걸 품을 수 있다더라바닷 촌놈 네게 기댈 적에 웃으면서 말해주라촌놈의 바다는 도시마저 품고 있을 거라고 깊은 밤을 품어내듯 시간 마저 품고 있을 거라고

• 식빵연필
• 2024-02-10

창문 너머 캄캄한 하늘 그 아래 큰 벽큰 벽 뒤에 작은 벽작은 벽 뒤에 큰 벽큰 벽 뒤에 큰 벽큰 벽 뒤에 다시 작은 벽작은 벽 뒤에 작은 벽작은 벽 뒤에 구상하좌우 어느 곳에서도 벽이 있고 나는 그 어느 벽 속에나 놓여 있고사람들과 함께 있으나 함께 있지 않고모든 게 하나 같으면서도 구분되어 있고사각형의 외부와 내부의 어느 지점에 나는 동시에 양립해 있는데 어느 지점이란 양립의 이유로 모든 공간이 되는 것

• 식빵연필
• 2024-01-16

원래 겨울이 이리 차가웠던가너라는 불씨가 피어나 따뜻했던가어쩌면 마비된 감각이 다시 돌아오는 것일지도오랫동안 굳은 다리가 너무 차갑다얕게 뱉는 한 숨은 김이 되고 그 속에서 너가 일렁인다 눈처럼 흰 피부와 푸른 눈동자예쁘게 다듬은 조각상처럼 너는 맑고 투명하게 반짝인다손으로 너를 잡는다 이내 사라진다 아, 허상이다나는 매일 잿더미에 파묻혀 같은 짓을 반복한다잿가루가 휘날리면 너는 그 속에 녹아 날아간다너무나도 아름다운 우리의 향취그러나 재는 언제나 태워진 무언가다그대는 눈사람을 만들어본 적 있는가그때의 설렘을 기억하는가나는 그런 의미로 잿사람을 만들어 올리겠다감히 부수지 못하도록 돌을 꽉꽉 채워볼까아니지 그러면 재를 많이 넣지 못해그냥 부숴지게 놔둬볼까아니지 그러면 만든 의미가 없지 그냥 내가 옆에 서 있는 것바람은 너를 깎아내지만 이걸로 족하겠다당신과 닮은 눈을 만들고당신과 닮은 손을 만든다정말 당신같고정말 사람같다잿사람과 나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 누군가 사라질때까지 우리는 우아한 춤을 추리라

• 식빵연필
• 202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