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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 작성일 2012-01-01
  • 조회수 1,939

수선화

성동혁

1

엑스레이 기계를 안고 웃는다

의사는 모르겠지 내가 어떻게 웃는지

2

지옥은 내릴 수 없는 회전목마였다

나는 여러 번 어지러웠는데

의사는 아는 척하지 않았다

나는 내 등이 보인다

3

나는 나를 다섯 번 허물었다

그때마다 가볍고 하얀 얼굴들이 지나갔는데

모두들 반갑게 인사를 했다

4

빈방에서 나를 보지 마

5

호수를 걸어 나오는 열두 군단의 젖은 천사들

어깨에 햇빛이 묻어 있었다

집에 가는 꿈을 꾼다

6

내가 하얀색처럼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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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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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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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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