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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마음

  • 작성일 2021-01-01
  • 조회수 4,230

부드러운 마음

임유영

어데 그리 바삐 가십니까, 동자여. 바지가 다 젖고 신도 추졌소. 뜀뛴다고 나무라는 게 아니라 급한 일이 무엇이오.


이보, 여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 지금 아랫마을 개가 땅을 판다기에 바삐 가오. 개가 주인도 안 보고 밥도 아니 먹고. 빼빼 말라 거죽밖에 남지 않은 암캐가 땅만 판다 하오.


그 개 물 주어 봤소?


그 물 주러 가는 길이요, 그래 내가 이래 다 쏟아 온데 사방이 추졌소.


동자승아, 동자여, 뚜껑 단단히 닫고 가소. 여기 물 더 있으니 모자라면 부어 가소. 보온병에 뜨신 커피 있으니 이것도 가져가소.


필요 없소, 필요 없소. 무슨 개가 커피를 먹는답디까?
당신 행색 보아하니 혹 땡중이오? 우리 주지스님 힘이 장사다.


그 개 다 틀렸다, 개가 땅을 파면 죽는다.


동자가 쌩하게 뛰어 개 키우는 집에 가보니 개는 벌써 구덩이에 죽어 늘어져 있었다. 동자가 개에게 물 뿌리려는 것을 주인이 잡아 옷을 싹 벗겨 빨아 새 옷으로 갈아입히고 개 무덤에 흙을 뿌리게 하였더니 동자가 엉엉 울다가 개 무덤에 대고 아이고 개야, 개야, 너 전생에 사람이었는데 외로이 죽고 개로 태어났다가 또 혼자 죽으니 두 번 다시 태어나지 말라, 태어나지 말라 수차례 외쳐 일렀다.


동자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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