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공식 누리집 확인방법

유성

  • 작성일 2021-07-01
  • 조회수 2,069

유성

강우근

수업 시간에 창 바깥만 보는


유성이의 외가에는 염소 목장이 있고
높은 지대에 있어 여름에도 서늘했다.


펄럭이는 셔츠를 입고 목장을 달릴 때면
우리는 언제나 날지 못하는 비행기가 되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염소 떼를 따라
풀이 자라나는 목장은 울퉁불퉁했다.


우리가 건초 더미를 주면
염소들은 몰려오고, 유성은 진흙이 묻은 손으로 하얀 염소의 몸을 어루만졌다.


염소들이 모두 얼룩덜룩해질 때까지 유성은 건초 더미를 먹였다.


“하얀 염소는 돌아오는 여름마다 사라져. 눈에 띈다는 건 무서운 일이야.”


점심을 먹는 동안
어른들은 살이 찐 염소, 출산을 앞둔 염소, 죽어가는 염소에 대해 얘기하고


창고에는 건초 더미가 한가득이다.


우리는 목장을 등지고 연을 날렸다. 푸른색의 연은 하늘이 되지 못했다. 내가 잡아끌고 있는 연 하나가 끊어졌을 때


연은 순간의 빛을 내면서
떨어지는 별처럼 상상할 수 없었다. 유성은 자신이 쥐고 있는 하나의 연도 끊어버렸고


우리는 어린 염소처럼 들판에
풀썩 주저앉았다.


“가장 하얀 염소는 여름마다 울타리 너머로 가는지도 몰라. 하얀 세상으로 가는 거야.”


우리는 졸업할 때까지


학교의 늘어나는 고양이들이
다양한 색깔로 난간을 타고 넘는 것을
보고 또 보았다.

강우근

추천 콘텐츠

시럽은 어디까지 흘러가나요

시럽은 어디까지 흘러가나요 손미 자연의 고정된 외곽선은 모두 임의적이고 영원하지 않습니다 - 존 버거 번지점프대에 서 있을 때 내 발바닥과 맞대고 거꾸로 매달린 누가 있다 설탕을 뿌리자 볼록하게 서 있던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것 하늘에서 우수수 별가루가 떨어져 나는 너를 용서해야 한다 잠깐 내 볼을 잡고 가는 바람에 다닥다닥 붙은 것이 있다 나는 혼자 뛰고 있는데 돌아보니 설탕가루가 하얗다 돌고래는 이따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라진다 주로 혼자 있네요 몸에 칼을 대면 영혼이 몸 밖으로 빠져나와요 풍선처럼 매달려 있어요 천궁을 읽는 사람의 말에 움찔하고 불이 붙던 발바닥 불타는 발로 어린 잔디를 밟고 하나 둘 셋 번지 땅 아래로 뛰어들 수 있을 것처럼 종종 자고 일어난 자리에 검게 탄 설탕이 떨어져 있다 침대 아래, 아래, 그 아래로 느리게 설탕은 흐른다 연결하는 것처럼 하나의 밧줄에 매달려 있는 방울 방울들 어디까지 너이고 어디까지 나인가 굳은 얼굴로 마주 보는 우리는 왜 이리 긴가

  • 관리자
  • 2024-07-01
생강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