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유성

  • 작성일 2021-07-01
  • 조회수 2,234

유성

강우근

수업 시간에 창 바깥만 보는


유성이의 외가에는 염소 목장이 있고
높은 지대에 있어 여름에도 서늘했다.


펄럭이는 셔츠를 입고 목장을 달릴 때면
우리는 언제나 날지 못하는 비행기가 되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염소 떼를 따라
풀이 자라나는 목장은 울퉁불퉁했다.


우리가 건초 더미를 주면
염소들은 몰려오고, 유성은 진흙이 묻은 손으로 하얀 염소의 몸을 어루만졌다.


염소들이 모두 얼룩덜룩해질 때까지 유성은 건초 더미를 먹였다.


“하얀 염소는 돌아오는 여름마다 사라져. 눈에 띈다는 건 무서운 일이야.”


점심을 먹는 동안
어른들은 살이 찐 염소, 출산을 앞둔 염소, 죽어가는 염소에 대해 얘기하고


창고에는 건초 더미가 한가득이다.


우리는 목장을 등지고 연을 날렸다. 푸른색의 연은 하늘이 되지 못했다. 내가 잡아끌고 있는 연 하나가 끊어졌을 때


연은 순간의 빛을 내면서
떨어지는 별처럼 상상할 수 없었다. 유성은 자신이 쥐고 있는 하나의 연도 끊어버렸고


우리는 어린 염소처럼 들판에
풀썩 주저앉았다.


“가장 하얀 염소는 여름마다 울타리 너머로 가는지도 몰라. 하얀 세상으로 가는 거야.”


우리는 졸업할 때까지


학교의 늘어나는 고양이들이
다양한 색깔로 난간을 타고 넘는 것을
보고 또 보았다.

추천 콘텐츠

편지 - 비문증

편지 - 비문증 신혜정 눈, 코, 입을 지우고 얼굴을 떠올립니다 막대기를 넘어뜨리지 않기 위해 주변을 없애는 모래놀이 바다를 하얗게 떠 놓은 달 국자 한가운데가 텅 비었습니다 빈 곳을 그리기 위해 가장자리를 떠올립니다 그것은 일테면 사건의 지평선 배경을 그리면 부재가 완성되는 복숭아가 있던 정물 달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일 시간을 하얗게 떠올려보는 것입니다

  • 관리자
  • 2024-11-01
편지 - 에필로그

편지 - 에필로그 신혜정 서쪽으로만 뜨는 해가 있습니다 서쪽으로 져서 서쪽으로만 뜨는 당신의 반대 방향으로만 눕고 반대 방향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곳에서 당신이 지고 뜬눈으로 당신이 떠오르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였습니다 사이드미러의 붉은 신호등처럼 지나치는 의미 없는 시그널들을 놓지 못하였습니다 그림자가 해 쪽으로 조금 기울었고 나는 눈이 조금 멀었습니다 경계가 사라진 곳에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제 꼬리를 물고 뱅글뱅글 도는 개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 관리자
  • 2024-11-01
불쑥

불쑥 맹재범 냉장고 깊숙이 마음이 있다면 남은 반찬을 다 먹고 나서야 꺼낼 수 있을까 오늘은 그냥 봄쑥을 캐러 간다 문밖에 오래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척하는 계절이 봄쑥을 닮았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너무 좋으면 울어버리는 버릇이 있고 내가 사랑한 것들은 울음 앞에서 돌아서는 버릇이 있다 냉장고 안에는 먹다 남은 것들로 가득하지만 가끔 봄처럼 금방 녹아버리는 4월의 눈처럼 더 깊숙이 넣어두고 싶은 것이 있다 잘 버무려서 쪄낸 쑥 한 줌을 접시에 담아두고 너에겐 돌아섰다가 다시 돌아오는 버릇이 있었지 혼자서는 다 먹지도 못할 저녁을 차리며 냉장고를 열면 완전히 익어버린 마음 하나가 쑤욱 고개를 내밀 때가 있다

  • 관리자
  • 2024-11-0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