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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이야기

  • 작성일 2021-01-01
  • 조회수 340

꿈 이야기

임유영

사월의 한낮이었다. 벚꽃이 절정이라기에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가벼운 옷을 입고 나들이를 나가려니 기분이 좋았다. 걷다가 지름길을 두고 일부러 둘러 가기로 했다. 여학교를 지나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감색 세일러복을 입고 달려가는 여자 아이를 보았다. 아직 수업이 끝나지 않았을 시각인데 아이는 멀리 공원 쪽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나중에 보니 역시 교복을 입은 남자애가 자전거를 대고 기다리다가 여자 아이를 뒤에 태우고 가는 것이었다. 그러다 사거리에서 그만 사고가 났다고 한다.
사고가 나서 여자 아이는 죽어버렸다. 나는 그날 꽃은 못 보고 돌아가던 길에 교복집 하는 늙은 남자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죽을 징조를 벌써 보았다고 주장했다. 첫째로 그날따라 여자애의 그림자가 무척 옅어서 보이다가 안 보이다가 했고, 둘째, 하얀 토끼인지 개인지 작고 사람은 아닌 것이 날래고도 사납게 그 뒤를 쫓고 있었고, 셋째로 사람이 달리는데도 한 갈래로 땋아 내린 머리카락만은 전혀 흔들리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영감의 말을 곧이 믿지는 않았다. 무릇 꿈이란 뇌에서 배출된 찌꺼기에 불과한데, 그런 꿈을 해몽한다는 자들의 말 또한 사람을 현혹하는 얕은 수일 뿐이다. 그 증거로 나는 사월의 화창한 대낮에 꽤 오래 걸었음에도 전혀 땀을 흘리지 않았다.
어쨌거나 나는 붓을 들어 이 이야기를 종이에 옮겨 적었고,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는 벽에 붙여 두었다. 후에 그것을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있어 적당한 값을 받고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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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불법 권박 불성실한 근무 태도는 정당한 해고 사유입니다. (CCTV보다 성실할 수는 없습니다.) 사업장에서는 근로자에게 근무 시간과 휴게 시간을 철저하게 지킬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볼 때마다 비상구에서 계단참에서 소화전함에서 쉬고 있지 않았습니까. 나흘 전 오전 8시 현관 청소 시간에는 스텐 광택을 내지 않았고, 사흘 전 오후 3시 퇴근 시간에는 사무실 문손잡이에 소독제를 사용하지 않았고, 이틀 전 오전 11시 4층 비상계단 청소 시간에는 스타킹 자루로 거미줄을 제거하지 않았으며, 오늘 오후 1시 공용 엘리베이터 내부 청소 시간에는 거울에 밀대로 물기를 제대로 닦지 않더군요. 바닥에서 시작해 벽면 그리고 거울 순이며 흠집과 스티커 제거 부분 확인하고 마무리해야 한다고 몇 번을 말합니까.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입니다. (CCTV로 1분 1초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철거를 요구합니다.) 에너지 바, 초콜릿, 사탕 등 군것질을 한 적도 있지 않습니까. 작작 좀 먹으세요. (휴게 시간의 일입니다. 그리고 도가 지나친 발언은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하겠습니다. 근로자의 동의 없이 작업장 내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철거를 요구합니다.) 방범용입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전제한 기본권을 침해당했습니다. 철거를 요구합니다.) 화재 예방을 위하여 필요합니다. (철거를 요구합니다.) 입주민들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확진 격리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유급휴가비용과 관련하여 노동부에 문의한 이후부터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명백히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증명할 수 있습니까? 당신의 불성실한 근무 태도는 증명할 수 있습니다.

  • 관리자계정1
  • 2023-04-21
첼로

첼로 채길우 전통의상을 차려 입은 고산지대 아낙은 말도 통하지 않는 여행객들에게 자신이 키운 돼지를 팔려고 했다. 피부병 걸린 껍질이 들고 일어나 문드러지고 변색된 돼지는 허약하고 작았지만 아낙은 튼실하고 문제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앞발을 한데 붙들어 품에 들어올린 후 양 무릎으로 돼지 허리를 죄어 괬다. 아낙이 돼지의 희멀건 배를 한 손으로 쓰다듬어 주고 돼지는 날선 비명이 드리운 그림자만큼 긴 울음을 터뜨려 거품 문 입으로부터 공명하듯 침이 질질 흘러내리는 동안 햇살을 등지고 서서 현이 끊어진 채 풀풀 날리는 빛과 털과 텁텁한 공기 이상하리만치 아름다운 이국적 선율의 여러 가지 절망들이 눈부시도록 투명해 먼 나라의 허기와 영원까지도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처럼 낮고 오래 지속되는 듯했다.

  • 관리자계정1
  • 2023-04-21
끓어오르는 것이 세계의 법칙이라면

끓어오르는 것이 세계의 법칙이라면1)2)3) 조시현 * 더 많은 방에 불이 켜진다 더 많은 것이 천국에 가까워지도록 바라는 것은 언제나 더 따뜻한 조금 더 * 졸아붙은 냄비 위로 그릇들이 쌓여 가고 수술대 위에서 몸은 흩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우주먼지 되기 그것은 다음 생을 위한 약속 구성 성분이 같으니까요 * 이 방은 너무 오랫동안 조용했어요 * 엎질러진 물은 천사의 모습을 하고 높은 압력과 온도는 물질을 변화시킨다 문을 꽉 닫아야 하는 이유 성장하는 존재니까요 엄만 성질을 못 참고 용암은 부글거리고 우린 끓어오르듯 일하고 다소 미친 것처럼 사랑도 하죠 임산부의 기초체온은 약간 더 높고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더 높은 열기가 필요하고요 끓어오르는 것이 세계의 법칙이라면 전부 오래 전부터 정해진 일 다정한 품을 상상하면 녹는 것도 좋아 * 아스팔트 위의 써니 사이드 업 커피도 알맞게 끓어오르고 십일월에도 꽃이 피어요 우그러든 책 모퉁이는 천사가 떠난 흔적 얼마나 멋진 다음이 오려고 자꾸만 더워질까요? * 눈을 보면 알지 영혼이 가열되고 있다는 증거 따뜻함만으로는 안 된다는 증거 천천히 누적되는 미래의 산책 * 냄새는 당하는 것 부풀어 오르는 게 염증반응이듯 마침내 비구름이 흘러내리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요 우산을 폈다 접으며 바람 부는 방향을 가늠해 봐요 비는 마음대로 국경을 넘고 하늘에서 세포가 뚝뚝 떨어져 내려도 여전히 지구는 지구 머리부터 시작해도 꼬리부터 시작해도 붕어빵이 붕어빵이듯 모든 건 완벽하게 계량되었죠 날짜변경선을 지나면 어제가 돌아와 가능한 건 겨우 이 정도의 일이어서 등압선의 방식으로 어제를 묶으면 폭죽 그래서 축제 그냥 우리 걱정은 접어 두고 춤출까 어제가 돌아왔으니까 아직은 기념일이니까 밟아도 돼 그래도 돼 의문형만으로도 모든 걸 단정 지을 수 있는 세계니까 어제 발생한 도시가 오늘 사라져도 우리는 모두 지구촌 사람들 다 같이 손을 잡고 멸망을 밀어내는 로맨스? * 찻잔 속 태풍 둥글게 둥글게 * 폭죽 따뜻해 * 물컵은 줄어들고 발등은 부어올랐지 * 숨 죽이고 저녁이 눌어붙은 냄비를 벅벅 닦아내면서 얌전히 다음을 기다린다 * 곧 새로운 세계가 온다 1) 플라즈마란 초고온에서 음전하를 가진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를 말한다. 이때 전하 분리도가 상당히 높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음과 양의 전하수가 같아서 중성을 띠게 된다. 흔히 ‘제4의 물질 상태’라고 부른다. 고체에 에너지를 가하면 액체·기체로 되고, 다시 이 기체 상태에 높은 에너지를 가하면 수만℃에서 기체는 전자와 원자핵으로 분리되어 플라즈마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우주 전체의 99%가 플라즈마 상태라고 추정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플라즈마 [Plasma] (손에 잡히는 IT 시사용어, 2008.02.01) 2)오르가슴은 성 반응주기 중에서 신체적이나 또는 정신적으로 그의 긴장, 쾌감이 최고조에 도달하는 순간을 뜻한다. 사람의 성 반응은 흥분기, 상승기, 오르가슴기, 쇠퇴기라는 주기가 있고, 성 반

  • 관리자계정1
  •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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