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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풀

  • 작성일 2023-07-01
  • 조회수 1,771

보풀

윤여진


   올라서겠어요 
   부드러움 위로
   누군가 나를 쓸어 볼 때까지 
   부푼 얼굴을 내밀겠어요
   그럼 내가 만져지겠죠

   사람들이 가득 찬
   지하철에서
   나는 간신히 매달리며
   사랑에 골똘해집니다


   몇 없어 붙잡을 수 있는 풍경이 있고
   터널과 흰 강
   윤슬
   빛나는 것만 보면
   당신의 이름을
   나란히 놓아 보고
   새벽에 주고받은 글자를 떠올려요
   이건 모두 
   나를 위한 일이에요 


   하루 동안 쌓은 
   두터운 표정을 숨길 수도 있죠
   어깨를 움츠리고 
   문득 솟아난 
   동그란 그리움을 만져 봅니다


   자다 깨어 이불을 정리했어요
   잔에 뜨거운 물을
   이제 막 새로 부었습니다
   겨울의 입구래요 
   내일은 더 깊고
   아득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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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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