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라이트
- 작성일 201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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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라이트
이문숙
족저근막염을 앓는 친구에게 구름을 신겨 주었다
그랬더니 어느새 구름의 승강장에 올라 손을 흔든다
야간 등을 달고 비행기가 벌써 넉 대째 구름 속으로 잠긴다
미얀마에 가 탁발을 하거나
먼지 냄새 나는 마을에서 우리말을 가르치거나
물론 아픈 제 발을 주무르며
제발과 제 발의 차이를 가르치긴 무척이나 어렵겠지
띄어쓰기가 이렇게 중요한 건 처음 알았어
장미의 이름이 춤추는 소녀이거나
블루 라이트이거나
하늘에 그녀가 벗어놓은 샌들이 한가득이다
끈이 끊어졌거나 뒷꿈치가 형편없이 닳았거나
바닥에 잔돌이 박혔거나
나는 가끔 내가 그녀에게 선사했던 최초의 신발을
찾아보러 장미 정원에 간다
장미의 이름이
붉은 행성이거나
아이스 버그이거나
샌들을 샌달로
잘못 읽기는 너무 쉬워
그녀의 신발을 탁탁 털어주며
달에서 모래가 흘러
그렇게 말하는 아이가 있었다고
하지는 마
장미의 이름이 베테랑이거나
썸머 드림이거나
달에서 모래가 흘러내려
이제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비행기 동체가 반짝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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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프고 사나운 황인숙 느지막이 장년 훌쩍 지나 만난 나의 반려 내 젊은 날 친구랑 이름 같은 누군가 돌아볼지 몰라요 아니, 재길이 그대 부른 거 아니에요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라알!” 시도 때도 없이 길바닥에서도 짖어 부르는 내 반려욕 사납고 고달픈 맘 달래 줍니다 사실 나는 내 반려욕을 사랑하지 않아요 못나기도 못났으니까요 어디서 그렇게 나 닮은 욕을 만났을까요 만나기는 뭘 만나 내 속으로 낳았지
- 관리자
- 2024-05-01
글 쓰는 기계 김응교 사실 기계들은 자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할 기계적 고독이 필요하여 자기만의 기계실에서 밤새 작동한다 그를 누구도 볼 수는 없겠지만 껍질이 날아간 뼈다귀 로봇 등 뒤 상자 서너 박스에는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들 생선집 좌판에 파리 날리는 근간 시집들이 옆으로 누워 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기계를 닮아 가고 책 모양 사각형으로 바뀌어 옆으로 누운 가자미, 눈알과 손가락만 남아 상상력이 냉동되면 어떤 창작도 휘발되고 너무 많은 과거의 형태와 언어가 얼어붙어 더 이상 신선한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 기계에게도 컨베이어에 실려 뜨거운 화덕에서 태워질 운명이 다가온다
- 관리자
- 2024-05-01
멍쯔 삼촌 김응교 내 피의 4분의 1에는 몽골 피가 흐르고 아마 4분의 1은 옛날 중국인 피가 흐를지 몰라 내 몸에는 지구인들 피가 고루 섞여 있을 거야 그니까 삼촌이라 해도 뭐 이상할 거 없지 중국에 삼촌이 산다 삼촌이 쓴 책에 역성혁명이 나오는데 우리는 비슷한 혁명을 몇 번 경험했지 제자가 많다는데, 나는 삼촌으로 부른다 중국인은 멍쯔라 하고 한국인은 맹자라 하는 멍멍, 차갑게 웃을 중국인 삼촌 우리는 계속 역성혁명을 하고 있어 불은 든 프로메테우스들이 많아 멍쯔 삼촌, 우린 심각해요
- 관리자
- 2024-05-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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