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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상봉

  • 작성일 2015-07-01
  • 조회수 2,588

첫 상봉

김승일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그만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육성으로 들었으면
울었을 것이다


한 집안에 종교가 둘이면 분란이 일어난다고 아버지가 화를 냈다 할머니가 아버지를 달랬다 걱정 마라 불교로 돌아올 거다 도시에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김 바우돌리노가 한 번 갔던 도시였다 운명이었다


불교 책에서 이야기를 읽은 후로다


돌리노는 이틀에 한 번 다른 도시로 떠나는데 한 번 갔던 도시는 다시 가지 않는다 그래야 한다 도시에 도착하면 달라이 라마가 떠나 있다 강연을 하러 왔다가 어제 떠났다고 한다 그렇게 된다


스승이 두 제자에게 통나무를 반으로 자르라고 했다고 통나무가 사라질 때까지 그러라고 했다고 반으로 자르면 반이 계속 남았다고 천 년 후에 그가 와서 어떤 말을 했다고 그걸 듣고 그들이 깨달았다는 이 얘기가 정말 있는 이야기냐고 그 스승이 부처냐고 어떤 말을 했느냐고 끝에 정말 깨달았냐고 기억이 안 나 평생 동안 시달렸다고 만나서 물어봐야지 정말 있는 이야기냐고


도시가 하나만 남아서 거기에 갔다


중국인들이 꽃을 뿌려대며 걷고 있었다 돌리노는 행인들에게 그가 어제 떠났냐고 물어보았다 그가 떠난 지 오래됐다는 사람과 그가 다시 왔다는 사람이 있었다 행진을 따라 궁으로 들어가자 당에서 임명한 판첸 라마가 공인한 달라이 라마가 있었다 어린애가 연단 위에서 얼굴을 찌푸렸다 사람들이 많았다 환생이야 꽃 뿌리는 사람들과 환생하지 않겠다고 하셨잖아요 사람들과 환생하지 않을 거라고 하셨어 사람들과 저주를 퍼붓는 사람들로 보였다 그러나 그는 티베트 말을 몰랐다 그는 불교를 믿기로 했다 그는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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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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