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의 강요
- 작성일 2020-06-01
- 좋아요 0
- 댓글수 0
- 조회수 1,995
깊이의 강요
권오영
그 속으로
말려들어 가면
빼낼 수 없을 거야
모가 나면 부서질 일이 많을 거라는 말이
고리가 되어 고리를 주렁주렁 목에 걸었네
어디든 굴러 다녔네 얼굴의 모서리에서 자란
귀퉁이를 갉느라 입술이 찢어지는 일이 많았네
둥글어져야 해
죽은 지 오래된 엄마는 법을 가르치고
최선을 다한 입구는 둥글어져
깊이를 모를 바닥까지 미끄러졌네
이제 밖은 잊기로 했고 잔발을 저으며
제멋대로 내부를 흘러 다녔네
천 개의 달이 뜨면 천 개의 운명으로 번지는
그 안에서 꿈틀거렸지
해는 피투성이 입술울 자주 비추곤 했는데
60년대 화보처럼 채워지는 어둠은 성벽 같았어
내부에도 외곽은 있어서 정원을 가꾸려고 해
순전히 내부의 방식으로 꽃밭을 키워낼 거야
내부의 뿌리가 썩지 않도록
깊이를 재는 눈금을 표시해야겠어
안을 들여다봐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그 애가 젖고 있어
그런다고 운명이 빠져나오지 않아
이제 법을 배웠으면 안으로 삼켜
엄마가 겁을 주려는 거야
속 깊은 사람은 둥글지
우물은 혼자 깊어지는 법이야
추천 콘텐츠
고달프고 사나운 황인숙 느지막이 장년 훌쩍 지나 만난 나의 반려 내 젊은 날 친구랑 이름 같은 누군가 돌아볼지 몰라요 아니, 재길이 그대 부른 거 아니에요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라알!” 시도 때도 없이 길바닥에서도 짖어 부르는 내 반려욕 사납고 고달픈 맘 달래 줍니다 사실 나는 내 반려욕을 사랑하지 않아요 못나기도 못났으니까요 어디서 그렇게 나 닮은 욕을 만났을까요 만나기는 뭘 만나 내 속으로 낳았지
- 관리자
- 2024-05-01
글 쓰는 기계 김응교 사실 기계들은 자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할 기계적 고독이 필요하여 자기만의 기계실에서 밤새 작동한다 그를 누구도 볼 수는 없겠지만 껍질이 날아간 뼈다귀 로봇 등 뒤 상자 서너 박스에는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들 생선집 좌판에 파리 날리는 근간 시집들이 옆으로 누워 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기계를 닮아 가고 책 모양 사각형으로 바뀌어 옆으로 누운 가자미, 눈알과 손가락만 남아 상상력이 냉동되면 어떤 창작도 휘발되고 너무 많은 과거의 형태와 언어가 얼어붙어 더 이상 신선한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 기계에게도 컨베이어에 실려 뜨거운 화덕에서 태워질 운명이 다가온다
- 관리자
- 2024-05-01
멍쯔 삼촌 김응교 내 피의 4분의 1에는 몽골 피가 흐르고 아마 4분의 1은 옛날 중국인 피가 흐를지 몰라 내 몸에는 지구인들 피가 고루 섞여 있을 거야 그니까 삼촌이라 해도 뭐 이상할 거 없지 중국에 삼촌이 산다 삼촌이 쓴 책에 역성혁명이 나오는데 우리는 비슷한 혁명을 몇 번 경험했지 제자가 많다는데, 나는 삼촌으로 부른다 중국인은 멍쯔라 하고 한국인은 맹자라 하는 멍멍, 차갑게 웃을 중국인 삼촌 우리는 계속 역성혁명을 하고 있어 불은 든 프로메테우스들이 많아 멍쯔 삼촌, 우린 심각해요
- 관리자
- 2024-05-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