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먼지들

  • 작성일 2008-11-28
  • 조회수 1,649

먼지들

박설희


공중부양의 경지에 이른 먼지들

이랑처럼 물결처럼




부스러지다가 바람에 불려가다가

나는 좌석에 가만히 내려앉는다

문상 가는 길,

누군가에 들러붙어 어디든 살짝 묻어가려는 것




차창에 머리카락 한 올이 끼여 있다

파르르 떨다가 끄덕끄덕

그림자까지 거느리고

차의 일부분이 된 양

천연덕스럽다




저 머리카락처럼

이 생에 나,

시치미 떼고

아무 데나 흘러 들어가

가벼운 척

아무것도 아닌 척

재채기로 풀풀 날리거나

피부에 오돌토돌 반점으로 돋아나

알레르기라고 

과민반응 보이지 말라고······




장례식장 한 켠

무게 없이 앉아 있다가

눈에 띄지 않게 다시 묻어가려는데

툭툭 나를 떨어 버리는 손길

공중에 떠버린 발걸음

휘청,

추천 콘텐츠

고달프고 사나운

고달프고 사나운 황인숙 느지막이 장년 훌쩍 지나 만난 나의 반려 내 젊은 날 친구랑 이름 같은 누군가 돌아볼지 몰라요 아니, 재길이 그대 부른 거 아니에요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라알!” 시도 때도 없이 길바닥에서도 짖어 부르는 내 반려욕 사납고 고달픈 맘 달래 줍니다 사실 나는 내 반려욕을 사랑하지 않아요 못나기도 못났으니까요 어디서 그렇게 나 닮은 욕을 만났을까요 만나기는 뭘 만나 내 속으로 낳았지

  • 관리자
  • 2024-05-01
글 쓰는 기계

글 쓰는 기계 김응교 사실 기계들은 자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할 기계적 고독이 필요하여 자기만의 기계실에서 밤새 작동한다 그를 누구도 볼 수는 없겠지만 껍질이 날아간 뼈다귀 로봇 등 뒤 상자 서너 박스에는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들 생선집 좌판에 파리 날리는 근간 시집들이 옆으로 누워 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기계를 닮아 가고 책 모양 사각형으로 바뀌어 옆으로 누운 가자미, 눈알과 손가락만 남아 상상력이 냉동되면 어떤 창작도 휘발되고 너무 많은 과거의 형태와 언어가 얼어붙어 더 이상 신선한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 기계에게도 컨베이어에 실려 뜨거운 화덕에서 태워질 운명이 다가온다

  • 관리자
  • 2024-05-01
멍쯔 삼촌

멍쯔 삼촌 김응교 내 피의 4분의 1에는 몽골 피가 흐르고 아마 4분의 1은 옛날 중국인 피가 흐를지 몰라 내 몸에는 지구인들 피가 고루 섞여 있을 거야 그니까 삼촌이라 해도 뭐 이상할 거 없지 중국에 삼촌이 산다 삼촌이 쓴 책에 역성혁명이 나오는데 우리는 비슷한 혁명을 몇 번 경험했지 제자가 많다는데, 나는 삼촌으로 부른다 중국인은 멍쯔라 하고 한국인은 맹자라 하는 멍멍, 차갑게 웃을 중국인 삼촌 우리는 계속 역성혁명을 하고 있어 불은 든 프로메테우스들이 많아 멍쯔 삼촌, 우린 심각해요

  • 관리자
  • 2024-05-0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