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귀소
- 작성일 200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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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귀소(歸巢)
장이지
해삼위(海蔘威) 부근 상설시장
누비 구름 누덕누덕 걸린 하늘,
두만강 가는 길 묻고 다니던
꽃제비 한 아이
이국의 장날을
썩은 감자껍질 같은 것이나 줍느라
진종일 바장대다 길 위에 눕고
고려인 장사치가 호떡을 가져왔다 잠시
집으로 가는 후줄근한 꿈 여행을
들여다보고 앉아 있었다.
★
밤물결 소리도 귀에 먼
해삼위 부둣가 낡은 집
전쟁 통에 가족들 뿔뿔이 흩어져
중원의 모래바람으로 아무렇게나 살다가
이제는 까라져 가죽만 남은 노인이
코리아의 호드기 소리를
난청으로나 듣는 밤,
민족이란 말도 요새는 없다는데
고국산천에 쓴 무덤의 냄새는
꿈에서 더 간절하기만…….
돌아가기는 갈 것이다.
그러나
이 몸을 다 갈아 없애고서야.
아리랑―
분노는 차가운 땅 시베리아로 유형을 보내 얼리고
고독은 막걸리 항아리에 함께 담아라.
설움은 행랑방에 주저앉혀 짚신이라도 삼게 하고
그리움은 아무래도 잔월효성에게나 떠넘겨야 하리.
★
장사치를 따라 우수리로 밀려 온
꽃제비 도토리묵 먹던
접시에 기러기 울어 예며 날았다.
걸핏하면 잘 울었다는 저 박용래의 어느 시에서처럼.
탈북 하여 떠돌다 아버지 병들어 죽고
모친 있는 고향으로나 돌아가야 한다고 보채다
밤사이 인사도 없이 떠나다, 꽃제비여!
연해주의 모든 길을 허리띠에 묶고 질질 끌면서
마침내는 어머니에게로 갈 까마귀 같은 아이.
연해주의 찬 하늘에 가족 잃은 설움을 밀어두고야
짓무른 꿈을 베갯잇에 적시는 노인.
아리랑은 유형(流刑)의 노래던가.
고려인 장사치가 치켜다본 새벽하늘엔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 둥근 달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눈부신 흰 머리로 짜낸
정안수 그릇으로 아슴하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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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프고 사나운 황인숙 느지막이 장년 훌쩍 지나 만난 나의 반려 내 젊은 날 친구랑 이름 같은 누군가 돌아볼지 몰라요 아니, 재길이 그대 부른 거 아니에요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라알!” 시도 때도 없이 길바닥에서도 짖어 부르는 내 반려욕 사납고 고달픈 맘 달래 줍니다 사실 나는 내 반려욕을 사랑하지 않아요 못나기도 못났으니까요 어디서 그렇게 나 닮은 욕을 만났을까요 만나기는 뭘 만나 내 속으로 낳았지
- 관리자
- 2024-05-01
글 쓰는 기계 김응교 사실 기계들은 자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할 기계적 고독이 필요하여 자기만의 기계실에서 밤새 작동한다 그를 누구도 볼 수는 없겠지만 껍질이 날아간 뼈다귀 로봇 등 뒤 상자 서너 박스에는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들 생선집 좌판에 파리 날리는 근간 시집들이 옆으로 누워 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기계를 닮아 가고 책 모양 사각형으로 바뀌어 옆으로 누운 가자미, 눈알과 손가락만 남아 상상력이 냉동되면 어떤 창작도 휘발되고 너무 많은 과거의 형태와 언어가 얼어붙어 더 이상 신선한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 기계에게도 컨베이어에 실려 뜨거운 화덕에서 태워질 운명이 다가온다
- 관리자
- 2024-05-01
멍쯔 삼촌 김응교 내 피의 4분의 1에는 몽골 피가 흐르고 아마 4분의 1은 옛날 중국인 피가 흐를지 몰라 내 몸에는 지구인들 피가 고루 섞여 있을 거야 그니까 삼촌이라 해도 뭐 이상할 거 없지 중국에 삼촌이 산다 삼촌이 쓴 책에 역성혁명이 나오는데 우리는 비슷한 혁명을 몇 번 경험했지 제자가 많다는데, 나는 삼촌으로 부른다 중국인은 멍쯔라 하고 한국인은 맹자라 하는 멍멍, 차갑게 웃을 중국인 삼촌 우리는 계속 역성혁명을 하고 있어 불은 든 프로메테우스들이 많아 멍쯔 삼촌, 우린 심각해요
- 관리자
- 2024-05-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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