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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發信)

  • 작성일 2011-07-01
  • 조회수 953

발신(發信)

안웅선


당신, 이 세기로 감춰진 사람 문득 담쟁이로 가득한 나라의 왕족 같다 이 세기는 새벽 깊은 해저로 가느다란 시차가 연결되는 공중전화 뒷모습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일에 익숙해집니다 활주하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일로 중독을 이해하기로 해 허공에 대해 오해하듯 자백한다 다시 말하면 구토를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지 출발하는 사도들이여,

난 딱 어제만큼 큰단다 여러 날 느리게 항해한단다 공정하게 말해진단다 하지만 다정하진 않아요

당신, 흔적이 아닌 적 있었던가 웃거나 화내지 않음으로 야만의 박동이 된다 간신히 무채색을 꿈꿀 수 있다 덧칠을 덜어낸 화가의 자리 웃자란 가지들이 시야를 벗겨내고 있어요 입술이 붙었다가 간신히 떨어지는 순간을

새벽의 공중전화 숨어 울기 좋은 크기로 일어나세요 나도 사람입니다 여름이란 참 눈에게 많은 무늬를 주는군요 이제 길거리에 팔리는 이야기들이 늘어 가지만 당신, 그것은 발신될 뿐 영원히 수신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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