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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아일랜드에

  • 작성일 2011-11-01
  • 조회수 992

옛날 아일랜드에

유형진


옛날 아일랜드에

아름다운 노리호와 예이호

두 자매가 살았네

노리호는 수 잘 놓는 처녀

예이호는 춤 잘 추는 처녀

 

어느 날 바다 저 너머

범선을 타고 온 애꾸눈 잭이

예이호에게 반했네

 

예이호는 아름다운 처녀

노리호의 동생

예이호는 애꾸눈 잭이 무서웠네

 

애꾸눈 잭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 봐

밤마다 춤을 추었네

노리호는 그런 예이호의 춤을 수 놓았네

밤새껏 수 놓았네

 

애꾸눈 잭은 밤마다 항구의 술집에서

술을 마셨네 퍼 마셨네

모두에게 예이호는 내 꺼라 으름장을 놓으며

술을 퍼 마셨네

 

노리호는 수 잘 놓는 처녀

예이호의 언니

노리호는 예이호를 잃고 싶지 않았네

 

노리호의 방엔 밤마다 춤추는 예이호

열두 폭 광목에 하나씩 박혀 가는데

항구 술집의 등은 날 샐 때까지 꺼지지 않았네

 

드디어 애꾸눈 잭의 범선이 출항하는 날

노리호는 열두 개의 예이호를 완성했는데

예이호는 보이지 않았네

어디에도 예이호는 없네

 

애꾸눈 잭이 노리호와 예이호의 집에 들이닥쳤네

예이호를 내놓으라며

노리호의 멱살을 잡았네

 

노리호는 눈물만 흘리다

예이호를 수 놓던 바늘로

한쪽 눈을 찔렀네

 

빨간 피로 물든 열두 폭 광목천에서

춤을 추는 예이호

피는 멈추질 않네

춤은 멈추질 않네

 

이것은 옛날 아일랜드에

애꾸눈 노리호와

애꾸눈 잭의

슬픈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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