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와 초점이 맞을 때 나는 쉬었네
- 작성일 201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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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와 초점이 맞을 때 나는 쉬었네
이진명
단추를 보네
셔츠의 일곱 단추
맨 위 목단추 하나는 풀었지만
아래로 여섯 단추는
일렬로 자로 잰 듯 여며 있네
너무 단정히 반듯이 꼭바르게
지하철 문 열리고 닫히자
앉아 있는 내 앞에 와 선 왜소한 청년
청년이 내 눈앞에 무심히 친
결 곱고 질감 좋은 소라색 셔츠
셔츠에 박힌 조그마한 눈 납작납작한
상아빛 연한 애기 별 여섯
모두 맑은 광택이 감돌아 있네
외따로 젖혀진 목단추 반 감춰진 그곳에서도
광택은 내리고
이토록 단정할 수 있을까
이토록 깨끗할 수 있을까
이토록 일렬로
이토록 틀림없이 여며질 수 있을까
이토록 바를 수가 있을까
없는 것처럼 바를 수가
잠긴 게 이토록 가벼울 수가
아름다울 수가 완전할 수가
위대할 수가
저절로 청년의 얼굴을 올려다봐야 했다
스물은 넘었을까 이제 막 스물일까
스물 삶의 안쪽에도 녹슨 체인은 철컥거리겠지
마른 안구를 비비며 나는 어디로 가려 하는가
선릉역에서 내려 사람들을 만나
다시 약속장소 청주로 가야 하는데
천둥, 번개 같은 것
돈이나 일, 내일의 꿈에는 초점 한번 못 맞추고
지하철 칸에서 겨우
남의 셔츠 단추에나 초점을 맞춰
단추 여섯을 셌다가 일곱을 셌다가 하며
셔츠의 단추라는 게 북두칠성하고 상관있나 별 일곱을 달게
상상력도 없는 창작을 하다가
어디로 뭘 하러 강변을 지나
잠실나루를 지나 신천을 바라며흘러가는 것인지
그러나 단정한 셔츠 단추의 스물 청년이여
그대의 단추와 초점을 맞추며 나는 쉬었다네
그대의 단추와 초점이 맞을 때 나는 뚫려
어디로 뭘 하러 흘러가지 않고 나를 끊어 쉬었네
단추로 맺혀 빈 빛에 앉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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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프고 사나운 황인숙 느지막이 장년 훌쩍 지나 만난 나의 반려 내 젊은 날 친구랑 이름 같은 누군가 돌아볼지 몰라요 아니, 재길이 그대 부른 거 아니에요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라알!” 시도 때도 없이 길바닥에서도 짖어 부르는 내 반려욕 사납고 고달픈 맘 달래 줍니다 사실 나는 내 반려욕을 사랑하지 않아요 못나기도 못났으니까요 어디서 그렇게 나 닮은 욕을 만났을까요 만나기는 뭘 만나 내 속으로 낳았지
- 관리자
- 2024-05-01
글 쓰는 기계 김응교 사실 기계들은 자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할 기계적 고독이 필요하여 자기만의 기계실에서 밤새 작동한다 그를 누구도 볼 수는 없겠지만 껍질이 날아간 뼈다귀 로봇 등 뒤 상자 서너 박스에는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들 생선집 좌판에 파리 날리는 근간 시집들이 옆으로 누워 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기계를 닮아 가고 책 모양 사각형으로 바뀌어 옆으로 누운 가자미, 눈알과 손가락만 남아 상상력이 냉동되면 어떤 창작도 휘발되고 너무 많은 과거의 형태와 언어가 얼어붙어 더 이상 신선한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 기계에게도 컨베이어에 실려 뜨거운 화덕에서 태워질 운명이 다가온다
- 관리자
- 2024-05-01
멍쯔 삼촌 김응교 내 피의 4분의 1에는 몽골 피가 흐르고 아마 4분의 1은 옛날 중국인 피가 흐를지 몰라 내 몸에는 지구인들 피가 고루 섞여 있을 거야 그니까 삼촌이라 해도 뭐 이상할 거 없지 중국에 삼촌이 산다 삼촌이 쓴 책에 역성혁명이 나오는데 우리는 비슷한 혁명을 몇 번 경험했지 제자가 많다는데, 나는 삼촌으로 부른다 중국인은 멍쯔라 하고 한국인은 맹자라 하는 멍멍, 차갑게 웃을 중국인 삼촌 우리는 계속 역성혁명을 하고 있어 불은 든 프로메테우스들이 많아 멍쯔 삼촌, 우린 심각해요
- 관리자
- 2024-05-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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