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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책

  • 작성일 2015-08-01
  • 조회수 342

이상한 책

권오영


집을 떠난 순간 사냥언어로 말하는
사냥하러 가자를 집 뒤로 가자고 말하는
사냥하는 장소를 가야 할 먼 길로 말하는
수렵의 신화 속 사냥꾼이 된다


몇 마리의 곰을 죽였을까
몇 마디 우회적인 사냥언어로 웅얼댄 건가


언젠가 와본 듯한 이곳
이제 막 벽을 뚫고 나온 듯 박제된 사슴 목이 박혀 있다
구멍 난 모자를 쓰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사내들이
우회적인 말로 키들거린다 황금빛 하이힐을 신은
그녀들이 깔깔 우회적으로 웃어댄다


책 속에 뱅뱅 돌고 있는 늙은 별 있다
외계의 나는 떠돌이 병든 별


팔십 퍼센트의 질소와
이십 퍼센트의 산소로 빚어진 나는 기호
어느 별의 언어로도 소통 불가능한 나는 이상한 책
나는 읽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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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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