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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노래

  • 작성일 2015-01-03
  • 조회수 234

허공 노래

이진명


허공이래
허공에서 왔고
허공으로 간대


허공 아니면
태어날 수 없고
죽을 수 없대


허공이 다래
허공이 보고
허공이 듣는대
허공이 냄새 맡고
허공이 지절거리는 거래
눈구멍 귓구멍 콧구멍 입구멍
다 허공이 저를 뜯어내 설치한 거래


허공이 주(主)래
머리카락 손톱발톱
허공이 찢어 붙이기 한 거고
오장육부는 허공이 저를 주물거려
복벽 흉벽을 쌓아 턱턱 던져 붙인 거래
척추 갈비 엉덩이 뼈
뼈다귀들의 모든 부속물까지
손 놀리는 거 발 쳐드는 거는
허공의 색다른 부양놀이인 거고


두정에서 항문까지
주(主)의 노래
허공이 치는 노래
허공의 채찍에
배꼽은 돌돌 팽이처럼
직립해라 일어서라
마지막 꺼꾸러져라
평생 허공의 채찍 소리
그러나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공공공 주(主)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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