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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학

  • 작성일 2009-07-01
  • 조회수 96

견학

이영옥


길가에 작은 새 한마리가 죽어 있다

연한 부리를 꼭 닫고

잿빛 깃털을 바람에 날리며

슬픔을 맛보다가 멈춘 마른 눈물을 달고

작은 영혼이 빠져나간 작은 몸에는

아직 펌프질이 서툰  

콩알만 한 심장의 두려움과

제대로 펴 보지 못한 비좁은 어깨의 주눅과

움켜잡을 새도 없이 벌어진 발가락의 포기가

육체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함께 굳어 있다

개미들이 줄지어 와 제발 일어나 보라고 한다

파리들이 날아와 앵앵 조문을 읽는다

작은 새는 어디를 얼마만큼 갔다 와서는

이 벅찬 세상을 다 보았다고 하는가

지저귐을 조잘조잘 허공에 뿌려 놓고  

머리에 노란 깃털 모자를 쓰고

아주 신기한 것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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