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 작성일 2009-04-27
- 좋아요 0
- 댓글수 0
- 조회수 185
운동회
김안
운동회 날이었다 하얀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팬티만 걸치고 있었다 엄마는 왜 오지 않을까 나는 온종일 철봉에 매달려 있었다 줄다리기는 팽팽했다 개 한 마리가 철봉 아래에서 다리를 쳐들고 오줌을 누고 있었다 나도 그 개 뒤에서 다리를 쳐들고 오줌을 누었다 내가 일어나도 개는 계속 오줌을 누고 있었다 오른발로 개의 엉덩이를 뻥 찼다 개가 내 오른발을 물고 도망쳤다 줄다리기는 계속 되고 있었다 나는 철봉 기둥에 기대어 앉아 교과서를 꺼내 들었다 돋보기로 검은 글자들을 태우고 있었다 텁텁한 글자의 재를 먹었다 남은 종이 쪼가리를 잘게 찢어 머리 위로 뿌렸다 종이 쪼가리가 이빨이 되어 투두둑 떨어졌다 이빨들이 구더기가 되어 팬티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엄마는 왜 오지 않을까 아이들은 온종일 줄다리기만 하고 있었다
추천 콘텐츠
고달프고 사나운 황인숙 느지막이 장년 훌쩍 지나 만난 나의 반려 내 젊은 날 친구랑 이름 같은 누군가 돌아볼지 몰라요 아니, 재길이 그대 부른 거 아니에요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라알!” 시도 때도 없이 길바닥에서도 짖어 부르는 내 반려욕 사납고 고달픈 맘 달래 줍니다 사실 나는 내 반려욕을 사랑하지 않아요 못나기도 못났으니까요 어디서 그렇게 나 닮은 욕을 만났을까요 만나기는 뭘 만나 내 속으로 낳았지
- 관리자
- 2024-05-01
글 쓰는 기계 김응교 사실 기계들은 자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할 기계적 고독이 필요하여 자기만의 기계실에서 밤새 작동한다 그를 누구도 볼 수는 없겠지만 껍질이 날아간 뼈다귀 로봇 등 뒤 상자 서너 박스에는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들 생선집 좌판에 파리 날리는 근간 시집들이 옆으로 누워 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기계를 닮아 가고 책 모양 사각형으로 바뀌어 옆으로 누운 가자미, 눈알과 손가락만 남아 상상력이 냉동되면 어떤 창작도 휘발되고 너무 많은 과거의 형태와 언어가 얼어붙어 더 이상 신선한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 기계에게도 컨베이어에 실려 뜨거운 화덕에서 태워질 운명이 다가온다
- 관리자
- 2024-05-01
멍쯔 삼촌 김응교 내 피의 4분의 1에는 몽골 피가 흐르고 아마 4분의 1은 옛날 중국인 피가 흐를지 몰라 내 몸에는 지구인들 피가 고루 섞여 있을 거야 그니까 삼촌이라 해도 뭐 이상할 거 없지 중국에 삼촌이 산다 삼촌이 쓴 책에 역성혁명이 나오는데 우리는 비슷한 혁명을 몇 번 경험했지 제자가 많다는데, 나는 삼촌으로 부른다 중국인은 멍쯔라 하고 한국인은 맹자라 하는 멍멍, 차갑게 웃을 중국인 삼촌 우리는 계속 역성혁명을 하고 있어 불은 든 프로메테우스들이 많아 멍쯔 삼촌, 우린 심각해요
- 관리자
- 2024-05-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