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돌 앞에서
- 작성일 2008-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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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돌 앞에서
채호기
겨울답게 눈이 내리고 있다.
몇 송이는 바람에 가볍게 흩날리며······
눈이 내리고 있다.
검은 돌의 화면에 희게 긁힌 자국을 내면서······
어찌할 수 없는 멀건 눈으로
나는 바라본다.
완고하게 닫힌 돌을 안타깝게
노크하는 눈송이들을.
불 꺼진 창 그 안의 어둠 같이
퀭한 눈으로 입을 닫고 있는 돌.
어둠 속에 무슨 단서라도 있는 듯
어떤 대답이 들어 있는 듯……
검은 돌 앞에서 나는 불 꺼진
내 마음의 어둠을 뒤적거려 본다.
눈이 내린다.
낡은 니트에서 떨어져 나온
보푸라기 같은 것들이 바닥을 굴러다니는데,
검은 돌을 두드리는 다급한 눈들은 금세 사라진다.
나는 내 마음의 어둠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손끝에 걸리는 대답들을 안타깝게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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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프고 사나운 황인숙 느지막이 장년 훌쩍 지나 만난 나의 반려 내 젊은 날 친구랑 이름 같은 누군가 돌아볼지 몰라요 아니, 재길이 그대 부른 거 아니에요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라알!” 시도 때도 없이 길바닥에서도 짖어 부르는 내 반려욕 사납고 고달픈 맘 달래 줍니다 사실 나는 내 반려욕을 사랑하지 않아요 못나기도 못났으니까요 어디서 그렇게 나 닮은 욕을 만났을까요 만나기는 뭘 만나 내 속으로 낳았지
- 관리자
- 2024-05-01
글 쓰는 기계 김응교 사실 기계들은 자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할 기계적 고독이 필요하여 자기만의 기계실에서 밤새 작동한다 그를 누구도 볼 수는 없겠지만 껍질이 날아간 뼈다귀 로봇 등 뒤 상자 서너 박스에는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들 생선집 좌판에 파리 날리는 근간 시집들이 옆으로 누워 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기계를 닮아 가고 책 모양 사각형으로 바뀌어 옆으로 누운 가자미, 눈알과 손가락만 남아 상상력이 냉동되면 어떤 창작도 휘발되고 너무 많은 과거의 형태와 언어가 얼어붙어 더 이상 신선한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 기계에게도 컨베이어에 실려 뜨거운 화덕에서 태워질 운명이 다가온다
- 관리자
- 2024-05-01
멍쯔 삼촌 김응교 내 피의 4분의 1에는 몽골 피가 흐르고 아마 4분의 1은 옛날 중국인 피가 흐를지 몰라 내 몸에는 지구인들 피가 고루 섞여 있을 거야 그니까 삼촌이라 해도 뭐 이상할 거 없지 중국에 삼촌이 산다 삼촌이 쓴 책에 역성혁명이 나오는데 우리는 비슷한 혁명을 몇 번 경험했지 제자가 많다는데, 나는 삼촌으로 부른다 중국인은 멍쯔라 하고 한국인은 맹자라 하는 멍멍, 차갑게 웃을 중국인 삼촌 우리는 계속 역성혁명을 하고 있어 불은 든 프로메테우스들이 많아 멍쯔 삼촌, 우린 심각해요
- 관리자
- 2024-05-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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