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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氏의 절망

  • 작성일 2007-10-29
  • 조회수 127

소설가 구보氏의 절망

이승하


출근하지 않는 남자

전업 소설가 구보氏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밤 열 시부터의 작업

소설 「용은 여의주를 삼켰다」를

최신형 기종으로 쓰고 있다

아니, 키보드를 두드려

부지런히 입력시키고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야 비로소

소설 쓸 기분이 난다는 그는

자폐증 환자, 대인공포증이 있는

구보氏는 오늘도 외출하지 않는다

부지런한 구보氏

책 거의 한 권을 쓴

한 달 보름 동안의 노동

오늘도 컴퓨터에다

소설을 써넣는 한밤의 노동

컴퓨터 바이러스가 활동을 개시한 순간에

구보氏 졸고 있다

졸음이 몰려와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그만

잠의 늪으로 하강,

세상의 음영이 달라진 순간

그의 의식은 깨어난다

입력해 두었던 소설은 온데간데없고

한 달 보름 동안의 노동은 완전히 헛수고

구보氏는 미칠 지경이 되었지만

아무런 위로의 말이 없는 컴퓨터

빛을 내는 두개골을 안고

구보氏는 오열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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