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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타타의 밤

  • 작성일 2007-09-27
  • 조회수 215

칸타타의 밤

문정희


그날 밤, 음악회에 나타난 잉어      

내 뼛속까지 스며들어  

오, 맙소사

앙상히 드러난 실핏줄  

나이와 몸무게

남편과 자식들……

심지어 자랑스럽다는 듯 열거했던 이력들

갑자기 통속이 되어 버리는

문학과 학위들

      

날렵한 허리 

젊은 힘줄 물결치는 파도와

아름다운 금기와 위반들과  

결국 지상에 두고 떠날

저 많은 별들 사이로      

      

그날 밤, 음악회에

돌연히 물살쳐 온 잉어     


단숨에 내 뼛속의

푸른 시베리아를 녹인 칸타타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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