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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교향곡

  • 작성일 2005-08-23
  • 조회수 322

실내교향곡

문동만


신용산역 20년 된 상가아파트에 세들어 사는

형의 집에 들렀다 사실 그의 집도 아니다

그가 자주 자는 집은 컨테이너였으며

자주 먹는 밥은 함바집의 백반이었다

25년 객짓밥에 만년 셋방에

곰팡이 꽃을 피워놓고

밥상을 차려 날 기다렸다 살만한 나는,

막막한 그로부터 용돈을 받았다 

'아무려면 혼자 사는 내가 낫지'가, 그의 잠언

살다보면 가끔 그런 호사도 쌍무지개마냥 오는 것이다

창을 열어도 집밖도 실내(室內)인 작은집에서

비는 티브이에서만 온다

나는 빗방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소소한 몇 개의 반찬냄새는 이 집을

벗어나지 못하고 빗방울은

허공에 걸린 거미줄 5번 줄 인가를

퉁- 하고 튕기더니

복도의 자잘한 물발자국 위를

토도-독 건반인양 두들기더니

아팠던 시간의 절정기,

해체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

모진 균열 속으로 빨려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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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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