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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살짝

  • 작성일 2005-06-13
  • 조회수 170

은근살짝

유용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지하 선생께서 나와 인생이란 은근살짝 다녀가는 것이라고 ‘은근살짝’은 ‘은근슬쩍’의 전라도 말로 모름지기 인생이란 소리 소문 없이 살다가는 것이 최고라고 자기처럼 시끄럽게(표시 나게) 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특유의 밑바닥 철학을 설파하셨는데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 행 상선을 얻어 타고 여러 날째 수심 5,000m 인도양 새벽을 건너고 있을 때 누군가 뜨끈한 이마를 쓰다듬는 차가운 손길이 있어 소스라치며 일어났더니 바다보다 더 넓게 퍼진 하늘에 떠 있던 한 떼의 별무리 은근살짝 내려와 글썽이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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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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