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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좌담 2차 〈연재 작가의 기쁨과 슬픔〉

  • 작성일 2025-02-01
  • 조회수 232

   신년 기획좌담 2차 〈연재 작가의 기쁨과 슬픔〉


   2025년 1월호부터 3월호 사이에 총 3회의 좌담회 내용이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입니다.


   ㅇ 회차별 구성

     - 1차 : 책장 업고 튀어

     - 2차 : 연재 작가의 기쁨과 슬픔

     - 3차 : 플랫폼 시대의 문예창작(학)


   ㅇ 회의명 : 《문장웹진》 2025년 신년 기획좌담 2차 〈연재 작가의 기쁨과 슬픔〉

   ㅇ 일  시 : 2024년 11월 29일(금) 11:00~12:30

   ㅇ 장  소 : 예술가의집 라운지룸(서울 종로구 동숭길 3 한국문화예술위원회)

   ㅇ 참여자

     - 사회자 : 이병철(시인/문학평론가)

     - 참여자 : 강백수(시인), 구현우(시인), 성현아(문학평론가), 송지현(소설가)

  



   〈개회〉


   이병철: 반갑습니다. 질문이 좀 추상적인데, 개떡같이 여쭤도 찰떡같이 대답해 주시는 분들이어서 큰 걱정은 안 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 좌담 테마를 ‘연재 작가의 기쁨과 애환’이라고 지어 보았는데요. 작가들 중 연재하는 분이 굉장히 많은데, 연재를 한 번도 안 해 본 분도 많더라고요. 어떻게 해서 연재라는 시장에 진입 가능한가, 연재라는 글쓰기가 창작과의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분들이 꽤 많을 것 같거든요. 아무래도 문학적 글쓰기와 연재 지면을 염두에 둔 글쓰기가 결이 다르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기획해 보았습니다. 다들 연재를 해 보셨거나, 지금 하고 계신 분들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각자 자기소개, 그리고 현재 혹은 지금까지 어떤 연재를 해 왔고, 하고 계신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송지현: 저는 소설 쓰는 송지현이고요. 지금까지 《한국일보》에 매달 책 리뷰를 쓰고 있어요. 이번 주도 한 달이 돌아와서 써야 하는 주입니다.


   강백수: 안녕하세요. 저는 시 쓰는 강백수입니다. 연재는 몇 번 해 보았는데요. 지금 현재는 《경북매일》이라는 매체에 사회와 문화에 대해 이병철 시인과 함께 연재하고 있습니다. 격주로 쓰고 있고요. 이전에는 《한겨레21》에 음식과 관련한 글을 연재한 적 있고요. 《웨딩뉴스》라는 매체에서 연애 관련 연재를 한 적도 있습니다.


   성현아: 안녕하세요. 저는 평론 쓰는 성현아입니다. 저는 《경향신문》에서 매달 <문화와 삶>이라는 연재를 하고 있고요. 이전에는 《조선일보》에서 <일사일언> 코너에 짧게 연재했었습니다.


   구현우: 저는 시 쓰는 구현우라고 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연재라고 할 만한 것은 《아이스크림에듀》라는 곳에서 청소년의 글쓰기를 도와주는 칼럼을 격주로 연재했던 것인데요. 그게 4~5년 전 일이라 조금 오래된 일인 것 같습니다.


   이병철: 저는 《경북매일》에서 2015년부터 칼럼을 써 왔는데요. 2년간 매주 썼었고, 《경향신문》에서도 한 달에 한 번 연재한 적이 있고요. 《조선일보》에 세계 여행기를 연재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경북매일》에서 강백수 시인과 격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또《머니투데이》에 월 1회 칼럼을 쓰고 있고, 《매일경제》에 이번 하반기 동안 청소년을 위한 국내 여행기를 연재했습니다. 《낚시춘추》에서 연재를 한 적도 있고요.

   과거의 일도 괜찮은데, 다들 연재를 어떤 식으로 시작하게 되셨는지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걸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컨택이 이루어지는지, 청탁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강백수: 저는 지금 하는 《경북매일》 연재의 경우 이병철 시인이 같이하자고 제안해 주셨고요. 이전에 했던 《한겨레21》의 칼럼은 같은 지면에 연재하던 글에 대한 축전을 쓴 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 연락 주셨던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알음알음 이어진 것 같습니다. 《웨딩뉴스》 같은 건 기존에 연재하던 칼럼을 보고 연락해 주셨던 것 같고요.


   구현우: 저 같은 경우 기존에 연재하던 소설가가 자기 연재 끝난다고, 다음 작가를 찾는다고 연락 주었어요. 소설가 끝나고 소설가가 하면 말이 겹칠 수 있으니 시인 쪽으로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분이 제게 연재해 볼 생각 있느냐, 커피값이라도 벌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해 주어서 하게 되었습니다.


   송지현: 저는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소감 이야기하면서 사주 이야기를 했거든요. 이번에 대운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한국일보》 문화부 팀장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셨었어요. ‘문학과 사주’에 대한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못한다고 말씀드렸는데, 다음에 연락 왔을 때는 책 리뷰 건으로 말씀해 주셔서 좋아하는 책에 대한 리뷰로 시작하게 되었고요. 또 다른 연재는 아는 분이 저를 추천해 주셔서 연락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성현아: 《조선일보》에서는 그해 등단자분들께 지면을 주시더라고요. 소설 등단자가 한 달 쓰고, 시 등단자가 한 달 쓰고 그런 방식으로요. 제게 청탁이 와서 한 달간 일주일에 한 편씩 썼어요. 그걸 보시고 《경향신문》 측에서 필진 추천을 해 주셨던 것 같아요.


   이병철: 보통 신문이나 잡지 같은 매체인데, 작가군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것 같아요. 이분들에게 연재를 맡기면 펑크는 있을 수 있더라도 퀄리티는 보장이 된다는 신뢰인 것 같고, 짧으면 1년이나 길면 2~3년 이상씩 연재를 하시곤 하잖아요. 한 번씩 대대적으로 쇄신을 할 때도 있고요. 필진을 새롭게 개편할 때 미디어에서도 인력 풀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것 같고, 출판 편집자들이나 대표들이 친언론적인 경우 해당 루트를 통해 작가를 소개받는 게 가장 일반적인 것 같아요. 이번엔 연재의 기쁨과 보람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데요. 이건 어쩌면 원고료가 들어오는 순간이겠지만, 그건 기본으로 다들 인정하는 것으로 하고요. 또 다른 기쁨과 보람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구현우: 저희가 직장인이 아니다 보니 다달이 정해진 돈이 들어온다는 감각이 적긴 하잖아요. 연재를 하다 보면 분량이 정해져 있기도 하니, 그것들에 맞추어 생활한다는 감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게는 굉장히 큰, 패턴을 만드는 방법이었던 것 같아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병철: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 느낌을 언어화한 걸 처음 들어 봤어요. ‘생활하는 감각’이라는 말을 듣고 ‘이거였구나’ 싶네요.


   강백수: 저는 잘 읽었다는 말인 것 같아요. 아니면 새롭게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피드백을 보았을 때요. 인쇄 매체를 통해 독자들을 만날 때는 즉각적인 피드백을 수용하기 어려운데, 연재하는 것은 대부분 온라인 매체에 실리기 때문에 댓글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으로 생기는 피드백들이 좋았던 것 같고요. 연재한 글을 SNS에 올릴 때도 피드백을 받곤 하는데, 그것들이 항상 큰 기쁨인 것 같습니다.


   성현아: 이 이야기에 얹어서 ‘즉각적인 피드백’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동시에 빨리 개입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평론을 쓰고 나면 월간지라고 하더라도 묶이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런데 어떠한 사안에 대해 마감일과 잘 맞기만 한다면 바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대대적으로 보도가 이루어지자마자 며칠 뒤가 마감이어서 바로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요. 독자분들도 ‘이걸 다뤄 주는구나’ 하며 좋아하셨던 것 같은데, 수업 시간에 만나는 학생들도 와서 좋았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인쇄 매체보다 빠르게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 확실히 좋은 것 같다고 느꼈어요.


   이병철: 그럴 때는 좋은데, 내 차례가 한참 남았을 때 전전긍긍하며 다른 필자가 쓰지 않기를 바라는 순간이 마음 졸이죠.


   성현아: 운때가 잘 맞아야 하는 것 같아요.


   이병철: 지금 제가 강백수 시인과 함께하고 있는 지면이 작가 두 사람씩 한 지면에 나가야 하고, 작가가 둘씩 로테이션으로 돌아가고 있거든요. 무슨 주제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윤여진 시인과 똑같은 주제로 거의 비슷한 글을 썼던 것 같아요. 영화 〈기생충〉 때였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이미 마감했으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요.


   송지현: 저는 직장을 다니고 있기에 생활은 따로 하고 있고, 연재의 원고료도 적은 편이라 정말 커피값이거든요. 보람이 있다면 제가 좋아하는 책, 옛날에 좋아했던 책을 다시 살펴보고 읽게 된다는 것이 저를 만들어 준 책을 살펴보게 되는 것 같아 좋았고요. 책은 나올 때까지 오래 걸리는데, 부모님께 뭔가 하고 있다는 듯이 보여 드리기도 참 좋은 것 같고요.


   강백수: 부모님이나 처가에 뭔가 하고 있다는 자랑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점인 것 같습니다.


   이병철: 신문 같은 매체가 저희보다는 부모님 세대에 확고하게 자리 잡은지라 주변에 자랑하시기에 좋을 것 같긴 해요.

   다음 질문입니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질문인 것 같은데요. 연재의 애환과 스트레스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마감에 대한 압박이야 다들 있으실 텐데, 그것을 제외해도 정말 많을 것 같거든요.


   송지현: 저는 신문 연재가 처음이어서 항상 제가 마감을 늦기로 정말 유명한데요. 신문은 늦으면 안 되잖아요. 바로 펑크여서 며칠 전부터 곤두서 있고, 짧은 분량이어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고요. 지난달에는 정말 죄송하게도 거의 전날 넘겼어요. ‘언제까지 되세요?’라고 물으셨을 때 제가 ‘몇 시까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했더니 대답 없이 한숨을 쉬고 끊으셨거든요. 이번 주에 원고 넘기기로 하면서 다시 사죄를 드렸고요. 신문 연재의 애환인 것 같습니다.


   강백수: 저도 마감에 대한 애환인데, 사실 소재 고갈에 대한 애환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쓸거리가 있으면 쓰는 건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사회 현상이나 개인적인 경험을 가지고 쓰는 연재이다 보니 쓸 거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정말 속수무책이더라고요. 쓸거리가 있는데 제가 게으른 거면 정신 차리고 마감 전날이라도 쓰면 되는데, 뭘 써야 좋을지 갈피를 못 잡겠는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그럴 때가 정말 어렵습니다.


   이병철: 저도 첨언하자면 소재 고갈이 가장 큰 스트레스인 것 같아요. 끝까지 무슨 아이디어가 떠오를까 싶어서 마감 하루 전까지 기다려 보기도 하는데, 그래도 떠오르지 않으면 써먹을 것 없는지 학부 시절 리포트까지 싹 다 뒤져서 찾거든요. 얼마 전에 제가 하드디스크를 바꾸면서 도킹스테이션에 꽂아 두고 썼는데, 전원 관리를 잘못해서 쇼트가 나는 바람에 예전에 썼던 것들이 날아갔어요. 과거에 썼던 것들에 대한 기반이 사라졌습니다.


   강백수: 어떤 사건이 벌어져서 그것에 대해 썼는데 지면에 실리기 전에 사건이 급변하는 경우도 있어요. 해결됐거나, 잘못된 정보가 수정됐거나. 그런 경우 원고를 폐기할 경우가 생겨서 같은 일을 두 번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기도 하죠.


   성현아: 저도 늘 소재가 걱정이라 친구들에게 ‘뭐 재미있는 일 없냐’고 묻곤 하는데요. 작가들이 원고 때문에 집 밖에 안 나가기 시작하면 뭔가 일이 발생하지 않고 생각도 멈춘 상태로 늘 ‘뭘로 쓰지?’ 하는 생각만 하는 것 같아요. 연재할 때 에세이를 쓰는 건 아니다 보니 공적으로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게 좀 어려운 것 같고요. 두 번째로 스트레스인 건 언론사에 상주하는 악플러들이 있어요. 읽지 않고 댓글을 쓰시는 것 같은데, 매번 내용이 비슷하거든요. 읽고 비판하는 건 상관없는데, 그런 댓글이 스트레스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병철: 그런 독자들의 피드백도 즉각적이네요. 내가 반응할 수 있는 것도 즉각적이고, 독자들의 반응도 즉시 일어나고요.


   구현우: 저는 기쁨과 겹쳐 있어요. 정해진 분량이 있다는 것이 스트레스더라고요. 이번 달은 한 장밖에 못 쓰겠다던가, 나머지 페이지는 어떻게 채워야 할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요. 당시 연재 부탁을 하셨을 때 ‘글쓰기’라고만 하셨던 거예요. 글쓰기라고 하니 첫 주에는 테마, 플롯, 그다음은 이미지 이야기를 하고 할 이야기가 점점 없는 거예요. 할 얘기가 없으니까 1년쯤 지나서는 형태소까지 건들게 되더라고요. 언어 구조까지 건들지 않으면 할 말이 없어서 계속 뭔가를 찾았던 것 같습니다.


   이병철: 네, 그렇다면 기쁨과 애환에서 이야기되지 못한, 혹은 어떤 감정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어떤 순간이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강백수: 저는 《한겨레21》에서 첫 연재를 했을 때 에세이 형식이라고 해서 편하게 썼거든요. 제가 과거에 저질렀던 실책에 대해 솔직하게 썼었는데, 저게 뭔 자랑이냐며 비난하는 댓글이 8,000개 넘게 달렸던 것 같아요. 저는 그 당시에 너무 공포스러웠어요. 댓글의 정확한 개수는 모르겠는데, 첫 칼럼이 그렇게 파장이 되니 정말 무섭더라고요. 물론 데스크에서는 잘 돼서 신났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제 이름을 알린 순간이었는데, 절반은 악행에 대한 비난이었는데 나머지 절반은 ‘그러게 생겼다’는 외모에 대한 비난이었어요. 첫 회차라서 사진이 크게 나갔는데. 그때 이후로 한참 동안 글 쓰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이병철: 가끔 포털 사이트에 프로필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리면 얼굴을 가지고 하는 인신공격에 노출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송지현: 저는 같이 활동하는 작가들의 책을 쓸 때도 있는데요. 제가 썼던 글을 보고 힘을 얻었다고 이야기하거나, 내가 이 책에 담아내고 싶던 이야기를 잘 써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좋은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잘 썼던 분인데, 최근 힘이 떨어졌다는 평을 받는 분들의 책에 대해 일부러 쓸 때도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좋았다, 이거 보고 힘내라. 미미하지만.


   성현아: 연재하면서 글 좋다고 출판사에서 에세이 계약 연락이 왔을 때 뿌듯했습니다. 지금 계약 두 건이 걸려 있거든요. 좋게 봐 주셨던 분이 있다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너무 나빴던 순간도 있는데, 딥페이크 기사를 쓰고 나서 ‘얘를 딥페이크 해라’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떠돌더라고요. 그게 너무 공포스러워서 SNS에서 사진을 내렸던 적이 있습니다. 별건 아닌데, 선거일에 대선 결과가 나오는 날이 마감이었어요. 마감 전에 예약 메일을 걸어 두었는데 빨리 원고를 보내 주실 수 있냐고 전화를 주셨더라고요. 대선 때문에 다른 원고를 빨리 배치해 두어야 한다고 하셔서 신기했습니다. 그게 기억에 남네요.


   구현우: 교육 쪽 사이트여서 그런지 댓글도 없고, 아무런 피드백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피드백 관련한 기억은 없었는데, 연재라고 하니 통용될지 모르겠지만, 문학 관련 라디오 콘텐츠의 대본을 썼던 적이 있어요. 그때 방송을 진행하던 성우님이 해 주신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제가 오프닝부터 준비를 많이 하고 싶어 이런저런 것들을 적었는데, 그걸 보고 녹음 전에 한참 들여다보고 계시더라고요. 녹음이 다 끝나고 나서 ‘오늘 오프닝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해 주셨는데, 제가 그 말씀을 듣고 이걸 계속해도 되겠다는 보람이 들었습니다.


   이병철: 저도 《경향신문》에 연재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데요. 나이가 팔순 정도 되신 어르신께서 출판사를 통해 제 연락처를 확보하셔서 꼭 한번 만나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만나 뵙고, 식사하고, 차 마셨는데,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연락 주시곤 했어요. 그게 우선 기억에 남고요. 예전에 어떤 정치인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해당 정치인의 의원실에서 신문사에 전화해 항의한 거예요. 이미 발표된 글을 회수할 수 없으니 신문사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정정하는 기사를 낸 적이 있어요. 또 얼마 전에는 정치에 대해 보고 느낀 것들을 써서 보낸 적이 있는데, 편집위원이 언론사의 톤과 맞지 않는다고 하여 급하게 다른 글을 드린 적이 있고요. 해당 글을 다른 신문사에도 보냈는데, 결국 그 글은 쓰이지 못하고 함께 보내 드렸던 다른 글이 쓰였습니다.


   강백수: 전에 살던 동네에 포장마차가 하나 있었습니다. 짜장면이랑 우동을 파는 곳이었는데, 거기를 음식 칼럼 연재할 때 썼거든요. 그걸 보고 방송국에서 취재하고 싶다는 연락을 주셨어요. 방송을 타더니 거기 사람들이 줄을 서더라고요. 포장마차가 있던 자리 바로 뒤 점포를 계약하고 가게를 차리셨어요. 갔더니 그때부터는 우동을 시키면 어묵을 몇 개 더 주신다거나 하는 대접을 해 주셔서 보람찼습니다.


   이병철: 다음 질문을 드릴게요. 아까 구현우 시인께서 생활한다는 감각을 느낀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마감하려다 보면 연재 과정에서 루틴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본인만의 루틴을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구현우: 루틴이 있긴 한 것 같아요. 마감 일자가 있으면 이틀 전쯤 달력을 봅니다. 언제까지 마감할 수 있는지, 카페를 가더라도 정해진 곳에 가서 작업해야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당연히 6시간 정도 아무것도 안 하다가 첫 문장이라도 쓰면 ‘오늘 할 것 다 했다’고 판단하고 전날 미친 듯이 쓰는 거죠. 루틴이라고 한다면 이틀 전에 소재를 찾아다니는 것인 것 같아요. 쓸거리가 있어야 이야기를 하니까 소재를 찾기 위해 산책을 많이 하는 편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걸 전부 쓸 수는 없겠지만, 저는 눈에 뭔가 보여야 쓰는 것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수 있는 사람이어서 방에서 작업을 잘 하지 않습니다.


   강백수: 저는 소재를 쟁여 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지금 하는 연재가 꽤 오래됐는데, 제가 중간에 빠지고 다른 분이 연재를 맡아 주신 적이 있어요. 그때 소재 찾기가 너무 어려워서 빠졌던 거거든요. 다시 연재하게 되었을 때 소재를 항상 다섯 개 쟁여 둡니다. 다섯 개는 반드시 시기를 타지 않는 소재여야 해요. 컴퓨터 바탕화면 메모 기능에 다섯 개를 항상 써 두어요. 쓸 것이 없으면 거기에서 하나를 꺼내 쓰고, 다시 그날 채워 두려고 합니다. 다섯 개는 계속 유지하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연재를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성현아: 저는 언제나 전날까지는 초고를 가지고 있으려고 하는데요. 쓰고 나서 퇴고가 잘 안되는 것 같아서 프린트해 집에서 읽거든요. 그러면 리듬이 있고, 안 읽히는 곳을 빼는 작업도 하고요. 모든 원고를 그렇게 하는 편이긴 한데, 집에서 벽 보고 읽는 것이 루틴이 되었습니다.


   이병철: 저도 뭔가 비슷한 것 같아요. 화면에서 읽는 게 잘 안 돼요. 그래서 저는 카카오톡 ‘나와의 대화’ 기능을 이용해서 한눈에 들어오게끔 보는 것 같아요.


   송지현: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는 것도 루틴이 될 수 있을까요?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제출해야 하는 시간에 임박해 완성하는 것 같아요. 전날, 전전날부터 생각하고 써 놓긴 하는데 다 마음에 안 들고 이상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후다닥 하는 것 같습니다.


   구현우: 작가들에게 마감을 잘 지키게 하려면 3일 전으로 알려 주시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도 마감이 잘 지켜질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소위 말하는 ‘쫄림력’이 더 일찍 발휘되지 않을까 해요.


   이병철: 질문지에는 없는 질문인데, 방금 송지현 작가님 이야기를 들으며 떠오른 것인데요. 발등에 불똥 떨어져서 해결하기 위해 이런 말도 안 되는 무리수도 둬 봤다, 엄한 걸 엮어 봤다 하는 기억이 있으신가요? 저는 칼럼에다 혜민 스님과 축구선수 마라도나를 엮어 봤던 기억이 있어요.


   강백수: 저는 원본을 다 써 놨는데 엎어진 책이 한 권 있었어요. 급할 때마다 그걸 하나씩 꺼내서 수정해서 보냈어요. 같은 원고를 또 보낸 적이 몇 번 있어서 기자님께서 난감해하셨던 일이 좀 있습니다.


   이병철: 여기저기 많이 쓰다 보면 이미 다른 지면에 발표한 글을 드릴 때도 있더라고요. 기억이 가물가물해져서는.


   강백수: 이전에 지방에 놀러 갔다가 PC방에 가서 쓴 적도 있습니다.


   구현우: 저 같은 경우 잡지에서 특집처럼 한다고 하더라도 대중음악을 같이 하고 있어서 그런지, 혹은 시인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요. 항상 대중음악과 시를 엮어 이야기해 달라는 테마로 말씀해 주시거든요. 이미 다른 잡지에서 여러 번 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이전에 냈던 글을 보고 참고해 새로 씁니다. 이를테면 ‘귀 벌레’ 가지고 이전에 〈Ring Ding Dong〉으로 쓴 적이 있다면 이번에는 〈Dumb Dumb〉으로 쓴다든가 하는 식으로 곡을 바꾸기도 하고요. 텍스트를 조금 바꾸기도 하고요. 테마는 그대로 갖다 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송지현: 저는 새롭게 후다닥 쓰느라 이전 글을 본 적이 없어요. 엮는 것보다는 최근에 읽었는데 그냥 마음이 가지 않는데, 옆에 있으니까 빨리 추천하듯 쓰는 경우가 있긴 해요. 다 읽어보면 내용은 없는 경우죠.


   이병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공적인 지면에서 문학 독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을 만나는 글쓰기이다 보니, 문학 창작과는 다른 글쓰기 전략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때 염두에 두거나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강백수: 새로운 얘기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껴요. ‘저런 글은 나도 쓰는데’ 싶은 글을 피하려고 하고, 대중과 너무 동떨어져 공감을 얻기 힘든 글도 피하려고 하고요. 그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항상 신경 쓰는 부분인 것 같아요. 시인이고, 싱어송라이터이고, 그런 포지션 덕에 이 지면을 확보하게 되었는데, 그런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런 사람의 시각이거든요. 이 시각이 대중과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저만 아는 이야기가 되니까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송지현: 저는 리뷰를 주로 하다 보니 문학 독자가 대상이고요. 그러다 보니 아무런 댓글이 없어요. 좋은 것 같아요.


   이병철: 책을 소개할 때 선정하는 기준을 여쭤봐도 될까요?


   송지현: 일단 정말 좋아했던 게 잊혔다가 갑자기 생각날 때가 있어서 그것에 대해 쓸 때도 있고요. 쭉 책장을 볼 때도 있고요. 옆에 있는 걸 쓸 때도 있고, 어릴 때 좋아했던 판타지 소설에 대해 쓸 때도 있고요. 다양하게 접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성현아: 너무 사적인 걸 안 쓰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제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선호하지 않는 것도 있는데,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했더라도 넓은 이야기로 가려고 노력하는 편인 것 같아요. 제일 신경 쓰는 건 사실관계를 틀릴까 봐 많이 확인하는 것 같고요.


   이병철: 댓글을 다는 분들은 지면에 글을 쓰는 사람이면 전부 기자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기자야, 일기는 일기장에 써라’ 하는 댓글도 종종 본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사적인 이야기에 대한 부담이 큰 것 같아요.


   구현우: 저 같은 경우 송지현 작가님과 반대로 완전히 일반 대중이 독자였던 거예요. 학부모, 청소년 같은 분들이 독자이다 보니 이 글이 어려워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 글을 쓰고, 아무런 상관도 없는 직종에 있는 누나와 어머니께 보내 드렸어요. 쉽게 읽히는지, 읽을 만은 한지. 이 부분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확인했다가 수정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병철: 저도 처음에 연재 시작했던 신문사에서 아예 친절하게 가이드를 주셨어요. ‘중2 정도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써 달라’고 하셔서 첫 글쓰기가 그렇게 시작되다 보니 지면에 연재할 때는 항상 그렇게 염두에 두고 글을 쓴 것 같아요.

   다음은 제일 흥미로운 부분인데요. 고료가 궁금합니다. 최저 얼마, 최고 얼마까지 받아 보셨는지.


   강백수: 연재의 경우 비슷했던 것 같아요. 원고지 매수 당 적으면 10,000원, 많으면 20,000원. 보통 8매에서 10매 정도를 원하시는데, 매당 그 정도 가격 선이었던 것 같아요. 연재가 아닌 경우 공짜로 써 드린 경우부터 더 많은 금액까지 다양하게 있는 것 같습니다. 연재는 그 정도 선을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성현아: 저도 연재는 강백수 시인과 같은 것 같아요.


   송지현 : 저도요. 매수가 적을수록 좀 더 올려 주고, 매수가 많을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구현우: 저는 10매를 기준으로 9매를 쓰나, 11매를 쓰나 100,000원이었던 걸로 기억을 해요. 처음엔 ‘굳이 10매 채워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양심이 있어서 원고지 기준 10매 첫 줄은 넘기자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강백수: 매체에 따라 사진을 보내면 사진값을 쳐주는 경우가 있었어요. 사진을 신문사에서 제공하는 경우와 제가 제공하는 경우가 달라서 어떻게든 저는 제가 제공하려고 합니다. 물론 사진 여부와 상관없는 곳도 있었고요.


   이병철: 좋아서 하는 연재의 경우 매당 4,000원을 받으면서도 좋아서 했던 것 같아요. 《조선일보》, 《머니투데이》는 매당 30,000원에서 35,000원을 줬던 것 같고요.

   다음 질문드릴게요. 문학 창작과 다르게 연재는 연재만의 관습, 그 세계만의 특수성이 있는 것 같아요. 체감하신 것들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제가 경험했던 건 《머니투데이》에 연재했을 때, 편집위원장님께 카카오톡으로 글을 송고했던 건데요. 원고를 보내 드리면 윤문에 손을 굉장히 많이 대시는 편이에요. 쉼표를 빼신다든가 하는 것들이 있었고요. 괄호 같은 경우도 작은따옴표로 전부 통일하시는 편이라 신경이 쓰였던 적이 있고요. 또 200자 원고지 9.5매, 10.5매로 요구하시는 경우가 많아 처음에는 분량을 채우기 위해 문장을 길게 늘여 썼는데요. 나중에 보면 초과되어 있는데, 이 매수 맞추는 것이 꽤 특수했던 기억이고요. 분량을 굉장히 중요시하다 보니 분량 맞추는 것에서 발생하는 특수성이 기억에 남네요. 혹시 체감하셨던 특수성이 있으신가요?


   송지현: 신문사는 바이트로 몇 매인데, 매수를 맞춰 주더라도 바이트로 안 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정말 작은 한 문장을 넣거나 뺄 때가 있어요. 저는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경우 문장 안에 속마음을 괄호로 표기할 때가 있는데요. 그 괄호를 다 없애시더라고요. 수정 요청을 할까 고민할 때마다 아무도 안 볼 텐데, 하고 넘어가곤 합니다.


   강백수: 저도 분량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요. 2,200자 보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오히려 짧은 걸 드리는 건 쉬운데, 부족한 건 중언부언하면 되니까요. 타이트하게 써 놨는데 줄여야 할 때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아쉬운 부분은 비속어나 사투리를 글을 맛있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해서 ‘이게 허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약간의 은어 같은 것들은 필요할 때가 있는 것 같아서요.


   성현아: 매수 맞추어 보냈는데 조판 과정에서 줄여야 한다며 연락 주셨을 때, 또 그때가 하필 제가 밖일 때면 곤란하긴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시를 인용해야 할 때 시 제목을 달고, 인용한 시집의 제목까지 다는데요. 시집 제목이 빠질 때가 있어요. 어디에서 인용한 것이고, 또 찾아보실 분들에게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도 있을 텐데 빼신다고 하면 마음이 아플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예전에 ‘고조곤히’라는 말을 쓴 적이 있는데, 백석 시에 나오는 표현이에요. 그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쓴 건데, ‘조용히’로 바뀌었더라고요. 그때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구현우: 저는 단순하긴 한데, 매체마다 다른 것 같아요. 때로는 중간에 이탤릭체나 볼드 처리를 할 수 있잖아요. 그게 아닌 서체를 변경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매체에서 정해진 서체가 있는 경우 나중에 전혀 볼륨감 없는 글이 나올 때 전달이 안 됐다고 느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이병철: 이러한 과정들 때문에 편집자와 데스크와 충돌하거나 갈등한 적이 있으실 것도 같은데요. 이러한 사유 이외에도 마감 일정을 놓고도 첨예한 대립을 펼친 적 있으셨을 테고요. 저는 지금도 형편이라는 게 개선되지는 않았지만, 지금보다 더 힘들었을 무렵에는 고료 지급일이 항상 일정해야 하는데 중구난방인 경우가 있어요. 편집자가 아닌 회계 업무를 보시는 분께 연락드려야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리고 예전에 2년간 매주 썼던 칼럼을 중단하게 된 게 우발적인 감정에 의해서였거든요. 편집자가 다른 분으로 바뀌고, 이 바뀐 분께서 원고를 보고 ‘이 글이 무슨 내용인가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신 거예요. 아마 정말로 궁금하셨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전부터 조금씩 트러블이 있긴 했는데, 홧김에 제가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경험이 있으신가요?


   송지현: 저는 마감 밀렸을 때 깊은 한숨을 쉬셨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강백수: 저는 《한겨레21》과 《경북매일》에서 전부 연재를 해 보았는데, 매체 특성상 정치적으로 양쪽에 있는 매체를 서로 경험해 본 셈인데요. 지레 조심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부적절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있죠. 그럴 때마다 ‘내가 중립적인 게 아무 소용 없는걸?’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럴 때 허탈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연애 칼럼 연재할 때는 담당 기자님이 사적인 자리에서 ‘너나 그렇지’ 하고 반감을 드러내신 적도 있고요. 저는 저의 생각과 제 주변인의 생각을 담았을 뿐인데, 본인 생각으로는 일반적이지 않으니 불만을 토로하신 것 같아요. 이를테면 저는 20대 때 이상형을 이야기할 때 ‘나이는 상관없다’고 했는데, 그분은 ‘안 그렇던데’ 하고 반감을 표하신 거죠. 저는 한 지면에 제 글을 맡긴 만큼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는데, 뭔가 이상하더라고요.


   성현아: 저는 ‘빨갱이는 만들어진다’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정확한 검증 절차 없이 ‘빨갱이’로 대표되는 적을 만들어 내려는 문화를 비판하고 싶었던 거거든요. 제목이 강렬해서 제가 긴장되는 거예요. 고민하다가 쓰면서 ‘현 정권’이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려고 했는데, 거기에서 ‘윤석열 정부’라고 수정해서 내보내 주셨어요. 혼자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난리가 났더라고요. 응원을 많이 받아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기뻤습니다. 


   구현우: 충돌이나 갈등까지는 아닌데, 예전에 교정지가 왔을 때 문법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를테면 ‘잊혀진’은 이중피동 표현인지라 ‘잊힌’이 올바른 표현인데, ‘잊혀진’이라는 표현만의 맛이 있기도 하고요. 관련해서 말씀을 드렸어요. 몰라서 쓴 것이 아니고, 이때 문법상 어긋나더라도 이렇게 표현해야 하는 어떤 이유가 있었다고요. 출판사 측에서 받아들여 주시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부분은 수정하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병철: 다음 질문입니다. 내가 받아 봤던 기억 나는 악플이 있다면, 그리고 이런 것들에 대해 멘탈적으로 어떤 대처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생각보다 글 쓸 때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네이버에 서비스되는 글은 댓글이 달리니까 그걸 염두에 두면서 글을 쓰게 될 때가 있더라고요.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요. 오히려 단순하게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면 상관없는데, 글을 초월적으로 받아들여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시면 곤란할 때가 많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 받아 봤던 악플이 ‘저 프로필 사진 가발인 것 같다’는 것도 있었고요. 정치적 견해를 나타내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제 글을 인용하면서 자기 생각을 덧대는 분들이 계셨어요. ‘너 같은 애송이가 뭘 알겠냐’는 식으로 트위터에 글을 쓰신 분이 있기에 뭐 하시는 분인가 계정에 들어가 봤더니 나이가 저보다 4살쯤 많으셨던 거예요. 본인도 젊은데 애송이라고 하나 싶어서 그다음 회차 제목을 ‘젊은 꼰대’라고 해서 그걸 소심하게 복수한 적도 있고요. 대댓글 달고 1~2분 만에 지운 적도 있어요. 아무리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안 쓰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송지현: 저는 댓글이 안 달리는데, 책에는 많이 달리는 것 같아요. 최근 한강 선생님 노벨 문학상 수상과 관련하여 이틀 뒤 마감이라고 하시면서 후배 작가로서 소개를 써 달라고 하셔서 써 보냈는데, 그게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린 거예요. 그 댓글에 ‘송지현이 누구냐’, ‘한강에 묻어가지 마라’하는 댓글이 있었어요. 저의 대처법은 악플을 친구들 있는 단체 카카오톡 방에 올려요. 그러면 9 to 6 근무를 하느라 이미 화가 나 있는 친구들이 가서 싸워 주기도 합니다.


   강백수: 대부분 악플은 그냥 넘어가지는데, 안 넘어가지는 종류의 악플이 그런 것 같아요. 후배라거나, 어디에서 만난 적 있다거나, 대학 시절 이야기를 하면 대처가 안 됩니다. ‘강백수 대학 시절에 쓰레기였는데’ 하는 댓글이 달리면 그렇긴 해서 할 말이 없어요. 관계를 밝히면서 달리는 악플이 가끔 있는데, 저도 성장이라는 걸 하긴 해야 하니 그냥 난감한 채로 있을 때가 있고요. 그런 건 대처가 잘 안되더라고요. 잊을 건 잊고 살면 좋겠어요.


   이병철: 때로는 너무 선플도 자작 같아서 묘합니다.


   성현아: 저는 처음에 대처를 아예 못 해서 집에서 울기도 했거든요. 그때 친구들이 그 사람이 작성한 댓글들을 볼 수 있다고 알려 줬는데, 김연아 선수에게 악플을 달더라고요. 그걸 보니 특이한 사람이구나 싶어서 괜찮아졌고, 이제는 없으면 서운하기도 해요. 정치적 견해에 대한 글은 제 글을 읽고 쓴 듯한 악플이어서 ‘읽긴 했구나’ 싶은데, 환경 문제에 대해 쓴 글에 이름을 부르면서 ‘당신이 한 화장과 당신이 갔던 스타벅스가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달린 댓글은 본문을 읽으셨을까 의문스럽기도 하고요. 생각보다 프로필 사진과 글을 매치해서 읽으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기자인 줄 알기도 하고요.


   구현우: 저도 연재할 때는 댓글이 없어서 악플이라고 할 것이 없었는데, 작품 자체나 여러 활동들에서 보긴 봤습니다. 신인 때는 상처를 받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즐기는 자 모드가 돼서 에고 서치를 합니다. 이름 한 번씩 적어 보고, 어떤 작품에 대해 어떻게 보고 들으셨는지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악플을 보게 되면 당연히 기분이 안 좋아서 제 나름의 대처법은 굶주린 상태에서 보는 것입니다. 그다음 맛있는 걸 먹습니다. 다른 걸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맛있는 걸 시킬 준비를 하고 봅니다.


   이병철: 다음 질문은 ‘꼭 한 번 써 보고 싶은 테마가 있다면?’입니다. 덧붙여서 다른 연재 방식을 시도해 보고 싶다는 것이 있으시다면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강백수: 저는 스포츠 분야 써 보고 싶어요. 운동 경기 하나를 봐도 서사가 있고, 서사 속에서 문학성도 발생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일주일간 야구 시즌이라면 응원하는 팀의 이상적인 경기나 장면에 대해 서사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에세이를 연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포츠 분야에 종사하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려본 적도 있는데, 그들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는 ‘이쪽은 기존 분들의 텃세, 혹은 전문성을 지닌 선수나 해설 출신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철저히 팬의 입장에서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스포츠 에세이 중에서도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하며 에세이가 끝난다면 아마 수십 년은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송지현: 저는 언제 그만둘지 모르지만, 예고를 다닌 지 4년 정도 됐는데요. 언론에서 보는 고등학생과 제가 실제로 만나는 고등학생이 정말 다르거든요. 그리고 아이들을 만나 보면 집에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에피소드를 그만두기 전에 한 번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데, 아이들의 이야기를 써도 좋을지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구현우: 저는 써야만 하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요. 쓰고 싶은 것을 쓰면 죄책감이 금세 찾아올 것 같아서요. 옛날부터 계약되어 있던 에세이들이 있고, 대중음악을 일상 속에 녹여 내는 쪽으로 말씀하셔서 작업 중이고요. 한 권은 사실 작년에 나왔어야 하거든요. 연재할 자신은 없어서 혼자 마감을 잡고 해 봤는데, 집에서 하니 안 되더라고요. 누군가 타임 리밋을 걸어 줘야만 마감을 하는데, 혼자서 하니 자꾸 늘어지는 거예요. 반년 넘게 다른 이슈로 못 쓰고 있다 보니 다시 손대기 무서운 느낌이 있는데, 어떻게든 저는 이걸 처리하는 것이 출판사에 대한 예의이고, 저도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현아: 저는 케이팝 덕후로 이야기하고 싶기도 하고요. 또 교양에서 수업하는 건 학과가 랜덤이고, 글쓰기를 가르치는데, 학과마다 글을 대하는 방식이 다양해서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연극영화과는 예시 글을 보여 주면 항상 ‘와~’ 하고, 읽을 때도 연기처럼 하는 친구들인데요. 기계공학과는 항상 과에서 가장 유명한 콘텐츠가 〈아이언맨〉이라고 하더라고요. 과에 맞게 재밌는 것들만 취해 보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끼는데, 송지현 작가님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이야기를 써도 되는지 문제가 될 것 같아요. 사람마다 문학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병철: 저는 항상 여행 관련해서 쓰는 것이 즐겁더라고요. 여행, 맛집 기행 잘 써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혹시 작사가로서 연재하시는 건 어떠세요?


   구현우: 작사가로서 연재하는 창구는 확실히 적은 것 같아요. 작사가가 워낙 바쁘기도 하고, 하루에 한 곡 이상 할 때도 적지 않아서 다른 데 눈 돌릴 틈이 없어서 적은 것 아닌가 싶어요.


   이병철: 거의 마지막인데요. 연재라는 글쓰기가 어떤 담론의 장이 되면 좋을지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문학이라는 특수성 안에서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송지현: 대중이 문학으로부터 기대하는 사회적 발언을 지양하면 좋겠습니다. 작가는 예술하는 사람 중 한 명일뿐인데, 작가들은 예술가보다 지식인 취급을 받잖아요. 다양한 작가들의 모습이 보이면 좋겠어요. 그리고 문학가에게 바라는 지면이라기보다는 아예 문학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관심 없어 하니,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정도만 인지되어도 좋을 것 같아요.


   강백수: 저는 어떤 순간에 문학은 굉장히 사회에 큰 기여를 하지만, 아주 많은 순간에 문학은 무용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용할 때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문학이라고 생각해서 무용함이 연재 매체에서 받아들여지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글을 읽으면서 영양가를 찾으려고 하고, 그 욕망에 부응하고자 하는 마음이 매체들을 움직이고 있는 것 같고요.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좋겠어요. 영양가 있는 매체가 너무 많고, 그중 요만큼은 쓸모없고 재미있는 것이면 좋겠어요.


   성현아: 저는 신문의 특성상 어떤 사건이 있으면 해석할 때 정치적인 전문 소견을 내거나 법학, 비문학으로 가는 것 같아요. 제게 기자님께서 애초에 같은 사건이더라도 문학 쪽으로 해 주시면 좋겠다고 하셔서 책으로 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되게 유용한 거예요. 현실의 답을 찾으려고 할 때 누가 소설을 읽겠어요. 전문서를 읽을 것 같은데, 답이 오히려 소설이나 시집에 있는 거예요. 이렇게 이야기하니 독자들 입장에서 가치 있는 일이겠다 싶어 좋더라고요. 문학이 무용한 것도 즐겁고, 쓸모도 확실히 있으니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구현우: 저는 개인적으로 모든 종류의 대중매체 중 문학이 가장 느리다고 생각하거든요. 시의성 있는 사건이 있다고 할 때 사진이나 미디어가 가장 빠를 것이고, 뉴스가 뒤따라오고 그 뒤로 오는 것들이 있을 텐데요. 시, 소설을 비롯한 문학은 더 뒤에 온다고 생각해요. 어떤 큰 사건을 맞이했을 때 당장 문학적으로 풀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을 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 동안 문학을 좀 더 자유롭게 던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봤어요. 무용할 수도, 유용할 수도 있는 것들을 자유롭게 던져도 되지 않나. 문학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무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이병철: 전통적 독자들이 너무 두터운 층인지라 이분들이 기억하는 지면에 연재하는 작가란 이문열, 황석영 작가님과 같은 분들이라서 젊은 작가들에게도 우리 사회를 향한 촌철살인을 기대하시는 것 같아요. 젊은 작가들이 정말 많은데 신문의 독자는 연령대가 고착화되어 있다 보니 상대적인 갭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문학가의 마음으로 사회의 시의성을 볼 수 있는 것이 문학가적 마음이라고 생각하는데, 글을 읽는 분들도 저 사람이 문학하는 마음으로 과연 무언가를 어떻게 보는가 기대하시는 것 같고요. 저는 작가들이 다른 필자들은 가지지 못하는 유려한, 문학적 문장을 지닌 만큼 그 능력을 공적 지면에 발휘하면 문학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확실히 문학가여서 다르네’ 하는 인상과 관심을 주는 것이 대중매체 독자들을 문학으로 유입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보자면 우리는 정말 큰 일을 하는 것이죠.

   자, 거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 마감이 가장 임박한 글의 테마, 주제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구현우: 대중문학과 관련된 에세이를 어떻게든 써야 하기 때문에 그것부터 생각이 납니다. 제가 출판사 측에 연락 안 드린 지 1년이 다 되어 가서 원고 걱정이 되네요. 무엇보다 먼저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강백수: 저는 공식적인 송년회를 잘 안 가는데요. 술자리 좋아하는데, 출판사나 단체의 송년회를 잘 안 가요. 친구들끼리 술 먹는 자리만 가고요. 송년회 안 가는 이유에 대해 써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송지현: 저는 어차피 책 리뷰니까 이번에는 위수정 소설가의 『우리에게 없는 밤』 써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현아: 저는 한강 작가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 덕에 해당 원고를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이병철: 저는 당장 오늘 마감이 걸려 있고요. 내일모레 마감하는 건 폭설과 관련한 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12월에 있는 마감은 한 해의 마지막 연재, 연말 느낌이 나는 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 드디어 마지막 질문인데요. 오늘 못다 한 말씀이 있다면 해 달라고 요청드리려다가 질문을 바꿔 봤습니다. 예능식으로요. ‘나에겐 연재란?’


   성현아: 나의 기쁨이자 고통.


   강백수: 이제는 더 잘할 수 있는 것.


   구현우: 잊을 만하면 다시 하고 싶은 것.


   송지현: 죄송하고, 이제는 좀 쉬어도 될 것 같은 것.


   이병철: 여러 가지로 연재라고 하는 것이 작가에게 주업이자 창작을 지탱해 주는 힘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귀한 시간 내어 좌담에 참여해 주신 네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두 기쁜 연말 보내세요.



   〈폐회〉



이병철 시인

2014년 《시인수첩》 신인상 등단.

강백수 시인

2008년 《시와세계》 등단. 시집 『그러거나 말거나 키스를』.

구현우 시인

2014년 『문학동네』 신인상. 시집 『나의 9월은 너의 3월』, 『모든 에필로그가 나를 본다』, 『버리기 전에 잃어버리는』.

성현아 문학평론가

2021년 《경향신문》,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p>

송지현 소설가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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