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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의 모양」 외 6편

  • 작성일 2022-10-14
  • 조회수 1,781

[아르코문학창작기금 - 시]



언덕의 모양




차유오






끝을 기다린 적은 처음이었다
끝없는 모래 언덕을 오르며 생각했다


사람은 같은 일을 겪어도 다른 장면으로 각자의 기억을 갖게 된다는데 우리는 어떤 모양으로 오늘을 기억하게 될까 언덕의 모양이 바람을 따라 바뀌는 동안 서로 같아질 수 없다면 철저히 달라지고 싶다고 너는 말해 주었지 같다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사랑할 수 없는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자 가까워지는 발자국들, 스쳐 가는 얼굴들 모든 기대가 허무하듯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으면 모든 게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았지


언덕 위에 가만히 누워 어떤 사람은 내려가고, 어떤 사람은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렇게나 다른 사람들이 저렇게나 비슷해 보여서


올라가고 싶은 마음과 달리 언덕은 언제나 내려가기 좋은 모양이었다 돌아가는 길에는 싫어하는 것들도 이상하게 아름다워 보였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이 언덕을 만들어 낸 것 같다









물 위에서 버티는 것처럼






강가에 앉아 말없이 강을 보는 사람들 금방이라도 빠질 것 같은 얼굴이 되어 간다 우리는 오리의 뱃속으로 들어간다 페달을 밟으며 서서히 앞으로 나아간다 서로의 발을 보며 같은 곳으로 향하는 것을 보며 발만 봐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이렇게라도 우리는 물 위를 걸어 볼 수 있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중심을 잘 잡아야 해
물 위에서 버티는 것처럼


사람보다 큰 오리는 사람을 잡아먹을 수 있을까 사람은 그렇게 오리를 잡아먹었는데 주변에는 잡아먹힌 사람들 움직이고 벗어나고 싶은 듯이 힘찬 발길질을 한다


저기를 봐


물살에 뒤집힌 오리는 가라앉고
사람은 떠오르는 것을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이미 살아 있으면서


사람들은 자꾸만 돌아오는데
물 밖을 빠져나간 오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연체






누군가를 기다리는 책이 되어
책상 끝에 앉아 있는 아이


혼자라는 게 무서워서
도서관에 온다는 말은
아이보다 더 외로워 보였는데


책을 베고 자면
말랑한 머리는 딱딱해질까


그렇다면 깨워 줘야 할 텐데


다른 생각에 빠져
손을 베일 때


피는 종이 위에
서서히 번져 가고


커지는 건 언제나 슬픔뿐이다


피가 흐르는 순간에도
죽어 가는 것보다


살아 있는 것에 가까웠지


멈추지 않을 것 같은 피가
스스로 멈춰 버릴 때


몸도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


나는 매일 연체되는 것 같다









쥐의 죽음에 관한 고찰






죽은 쥐를 밟았다. 소리를 지르자 뒤돌아보는 사람들. 죽은 쥐는 보지 못한다. 떨어진 게 없으면 바닥을 볼 일 없으니까. 사람들은 고개를 빳빳하게 든 채로 걸어간다. 납작한 몸이 유일한 흔적이 되어 버린 쥐. 작은 몸으로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 넓다고 쥐는 생각했을 것이다. 바닥을 보면 아무것도 없는데 밟고 있는 모든 게 쥐처럼 느껴진다. 아무것도 없어서 아무거나 상상할 수 있다. 온몸에 돋은 소름을 옷 안에 숨긴 채로 걸었다. 이 느낌에 무뎌지기 위해. 모든 죽음을 떠올려 봐. 어릴 때 키우던 동물이 가장 먼저 잊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는 부를 수 없는 이름이 되어. 쥐는 살기 위해 움직였을 텐데. 발보다 발자국이 더 큰 것 같다고 착각하면서. 납작해진 몸 안에는 더 납작해진 마음이 있겠지.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마음은 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썩어 가고 있을 것이다. 계속 자라나는 쥐의 앞니처럼 이 생각은 도무지 끝나지 않는다.









나무의 안부







마을에는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사방으로 뻗은 나뭇가지는 허공에 멈춰 있어 어딘가로 가려다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그늘에 앉아 있으면 서늘함에 놀라게 되지. 멈춰 있는 것들은 말없이 사람을 견디고, 멈춰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그늘이 어떤 움직임을 감춘지도 모르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나무에 관해 물으면 나무가 마을을 지켜 주는 것 같아요, 모두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주민들이 나무를 지키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무보다 오래 산 주민은 없었기에 나무는 누구보다 마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마을에서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대신 나무의 안부를 물었다. 마음을 쓴 만큼 돌려주는 건 나무밖에 없다고


다시 나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을 때는 나무보다 큰 어둠만이 내려앉아 있었다. 이 어둠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과거의 얼굴들






상상 속에서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었는데


머리로 할 수 있는 일과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서


지금은 어떤 것도 그리지 못한다


잘못 그린 그림은 찢지 말고
조금씩 지우면서 그려보라고 말해 준 사람


그렇게 하다 보면
잘못된 것도 고칠 수 있다고


새로 그린 그림보다
오래 그린 그림이 좋아졌을 때


이미 내게서 지워져 버린 사람


잘못 그린 것도 아니었을 텐데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사람들


그리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과거의 얼굴들


지우려는 마음과는 다르게


텅 빈 도화지 앞에서는
무엇이든 그릴 수 있다









조금의 조금






산속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 고개를 들면 하늘이 닿을 것 같은 집이라고 했다. 본 적도 없는 집은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이 세상에 없는 곳처럼 느껴졌다. 멈추지 않고 걸어갈 때 몸은 무거운 짐이 된다.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는 몸을 우리는 견디고 있었다. 낙엽을 밟을 때마다 부서지는 감각에 익숙해졌다. 속도를 맞추어 걷던 아이들은 멀리 흩어진다. 각자의 길을 만들어 내는 듯이. 각자가 되어 가는 듯이. 걸음을 멈추는 순간 다음 걸음은 더 힘들어졌다. 알면서도 자꾸만 멈추게 되었다. 조금만 가면 돼. 그렇게 우리는 조금을, 조금의 조금을 만들어 냈다.













차유오
작가소개 / 차유오

2020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dbdh1803@naver.com


《아르코문학창작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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