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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푸스

  • 작성일 2023-10-20
  • 조회수 622

젤푸스

김진성


   “이동 시작합니다. 예상 도착시간 15시입니다.”

   설렘. 이 짧은 보고를 설명할 하나의 단어. 기다려 마지못해 멀게만 느껴진 오늘과 드디어 만났다. 드디어 계도사(啓導士)라니. 유독 습도가 높은 여름이지만 나는 전혀 덥지 않다.

   집을 나서기 전, 현관에 있는 전신 거울 앞에 서서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칼날처럼 주름 잡힌 바지와 긴소매 셔츠, 나의 섬세한 손을 보호할 장갑과 길을 밝혀 줄 신발까지. 온통 새하얗게 맞췄다. 거기에 계도사의 상징인 갈색 넥타이와 손에 든 서류 가방까지. 너무나 완벽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잠시 후 이 모습을 보게 되실 본부의 계도장(啓導長)님들께서도 나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실 것이 분명하다.

   나는 거울 속 나에게 윙크를 날린 뒤 현관문을 열었다. 복도식으로 지어진 숙소 아파트에서 바라본 하늘과 땅은 진한 푸른색과 초록색으로 아름답게 분열돼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절경이 아닐까?

   “지금 출발?”

   초록빛 들판에 잠시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옆집에 사는 동기가 집에 들어오고 있었다. 진한 푸른색의 운동복과 낡은 슬리퍼를 신고 있는 모습을 보니 요 앞에서 생필품을 구매하고 돌아오는 길 같았다.

   “어.”

   나는 들뜬 마음을 조금 억누르며 이 짧은 대답을 했다. 뭐랄까. 미안한 감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 직후 녀석의 눈을 봤다. 역시나 거기엔 진한 아쉬움이 섞여 있었다. 마치 그의 얼굴과 그 주변 풍경의 채도가 조금씩 낮아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해했다. 녀석은 나처럼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고 그 힘든 교육생 기간을 6개월이나 더 버텨야 했으니.

   “못 보던 가방이네?”

   그의 시선이 나의 갈색 서류 가방을 향했다. 

   “아, 이거 2년 전에 세례받았을 때 산 가방.”

   “천연?”

   “아니, 그냥 인조가죽. 너도 알겠지만 요즘은···.”

   “잘 다녀와.”  

   녀석은 내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숙소로 들어갔다. ‘잘’의 의미가 전혀 섞여 있지 않은 인사말과 함께. 

   사실 녀석은 교육 기간 내내 나보다 성적이 좋았다. 그래서 언제나 내가 도움을 청했고 그때마다 녀석은 나를 불쌍히 여겼다. 아마 그런 이유로 녀석은 이 상황을 견디는 것이 힘들 것이다. 그래도 시험 보기 전날엔 꼭 둘 다 시험에 합격해서 같이 젤푸스 영업 전도사가 되기로 결심했었는데. 나도 마음이 좋지만은 않다. 

   엘리베이터를 탄 뒤, 곧바로 1층에 도착했다. 햇볕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 같다. 이럴 때 자가용 차라도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지하철역까지 걸어갈지 택시를 부를지 고민했다. 고민의 이유는 내 계좌의 잔고. 공막(共幕)에서 매달 보내주시는 이번 달 생활비는 이미 소진한 상태였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무리해도 되겠다 싶어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이제 곧 계도사가 되어 정당하게 자가 재산을 소유할 수 있게 되니까. 이제 나는 자유롭게 일하며 사람을 만날 수도, 돈을 모을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자유로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저기, 택시가 바로 온다. 

   “안녕하세요. 지하철역이요.”

   “네.”

   택시 타길 잘했다. 오랜만에 에어컨 바람을 만난 것만으로도 큰 이득인 셈이니. 얼마 만에 느끼는 행복인가. 숙소에도 교육실에도 에어컨은 없다. 규율상 교육생들은 이것을 견뎌 내야만 했다. 마치 식물들이 세상의 빛을 보기 전 땅속에 묻혀서 오랜 기간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것처럼.

   “요즘 갈수록 더 더워지네요. 기사님.”

   붉은색 계열의 남방을 입고 있는 기사님께 상냥하게 말을 건넸다. 혹시나 우리 공막을 소개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꿈에 그리던 첫 젤푸스 영업까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네.”

   하지만 그는 이 아주 짧은 답변 이후에 아무런 말이 없었다. 더 말을 걸어 볼까 하다가 그의 선글라스를 낀 눈에서 대화를 원치 않는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아 포기했다. 우리 공막이 전하는 순수함 안에는 매너도 포함되어 있으니까.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한동안 이어졌다. 어색함을 견디는 데엔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창밖엔 온통 초록빛 들판이 있었다.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는 아름다운 삶을 살기보다는 전부터 그토록 원했던 도시에서의 반짝거리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곧 그 삶의 시작이 시작될 것이다.

   미래의 삶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니 개통된 지 얼마 안 된 지하철역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들판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최신식 건물. 우리 공막의 젊은 교육생들을 위해 특별히 국가가 나서서 지어 준 건물. 남들이 뭐라 하건 이곳의 외관과 인테리어, 심지어 화장실과 쓰레기통까지 모두가 하얗게 꾸며진 것이 그 증거다. 적어도 교육 시간에 그렇다고 배웠다. 

   “저기에서 세워 주세요.”

   “네.”

   역시 택시.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늘 나의 첫 번째 선택은 매우 성공적이다. 

   “결제는 다 되셨고요···.”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차를 위해 택시의 문을 반쯤 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네?”

   나는 결제가 잘 안 되었나 싶었다.

   “그런 곳에 있지 말고 이제는 학생다운 삶을 살아. 시간 낭비하지 말고.”

   기사는 자신의 선글라스를 벗고 온전히 자신의 눈빛으로 말했다. 답답이 많이 섞여 있는 말투로. 순간 나도 약간의 화가 묻은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그래서 아저씨와 그 주변은 옅은 보랏빛으로 바뀌었었다. 

   “뭐라고요?”

   “청춘이 아까워서 그래.”

   옅은 보랏빛은 조금씩 진해지고 있었다. 언제나 내 감정이 변할 때마다 세상의 색깔은 달라졌다. 

   “기사님. 저 정말 행복한데요? 기사님도 우리 공막에 들어오세요. 그러면 이해하실 거예요. 우선 젤푸스부터 시작해 보세요. 젤푸스만 사용해보셔도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지실 거예요. 특히나 기사님처럼 운전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더더욱.”

   나는 가방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세례받을 때 받았던 명함. 오늘 처음으로 사용해 본다. 뿌듯함이란 이런 기분이었다.

   “세상의 모든 불결함에서 벗어나세요. 우리 공막이 기사님을 순수하게 만들어 드릴 거예요.” 

   기사는 당황했다. 보랏빛은 다시 희미해졌고 전세는 완전히 역전되었다. 그는 떨리는 눈으로 내 눈과 아직 내 손에 들려있는 명함을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아··· 뭐··· 늦겠네. 얼른 가요.”

   기사는 끝내 내 명함을 받지 않았고 다시 선글라스를 썼다. 그래서 나는 조수석에 명함을 살포시 올려놓았다. 어쩌면 내 명함을 보고 생각을 바꿀 수도 있을 테니까. 

   “언제나 기사님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택시에서 내렸다. 찌는 듯한 더위가 다시 느껴져 빠르게 지하철역 쪽으로 걸어갔다. 택시 안에서의 일은 아쉬웠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말했다면 넘어올 수도 있었을 텐데.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다음번에 기회가 온다면 오늘의 후회를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그리고 그들은, 광고가 나오는 보도블록 위를 걷고 있는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내가 광고에 나오는 유명인의 얼굴을 밟고 있어서는 아닐 것이다. 아마 내가 온통 하얀색 옷을 입어서일 것. 순수함으로 무장된 나와 촌스러운 원색 계열의 옷만 주로 입고 다니는 그들은 달랐으니까.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는 그들은 나를 바라봤다. 그러나 나는 이 시선이 부담스럽지도 싫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랑스러울 뿐.

   언젠가 우리 공막의 최고 계도장님께서 새하얀 넥타이를 매시고 설교 시간에 전해 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언제나 소탈하신 우리 최고 계도장님께서는 그분 특유의 쉰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곤 하셨다. 


   ─여러분이 세상에 나가면 사람들이 쳐다볼 거야. 왜? 우리가 한여름에도 온몸을 가린 옷을 입어서? 새하얀 옷만 입고 다녀서? 아니야. 세상이 우리를 쳐다보는 건 우리를 부러워하기 때문이에요.


   나는 이 대목에서 무릎을 ‘탁’ 쳤던 기억이 난다. 부러워한다는 말에서 오는 깊은 위로가 내 마음을 만졌기 때문.

 

   ─얼마나 부럽겠어? 우리는 언제나 순수함으로 무장되어 있는데 자신들은 그러지 못하니까. 세상 사람들은 말이죠, 자신들보다 높은 단계에 있는 사람들을 아주 싫어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끌어내리고 배척하려 하지. 아주 위선적이야. 하지만 우리는 전혀 동요될 필요가 없어. 왜? 우린 그들보다 순수하기 때문에. 우린 그들보다 위에 있기 때문에.

 

   맞다. 세상 사람들은 언제나 위선적이다.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언제나 우리를 핍박한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사실 그들은 우리가 부러운 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인간은 원래 시기와 질투로 살아가는 더럽고 불결하며 악한 존재니까.

 

   ─여러분, 이제 과학자들조차 하얀색 옷과 긴팔을 권고하고 있는 거 알죠? 엊그제 내가 보여준 논문에 다 나와 있잖아. 그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이야. 그런데 거기에서 이렇게 말했어. ‘자외선 복사량이 날이 갈수록 늘어 가니까 반드시 하얀 옷과 긴소매 옷을 입고 다녀야 한다.’자, 이제 누가 정상이야? 세상이야 우리야? 잘 들으세요. 이제는 우리가 추구하는 순수함을 과학조차도 인정해주고 있어요. 이건 명심해야 해. 알겠죠? 젤푸스 같은 제품이 왜 세계를 호령하고 있겠냐 이 말이야.

 

   내가 수많은 설교 중 이 대목을 이렇게나 자세히 기억하는 이유는 최고 계도장님께서 마지막쯤에 들려주신 말씀 때문이다. ‘우리 공막의 순수함과 그것을 인정하는 과학 기술’. 이미 우리 공막은 젤푸스라는 제품을 개발하면서 생명공학 분야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물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그걸 모르는 것 같아 아쉽지만. 그래서 내가 계도사가 되면 사람들에게 나만의 방식으로 우리 공막의 순수함과 위대함에 대해서 가르쳐 줄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젤푸스 하나 먹어야겠다. 한 시간 전 즈음에 젤푸스 전용 식단으로 점심을 먹었으니 이제 딱 젤푸스를 먹을 시간이다. 갈색 서류 가방에서 100ml짜리 젤푸스 한 포를 꺼내 그대로 쭉 들이켰다. 다 먹고 껍질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니 마침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다. 역시나 철 소재의 하얀색 피부를 가진. 

   젤푸스는 우리 공막의 순수함을 완성해 주는 과학 기술의 결정체다. 이 세상에 젤푸스만큼 위대한 발명품이 또 있을까? 나는 단언컨대 없다고 생각한다. 똥이란 것은 인간과 동물의 순수성을 더럽히며 불편을 초래하는 불결한 ‘순수 악’ 그 자체니까. 

   똥이라는 단어는 생각만으로도 불경스럽다. 아주아주 어릴 때 똥을 싸 본 게 마지막이라 자세히는 기억 못 하지만 똥이란 건 항상 내 발목을 잡는 나쁜 것이었다. 학교에 가려고 하면 똥을 싸야 했고, 밥을 먹으려고 해도 똥을 싸야 했으며 그냥 길을 가다가도 똥을 싸야 했다. 심지어 화장실이 없는 곳에서조차도. 

   지금도 똥은 젤푸스를 먹지 않는 사람들의 시간과 기회를 조금씩 갉아먹는 아주 흉악한 것이다. 어릴 적 경험으로 각인된 그 소리와 냄새는 정말이지 생각만으로도 구토가 나올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똥이란 것을 증오했다. 다행히 나의 부모님은 나를 어린 시절부터 공막으로 이끌어 주셨기에 지금은 그런 역겨운 삶을 살지 않아도 되지만. 

   이런 이유로 나는 여러 직종의 계도사 중 젤푸스 영업 계도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세상 사람들을 역겨운 삶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려는 사명감을 가지고서 말이다. 

   사실 몇 년 전, 계도사 교육 과정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말씀 계도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많은 선배 계도사님들처럼 우리 공막의 신도들에게 말씀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언젠가 교육 중에 영업 계도사로 활동하는 분의 특강을 듣고 나서 나의 목표는 완전히 바뀌었다. 


   ─말씀 계도사님들은 우리 공막의 신도들에게만 순수함을 전하지만, 영업 계도사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순수함을 전합니다.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순수함을 전한다니. 나는 이것에서 너무나 큰 감명을 받았다. 실제로 그 계도사님은 세계를 돌며 젤푸스를 보급하고 있다고 하셨다. 옛 생각이 들어서일까? 지하철 문이 열리고 그곳에 올라타자마자 문뜩 ‘이곳에서 영업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정식으로 영업을 하려면 영업 계도사 임명장이 꼭 필요하지만, 그때 특강을 해 주신 그분도 이렇게 계도사가 되는 날, 임명장을 받으러 가는 길에 젤푸스 영업에 성공했고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그분처럼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하니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나는 이것을 신이 나에게 주신 용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은 서서히 초록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택시 기사로부터 얻은 후회를 만회할 기회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 것이다.  

   신이 나에게 주신 용기를 가슴에 품고 내 앞에 있는 수많은 사람을 바라봤다. 나의 먹이들. 나의 밥들.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리고 초록빛은 처음보다 조금 더 진해져 있었다. 그렇다. 이제는 내가 저들을 바라본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내가 먼저 바라보니 그들은 나를 더 이상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숙인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통로 중앙에 섰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사람들에게 외쳤다.

   “여러분! 똥 마렵지 않으세요!?” 

   고개를 숙이고 있던 사람들은 나의 자신감에 놀라 다시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주 바람직한 시작이다.

   “네! 여러분들의 배 속에 들어있는 똥 말입니다! 맞습니다! 똥은 더럽습니다. 냄새납니다. 심지어 갑작스럽게 찾아와 사회적 관계를 단절시키기까지 합니다! 불편하지 않으세요!?”

   키득키득 웃는 사람들도 생겼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나는 이 먹이 중, 단 한 명에게만 우리 공막의 순수함을 전달하면 되니까.

   “왜 여러분들은 굳이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시나요?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수단이 있는데!”

   나는 나의 갈색 서류 가방에서 젤푸스를 하나 꺼내 사람들에게 보여 줬다. 

   “여기 이 젤푸스가 여러분들의 불편함을 해결해 줄 겁니다! 어쩌면 지금도 여기에 똥 때문에 다음 역에서 하차하고 화장실을 가려는 분들이 계실 수 있을 겁니다. 시간 아깝지 않으세요? 계획이 틀어져 짜증 나지 않으신가요? 해야 할 일은 많고 만나야 할 사람은 많은데 왜 그 시간에 똥을 싸고 계시는 건가요?”

   사람들이 크게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수록 진지해졌다. 그리고 발견했다. 나를 아주 진지한 눈빛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는 어느 중년의 남자를. 머리가 반쯤 벗겨지고 도수가 매우 높아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반 뿔테 안경을 쓴 그 남자는 아마 내 말에 큰 은혜를 입은 사람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그만 바라보기로 했다. 

   “이 젤푸스만 있으면 모든 불편함이 사라집니다. 순수해지세요. 더 이상 불결함에 고통받지 마세요.”

   그는 나를 계속해서 바라봤다. 뭔가에 홀린 듯. 내 심장은 더욱 요동쳤고 사방의 초록빛은 더욱더 진해지고 있었다. 나는 그와 눈을 마주치며 그에게 아주 천천히 다가서기 시작했다. 

   “이 젤푸스는 똥이 되어야 할 찌꺼기를 분해해서 한 번 더 우리의 피와 살이 됩니다. 그렇기에 밥 먹는 시간을 하루에 한 번만 가져도 전혀 배고프지 않습니다.”

    그의 시선은 나의 눈에서 내가 내밀고 있는 젤푸스로 옮겨 갔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오늘 그와의 만남은 성공적으로 끝날 나의 첫 영업임을. 또한 나의 앞날을 탄탄하게 다져 줄 신의 계시라는 것을.

   “젤푸스가 당신의 삶에 순수함과 편리함을 더해 줄 것입니다.”

   마침내 나는 그의 앞에 도달했고 나는 그에게 내가 들고 있던 젤푸스를 건네줬다. 그는 내가 내민 젤푸스를 받아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젤푸스 포장지에 쓰여 있는 아주 작은 글씨의 성분표와 작용 원리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뭔가 말하기 시작했다.

   “근데요 이거 효과 보려면 여기서 정해 준 것만 먹어야 하잖아요. 술도 못 먹고.”

   “네. 하지만 잠깐의 쾌락보다는 영원한 순수함이 더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 중년의 남성은 잠시 젤푸스를 노려보았다. 아마도 고민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에이, 안 사요. 나중에 술 먹어도 효과 볼 수 있는 거 나오면 그때 알려 주세요.” 

   그는 건네받은 젤푸스를 다시 나에게 돌려줬다. 그리고 그 순간, 순식간에 사방의 초록빛은 약간의 보랏빛이 되어 버렸다.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 사람들은 왜 그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과 술을 포기하지 못하는 건가? 왜 더 큰 행복을 위해 작은 것 하나를 버리지 못하는 건가. 

   안타깝지만 나는 별다른 대꾸 없이 뒤 돌아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 했다. 나의 아직 설익은 영업 능력을 한탄하며.

   “아, 근데 그거 유통 기한 지났던데요? 그것도 2년이나.”

   “네?”

   깜짝 놀랐다. 그럴 리가 없었다. 젤푸스의 유효 기간은 3년이다. 내가 2년 전 세례식 때 이걸 받아서 처음 먹고 나머지들을 가방에 넣어 놓은 건데 그럴 리가 없다. 나는 곧바로 아래에 적혀 있는 유통 기한을 확인했다. 그런데 정말로 유효 기간이 2년이나 지나 있었다. 그 말인즉슨 세례식 때 받은 젤푸스는 이미 유효 기간에 가까워진 제품이었다는 뜻이라는 것. 나는 믿기 힘들었다. 그럴 리가 없었으니까.

   유효 기간 얘기를 들은 주변 사람들이 킥킥대며 웃었다. 그리고 나의 시야에는 노란빛 필터가 채워지고 있었다. 이제껏 느껴 보지 못한 수준의 부끄러움이다. 그 어느 곳에서도 당당했던 나였는데. 얼굴이 붉어지는 게 느껴지고 심장은 빨리 뛰었다. 배가 조금 아픈 것 같기도 했다. 수치라는 단어의 참된 의미가 바로 이것인가? 

   젤푸스의 약점을 지적하는 세상 사람들의 그 어떤 공격도 방어할 수 있다고 자부했는데. 제길. 유효 기간이 문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지하철 안쪽을 바라보고 서 있어도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는 게 보이고 바깥쪽을 바라보고 서 있어도 까만색 거울에 비친 사람들의 표정이 보였으니까. 

   처음부터 유효 기간 따위는 설정되어 있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이런 수치는 당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갑자기 교육 시간에 들은 어느 강사님의 얘기가 기억난다.

 

   ─젤푸스의 유효 기간이 3년인 이유는 그때까지 효능이 70%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70%가 높은 것 같죠? 아니에요. 나머지 30% 때문에 아무리 젤푸스 지정 식단을 먹었다 해도 똥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들은 부디 그런 불결함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는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방금 배가 잠깐 아팠던 건 어쩌면 제조된 지 5년이나 지난 젤푸스를 먹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나는 고민 끝에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그리 멀지도 않은 그곳까지 가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건가. 열차가 속도를 줄인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심지어 도착해서도 문이 느리게 열린다. 젠장.

   내가 내리자 사람들은 더 크게 웃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큰 소리로 나에게 뭐라고 했는데 잘 들리진 않았다.

   너무 답답해서 지하철역을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이곳은 지어진 지 아주 오래된 대형 쇼핑몰이 있는 곳이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본 하늘에 드론 택시 하나가 지나가는 게 보인다. 도시와 조금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출발할 때보다 더 강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지하에 있는 것보다 나는 오히려 그것이 더 시원했다. 

   본부 공막으로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을 검색해 봤다. 버스가 한 대 있었다. 그리곤 지도에 표시된 정류장까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보도블록 광고에서 멋진 눈빛으로 배양육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한 유명인이 나를 보며 씩 웃고 있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있는 힘껏 짓밟아줬다. 바닥에서 날 올려다보고 있는 주제에 날 기분 나쁘게 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괜한 욕심이었나 보다. 이보다 더 한 치욕이 또 있을 수 있을까? 

   버스에 올라탔다. 사람들이 나를 바라본다. 온통 노란빛의 얼굴들이었다. 지하철에 타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얼굴은 초록빛이었는데. 

   고개를 숙인채 곁눈질로 내 갈 길을 살피며 비어 있는 맨 뒷자리에 가서 앉았다. 나는 사실 그게 가장 주목을 덜 받을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앉고 보니 가장 높은 자리였다. 버스에서 가장 존재감이 강하게 드러나는. 순간 고민했다. 비어 있는 앞좌석으로 갈지 그냥 여기에 있을지. 그런데 그때.


「꾸르륵」


   배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방귀 뀔 때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내가 그건 누구보다 잘 안다. 젤푸스의 부작용 아닌 부작용 중 하나는 트림과 방귀를 아주 많이 배출한다는 거니까. 거기에 추가로 아랫배의 알싸한 통증까지 찾아왔다. 너무 무서웠다. 방금 전까지의 수치는 이제 두려움이 되었기 때문에.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목덜미가 순식간에 주황색으로 바뀌었다. 

   나는 바로‘꾸르륵 소리를 동반한 배 통증’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했다. 결과는 설사의 전조 증상. 설사라니. 순수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새순결공막회를 섬기는 내가, 오늘 그곳의 계도사가 되기로 한 내가, 설사라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나는 바로 근처 큰 건물을 검색했다. 거기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이 있을 테니까. 그런데 막상 검색하고 보니 교육 때 어느 강사님이 말씀해 주신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술에 대한 경험과 함께해 주신 얘기였다.

 

   ─저랑 친한 어느 계도사가 있었는데 걔는 술을 너무 좋아했어요. 여러분도 잘 알겠지만, 술 먹고 젤푸스 먹으면 효과가 없잖아요? 화장실을 무조건 갈 수밖에 없단 말이죠. 근데 이게 집에서만 그러면 상관이 없는데, 이 친구가 어느 날 밖에서 신호가 온 거야. 자기는 그래도 성전이 아니니까 괜찮을 줄 알았대요. 근데 마침 근처에 있던 수행 계도사한테 딱 걸린 거죠. 누가 봐도 새하얗게 입어서 우리 공막 사람인 거 같은데 화장실을 가니까 수행 계도사가 이상하게 생각한 거지. 그래서 그분 똥 싼 거 딱 걸렸어. 당연히 징계받았고. 내가 이 말을 왜 하냐. 여러분들도 수행 계도사 조심하라고. 전국에 다 퍼져 있어요. 술을 먹든 뭘 하든 다 좋은데 그냥 걸리지만 마요. 수행 계도사는 언제 어디서 여러분들 지켜보고 있을지 몰라.


   수행 계도사. 이들은 지원해서 되는 것은 아니고 윗선으로부터 추천받고 뽑히는 분들이다. 일반 계도사들과는 다르게 사복을 입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본부 공막에서 내려오는 특별 임무를 수행한다. 이 얘기가 생각나는 바람에 큰 건물을 검색한 게 너무 두려워졌다. 내가 가려는 큰 건물 근처에 수행 계도사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옷 가게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다 해도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수행 계도사들이 있을 수도 있다. 

   마음이 급해지니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는데 생각나는 경우의 수마다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그때, 문뜩 한 친구가 생각났다. 마침 이 근처에 살고 있으면서도 종종 만나던 친구. 그 친구네 집에 들어가서 화장실을 사용하면 될 것 같았다. 아무리 수행 계도사라도 집 안까지는 따라오지 못할 테니까. 왜 들어갔냐 물어본다면 심방이라 둘러대면 될 것이다. 역시 사람은 위기에서 생존 본능이 발휘되는 법.

   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혹시나 ‘그 친구가 수행 계도사이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럴 리는 없었다. 그 친구는 나를 볼 때마다 이상한 근거들을 들이밀며 공막을 비판하는 그런 친구였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불쾌하긴 하긴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런 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어? 오랜만이네? 잘 지내?”

   다행히 한 번에 받았다. 앞 사람들 목덜미의 주황빛은 이제 조금은 옅어졌다. 

   “잘 지내죠? 저 지금 친구님 동네 근처인데 친구님 집에서 커피나 한잔할까 해서요. 우리 한번 만날 때도 됐고.”

   “그래? 좋지. 어디야? 나 지금 차 타고 집에 들어가는 중인데.”

   “위치는 보내 줄게요.”

   “응. 곧 봐.”

   다행이다. 너무나 다행이다. 이렇게 깔끔할 수 있다니. 나는 바로 버스에서 하차한 뒤 정류장에 있는 의자에 앉아 친구를 기다렸다.

   마음이 편해서일까?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오래된 투박한 건물들과 온통 유리로 만들어진 것 같은 예쁜 건물들이 공존하는 동네였다. 저 멀리에 있는 어떤 건물은 아래가 투명해서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슨 원리인진 몰라도 우리 공막의 과학 기술도 저런 것쯤은 쉽게 만들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주변을 구경하며 몇 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갑자기 알싸한 통증이 심해지더니 온몸에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긴장이 풀리면 이렇게 되는 건가? 이곳은 화장실도 아닌데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나려고 하는 건가. 나는 본능적으로 양손으로 배를 감쌌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순간적으로 세상은 주황빛이 되었다가 흑백에 가까워졌다. 

   “야, 너 왜 그래?”

   온통 보라색 계열의 옷으로 전신을 꾸민 친구는 차 문을 열고 나와서 나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물어봤다. 녀석은 정말 필요할 때 딱 도착해 줬다. 나는 참 운이 좋은 인간이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왜 그러냐는 물음에 바람 섞인 하이톤의 신음 외에는 별다른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흐으···.”

   “뭐야, 일단 말을 좀 해 봐.”

   나는 고개를 살며시 흔들며 시선을 양손으로 덮인 배로 가져갔다. 

   “복통?”

   나는 고개를 저었다. 똥을 싸고 싶다고 말할 수는 있었지만 내 입으로 똥이란 단어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친구가 빨리 알아채 주길 바랄 뿐.

   “뭐야. 너 똥 마려워?”

   나는 고개를 살포시 끄덕였다. 어렸을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터라 나의 마음을 빠르게 알아차린 것 같다. 물론 여느 어린 시절의 친구들처럼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어색해져서 이제는 가끔만 보는 사이가 되었지만. 

   “빨리 말하지!”

   그러면서 녀석은 양팔로 주저앉아 있는 나의 양쪽 어깨를 살짝 붙잡고 천천히 일으켜 주려 했다.

   “그래, 천천히. 보아하니까 급 똥인 것 같은데 이럴 때 잘못 움직여서 복압이 변하면 똥이 샐 위험이 있어. 이럴 땐 항문의 외괄약근과 내괄약근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지.”

   녀석은 이 분야의 전문가라도 되는 것처럼 자신감 있게 이 상황을 판단하고 진단했다. 마치 내가 젤푸스를 판매할 때처럼. 

   “일단 천천히 다리를 꼬아 볼래?”

   나는 친구가 시키는 대로 했다. 지금은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만 했으니까. 비록 이게 지푸라기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아무런 의문과 의심 없이 친구가 시키는 대로 천천히 다리를 꼬아 왼쪽 무릎 위에 오른쪽 무릎을 올려놓았다. 

   “아니, 아니! 무릎을 꼰다기보다는 허벅지를 꼬아야 해.”

   “흐···.”

   나는 조심스럽게 아주 천천히 왼쪽 허벅지 위에 오른쪽 허벅지를 올려놨다. 

   “그렇지! 잘하고 있어! 그리고 몸을 뒤로 젖혀!”

   그렇게 허벅지를 꼰 채 천천히 몸의 무게 중심을 뒤로해 친구에게 기댔다. 

   “그래! 나한테 기대. 조금 어색하더라도 조금만 참으면 돼. 이 자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몸의 무게 중심이 뒤로 가는 거야.”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친구에게 몸을 기댄 순간부터 매우 급박했던 상황이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기 때문. 식은땀이 멈추는 게 느껴졌다. 세상은 다시 원래의 색깔로 돌아오고 있었다.

   “하아···.”

   정신이 조금씩 돌아와서인지 거리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나를 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은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도 지하철에서만큼 비웃는 사람들은 없었다.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고 난 뒤에는 친구에게 기댄 나의 이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부끄러웠다. 하지만 이건 이성이 돌아왔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저··· 이제 괜찮은 것 같아요.”

   친구는 나를 천천히 놓아 줬다. 

   “잘했어. 괜찮지?”

   “네··· 고마워요. 덕분에 더럽혀지지 않을 수 있었어요.”

   “너도 참 대단하다. 급박한 상황이었을 텐데 여전히 존댓말로··· 일단 타. 집에 가자.”

   친구의 눈빛은 따듯했다. 나는 그렇게 친구의 자동차 조수석에 탑승했고 차는 곧 출발했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완전 구식의 내연 기관 자동차였다. 

   나는 차를 탈 때마다 참 신기했다. 차 밖에서 안을 볼 때는 그렇게 좁아 보이던 것이 차 안에서 밖을 볼 때는 정말로 넓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니까. 게다가 차에 타고 있으면 사람들은 더 이상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뭐야. 오늘 젤푸스 안 먹은 거야 못 먹은 거야?”

   “못···. 먹었어요. 까먹고 놓고 나왔더라고요.”

   차마 유통 기한이 지난 젤푸스를 먹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수치라는 단어의 참된 의미를 다시 한 번 떠올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네가 웬일이야. 젤푸스를 못 먹고. 근데 그거 편의점 가면 팔지 않나?”

   “약국 가서 사야 해요. 어차피 늦게 먹으면 효과 없고요. 이제 이거 처리하고 저녁때 다시 먹어야죠.”

   나의 이 말을 끝으로 우리 사이에는 약간의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이 침묵이 승자와 패자가 한자리에 있을 때 생기는 침묵처럼 느껴졌다. 승자는 기뻐하고 싶지만 기뻐할 수 없고 패자는 슬퍼하고 싶지만 슬퍼할 수 없는 그런 상황. 


   ─거 봐. 내가 빨리 나오라고 했잖아.


   우린 여전히 침묵 중이었지만 녀석은 나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을 거다.

   “안 힘들어? 거기 생활. 교육생이 언제까지라고 했지?”

   “오늘까지요. 이제 저 계도사 돼요. 그래서 거기 가고 있던 길이었어요. 사실.”

   “아 정말? 축하해.”

   “고마워요.”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어색한 침묵. 나는 창문 밖을 바라봤다. 초록색 들판과 오래된 회색의 철제 건물들이 섞여 있는 풍경이었다. 

   “너의 존댓말은 아무리 들어도 익숙하지가 않다. 꼭 존댓말을 해야만 순수함을 지키는 건 아니잖아? 해외 전도할 때는 존댓말 못 할 거면서··· 아무튼, 그러면 이제 뭐 하면서 사는 거야?”

   “젤푸스 영업 계도사요. 이제 자유롭게 여러 사람 만나면서 살 거예요.”

   “자유롭게? 그래. 좋겠네. 너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잖아.”

   친구의 말에는 아주 미묘한 조롱이 섞여 있었다. 존댓말 얘기에도, 해외 전도 얘기에도, 자유에 대한 얘기에도. 나는 그 미묘한 조롱의 느낌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동요하지 않으려 했다. 

   “혹시 젤푸스 필요하면 말해요. 샘플 같은 건 얼마든지 구해다 줄 수 있으니까.”

   “아니야 나는 됐어. 똥 싸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데. 물론 가끔 귀찮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먹는 즐거움까지 포기하고 싶진 않아. 나는 이런 게 진짜 자유라고 생각하거든.”

   이 논리는 젤푸스를 사용하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내세우는 논리다. 반대로 이 논리만 깰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젤푸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는 건 아니에요. 젤푸스 식단도 얼마든지 맛있는 게 많아요.”

   젤푸스 식단은 정말 없는 것이 없었다. 무슨 맛이든 낼 수 있었다. 소고기 맛을 원한다면 소고기의 맛과 식감을 내는 식단을 먹으면 됐고 햄버거를 먹고 싶다면 그것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젤푸스 식단과 일반 음식과의 차이는 단지 음식을 이루는 성분뿐이니까.

   “많이 다르던데? 나도 먹어 봤어. 성분이 다른데 어떻게 맛이 똑같겠어. 안 그래? 너 소고기 먹어 본 지 얼마나 됐어? 배양육이라도 먹어 봤어?”

   어릴 때 먹어 본 적이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기억나는 건 없다. 하지만 소고기를 굳이 먹을 필요는 없었다. 젤푸스 전용 소고기가 똑같은 맛과 향 그리고 식감까지 구현하니까.

   “꽤 되긴 했지만, 저도 소고기 맛을 모르는 건 아니에요.” 

   “그래. 알겠어. 그래도 가끔 진짜 음식도 좀 먹고 살아 봐. 참 행복해.”

   ‘진짜 음식’이란 단어가 많이 거슬린다. 젤푸스 전용 식단은 진짜 음식이 아니란 건가?

   “아, 근데 나 뭐 하나만 물어보자. 내가 얼마 전에 어디 신문에서 봤는데 젤푸스 먹으면 부작용 생긴다던데. 맞아?”

   “무슨 부작용이요? 그런 거 없어요.”

   친구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너는 화가 나거나 우울해져도 세상이 안 바뀌어?”

   “무슨 말이에요? 세상이 바뀐다는 게?”

   “아니, 뭐. 화가 나면 세상이 빨갛게 보인다거나. 그런 부작용이 있다던데, 감정 변화에 따른 호르몬 교란에 의한 색 인지 기능 저하.”

    창밖의 풍경이 보랏빛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 거 없어요.”

   나는 거짓말을 했다. 

   “그래. 사람마다 다르다곤 하더라. 아! 그리고 너희 흰옷 입는 거, 무슨 명문대 박사들이 나와서 말했다고 했지? 과학적이라고.”

   “맞아요. 당연한 이치죠. 하얀 옷이 자외선을···.”

   “친구야. 제발 교주가 하는 말이라고 해서 다 믿지 마. 하얀 옷이 자외선 제일 못 막는다는 건 상식이야. 사람들이 왜 괜히 파란 옷 빨간 옷 입고 다니겠냐? 어휴.”

    이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보랏빛이 점점 옅어져 갔던 게. 평소대로라면 아주 붉은빛의 세상이 되어야 할 텐데. 나는 지금 매우 화가 나 있으니까. 

   “이제 그만해요. 친구님은 우리 공막에 대해 잘 몰라요. 그리고 배변하지 않는 새로운 세상도 잘 알지 못하죠. 젤푸스의 위대함조차도요. 젤푸스는 위액, 쓸개즙, 이자액, 장액과 같은 소화액들이 젤푸스 전용 음식들과 완벽하게 어우러져서 그것들을 미세 분해하고 똥이나 오줌이 나오지 않게 몸에 완전히 흡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이에요. 이것을 개발한 과학자가 우리 성도님이시고 말이죠. 이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진보된 기술 아닐까요? 아래층이 투명한 것처럼 보이는 건물 같은 것보다 더?”

   “교육 잘 받았네. 그런데, 솔직히 방귀까지 안 뀌면 내가 인정하겠는데. 젤푸스랑 젤푸스 식단 먹으면 방귀 엄청 뀌잖아. 냄새도 엄청 지독하고. 똥이랑 오줌이 완벽하게 반죽이 된 냄새던데. 나도 먹어 봤다니까?”

   “매일매일 배변 활동을 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생각해 봐요. 심지어 규칙적이지도 않아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불안감까지 생각하면 불편하지 않아요? 청결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간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젤푸스 식단은 하루에 한 번만 먹으면 돼요. 원하는 시간에. 이런 게 참 자유죠.” 

   “그럼 뭐 해. 다 가짜인데.”

   머리끝까지 화가 났지만 나는 참았다. 가짜라는 단어가 이렇게 폭력적으로 들리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의 나는 ‘인질’쪽에 더 에 가까웠으니까. 나는 속으로 화를 삭이며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자들은 월경도 못 하게 한다며? 그것도 같은 이유인가? 불경, 더러움 뭐 그런?”   

   “우리 다른 얘기 할까요? 취업했다면서요? 어때요? 사람들이 잘 해 줘요? 곧 차도 바꾸겠네요?”

   조금 싫은 티를 냈다. 녀석은 내가 불편해하면 이런 얘기는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곤 친구의 내연 기관 차 얘기로 괜히 자존심을 긁어 보려 했다. 나름의 작은 복수로서. 

   “싫은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날릴 수는 없지.”

   친구의 톤이 조금 이상해졌다. 나는 화를 동반한 두려움이 생겼지만 그런데도 더 이상 세상의 색깔은 변하지 않았다. 왜일까. 

   “네?”

   “어떻게 복수할지 정말 고민 많았는데, 이렇게 복수할 수 있게 돼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오늘이 그날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네.”

   “무슨 말이에요? 복수라니요?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

   녀석은 정면을 응시하며 운전을 했다. 왼손은 운전대에, 오른손은 주머니에 넣고 있었고 고개는 왼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었으며 오른쪽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 어릴 때. 네가 공막에 들어가기 전에.”

   “그때 왜요?”

   나는 그때를 기억해 보려 노력했다. 무슨 오해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녀석은 어떤 오해 때문에 이렇게 무서워진 걸까. 이 생각을 하는 순간 배 속도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막아 내기 위해 표정을 찡그리며 손으로 배를 다시 감싸기 시작했다. 

   “난 아직도 그때 기억하면 잠을 못 자는 데 너는 아니구나. 기억도 못 하는 걸 보니.”

   “내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말해 줄 수 있어요? 사과할게요.”

   녀석은 잠깐 위를 바라보며 커다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넣었던 오른손을 꺼내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녀석의 오른손 너머로 보이는 주변 풍경이 아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는 것을. 녀석의 차는 점점 더 들판의 비중이 높은 곳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이쪽은 녀석의 집으로 가는 길도 아니었다. 부디 이사를 한 것이길. 아니면 지름길이거나.

   “우리 초등학교 2학년 때 기억 안 나? 내가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서 똥 한 번 쌌다고 벌어진 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급하면 화장실 가서 큰일을 볼 수 있는 것 아니었을까? 

   “이렇게 말 해 줘도 기억을 못 하네. 네가 나 똥 싸러 갔다고 온 교실에 소리치고 다니는 바람에 전교생이 달려와서 나 놀렸던 거. 그것도 2학년 끝날 때까지 매일, 계속.” 

   정말로 기억나질 않았다. 기억이 났다면 사과라도 할 텐데 기억이 나질 않으니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기억 안 나는 척하는 거야? 그래. 내가 넓은 아량으로 생각해 보면 기억 안 날 수도 있긴 하겠다. 너는 그냥 생각 없이 말한 거겠지.” 

   차 안에서의 분위기처럼 배 안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나는 있는 힘껏 눈을 질끈 감았다. 양손으로 더 강하게 배도 감쌌다. 이 행위는 기도와도 같았다. 뭘 바라는 기도인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둘 중 하나일 것은 분명했다. 내가 친구에게 상처를 줬을 그때를 떠올리려는 기도이거나 점점 항문에 가까워지는 배 속의 찌꺼기들이 그곳에 다다르지 못하도록 간절히 바라는 기도이거나. 

   “나 그날 이후로 학교에서 똥 안 싸려고 아침에 일어나서 3시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던 거 알아? 물도 안 먹었어. 오줌 싸러 화장실 가는데 똥으로 오해할까 봐. 그리고 그 짓을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했어. 매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이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너무나 미안했다. 그러나 지금은 미안함보다는 이곳에서 똥을 쌀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커져 있었다.

   “미안해요. 친구님이 그렇게 힘들었을 줄은 몰랐어요.”

   “근데 신기하게 중학교 들어가니까 화장실에서 똥 냄새가 엄청나더라? 매 쉬는 시간마다 뿌지직, 푸더덕, 똥 싸는 소리로 공연도 하고 말이야. 그때 알았어. 똥 싸는 게 당연하다는 걸. 똥을 학교에서 싸도 된다는 걸. 있잖아, 내가 너랑 왜 꾸준히 연락한 줄 알아? 딱 하나였어. 복수하려고.” 

   나의 시야는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몸 안의 감각도 극도로 예민해져 몸 안에 있는 똥의 위치를 정확히 짚어 낼 수도 있을 지경이었다.

   “미안한데. 집까진 얼마나 걸릴까요? 내가 지금 신호가 너무 세게 오네요. 일단 내가 화장실 다녀와서 얘기하면 안 될까요?”

   “우리 집? 여기가 우리 집 가는 길로 보여? 이 허허벌판이? 여기 나도 모르는 곳이야. 그냥 너 태우고 아무 데나 막 달린 거야.”

   제길. 이사한 것도, 지름길도 아니었다.

   “무슨 소리야···? 나 정말 곧 나올 것 같아. 빨리 가면 안 될까요? 여기에다가 쌀 수는 없잖아요.”

   녀석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내려다보면서. 

   “그냥 여기에다 싸. 뭐 어때? 어차피 이 차 똥차인데 똥차에다 똥 싸는 게 뭐가 무서워? 아, 그거 재밌겠다. 네가 똥 쌌다는 사실을 세상이 알게 되는 거 말이야.”

   나는 직감적으로 백미러에 있는 블랙박스를 바라봤다. 미세한 불빛이 들어와 있었다. 여기에서 나의 두려움은 폭발했다. 

   “안 돼! 제발. 부탁할게. 나 살려 줘. 이거 퍼지면 나 계도사 못 돼. 제발 부탁이야. 미안해요. 정말.”

   나는 차마 두 팔을 배에서 떼진 못했다. 그러나 두 팔로 아랫배에 가하는 압력을 유지한 채 손바닥만으로 친구를 향해 손을 비볐다. 

   “이제 반말이 나오네? 나 너무 시원하다 정말. 한 달 동안 변비 앓다가 방금 시원하게 싸고 온 거 같아.”

   나는 눈이 뒤집히기 직전이었다. 이미 항문에서는 미량의 액체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내가 여기에 싸면 너도 피해 보는 거잖아. 그러니까 제발 부탁할게. 응?”

   “괜찮아. 복수를 위해서라면 이 똥차 하나쯤은 버릴 수 있어.”

   녀석에게선 진심 어린 광기가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나의 좁아진 시야로 주변을 봤다. 사람은 없었고 차는 진흙탕 논길 위를 달리고 있었다. 나는 좁아진 시야와 흐려진 판단력으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경우의 수를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속으로 또박또박 말을 곱씹어 가며.   

   ‘곧 똥이 나온다. 그런데 만약 이대로 차에 앉아서 그런 일을 겪게 된다면 블랙박스에 내 모습이 찍힌다. 그러면 나는 절대로 영업 계도사가 될 수 없고 공막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블랙박스를 뜯어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리면···?

   잠시만, 뛰어내린다? 주변은 온통 진흙탕이고 내가 이대로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린다면 나의 새하얀 옷들은 온통 진흙 범벅이 되겠지만 그 위에 똥을 싼다면 아무도 내가 똥을 싼 줄은 모를 것이다. 게다가 계도장님들에게도 중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둘러대면 조금 귀찮아지긴 하겠지만 내가 꿈꾸는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블랙박스에 뛰어내리는 게 저장되긴 하겠지만 새순결장막의 일원으로서, 똥을 쌌다는 소문이 퍼지는 것보다는 훨씬 더 버틸 만할 것이다.’

   나의 이 긴 고민은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선의 선택을 결심하게 했다. 여전히 항문은 점점 축축해지고 있었지만 나는 굳은 심지로 정면을 바라봤다. 

   친구의 차는 이제 곧 논길을 벗어나 작은 시골 마을로 들어갈 것 같았다. 백미러를 확인해 보니 뒤에 오는 차는 없었다. 기회는 지금뿐이었다. 나는 친구의 얼굴을 한번 본 뒤 온 힘을 다해 차 문을 열고 잽싸게 논으로 뛰어들었다. 차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양쪽 무릎과 손바닥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아스팔트와 흙으로 덮인 길 위에 떨어져서 일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한 가지 더 느낄 수 있었다. 나를 괴롭히던 배 속의 알싸한 통증도 사라졌다는 것을. 마침내 배 속의 찌꺼기들이 항문이라는 목적지를 통과해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을. 

   나는 매우 짧은 시간에 이 모든 것을 느낀 뒤 흙탕물 가득한 논으로 빠져들어 갔다. 그런데 이상했다. 평온함이 느껴졌다. 온몸을 새하얗게 가렸던 옷은 이미 진흙 범벅이 되었지만, 오히려 이 갈색의 진흙 무늬가 똥이라는 나의 치명적 결함을 가려 주고 있었다. 이것이 아이러니일까? 

   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이미 조금은 멀어진 녀석의 차가 서 있는 곳을 바라봤다. 녀석도 차에서 내려 트렁크 뒤에서 팔짱을 끼고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무 멀어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나도 녀석을 가만히 서서 올려다봤다. 녀석은 그렇게 잠깐 나를 쳐다보더니 내가 열어 놓은 조수석의 문을 닫고 인사도 없이 떠났다. 

   나는 천천히 논길 위로 다시 올라왔다. 흙으로 된 언덕을 엉금엉금 기듯 네 발로 끙끙대며. 마침내 콘크리트 길 위에 올라왔을 땐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렇게 나는 이곳을 빠져나가려 걷기 시작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패배의 기분도 승리의 기분도 아니었다. 그냥 덤덤했다. 아니, 이상한 쾌감이 있었다고 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분명 나는 더럽혀졌는데. 

   나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 봤다. 오늘의 나는 젤푸스 식단의 점심을 먹고 기분 좋게 집을 나와서 지하철에서 객기를 부렸고 믿었던 친구에게 버림받아 결국 온몸은 진흙과 똥으로 더럽혀졌다. 나는 순수함과 편리함을 추구했고 그것을 위한 삶을 살아가려 했다. 그러나 결국은 이렇게 더러워졌고 불편해졌다. 삶이란 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일까? 똥을 마음대로 싸거나 참을 수 없는 것처럼. 

   멍하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논이 있었던 시골에서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러나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진흙 범벅이 된 나를 쳐다보면서 낄낄대거나 내가 바지에 똥 싼 것을 알고 사진을 찍어서 어딘가에 올릴까 봐.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세상의 빛깔. 정말 녀석이 말했던 것처럼 세상의 색깔이 변하는 것은 젤푸스의 부작용이었던 걸까? 그리고 지금 나는 유통 기한이 지난 젤푸스를 먹어서 약의 효과도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는 걸까?

   큰길가로 나가기 전 나는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했다. 헝클어져 있는 머리도 다시 한 번 잘 가다듬었다. 얼굴에 묻은 진흙도 조금씩 털어 냈다. 그렇게 나는 사람들이 많은 큰길가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들어섰다. 그래도 이곳의 보도블록은 광고를 하지 않는 벽돌이었다. 날 보고 비웃을 사람이 한 명 줄어든 것 같아 조금은 기분이 좋아졌다. 

   고개를 숙이고 걷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바지와 신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정말로 이들이 입은 옷은 하얀색이 거의 없었다. 어느새 건널목. 광고 보도블록이 없어서인지 신호를 알려 주는 바닥 디스플레이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천천히 들어 길 건너편에 있는 신호등을 바라봤다. 반대쪽엔 꽤 많은 사람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왠지 저들은 나만 바라보는 것 같았다.

   초록색 불이 들어왔다.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숙인 채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저 멀리에서.


「빠아앙」


   큰 소리의 자동차 경적이 들렸다. 직감적으로 나와는 상관없는 먼 곳이란 걸 알았지만 본능적으로 시선이 가 버렸다. 그런데 내 주변 시야엔 생각지 못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그냥 지나치고 있었다.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이렇게 옷은 온통 진흙과 똥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데도, 얼굴엔 마른 진흙이 군데군데 묻어 있을 텐데도 사람들은 더 이상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길 한가운데 서서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그러다 어떤 남자와 어깨를 부딪쳤다. 

   “아이씨, 뭐야. 똑바로 보고 다녀요.”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남자를 똑바로 바라볼 뿐이었다. 

   “아 뭐야, 에이씨.”

   그 남자는 그렇게 그냥 지나갔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그 남자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봤다.

 

「빵」

  

   이번엔 가까운 곳에서 짧은 경적이 들렸다. 신호가 바뀐 줄 몰랐다. 나는 천천히 건널목을 건넜다. 그리고 주위를 계속 돌아봤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더 이상 색깔을 입은 사람들은 생겨나지 않았다. 남자와 어깨를 부딪쳤을 땐 짜증이 났고 짧은 경적이 들렸을 땐 깜짝 놀라서 당황했는데도. 더 이상 빨간색 사람, 노란색 하늘은 없었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만 보일 뿐이었다. 어쩌면 정말로 세상이 말하는 젤푸스의 부작용이란 것이 진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벨 소리가 들렸다. 오늘 있을 임명식을 담당하는 계도장님이다. 전혀 받고 싶지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생각을 했던 뇌보다 훈련된 손이 더 빨랐다. 

   “지금 어디예요?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도 더러운 것입니다”

   나는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 정말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듣고 있어요?”

   그래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지금은 공막의 누구와도 통화하고 싶지 않았다. 최고 계도장님께서 하얀색 넥타이를 매고 손수 연락해 주신다면 모를까. 아니, 어쩌면 그것도 싫을지도.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대로 본부 공막으로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용서를 구한 뒤 영업 계도사가 되어야 할까? 아니면 가능성이란 게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대로 어딘가에 숨어 한동안 공막 근처를 배회하지 않으며 살아가야 할까? 모르겠다. 무슨 선택을 해야 할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냥 지금은 가만히 있고 싶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평소에 연습하던 가짜 미소가 아니라 정말로 마음속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웃음 말이다. 

   “저기요.”

   마음껏 웃는 중,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온통 새하얀 옷을 입고 있는 어느 중년의 여성이.

   “혹시, 젤푸스라고 들어 보셨어요? 선생님께 꼭 필요할 것 같아서요.”

   내 앞에 있는 그녀는 어쩌면 내 미래의 모습일까? 모르겠다. 나는 오늘의 남은 시간만큼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물음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처음 봤어. 아무리 감정이 변해도 색깔이 변하지 않는 세상을 말이야.”

   이 말을 들은 그녀는 날 향해 보이고 있던 미소를 빠르게 거둬들이며 도망가듯 그곳을 빠져나갔다. 나는 빠르게 걷는 그녀를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멀어져 가는 그녀에게 매우 커다란 소리로 외쳤다.

   “야!, 똥 싸는 것도 나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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