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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이 오면

  • 작성일 2023-09-13
  • 조회수 777

꽃피는 봄이 오면

변경숙

 

소개 -

디지털 탈감성 시대의 현대를 살아가는 세대들에게 아날로그 감성의 휴먼드라마를 통해 공감과 감동, 저마다 다른 메시지로 가슴 한 켠에 물음표를 던져주고 싶었다.

이야기 속 다양한 군상을 들여다보며 함께 아파하고 울고 웃으며 감정의 변화들을 통해 코로나로 지친 관객들이 힐링의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시어머니와 두 며느리,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과부, 세 여자가 함께한다는 설정이 다소 억지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겉으론 강하지만 속 깊은 시어머니와 치매를 겪는 큰며느리와 작은며느리의 우정을 통해 우리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고 잊혀졌던 소중한 감정들과 추억을 공감하고 공유하길 바란다.


주요 인물 -

시어머니    남편을 먼저 보내고 큰아들 작은아들을 교통사고로 한날한시에 보낸 기구한 운명의 시어머니. 큰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다. 겉으론 강한 듯하지만 속정이 깊다.


큰며느리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먼저 세상을 뜨고 혼자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책임감이 강하고 현모양처로 남편과의 추억이 애틋하다. 


작은며느리  생활력이 강하고 심성이 곱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혼자 살고 있고 있지만 시어머니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큰형님이 늘 눈에 밟힌다.


고모       철없고 제멋대로. 이혼하고 혼자 살면서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보지만······제대로 된 사랑을 만나지 못했다.


주변 인물

치킨집 사장

순이네

복부인

낯선이 / 남 / 여 / 빈이


배경

2003년 경상북도 김천시 봉산면 봉계마을 - 

유교에서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기본 도리이자 덕목을 오상 또는 오륜이라 하는데 곧 인의예지신이다. 경상북도 김천시 봉산면에는 이를 본받고 지키기 위해 마을 이름으로 삼아 500년 전통을 이어온 인의리, 예지리, 신리가 속해있는 봉계마을이다.


무대

파란 기와를 얹은 시골집이 주 무대로 꾸며져 있다.

마루가 있고 수돗가가 있는 시골집이다.


1장


제사


양손에 짐보따리를 들고 작은 며느리가 열린 대문으로 들어온다.


작은며느리

형님~ 저 왔어요.


시어머니가 방에서 나와 마루에 앉는다. 손에는 밤이 든 그릇과 과도가 있다.


작은며느리

어머니 죄송해요. 마이 늦었지요?

시어머니

괘안타 얼른 온나.  일 마치고 오느라 힘들었째


큰며느리 앞치마를 두르고 제기가 든 바구니와 행주를 가지고 부엌에서 나와 마루에 올려놓는다.


작은며느리

형님 죄송해요

시어머니

죄송할끼 따로 있제 니는 뭐 놀다 왔나

큰며느리

놀다 왔으면 그기 사람이가 

시어머니

뭐라꼬?

큰며느리

동서 핀들어주는 기라예

시어머니

가가 저거나 좀 받아라.


큰며느리 가서 작은며느리 손에 든 짐을 받는다.


큰며느리

이기 다 뭐꼬?

작은며느리

오다가 마트 들러가 갈비 좀 샀어요. 어머님이 지난번에 갈비 드시고 싶다꼬

큰며느리

제사 음식이 이래 많은데 갈비는······

시어머니

그거 냉동실에 너놔라. 입이 깔깔 해가 생각나든데 잘됐네.

큰며느리

냉동실에 자리도 없든데······

시어머니

메루치 꺼내가 밖에 나또라. 똥 까가 수제비 해묵자

큰며느리

제사 음식도 많을 낀데

시어머니

누가 오늘 한다카나

작은며느리

아휴~ 맛있는 냄새. 형님 주세요. 제가 너놀께요.

시어머니

(말을 자르고) 니는 손이나 씻고 앉아라

작은며느리

이거부터 넣고 손 씻고 나올께요.


얼른 짐을 받아들고 부엌으로 들어간다.

시어머니 밤을 깎고

큰며느리 마루에서 제기를 꺼내 닦는다.


시어머니

늦게 와가 안 그래도 무안할 낀데 자꾸 카지 마라 

큰며느리

아주버니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하도 한결같아서

시어머니

(역정을 낸다) 니는 그 얘기가 와 나오노

큰며느리

······

시어머니

뭐라 캐도 자는 아직 어리다 아이가

큰며느리

한날한시에 같이 갔는데 아픈 기 나이 따지고 살피믄서 오는 거 아니잖아요.

시어머니

그기 아들 둘 앞세운 시애미한테 할 소리가······ 그것도 그것들 장사 치른 날에······


작은며느리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나온다.


작은며느리

고만 하이소. 맨날 늦게 오는 제가 잘못한 건데 형님한테 카지 마이소.

시어머니

······ 그래 알았으마 됐다.


치킨집 사장이 통닭 한 마리를 들고 대문을 열고 들어온다.


치킨집 사장

통닭이 왔어요! 갓 튀긴 노릇노릇한 통닭이 왔어요~

시어머니

어여와요

큰며느리

어서오이소

작은며느리

요새 조류독감 때매 난린데 

치킨집 사장

아 200도 펄펄 끓는 기름 솥에 들어가가 바이러스까지 바싹 튀가 뿟으까네 걱정하지 마이소

시어머니

준이하고 빈이하고 어릴 때부터 울다가도 찾는게 통닭이다. 이상한 병이 돌때도 다른 집 통닭은 안 먹어도.. 아, 이사장네 통닭은 없어서 못 먹은 적은 있어도 그런 거 때매 가린 적은 없었다.

치킨집 사장

가~들 초등학교 때였제 야구부 아들 단 체주문 때매 통닭이 씨가 말랐는데 통닭 튀가달라꼬 떼쓰는 바람에 내 옆 동네 주문해가꼬 안줬나. 

시어머니

근데 가들이 기가막히게 알더라. 그날따라 맛이 덜하다꼬 남기더라

치킨집 사장

다음 날 다시 튀가 줫다 아이가.

시어머니

울 아~들이 어지간히 사장님 괴롭혔지요.

치킨집 사장

아이라요. 준이하고 빈이가 우리 꼬꼬치킨 산 역사고 증인인데 

큰며느리

사장님 시장 하시지요. 쪼매만 기다리이소. 제사하고 같이 식사하고 가시야지요.

시어머니

작은아 뭐 하노. 얼른 치킨 받고 상 차리가 제사 지내야제.

작은며느리

(치킨을 받는다.) 일로 주이소.


집 전화기 울린다.


큰며느리

제가 받으께요.

여보세요. 아 고모님······ 예······ 잠깐만요······ 어머니, 고모님이 뭐 필요한거 없나 물으시는데요?

시어머니

어, 올 때 막걸리 한 병 더 사오라 해라

큰며느리

예 

시어머니

어데까지 왔노

큰며느리

어디까지 오셨어요? 아······ 예 그럼 운전 조심해가 천천히······

시어머니

막걸리!

큰며느리

아! 고모님 오실 때 막걸리 한 병······ 예······ 천천히 오이소.

시어머니

젊은아가 와 그래 정신이 없노

큰며느리

요즘 자꾸 깜빡깜빡하네요.


옆집 순이네 막걸리가 든 비닐봉지를 품에 안고 대문으로 들어온다.


순이네

뭣이 이래 고소한 냄새가 나싸?

치킨집 사장

개코네, 개코.

순이네

음식 냄새가 담장 넘어 울 집 안방까지 들오는걸 가택침입죄로 신고할 수도 없고······ 주인 없는 강아지면 델꼬 키우기라도 하지. 이건 뭐 남의 군침이나 돌게하고 찬이 없어 라면 삶아 김치 얹어 먹다 나도 모르게 이짝으로 발걸음이 오는걸 우짜겠노. 

시어머니

잘 왔소. 누가 뭐라 카나? 거 손에 든 거 막걸리 아이가?

순이네

(마루에 냅다 올라앉으며) 울 형님 어찌 아셨수? 

시어머니

좀 있따 제삿밥이나 자시고 가

순이네

이놈 이 동네서 젤 맛난 막걸리여 알지?

큰며느리

알죠

치킨집 사장

양조장 사장이 그 집 아들인게 영~ 걸린다 이 말이지

순이네

뭐가 걸려요?

치킨집 사장

맛 평가에서 공평성을 잃어버렸다는 말이지.

작은 며느리

막걸리 맛이야 온 동네가 다 아는 건데, 사장님 짖꿎으시기는······

치킨집 사장

농담이야. 농담.

순이네

자꾸 그러는 거 아녀. 이달부터 저짝 동네 막걸리까지 같이 들이기로 했다면서요?

치킨집 사장

손님들의 다양한 입맛을 위한 차원에서······ 거 솔직히 치킨 하면 맥주지. 치맥! 누가 치킨에 막걸리를 찾냐고······ 내 순이네 때매 막걸리도 들이는 건데······ 아 그라고 실은 그짝 막걸리 사장한테 돈을 쬐까 빌렸다가 못갚아서 대신 막걸리로 퉁치기로······

순이네

또 노름 했나보네

시어머니

아직도 못끊었소? 

치킨집 사장

무··· 무슨 말씀이래~ 노름이라니.

순이네

아님 말고······

치킨집 사장

거 암것도 모르면서 남의 얘기 함부로 하는 거 아니여.

시어머니

남의 제사집 와서 지금 뭐 하는 거요~ 그럴 거면 어여들 가요.


요란하게 차려입은 고모 막걸리 한 병 들고 등장한다.


고모

대문은 활짝 열어놓고 뭐가 이래 큰소리래. 온 동네가 다 시끄럽네.

큰며느리

어서 오이소.

작은며느리

먼 길 오시느라 힘드셨지요.

시어머니

어서 오세요.

고모

오늘따라 뭐가 그리 막힌대니.. 아유 언니 준비하시느라 힘드셨죠? 

시어머니

······

고모

음.. 작은애야, 가서 갈아입을 바지 하나만 가지고 와봐.

작은며느리

바지요?

고모

동네 들어오는데 어떤 여자애가 주전자에 막걸리 한 통 받아오다.. 하필이 면 내 코앞에서 넘어질 게 뭐니? 

큰며느리

애는 괜찮대요?

고모

지금 애가 문제야? 이 옷이 얼만 줄이나 알아? 막걸리 내가 진동하는 게······ 지독한 알콜에 옷감이라도 안상했나 몰라.

순이네

혹시 가~ 단발머리에~ 콩알 만한 점이 코 옆에 없었어요?

고모

점은 자세히 못 봐서··· 예 단발머리는 맞네요······

치킨집 사장

순이 아이가~ 순이 심부름 보냈는교?

순이네

아이고 참말로 아가 넘어지모 일으키주는 기 어른이 할 도리지, 지 옷에 뭇은 막걸리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거는 무슨 경우고~

고모

(갑자기 사투리를 쓴다)뭐? 지 옷에? 언제 봤다고 막말을 해쌌노! 이기 얼마짜리 옷인데······ 막걸리 쏟아가 옷을 못 입게 망치쓰마 변상을 해야지~ 어디서 더 큰소리고?

순이네

뭐라꼬? 변상~ 카모 그 옷에 묻은 막걸리 변상은 누가 할 낀데?  울 아들 피같이 만든 막걸리는 얼마짜린 줄 아나? 니 잘난 옷에 묻은 막걸리값이나 내놔라.

시어머니

(호통을 친다) 고마해라! 오늘 같은 날 뭐 하는 짓거리고 다! 

순이네

형님, 지송하게 됐네요··· 저··· 먼저 가요······

치킨집 사장

이 여사, 고정하시고··· 제사 잘 모시고···. 저도 가요······

시어머니

서 있지 말고 다들 들어가자.


시어머니 밥그릇을 들고 앞서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큰며느리 재기가 든 바구니를 들고 들어간다.


고모

아유~ 꼬장꼬장하기는

작은며느리

고모님~ 


다들 들어가고 무대 암전


2장



다음 날 아침, 마당에서 빨간 추리닝을 입고 에어로빅 동작을 하며 요란하게 운동 중인 고모


작은며느리

고모님 빨간 추리닝이 아주 잘 어울리네요.

고모

(운동하면서) 내가 또 한 패션 하지 

작은며느리

근데 오늘 안 올라가세요? 

고모

왜? 내가 빨리 올라갔으면 좋겠니?

작은며느리

무슨 말씀이세요?

고모

(하던 운동을 멈추고) 너도 그러는 거 아니다.

작은며느리

예?

고모

너 말 나온 김에 빈이 죽고 보험금··· 그 돈이 왜 다 니 꺼니?

작은며느리

고모님.

고모

너 막말로 빈이 걔~ 코찔찔이를 엎어 키운 게 나다.


큰며느리 들어온다. 


큰며느리

도련님을 고모님이 엎어 키웠다고요? (빈정대며) 아하~~ 어머님 혼자 남의 집 일 봐주고 두 아드님 키우느라 등골 휠 적에 이혼했다면서 보따리 싸들고 내려와 1년 넘게 더부살이하신 얘기요?

고모

(어이없다는 듯) 뭐? 

큰며느리

준이 아빠 살아생전에 밥 먹는 건 까먹어도 그 얘긴 꼭 빼먹지도 않아요. 엄마가 일 나가면서 간식으로 삶아놓은 달걀이며 감자며··· 하여간 먹는 건 죄다 고모한테 빼낐따꼬, 밥도 얻어먹는 밥이 맛있다카디······

고모

야! (불같이 화를 낸다) 

큰며느리

아, 알아요~  그 코찔찔이 애들이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다 큰 어른이 그깟 달걀이며 감자가 먹고 싶어 그랬겠어요? 학교에서 염치를 빼고 가르쳐준 학교 쌤이 잘못한 거지요.

고모

니 말 다했나?

큰며느리

근데 왜 꼭 흥분하면 사투리가 본심처럼 툭툭 튀어나와요?

고모

야!

작은며느리

고모님 해도 너무하네요.

고모

이것들이 오늘 쌍으로··· 그래 마자 해봐라.

작은며느리

왜 자꾸 저 볼때마다 보험금 가지고 불편하게 만드세요?

고모

불편~? 그래 그기 다 니 돈이라 이 말이가?

작은며느리

어쩜 그렇게 하나도 안 변하세요? 애 아빠 생전에도 돈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하시더니··· 애 아빠가 고모님 보증 서 준 게 어디 한두 번이었어요?

고모

니 그기 와 여서 나오노?

작은며느리

해도 너무 하시잖아요. 그 보증이 잘못되가······


시어머니 들어오다 이야기를 듣는다.


시어머니

이기 다 몬 소리고? 누가 누구 보증을 서?

고모

(화들짝 놀란다) 엄마야! 언니! 그기 아이고~

시어머니

아니기는 뭐가 아니고. 작은아 니 똑바로 얘기해라 무슨 소리고? 빈이 가가 보증을 섰다꼬? 

작은며느리

그기 어머니···  애 아빠 생전에 고모님이······

고모

(앞을 가로막으며) 내가 언제 뭐라 캤다꼬··· 생사람 잡네!

시어머니

고모··· 이제 내 안 볼끼라요.


큰며느리 고모 앞을 막으며


큰며느리

어머니··· 고정하시고··· 그거는

시어머니

니도 아는 얘기가?

큰며느리

그기······


치킨집 사장이 낯선 여인을 데리고 등장한다.


치킨집 사장

이 여사 안녕히 주무셨어요!

시어머니

느그들··· 좀 있다 얘기하자··· 고모도요······

고모

음······(작은며느리에게 눈치를 준다)

큰며느리

어서 오이소.

치킨집 사장

여기 이분이 집 보러 왔다 카는데···.

고모

(놀라며) 집을요?

복부인

안녕하세요! 여기가 봉산면 신리 465 맞죠?

치킨집 사장

에이~ 잘못알았다 카이끼네 참... 이 여사님 아니지요. 누가 집 주소를 잘못 올리놨나...

시어머니

잘 오셨습니다.

치킨집 사장

예?

시어머니

맞아요. 내논 거.

(동시에)큰며느리

         작은며느리

어머니!

(동시에)고모

언니!

치킨집 사장

이 여사님!

시어머니

일로 올라오이소.

고모

이기 다 몬 소리고··· 집을 내놨다꼬?

시어머니

고모는 나중에 얘기 하입시데이. 작은아는 가가 차나 한잔 내온나.

작은며느리

예.

복부인

이 지역은 포도가 유명하죠?

치킨집 사장

자두도 있다 아입니까. 아 근데 집은 와?

복부인

위치도 좋고··· 마당도··· 넓고······

시어머니

복덕방에서 얘기는 들으셨을테고 저짝 문칸방입니다.

복부인

뭐 볼 것도 없어요. 바로 계약하죠

고모

사장님도··· 방보러 왔다 해야지 놀랬잖아요.

시어머니

거 성격이 급하신가 보네

고모

아니면 급한 사정이 있던가 

복부인

(가방을 뒤적이다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계약금 이거면 되죠?

큰며느리

문칸방에 도련님 물건하고 그 사람 물건은

시어머니

싹 다 치울 끼다 

작은며느리

(들어오다 그 소리를 듣고) 물건을 치운다고요. 어디다 치울 건데요?

시어머니

신경 쓰지 마라. 내 알아 할 끼다

큰며느리

우째 치울 건지 알아야······

시어머니

그기 와 그래 궁금한데 싹 다 불싸지를끼믄 우짤 건데

(동시에)고모

언니!

(동시에)작은며느리

         큰며느리

어머니!

시어머니

암 말들 마라!

복부인

머리 좀 식힐려 했더니 여기도 꽤나 복잡한가 봐요.

시어머니

그런 거 없수다. 계약하신다고.

복부인

뭐 받았다는 영수증 비슷한 거 하나 써주시면 됩니다.

고모

(다급하게) 잠깐! 

시어머니

와이카노!

고모

(말까지 더듬으며) 저거 물건들··· 치울 때도 없고··· 그건··· 그렇다 치고··· 월세! 월세는 도대체 얼마를 받길래.. 아니.. 내 말은.. 집에 사람 들이는기 무슨 동네 버려진 똥강아지 맹크로 그래 들이믄 되는기 아니니까 하는 말이잖아요.

복부인

똥강아지? 이보세요! 말을 너무 함부로 하시는 거 아네요?

치킨집 사장

아이고 여사님이 참으쇼. 고모님 말은 동네 강아지는 밥만 축내지만 우리 여사님은 월세까지 따박따박 내고 들어오는데··· 뭐 한마디로 복이 넝쿨째 들어온다는 그 뜻이지요······

고모

(말을 자르고) 모르면 잠자코 계시던가 닭이라도 튀기러 가시던가? 복은 무슨··· 뭐 이렇게 된 마당에··· 단도직입적으로다··· 나 저 문칸방에 들어갈라요!

큰며느리

작은며느리

시어머니

예?

복부인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

시어머니

고모 설마.

작은며느리

저 문칸방에서 산다는 건···

큰며느리

아니죠?

고모

빙고! 딱 그 얘기네요~

시어머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치킨집 사장

똥강아지도 염치는 아는디······

고모

뭐요?

치킨집 사장

지는 참말로 닭이라도 튀기러 가야겠수다······


치킨집 사장 퇴장한다


큰며느리

지난번에 같이 오셨던 이사장님하고···

작은며느리

재혼하신다고···

고모

헤어졌어요!

복부인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시어머니

내 영수증 하나 써올 테니 잠시만 계세요.

고모

언니!~

복부인

그럼 이사는?

시어머니

준비되는 대로 들어오세요.


시어머니 돈을 챙기고 일어나 영수증을 쓰러 큰방으로 들어간다. 고모 따라 일어난다.


고모

언니 저랑 얘기 좀 해요! 월세는 내가 따박따박 낼게요~ 언니······


무대에 덩그러니 큰며느리 작은며느리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며 암전


3장



순이네가 쟁반에 막걸리와 파전을 가지고 대문으로 들어온다.


순이네

뭣이 이래 절간처럼 조용하데? 형님! 안 계세요? 


시어머니 이마에 흰 천을 싸매고 마루로 나온다.


시어머니

왔으면 들어와.

순이네

아이고, 형님··· 머리까지 싸매고 무슨 일이래?

시어머니

어여 와서 막걸리나 한잔 줘봐······

순이네

파전도 금방 구워서 따끈따끈해요. 같이 잡사 봐. 근데 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돌도 씹어 자실 만큼 건강한 양반이 이러고 드러누워 계신대······


마루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막걸리를 따른다.


시어머니

사는 게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드네 (잔을 들이킨다.) 

순이네

내 머리털나고 형님만큼 독하고 강한 사람은 못 봤다카이. (잔을 마시며) 아들 둘을 그래 보내고 내 같으면 지정신에 못살······

시어머니

뭐라꼬?

순이네

(눈치 보고 입을 손으로 막으며) 아이고 이누무 주둥아리··· 그때 형님이 정신줄을 놓을까 봐 내가 월매나 신경을 쓰고··· 막말로 그때 형님까지 잘못됐으마

시어머니

멀쩡하게 술 쳐먹고 지금 술주정하는 기가? 어?

순이네

죄송해요. 말이 자꾸 헛 나오네.. 

시어머니

그럴려거든 몽땅 싸들고 가. 

순이네

아휴~ 노여움 푸시고 한잔 받으시오

시어머니

병 주고 술 주고 잘한다~


큰며느리 들어온다.


큰며느리

오셨어요? 근데··· 뭐가 그래 잼나시대요?

시어머니

니 아까 장에 간다고 안 했나?

큰며느리

예, 오늘 저녁에 고기 구워서 오랜만에 어머니 몸보신 좀 시켜드릴려구요.

순이네

고기는 어딨는겨?

시어머니

와 빈손이고?


큰며느리 당황해하며 우물쭈물거린다.


큰며느리

아이고 내 정신.. 장바구니를 육숫간에 두고왔나 보네.

시어머니

뭐라꼬?

큰며느리

죄송해요. 얼른 찾아올게요. 


큰며느리 나가고


순이네

요새 더 자주 깜빡하는 거 같네

시어머니

자가 와 저라노··· 자도 나이 먹는갑네······

순이네

근데 뭣이 우리 형님 심기를 요렇게 불편하게 했대요?

시어머니

지 아부지 껌딱지 순이는 유치원 잘갔나?

순이네

울 형님 또 말 돌리신다. 그저 속 시끄러울 땐 술이 최고여~ 술이나 한잔하시오.


시어머니 남은 술을 들이킨다.


순이네

아유~ 안주도 자시고 마셔요! (파전을 입에 넣어주며) 자~ 요놈 좀 드시고······


술을 한잔 따라 벌컥벌컥 마시더니 노래를 시작하며 일어선다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 손을 꼭 잡았나

눈앞에 바다를 핑계로 헤어지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우리형 님 술잔은 또 비었는데 채워주는 사람은 어데로 갔나?

뱃고동 소리도 울리지 마세요

하루하루 술잔만 바라보다 한숨 지으며 힘없이 바라보는

술잔은 술잔은 다 모두가 그렇게 다 아하 아하

눈앞에 안주를 핑계로 채워지는 술잔엔 술 인생은 덧없다···


시어머니 노래를 들으며 웃는데


순이네

아이고 우리 형님 웃었다

시어머니

내가 순이네 때매 다 웃네 

순이네

그려요~ 인생 뭐 있대요 그냥 되는대로 살다가는 거지요. 가만 있자. 술을 마셨더니 소피가 마렵네··· (슬쩍 귀에대고) 형님 모른 척해요. 흥겨워서 몸 좀 흔들어 댔더니 빤스에 지렸지 뭐요. 헤헤헤······

시어머니

예끼~ 얼른 댕기와


순이네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화장실을 간다.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 손을 꼭 잡았나


전화벨이 울린다. 따르릉.


시어머니

여보세요. 어 영희네가 웬일이우? 장바구니? 가가 거 육숫간에다··· 아이다. 거 있어 봐요. 내 얼른 가께. (수화기를 내려놓고) 참말로 가가 정신이 없기는 없나 보네? 


시어머니 전화를 끊고 부랴부랴 대문을 나선다.

잠시 후 순이네 나온다. 빈상을 둘러보며


순이네

형님은 술 먹다 말고 어데로 가뿐노? (빈상에 혼자 앉아 술을 따라 마신다. ) 


고모 한 손에는 캐리어를 다른 손에는 박스 하나를 낑낑거리며 들고 들어온다.


고모

언니~  언니~ 저왔어요······

순이네

누구여? 

고모

우리 언니 어디 갔어요? 왜 남의 집에 혼자 앉아 대낮부터 술타령이래

순이네

거 여 고모네··· 제삿날 왔다 간기 얼마나 댔다꼬 또 내려왔대요?

고모

그런 건 알 필요 없고! 이 집 큰며느리하고 우리 언니 어디 갔어요?

순이네

궁금하면 그짝이 직접 알아보시든가?

고모

하~! 이리로 와서 이거나 좀 도와줘요. 

순이네

내가 와 그짝을 도와싸.. 또 무신 봉변을 당할 줄 알고······

고모

진짜 그러기에요!


밍기적거리며 일어난다. 


순이네

(혼잣말로 투털거린다) 에휴~ 여꺼정 혼자 잘 들고 왔으면서······

고모

이거 박스 좀 옮겨줘요. 

순이네

(투덜거리며 박스를 들어본다) 뭣이 들었길래··· 이래··· 무겁노······

고모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해요!

순이네

아이고 무거버라 허리짝 다 나가게 생깄다.


낑낑거리며 박스를 들고 오는 순이네 앞서 캐리어를 끌고 고모 마루에 가 앉는다.


고모

아휴~ 더워··· (막걸리를 발견하고 따라 마시며) 이 집 사람들은 다 어디 갔냐구요?

순이네

준이네가 고기 사러 장에 갔다가 깜빡해가 다시 가고~ 내가 소피 보고 나오니까 형님은 안 보이고··· 뭐가 뭔지 나도 모르게따.


전화벨이 울린다. 따르릉.


고모

여보세요··· 준이네를 왜 여기서 찾아요. 장에 갔다더니······


뚝!


고모

여보세요··· 언니! 아, 먼저 전화를 끊고 지랄이야.

순이네

(혼자 술을 따라 마시다) 말 한번 곱게 한다. 올케언니한테.

고모

아유~ 덥다!


괘종시계 소리가 들린다.

뎅! 뎅! 뎅! 뎅! 

시계 소리에 맞춰 모션 정지.

밤인 듯 무대가 어두워진다.


(음향) 대문을 여는 소리 

시어머니 뛰어 들어온다.

순이네와 고모 얼큰하게 취해 있다.


시어머니

큰아 안 왔나?

순이네

술 묵다 말고 어대로 도망가셨더래요? 

고모

언니~ 저왔어요~

시어머니

큰아 여 다시 안 왔냐꼬!

순이네

준이네 아까 육숫간 간다꼬..

시어머니

거 안 왔다 카더라. 이렇게 늦게까지 안 올 아가 아인데··· 어데 가뿟노······

고모

고정하셔요, 언니! 친구라도 만났나 보죠, 오다가.

순이네

다 큰 어른이 길을 잃어버린 것도 아닐 거고.


시어머니 혼이 나간 채 마루로 가서 걸터앉는다


시어머니

모르는 소리, 야가 요새 아무래도······


초인종 소리 ‘딩동’

일제히 대문 쪽을 바라본다. 모션 정지.

(음향) 대문 여는 소리

낯선이 들어서며 종이 쪽지를 보며 중얼거린다.


낯선이

봉산면 신리 465번지면 여긴데... (뒤를 돌아보며) 아지매, 여~ 맞지요? (없는 걸 확인하고) 어대 가뿟노? (대문밖으로 나가) 아지매~


큰며느리를 앞세워 들어오며 


낯선이

보이소, 여가 맞지요?


큰며느리 한쪽 신발은 벗겨지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방을 살핀다.

정지 모션 해제.

일제히 큰며느리 쪽으로 달려온다.


시어머니

야이야, 준이 에미야, 니 이기 뭐꼬.. (큰며느리를 살피며) 우째 된 일이고······

고모

준이네야~


큰며느리 경계한다.


시어머니

야가 와이카노? 아저씨요. 야를 어데서 우째 데리고 오셨는교? 

낯선이

큰길 옆에 민들레빵집이라고 거기서 빵을 하나 가지고 나온 모양인데, 주인이 도둑이라꼬 하도 난리치는데 지나가다가 보이 이 아지매가 그래 보이지는 않아서 주인한테 빵값 주고 데리고 오는 길이라요.

시어머니

하이고 감사합니다···  야가~ 와이라노.. 근데 우째 우리 집을 알고······

낯선이

손에 이걸 꼭 쥐고 있어서······

시어머니

큰아 글씨체 아이가······ 

고모

자기 집 주소를 왜 가지고 다닌대··· 별꼴이네.

시어머니

(허리 숙여) 참말로 감사합니다. 평소에 그런 아가 아인데 오늘 무슨 큰일이 있었나 보네요. 이 은혜를 우째 갚아야 할지······

낯선이

(손사래를 치며) 아~ 아입니다. 아지매가 딱 봐도 멀쩡해 보이던데··· 그런 봉변을 당했으니까나 마음이 안 좋을 끼라요··· 아··· 그럼 저는 이만 가볼랍니다. 어대를 가던 길이라가···

시어머니

아이고 이래 보내가 우짜노······

낯선이

아입니다. 저 가보겠습니다··· (급하게 서로 인사를 하고 대문을 나선다.)

순이네

(큰며느리 옆으로 다가서며) 준이네··· 괜찮나? 

시어머니

(큰며느리 데리고 들어간다) 하루 종일 힘들었제··· 들어가가 좀 쉬면 괜 찮아질 끼라.


다들 걱정스런 눈빛으로 큰며느리와 시어머니를 응시한다. 


4장



시어머니와 큰며느리 나들이옷을 입고 등장한다.

무대 한 켠에 벤치가 있다.

큰며느리 노래를 부른다.


큰며느리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언덕에 올라보면 지저귀는 즐거운 노랫소리. 꽃이 피는 봄을 알리네.

시어머니

니 배 안 고프나.

큰며느리

안 고프다.

시어머니

(벤치를 발견하고는) 저짝에 안자가 뭐 좀 묵자.

큰며느리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언덕에 올라보면 지저귀는 즐거운 노랫소리. 꽃이 피는 봄을 알리네.


시어머니 삶은 달걀을 꺼낸다. 껍질을 까려 자기 머리에 친다. 달걀을 뺏어서 자기 머리에 치는 흉내를 내다 시어머니 머리에 다시 친다.


시어머니

야가··· (달걀을 받아들고 껍질을 깐다.) 


옆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큰며느리


그러나 당신은 소식이 없고 오늘도 언덕에 혼자 서 있네

푸르른 하늘 보면 당신이 생각나서 한 마리 제비처럼

마음만 날아가네 당신은 제비처럼 반짝이는 날개를···


시어머니

준이 아부지요. 우리 준이 빈이 잘 있는교? 당신은 참말로 좋겄소. 그렇게 보고 싶은 새끼들 품에 끼고 물고 빨고 하믄서··· 그 어린것들 두고 갈 때는 눈도 못 감으시더니 이제는 나보다 가들 더 오래 끼고 계시는구려. (큰며느리를 한 번 쳐다보고) 우리 큰며느리, 큰딸이 됐소. 준이 맹크로 마이 묵고 마이 씩씩하고··· 야도 준이 맹크로 빵을 좋아해요. 거 민들레빵집 알지요. 준이 아부지가 월급 타가 그 집 빵 사왔던 날 기억나요? 아들이 하도 잘 먹어가 내 일부러 그랬지요. 엄마는 그 집 팥빵 아니면 안 묵는다. 너거나 마이 무라. 준이 가가 크는 내내 그 집 팥빵을 월매나 사오던지··· 그때부터 내는 팥빵이 싫었어요. 거 수크림, 곰보빵 다른 것도 많은데··· 꼭··· 에휴, 이누무 주둥아리··· 담부턴 팥 들어 가는 거는 꼴도 보기 싫더라카이······


모션 스톱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다. 

준이와 큰며느리의 데이트 시절인 듯하다.

테이블 위에는 빵 접시가 있다.


준이 씨는 어머님이 이 집 팥빵만 좋아하시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어릴 때 아부지가 빵을 사왔는데 어무이가 이 집 팥빵만 좋아하시는 걸 모르고··· 다른 것만 죄다 골라와서 어무이는 손도 안 댔다 아입니까. (웃음) 나도 남자지만 남자들은 일일이 얘기를 해야 안다니까요. 

그럼 그때부터 팥빵만 골라서 어머니께 사다드리는 거구요?

100미터 앞에서도 이 집 팥빵 냄새만 나면 버선발로 뛰어나오시는 분이에요.

(웃음) 아버님이 여자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라 자식들이 엄마 마음을 모르는건 아니구요?

그게 뭔 소린데요?


모션 스톱


큰며느리

켁! 켁! (먹다가 목 메여 켁켁거린다) 

시어머니

야야~ 사이다 묵고 천천이 무라··· (등을 두드리고 사이다를 따서 내민다.)  우리 큰딸도 얄궂게 그 집 팥빵만 찾는다 아입니까. (애처롭게 바라보며)  니~ 우리 옆집 순이 알제? (큰며느리 머리를 끄덕인다.) 가는 길 건너 빠리··· 뭐라 켔는데 빠리··· 바··· 아무튼~ 그 집에 빵이 글케 맛있다 카던데 니는 와 맨날 민들레빵집이고?

큰며느리

민들레빵집··· 민들레빵집······  (중얼거린다)

시어머니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 그래··· 민들레빵집······


모션 스톱


노란 민들레... 꽃말이 뭔지 알아요?

글쎄요? 

행복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이요 착한 꽃말이라 더 이뻐 보이더라구요. 난 우리 엄마가 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날 엄마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언제요? 아버님이 빵 사오셨던 날요?

네~ 두 형제가 열심히 빵을 먹는 동안 어무이는 내내 행복해하셨어요. 그렇게 뿌듯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크는 내내 보고 싶었거든요.

민들레··· 행복하고 감사하는 마음······ 꽃말 참이뿌다~

늘 행복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날 우리 어무이 마음을 안 이자뿔라꼬······

팥빵을······


정지 모션 풀린다.


큰며느리

엄마는 안 묵나. 

시어머니

엄마는 삶은 달걀 안 좋아한··· 아이다 내도 묵자.


가방에서 달걀을 꺼내서 머리에 치려 하자 큰며느리 낚아채서 자기 머리에 치는 척하다 시어머니 머리에 친다.


두 사람 보면서 서로 웃는다.


5장



무대 중앙 훌라후프를 돌리며 운동하는 고모

옆에서 공기하는 큰며느리


고모

어제는 고무줄 오늘은 공기···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준이네는 좋겠다.

큰며느리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건 고모지요.


고모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운동을 멈춘다.


고모

엄마야! 준이네 뭐라꼬? (갑자기 사투리) 니 뭐라 했노? 

큰며느리

찔리긴 하나 보네. 지아비 먼저 보낸 것도 설븐데 두 아들까지 앞세운 올케네 가방 하나 딸랑 들고 내려와가 살림방 내노라카는 기 지정신이면 그래 못하지 아무 생각 없는 기 아니믄 모꼬.

고모

니··· 니···  뭐라 카노···  지금···

큰며느리

(아주 태연하게) 왜요? 참말로 염치없는 짓이다 생각 들면 얼른 짐싸시던가 고모 (소리를 지른다) 준이네야~!


시어머니 들어오다 소리를 듣고


시어머니

고모 뭐 하는 기라요? 아픈 아한테 소리는 왜 질러요!

고모

방금 자··· 자··· 하는 소리 못 들었어요?


시어머니 큰며느리를 쳐다본다.

큰며느리 태연하게 공기를 한다.


큰며느리

일 더하기 일은 이, 이 더하기 이도 이, 삼 더하기 삼은 삼, 사 더하기사 도 사, 오 더하기 오는 오······ (중얼거린다)

시어머니

아~ 를 보이소. 자가 뭐라 캐도 그게 정상이 아닌데······

고모

(답답해하며) 정상이 아닌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시어머니

아유 고모도 참··· 운동 그만하고 아침이나 자시러 들어와요. (무대 바깥으로 나간다.)

고모

(사라진 시어머니를 부르며 뒤따라간다.) 언니~ 


무대 어두워지며 스포트라이트 큰며느리 일어나 무대 중앙으로 나온다. 


큰며느리

(노래)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그러나 당신은 소식이 없고 오늘도 언덕에 혼자 서 있네 푸르른 하늘 보면 당신이 생각 나서··· 준이 씨 나 어제 엄마랑 둘이 나들이 다녀왔어요. 엄마가 삶은 달걀도 주고 사이다도 주고··· 엄마가 민들레빵집 얘기도 해줬어요. 팥빵을 너무 좋아해가 준이 씨 생각 많이 난다꼬··· 참 행복해 보였어요··· 준이 씨 원하던 대로··· 거긴 어때요? 여기만큼 살기 좋아요?······  (눈물을 훔친다.) 준이 씨 모르지요? 세상이 생긴 대로 맨날 똑같이 가는 거 같지만 안 그래요. 고모 훌라후프 소리도 기분 좋을 때는 뱅글뱅글 끝도 없이 돌고··· 일이 잘 안 풀릴 땐 몇 번 안 하고 툭 떨어져요. 치킨집 사장님도 순이네 아줌마도 기분 좋을 때 안 좋을 때 엄마 부르는 소리가 입구에서부터 다른 거 알아요? 나는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다 알아요··· 근데 인제는 그렇게 다 아는 것도 좀 힘드네요··· 준이 씨는 지낼 만해요?··· 저··· 인제 그만 준이 씨 곁에 가고 싶어요··· 엄마도 고모님이 계시고··· 이만하면 준이 씨도 없는 집에 엄마 모시믄서 잘 버팄다꼬 칭찬받을 만하잖아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걸 죽을힘으로 버티가 왔는데··· 그래도 되지요? ··· (하늘을 올려다 본다.) 나 알아보겠어요? ···  나잇살도 붙고 주름도 늘고··· 나 못 알아볼지도··· 아이다. 실망할지도 모르겠네요. 준이 씨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뭐 어때요? 여서 못 이룬거 거기서 재미나게 살믄 되지요······


시어머니 큰며느리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시어머니

큰아야~~ 뭐 하노 밥묵자!

큰며느리

예~ (하늘을 한번 아련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둔다.) 


노래를 하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퇴장한다.


큰며느리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그러나 당신은 소식이 없고 오늘도 언덕에 혼자 서 있네 푸르른 하늘 보면 당신이 생각 나서···


무대 한 켠 밥상에 둘러앉은 세 여자의 모습이 그림자로 비친다.


시어머니

(큰며느리 밥에 고기를 올려주며) 골고루 무라.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쓰제.


고모가 고기를 집으려 하자 시어머니 손을 탁친다.


시어머니

쫌!

고모

어머! 고기 좀 먹겠다는데 

시어머니

그게 쫌 먹은 거예요? 아픈 아를 먹일라 캤디 밥, 고기, 고기, 밥 따른거는 젓가락도 안 가고 

고모

지금 내 입으로 고기 들어가는 게 그렇게 아까워요

시어머니

아까워요

고모

언니!

큰며느리

고기, 고기, 엄마! 고기, 고기 

시어머니

그래 마이 무라 고기 (고기를 집어 밥 위에 얹어준다.)

고모

아휴~ 눈꼴시려 못 봐주겠네.

큰며느리

눈꼴시려, 눈꼴시려.

시어머니

참내~ 아 앞에서 별소리를 다 하네

고모

고기도 못 먹어요. 늙은 애 앞에서 말도 가려야 해. 도대체 나한테 왜이래요?시어머니    밥이나 자셔요.


큰며느리가 고기를 고모 밥그릇에 올려준다.


큰며느리

고기,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쓰제

시어머니

야 맘 쓰는거 쫌 보이소. 정신만 오락가락하지. 심성 착한 건 하나도 안 변했다 아임니꺼.

고모

병 주고 고기 주고··· 가지가지 한다.


작은며느리 캐리어를 끌고 들어온다.


작은며느리

어머니, 형님, 저왔어요. 

시어머니

이기 몬소리고 작은아 아이가?  


그림자 사라지고 다같이 무대로 나온다.


시어머니

어여온나.

고모

그 짐은 다 뭐꼬? 

작은며느리

저녁은 드셨어요? 어머니, 저 밥 좀 주세요. 배가 등가죽에 붙을라 카네. 낼부터 제가 형님하고 어머니 밥해드릴게요. 

고모

이기 다 몬소리고? 니 여~서 아예 눌러 살 작정으로 짐보따리 싸가 내리왔다 이 말이가?

시어머니

뭐 하고 섰노? 배고프다메 얼른 들어가라. 고모는 아 짐이나 좀 받으이소. 내는 밥 차리가 드가꾸마.

고모

(큰며느리를 슬쩍 흘겨보고는) 아유~ 내 신세··· 일로도!


시어머니 주방으로 사라지고 고모는 방으로 들어간다. 무대에는 큰며느리와 작은며느리 둘뿐이다.


작은며느리

(울컥하며) 형님, 착한 우리 형님, 나··· 누군지 알아보겠어요? 

큰며느리

동생, 동생, 내 동생··· 예쁘다.

작은며느리

맞아요. 형님 동생 빈이네··· 우리··· 이제 같이 살아요. 형님이 슬프면 나도 슬프고 형님이 웃으면 나도 기쁘고··· 같이 울고 웃으면서··· 우리 어머니캉 오순도순 그래 살자고요.

큰며느리

동생이 슬프니까 나도 슬프다..

작은며느리

(억지로 웃으며) 형님 내 안 슬퍼요.  내 얼굴 봐요. 웃고 있지요. 기뻐서 웃잖아요. 그카이까네 형님도 웃어요.

큰며느리

웃으면 복이 온다. 나도 기쁘다.


시어머니 밥을 차려 내온다.


시어머니

와 그카고 섰노? 

작은며느리

어머니, 힘드시지예? 

시어머니

며칠 쉬었다가 바로 올라가라. 큰아는 내 혼자 봐도 된다. 니 일자리까지 뺏아가민서 그 칼 필요 없다. 

작은며느리

저··· 그만뒀어요. 벌써 몇 달 됐어요.

시어머니

그만두다이? 안 될 소리 하지 마라. 그 좋은 직장을 와? 함부래 여는 신경 쓰지도마라. 

작은며느리

어머니하고 형님 때문이 아이라 제가 일이 있어가 고만 뒀으이까네 암 말 하지마이소.  

시어머니

야가 참말로······

작은며느리

그거 이리로 주이소··· 점심도 거르고 왔다 아입니꺼··· 형님, 어머니, 얼른 들어가이소.


다들 방으로 들어가고 그림자. 무대는 점점 어두워지다 대사에 맞춰 페이드아웃


시어머니

고기가 다 어데 갔노?

큰며느리

고기, 고기 

고모

기다리다 몇 점 먹은 거 가꼬 너무 하네. 

시어머니

누가 고모 뱃속에 고기 들어가는 기 아까워가 캐요? 

고모

아까운 기 아이모. 아까부터

시어머니

아까부터 얼라맹크로 고기만 무대는 고모 입이 미워서 그라요.

고모

그기 그 소리네

시어머니

됐고, 야들아 얼른 무라. 

(동시에) 큰며느리

고기, 고기

(동시에)작은며느리


완전 암전


6장



무대 중앙 훌라후프를 돌리며 운동하는 고모 

옆에서 공기하는 큰며느리 

 

고모 훌라후프를 돌리다 말고 큰며느리 옆으로 다가와 앉는다.


고모

준이네야, 내가 누꼬?

큰며느리

(빤히 쳐다보다가) 준이네야, 내가 누꼬? 

고모

그러면 그렇지. 공기나 마자 해라. 

큰며느리

염치없는 고모는 훌라후프나 마자 돌리든가

고모

니··· 니 뭐라 했노?

큰며느리

(빤히 쳐다보다) 니··· 니 뭐라 했노?

고모

니 지금 미친 척하는 기가? 미친 척 연기하는 기가 말이다!

큰며느리

(공기를 하며 무심하게) 나는 연기를 해도 고모 맹크로 잘은 못해요. 고모님 연기는 깜빡 속겠어요. 내나 우리 엄마를 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 척, 서울서 내리와가 염치없이 눌러앉는 척, 고모는 뭐든지 척척박사네요. 척척박사, 척척박사.


시어머니 들어오다 듣고는


시어머니

누가 그래 척척박사고? 

고모

야··· 야 하는말 들었어요? 야가 아무래도 미친 척하는 기지. 어떨 때는 나보다 더 정신이 똘망똘망하다니까요?

시어머니

말조심하이소. 누가 미쳐요. 정신 좀 오락가락한다고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라요.

고모

아이고 답답해라. 그래요. 누가 이 집서 내가 하는 말 들어줬다꼬. 이러다가 내가 미치지. 내가 미쳐.


주방에서 작은며느리 나온다. 


작은며느리

어머니 어데 다녀오심니꺼?

시어머니

니 일로 올라와 봐라.


작은며느리 마루로 올라간다. 

시어머니 작은며느리에게 대뜸 사진 한 장을 내민다.


시어머니

니 이거 함 봐봐라.

작은며느리

이게 뭔대요?

시어머니

어뜨노? 인물이 훤하다 아이가

작은며느리

뭐 훤하게 생기긴 했는데··· 이 사진을 와.

시어머니

니 돌아오는 토요일에 시간 좀 비아놔라.

작은며느리

와이 카십니꺼. 지는 안 볼랍니다. 


고모 득달같이 달리온다. 


고모

어머머머, 언니, 세상에! 며느리 시집보내는 시어머니도 있대요? 

시어머니

고모는 빠지이소. 

고모

세상에 상 치른지 월매나 됐따꼬 자를 시집보낸다고.

시어머니

(말을 자르고) 고모!

큰며느리

시집 난도 가고 싶다. 난도 시집가고 싶다. 시집.

시어머니

그래 니도 보내주꾸마. 니는 쪼매만 기다리라.

고모

하이고, 보낼라꺼든 저승 간 우리 오빠야 하고 준이 빈이한테 물어보고 하이소!


팩 하고 돌아서 대문 밖으로 나간다. 


시어머니

신경 쓸 거 없다. 토요일이다. 그래 알고 시간 비아라. 

작은며느리

어머니! 

큰며느리

시집 나도 가고 싶다! 

시어머니

그래··· 니도 그래 시집이 가고 싶나? 엄마하고 쪼매만 더 있으모 안되겠나?

큰며느리

내일 달걀 삶아 가꼬 소풍 가자. 소풍, 달걀도 먹고 소풍도 가고 준이 아부지도 만나고 큰딸도 만나고······

시어머니

야이야, 니 그걸 기억하나? 

큰며느리

민들레빵집은 팥빵이 제일 맛있다. 다른 거는 너거 다 묵어라. 나는 팥빵밖에 안 묵는다. 


시어머니 놀란 표정으로 큰며느리를 쳐다보고 모두 모션 스톱

순이네 막걸리 한 병과 파전을 들고 들어온다.


순이네

형님, 나왔어요! 형님.


모션스톱 해제


시어머니

왔는가? 

순이네

파전 좀 구워 왔수. 이거 좀 자셔봐. 파전하면 또 막걸리지. 자네들도 한잔 할껴?

작은며느리

오셨어요? 두분이서 맛나게 자셔요.

순이네

그려 우리 큰따님, 막걸리 한잔할껴?

큰며느리

막걸리는 순이네 막걸리가 최고, 양조장 하는 아들래미 땜시 맛 평가에서 공정성을 잃어버렸다 이 말이제. 

순이네

뭐라고 지끼는겨?

시어머니

어여 올라와.

순이네

이놈이 그 울 아들래미 양조장서 방금 뜬 따끈따끈한 술이여.


시어머니와 순이네가 마루에 자리를 잡고 술을 마신다.

작은며느리 큰며느리 손을 잡고 마당 한 켠을 데리고 간다.


작은며느리

형님 잠깐만 있어 봐요.


작은며느리 주방에서 팥방을 가지고 나온다.

팥빵을 내민다.


작은며느리

이거

큰며느리

팥빵이다. 팥빵은 민들레빵집이 제일 맛있는데.. 잘먹겠습니다.

작은며느리

형님 그거 알아요? 내가 얼마나 형님을 의지하고 있는지······


큰며느리 말없이 팥빵만 열심히 먹는다.


작은며느리

예전에 형님이랑 한집에서 살 찍에 기억나요? 처음 시집와가 양말 한 짝 꿰멜 줄도 모르고 다림질을 할 줄 아나··· 형님 손을 안 빌린 게 없네요. 우렁이 각시 맨치로 어머니 몰래··· 어머님이 왜 모르셨겠어요? 내 무안할까 봐 모른 척해주셨지요··· 형님하고 어머님같이 좋은 분 만난 게 월매나 행운인지······

큰며느리

나도 다 기억난다. 콩나물을 삶지도 않고 맹걸로 무치는 거 보고 한눈에 알아봤다. 

작은며느리

형님···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어요?

큰며느리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 주고 도와줘야겠다. 어느 날 도련님 양복 단추가 떨어진 걸 봤는데 달아줄라꼬 보이 벌써 누가 달아놨더라. 양말도 못 꼬매는 니가 꼬맸을리는 없고 도련님은 아예 그런데 관심도 없는데··· 누구겠노? 그래서 아 엄마도 알고 있구나.

작은며느리

형님!

큰며느리

고마해라. 마이 뭇따 아이가

작은며느리

예?

큰며느리

언니 배불러요. 이거 언니 먹어요.

작은며느리

형님······


암전


7장



마당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공기하는 큰며느리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마루에는 고모 앉아 있다.

작은며느리 장바구니를 들고 마당으로 나온다.


작은며느리

어머니, 장에 다녀올게요. (눈치를 보며)


대답이 없다.


고모

장에 가나? 

작은며느리

고모

빈아 니 불고기 안땡기나? 오랜만에 소불고기에다 소주 한잔 캬~


치킨집 사장이 들어온다.


치킨집 사장

소주는 뭐니뭐니 해도 삼겹살이제. 도야지 삼겹살!

작은며느리

오셨어요?

고모

오랜만에 소고기 쫌 먹겠다는데 

작은며느리

고모님 소고기는 다음에 먹고, 오늘은 어머니 좋아하시는 삼겹살 먹어요. 대신에 소주 한 병 사올게요.

고모

음,  아직 안 갔니? 

작은며느리

형님하고 같이 뎅기 오께요. 형님 같이가요. 

큰며느리

내 바쁘다. 

작은며느리

오는 길에 민들레빵집 가요. 팥빵 사주께요.

큰며느리

내 바쁘다. 빨리 가자. 


작은며느리 큰며느리와 나간다.


작은며느리

사장님 가지 말고 고기 드시고 가세요~

치킨집 사장

이 여사~ 이 여사~

고모

그만 불러요 울 언니

치킨집 사장

오늘은 우째 울 이 여사 코빼기도 안 보이네. 어디 아픈 건 아니제?

고모

울 언니를 사장님이 왜 그렇게 신경을 쓰신데

치킨집 사장

이웃사촌도 사촌인디 사촌보다 더 가까운 사람이란 말이제. 이 여사랑 내캉은.

고모

허! (기가차다는 듯)

치킨집 사장

음··· 이 여사 이 여사~(이 여사를 부르면서 방쪽으로 간다.)

고모

(치킨집 사장을 못들어가게 잡아 끈다.)

치킨집 사장

이 여사 안에 있는 거 같은데 왜그래싸?


과일 담은 바구니를 들고 순이네 들어온다.


순이네

울 형님 안에 있제 형님~ 저왔어요!


묻는 둥 마는 둥 순이네가 안으로 들어간다. 


치킨집 사장

순이네는 들어가도 되고 나는 안 되는 기 뭔 경우고

고모

쫌 잠자코 있어요! 울 언니 오늘 심기가 많이 불편하다고요

치킨집 사장

무슨 일이 있어가 순이네하고 내를 차별하노?

고모

그럴 사정이···

시어머니 목소리

뭐라 카노? 그럴려거든 자네도 가!

순이네

형님 마음을 모르는 게 아이고 


방문이 열린다.


시어머니

다들 가요. 


순이네 나온다. 방문이 닫히고 


치킨집 사장

뭔 일이고?

순이네

아이고··· 마이 속상한가 보네··· 암 말 말고 가요. 얼른.


치킨집 사장을 데리고 나간다. 


고모

카이끼네 괜한 짓을 해가··· 지가 보기 싫다는데 등 떠밀어가 시집보낼라카마 되나? 친정엄마가 나서도 하기 힘든 기 재혼 자리 알아보는 긴데··· 그것도 시엄마가······


방문이 버럭 열린다.


시어머니

고모도 그 카는 거 아이라요. 가가 고모 딸이라고 생각해봐요. 하나밖에 없는 딸래미가 청상과부가 되가 아도 하나 없이, 저래 시어매하고 치매걸린 큰동서를 데리고 산다꼬 생각해 보라꼬요. 아가 없어가 그 마음을 모른다 칼 끼라요? 길가는 세 살짜리 꼬맹이도 다 아는 기라요. 

고모

와 불똥이 내한테 튀는데!

시어머니

옆에서 그래 아를 헤깔리게 하이끼네. 시엄마가 괘안타 카는데 와 옆에서 빈이 얘기를 하고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가 이 사단을 만드냐고요!

고모

막말로 지가 하기싫으면 삼척동자도 우짤 수 없다 카는데

시어머니

터진 입이라고! (걸레를 집어던진다.)

고모

악! 뭐 하는 짓이에요!

시어머니

가 앞에서 한 번만 더 빈이 들먹이고 초를 치면 고모 죽고 내 죽는 기라요!

고모

아~ 진짜! 


시어머니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쾅 닫는다.


고모

뭔 날벼락이래··· 가 선보러 안간 기 와 내 잘못이란 말이고··· 아주~ 동네북이지 내가.



고모 방으로 들어간다.


빈 무대 시간이 흐른다. 정적 



불이야! 불이야!!

사이렌 소리 요란하게 들린다.


순이네 뛰어 들어온다.


순이네

형님! 형님! 형님,형님


시어머니 나온다.


시어머니

와 무슨 일인데 이래 호들갑이고 

순이네

크··· 큰일 났어요?


치킨집 사장 뒤따라 들어온다.


치킨집 사장

민들레빵집에 불이 났어요!

시어머니

뭐 불이났다꼬? 


고모 뛰어나온다.


고모

뭐 민들레빵집? 가들 빵 사러 갔다 온다 했는데······

시어머니

뭐라꼬? 누가? 어데를?

고모

큰아하고 작은아하고 민들레빵집에서 팥빵 사 가지고..

시어머니

아이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순이네

형님(부축한다.)

시어머니

(정신을 차리고) 야이야, 큰아야, 작은아야··· 준이야! 빈이야!


시어머니 뛰쳐나가고 다들 달려 나간다. 


암전


8장



암전된 무대 노랫소리만 들려온다.

큰며느리 목소리다.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언덕에 올라보면 지저귀는 즐거운 노랫소리 꽃이 피는 봄을 알리네

(노랫소리가 잦아든다)

그러나 당신은 소식이 없고 오늘도 언덕에 혼자 서 있네

푸르른 하늘 보면 당신이 생각나서 한 마리 제비처럼 마음만 날아가네

당신은 제비처럼 반짝이는 날개를 가졌나 다시 오지 않는 님이여


큰며느리의 대사가 노랫소리와 오버랩된다. 


큰며느리 목소리

엄마는 안묵나. 

시어머니 목소리

엄마는 삶은 달걀 안 좋아한··· 아이다 내도 묵자.


(달걀 깨트리는 소리)


시어머니 목소리

아이고! 야가~


큰며느리가 먼저 웃는다. 시어머니도 따라 웃는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


시어머니 목소리

니 뭐 하노? 젊은 아가 와 그래 발이 느리노. 남생이가 친구 하자카겠다.

작은며느리 목소리

(숨차한다.) 아휴~~ 어머니, 어머니는 좀 전에도 팥빵을 두 개나 다 드셨잖아요. 저는 아침나절에 몇 숟갈 뜬 게 단데

시어머니 목소리

니 그카고 있거라.  내는 먼저 간대이.

작은며느리 목소리

어머니, 쪼매만 쪼매만 기다려주이소 

시어머니 목소리

아이고, 니는 안 되게따 고마. 그래 느려 터지가꼬··· 해저물믄 장문 닫는다. 준이하고 빈이하고 꼬까신 사달라꼬 아침부터 난리친 거 니 못 봤나? 내는 간다.

작은며느리 목소리

어머니? 어머니! (외침) 어머니!


무대 한쪽이 밝아지면 방이다. 

큰며느리가 준이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다. TV에선 축구 중계가 한창이다.

(음향 축구 중계)

준이가 큰며느리의 귀를 파주다 TV 축구 중계를 본다.

한눈판 사이


큰며느리

아야! 

준이

어··· 어데··· 아프나?

큰며느리

(귀를 부여잡고 일어나 앉는다.) 아··· 아, 귀 파다 테레비를 보면 우째요? (귀를 들이밀며) 피 안 나나 보이소?

준이

보자··· 어데? 아이고 이를 우짜노··· 피··· 피다··· 피!


시어머니 놀라 문을 열고 들어온다.


시어머니

(다급하게 놀란 목소리) 피? 피? 우야노? 누가 다칬나?

큰며느리

어머니! (울먹이며) 피··· 피가 나요··· 귀에서···

시어머니

뭐라고? 이게 몬 소리고? 귀에서 피가 나? 어데?


준이는 어쩔 쭐 몰라 한다. 


준이

아, 그기 아이고··· 피! 안 나요! 


큰며느리와 시어머니 동시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준이를 바라본다.


(동시에)큰며느리

예?

(동시에)시어머니

뭐라꼬?

준이

그··· 그기···  제가 장난쳤어요.

큰며느리

준이 씨~

시어머니

야가~ 장난칠 끼 따로 있제.

준이

어무이 놀라셨지요?

시어머니

에이구! (아들을 혼내며 준이 등짝을 친다.) 이누무 시끼··· 자가 월매나 놀랬겠노. 얼른 미안하다 캐라.

큰며느리

아··· 괜찮아요··· 어머니.


(아나운서 목소리)  골이에요, 골!!!! 


준이

(TV를 보며) 골? 골이다··· (큰소리) 골··· 골이다!!! 어무이 골이라요!!! 여보!! 골!!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며 양손을 올리고 소리친다.)

시어머니

어휴~  (큰며느리와 눈을 마주치고는) 그래 골이다! 골!


큰며느리도 어이없어 웃는다.  

준이의 골이다 골!!! 골! 소리와 시어머니와 큰며느리의 웃음소리가 오버랩되며 어두워지고 

동시에 무대의 다른 편이 밝아지고 방안의 그림자가 보인다. 엎드려 책 보는 빈이, 옆에서 누워 있는 작은며느리 목소리만 들린다.


작은며느리

어머님이 다음 주 복지관 노래 교실에서 놀러 간다 카는데 노래자랑을 한다카네요. ‘제비’라는 노래를 배워 오시가 그걸 부르시겠다는데 형님이 잘하대예. 하루종일 두 분이서 부르고 연습하는데······

빈이

함 불러 봐라.

작은며느리

나는 그 노래 잘 몰라요. 형님이 잘하던데··· 꽃피는 봄이 오면··· 이래 시작하는데

빈이

당신도 엄마하고 같이 노래 교실 다녀야겠다.


작은며느리 빈이 옆으로 돌아누우며


작은며느리

(뾰로통하게) 지금 나 노래 못한다고 흉보는 거지요?

빈이

뭔 소리고? 누가? 당신 만큼 노래 잘하는 사람이 어딨따꼬······

작은며느리

치···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빈이

내 귀는 당신 주파수에 최적화 되가 다른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아요···

작은며느리

아고고··· 그래요? 어디? 목소리에만 최적화됐나? 


작은며느리 빈이가 보던 책을 덮는다.


빈이

뭔 짓이고? 


빈이가 작은며느리를 돌려눕히고 키스를 한다. 


암전되면서 차량 브레이크 소리 부딪치는 소리··· 엠블런스 소리··· 꽃피는 봄이 오면(제비 노랫소리) 과 웃음소리.. 비명 소리가 오버랩된다. (소리에 다른 소리가 섞이고 마지막엔 모든 소리가 엉킨다.)


9장



시어머니 발을 동동 구르고 안절부절못한다.

잠시 후 고모가 들어온다. 


시어머니

고모 우예 됐어요?

고모

아무리 찾아봐도 코빼기도 안 보이요. 

시어머니

아이고, 야들을 우짜노··· 내 다시 나가 보꾸마. 


순이네와 치킨집 사장 들어온다. 


시어머니

찾았는교?

순이네

형님··· 빵집 주위를 이 잡듯이 뒤짔는데 그림자도 안 보이요.

치킨집 사장

장은 벌써 문 닫아가 사람 씨도 안 보이고 

시어머니

가들이 어데갔을꼬? 내가, 내가 다시 나가 보꾸마 

고모

이 야밤에 자꾸 어데를 나간다고 그래싸?

시어머니

이 오밤중에 야들은 어만데를 다 헤매고 있을긴데  

치킨집 사장

이 여사는 가마이 있으이소. 지가 다시 이짝저짝 안 가본데 없나 댕기오고 경찰서에 들러가 신고하고 올 텡께. 


치킨집 사장 나가려고 하는데 큰며느리 손 잡고 작은며느리 들어온다. 큰며느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노래를 흥얼거린다.

(푸르른 하늘 보면 당신이 생각나서 한 마리 제비처럼 마음만 날아가네) 

다들 놀라서 할 말을 잃고 둘을 빤히 쳐다본다. 


작은며느리

다들 나와 계시네요. 뭔 일 있어요? 표정이··· 아~ 제가 좀 늦었지요. 그게···

시어머니

괘안나?

고모

야! (소리를 버럭지른다)

작은며느리

죄송해요. 너무 늦었지요.

시어머니

니 빵 사러 간다 했나? 민들레빵집에?

작은며느리

아~ 팥빵을 어머님도 좋아하시고 좀 사올라 했는데··· 오늘 일이 다 꼬여 가꼬예. 장에서 이장님을 만났는데 사모님이 추어탕을 끓이났다꼬 가는 길에 집에 좀 들르라 해서 갔다가 그냥 나오기도 뭐하고 좀 앉았는데, 형님이 잠드는 바람에요. 깨워도 어데 일어나야지요. 잠이 덜 깼는지 아처럼 우는데··· 아이스크 림으로 달래가 오느라고 늦었으예.

고모

뭐라꼬? 하이고 어이가 없어가.

시어머니

안 다칬으마 됐다.

순이네

카마 오늘 빵집에 불났는거 모르겠네.

작은며느리

불이라고요? 

큰며느리

불, 불, 불이 났다, 불······

작은며느리

혹시 민들레빵집요?  

큰며느리

민들레빵집··· 민들레.. (갑자기 정신이 돌아옴) 민들레빵집에 불이 났다꼬? (먹던 아이스크림을 떨어트리고) 어머니 참말이라요? 불이났는 기 참말이냐꼬요? 

시어머니

큰아야, 내··· 내를 알아보겠나?

큰며느리

불이났는 기 참말이냐꼬요!! 

고모

그래 참말이다 민들레빵집이 홀라당 다 탔삐따.

큰며느리

(주저앉는다) 하이고.. 여보, 준이 씨.. 민들레빵집이... 불에 타삤단다. 당신하고 추억이, 울엄마 추억이 다 타뿌따 카네요. 달콤한 팥빵도, 행복한 마음, 감사한 마음도 다 타뿌따 카네요...(울먹임)

시어머니

니도 준이하고 거서 추억이 많나 보네. 큰아야 이제 다 이자뿌라. 다 이자뿌고 우리 새 출발하자.        

큰며느리

어머니, 거가 어떤 덴줄 알아요? 그 사람이 어린 시절 얘기를 거서 다 들려줬다 아입니꺼. 아부지가 월급 타가 빵 사오던 날. 형제들이 먹는 걸 바라보믄서 행복해하던 어머니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랬십니더. 팥빵밖에 안 묵는다고 거짓부렁 치시는데··· 그 사람은 크는 내내 팥빵을 사다드림서 엄마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뒀던 곳라요. 제가 우째 이자뿌겠으요.

작은며느리

우리 빈이 씨도 자주 그때 얘기를 했어요··· 어머니가 팥빵밖에 안 묵는다고···  세상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이 우리 엄마도 당신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배 곪는 자식새끼들 입에 뭐 하나라도 더 넣어줄라꼬. 늘 그러셨던 얘기들요.

시어머니

그 집 팥빵은 내 새끼들 추억이고 그것들 마음이다. 가들이 아빠 보내고 마음 둘 때 없어 하는 지애미를 생각한다꼬 그래 팥빵을 사나르더라.  (큰며느리 손을 잡으며) ··· 큰아야, 니가 월매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감정이 복받힌다) 내캉 둘이 있느라고 마이도 힘이 들었제? 표현도 잘 모하는 시어매가 원망스러웠던적도 참말로 많았을 끼라. 니 잠시라도 정시이 돌아오모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잊지 말거래이. 내가 니를··· 너무 사랑한다······

순이네

하이고.. 언니.. 

큰며느리

(말없이 시어머니를 빤히 쳐다보다) 엄마··· 내 보고프다··· 잠도 오고 배도 고프다.

시어머니

(눈물을 훔치면서 웃음) 그래, 그래, 우리 큰딸왔나? 어여 들어가가 밥묵자. 작은아야 니도 배고프제? 얼른 밥차리 주꾸마 들어가자

작은며느리

이장님네서 주신 추어탕 있어요. 제가 후딱 밥 앉히게요. 고모님 시장하시지요    

고모

야이야, 밥이고 모고 내 정시이 하나도 없다. 이기다 몬 일이고

치킨집 사장

됐네, 됐어. 다들 힘들긴데 얼른 들어가요. 우리 이 여사, 뜨끈뜨근한 밥에 추어탕 한 그릇 말아가 드시고 힘내이소! 

시어머니

고맙십니데이. 순이네하고 사장님하고 다들 애썼십니더. 

순이네

지들이 뭐 한기 있다꼬··· 얼른 들어가요. 사장님 우리는 가입시더.

치킨집 사장

예. 그라모 지들은 사라질 텡끼 다들 늦은 저녁 드시고 오붓한 시간 가지이소.   


순이네와 치킨집 사장 인사를 하고 퇴장한다. 


고모

뭐 하노 작은아야? 빨리 밥 앉히라. 아휴~ 오밤중에 추어탕 묵게 생깄다. 

작은며느리

예~ 금방 앉히께예. (주방으로 급하게 사라진다.)

큰며느리

추어탕 묵게 생기따. 엄마, 추어탕 묵게 생기따. 추어탕······

시어머니

그래 추어탕 묵게 생기따 

고모

하이고, 참···

큰며느리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그런 큰며느리를 서로 다른 감정으로 아련히 쳐다보는 고모와 시어머니 


암전


마지막 장.



빈 무대 시어머니 혼자 마루에 앉아 노래를 흥얼거린다.


시어머니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고모 등장하며 시어머니 옆에 앉는다.


고모

언니도 적적한가 보네요.

시어머니

가들이 없다꼬 집이 절간 같네요.

고모

뭐 언제는 가들 시집보낸다고 그 난리를 치더니 막상 없으니 썰렁하고 적적하고 그라지요···

시어머니

내 좋자고 꽃같이 고운 그것들 발목 잡으면 안되지요. 내일모레 저승길 앞둔 늙은 내하고 어디 똑같아요? 내가 안 나서마 시어매 시고모 시집살이하다 죽을 때까정 이 집에서 망부석 될 낀데··· 그 꼴을 우째 보라꼬요.

고모

그래가 인제 우얄라꼬··· 시집이고 뭐고 여서 늙어 죽을 때까정 있을 작정인가 보던데.

시어머니

그라는 고모는요? 고모도 재혼해야 되제. 이카고 세월만 보내면 우얄라꼬 그래요?

고모

지도 여서 늙어 죽을때까정 언니 옆에 있을 작정이라요.

시어머니

아유, 징글징글한 소리 하지도 말아요. 갈 사람은 얼른 가야제. 다 늙고 힘빠진 늙은이 옆에서 그카는 거 아이라요.

고모

나는 인제 남자라 카면 징글징글해요. 내가 짐 싸서 일로 올 찍에 결심했다 아임니꺼. 다시는 고추 달린 것들하고는 엮이지 말자. 내 팔자가 더러버가 그런가, 엮이는 것들마다 우예 하나같이 쓰레기 같은 놈들 밖에는 없는지. 내가 지 봉인지 지 밥인지··· 돈 뜯어낼 궁리만 하고 안 해주모, 사흘 멀다 하고 주먹질에··· 에고 언니 팔자나 내 팔자나 남자 복은 없는기라요.

시어머니

고모도 참 그런 일이면 진작 정리하고 내리오지 그랬으요. 

고모

염치가 있어야지요··· 이누무 팔자는 우째 되가 예나 지금이나 언니 힘들게만 하는지. 양심 없는 짓인거 알믄서 아무 데도 이 한 몸 맡길 때가 없드라고예. 

시어머니

잘 왔어요. 우리, 가들 다 시집보내고 둘이 서로 의지하믄서 그래 살아요.

고모

언니···


따르릉 전화벨 소리 

시어머니 전화를 받는다.


시어머니

여보세요? 그래 야이야. 어··· 큰아는··· 그래··· 여는 신경 쓰지 마라. 고모하고 둘이 잘 있으이까네. 너거나 재미나게 놀다 오니라. 그래···  큰아 잘 보고··· 내일 올 끼제? 천천히 조심히 내려오니라. ··· 오야···  너거도··· 어이.

고모

언니, 우리 수제비 해무까? 감자 송송 썰어 넣고 뜨끈뜨끈한 수제비.

시어머니

조오치요! 멸치똥 까가 육수 내줄테이께.

고모

카모 수제비 뜨게 밀가루 반죽해야게따. 


시어머니 고모 주방으로 들어간다.


빈 무대는 다시 어두워진다. 시간이 흐른다.

무대 다시 환하게 밝아진다.


작은며느리 주방에서 제기가 든 바구니를 들고나온다. 

큰며느리 사과를 먹으면서 따라 나온다. 


작은며느리 마루에 앉는다.

큰며느리도 그 옆에 쪼그리고 앉는다.

 

고모 뒤이어 과일바구니를 들고나온다.


고모

제사 지낼 낀데 자꾸 먹으모 우야노? 

작은며느리

아주버님도 형님 드시는 거는 좋아하실 낀데예.

고모

나도 배가 고파가 하는 말이다.


시어머니 밤과 과도를 가지고 나온다.


시어머니

길 건너 빵집 새로 생깄던데, 고모 그칼 줄 알고 빵 사다놨어요. 아직 제사도 멀었는데 고모가 그때까지 기다릴 사람도 아이고 

고모

역시 내 생각해주는 거는 우리 언니밖에 없다.

시어머니

고모 방에 가봐요.

고모

카모 하나만 무 보까~


고모 방으로 들어간다.

시어머니 작은며느리 옆에 앉아서 밤을 깎는다.


작은며느리

어머니, 시간 참 잘 가네요.

시어머니

그래, 벌써 일 년이다. 

작은며느리

작년까지만 해도 형님하고 셋이서 준비했는데··· 제가 맨날 늦게 와가 형님 고생 마이 했는데, 이제부터라도 제가 해야지요.


옆에서 사과 먹고 앉아 있는 큰며느리


시어머니

고맙다. 니가 아니었으마 내도 참 많이 힘들었을 낀데, 니가 옆에 있어가 힘이 되고 의지가 된다. 그래도 내 맘은 변함이 없다. 내 좋자고 니끼고 있을 생각 털끝맨치도 없으이까네 임자 나서면 니도 가는 기다. 알았제


순이네 막걸리를 들고 들어온다.


순이네

뭐 이래 고소한 냄새가 나싸.

시어머니

어여 와요.

순이네

울 큰따님은 뭘 그래 맛나게 드실꼬?

큰며느리

안냐세요~. 오늘은 준이하고 빈이하고 오는 날이다.

순이네

아이고, 시근은 멀쩡하네. 

작은며느리

어서 오세요. 막걸리 일로 주이소.

순이네

이 댁 고모는 코빼기도 안 보이네.


고모 방에서 나온다. 


고모

이 댁 고모는 왜 찾아싸? 

순이네

희한하지요, 미운 정이 들라카나, 이 집 마당에 들어설 때부터 땍땍 거리는 소리가 안 들리모 인제는 이상하다 카이. 


치킨집 사장 치킨을 가지고 등장한다.


치킨집 사장

통닭이 왔어요! 갓 튀긴 노릇노릇한 통닭이 왔어요~

시어머니

어여 와요!

작은며느리

어서 오세요.

큰며느리

통닭이 왔다. 통닭! 준이 빈이가 자다가도 찾는 게 통닭이다. 통닭은 꼬꼬치킨이 제일 맛있다. 통닭이 왔어요. 통닭! 

시어머니

참말로 희한하제. 자가 하는 말을 가만 들어보면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아이가. 

고모

치매를 가장한 치밀한 고난도의 연기라고 본다.

순이네

그게 뭔 소리고?

고모

가끔 내한테 뼈있는 소리를 하는데, 치매라고는 믿을 수가 없다.

시어머니

고만하이소, 내도 참말로 그랬으모 좋겠네.

고모

기다리 보라카이, 내 말이 참말인지 부러 하는 말인지.

시어머니

거 시답지 않은 말 고만하고, 다들 올라오이소.


다들 모션 스톱


큰며느리

(노래)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언덕에 올라보면 지저귀는 즐거운 노랫소리 꽃이 피는 봄을 알리네 


여보··· 오늘이 오기만 기다렸어요. 당신 오는 날이잖아요. 

당신 온다고 새 옷도 입고 새 신도 신고 머리도 빗고 오랜만에 화장도 했네요.

엄마는 자꾸 시집을 가라 카는데···  이제는 나는 엄마를 떠날 수가 없어요. 이 세상 누구보다 강하고 씩씩한 울 엄마라 생각했는데··· 내가 정신줄을 놓고 엄마하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속으로 낳은 자식 보는 맹키로 내를 바라보며 자꾸 울컥하는 엄마 마음이 느껴지가 떠날 수가 없네요. 

엄마는 내를 지키주고 내도 엄마를 지킬 끼라요. 평생······

               

(노래) 그러나 당신은 소식이 없고 오늘도 언덕에 혼자 서 있네

푸르른 하늘 보면 당신이 생각나서 한 마리 제비처럼 마음만 날아가네

당신은 제비처럼 반짝이는 날개를 가졌나 다시 오지 않는 님이여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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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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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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