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심봉사, 뺑덕이네 고발 사건

  • 작성일 2023-04-07
  • 조회수 2,035

심봉사, 뺑덕이네 고발 사건


김수형



등장인물


심봉사, 뺑덕이네, 판사, 김변, 하주승, 황기사, 의사, 뺑덕, 심청, 증인들




1장. 사건명


극 진행은 마당극 형식을 기본으로 하며, 뮤지컬 또는 판소리 창극 형식으로 연출할 수 있다.


막이 오르면, 사람들 무대 위로 등장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중앙에는 판사, 좌우로 심봉사와 김변, 그리고 뺑덕이네가 선다. 

증인들이 무대 좌우로 나열한다. 관객들이 배심원이다.



#노래1. 고발 고발 고발이다_모두(합창)+심봉사(독창)

합창

고발, 고발, 고발이다, 몹쓸 뺑덕이네 고발

어디 훔칠 게 없어서

효녀 심청 꽃 같은 몸값을 가로채,

눈먼 심봉사를 속였구나

심봉사

(화가 나서) 뺑덕이네, 저 여자가 나를 속였습니다. 개안 수술 하자고 나를 꼬드겨서 서울로 갔는데 젊은 애인과 짜고, 내 눈 수술비를 가지고 도망갔습니다.

합창

사기, 횡령, 정신적 피해, 못된 뺑덕이네 고발

어디 속일 데가 없어서

불쌍한 심봉사 수술비를 가로채?

청이가 알면 기절초풍이다

판사

뺑덕이네는 심봉사가 고발한 이 사실을 인정하십니까?

뺑덕네

네, 인정합니다! (사이) 하지만, 저는 잘못이 없습니다!

증인들

(분을 내며) 뭐야?

(웅성거리며) 뭐, 저런 인간이 있어······.

(다양한 반응들) 생긴 거부터가 완전 사기야······.

합창

눈 뜨고 코 베 가는 이 세상

눈 없는 심봉사는 어찌 살꼬

심봉사

저 못된 뺑덕이네 고발한다!

합창

속고 속이는 위태로운 세상

몹쓸 뺑덕이네 어찌할꼬

심봉사

저 몹쓸 뺑덕이네 고발한다!

합창

심봉사, 뺑덕이네 고발 사건!


2장. 사건 개요


판사

고소인 측, 이야기하시죠.

김변

고소인 심봉사의 변호사, 김변입니다. 존경하는 판사님과 (관객 보며) 앞에 계신 배심원 여러분들에게 지금부터 간략하게 이번 사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심봉사 님, 황주시 도화동에 사는 심학규 맞지요?

심봉사

네. 맞습니다.

김변

언제 봉사가 되셨나요? 짧게 말씀해 주시죠.

심봉사

유전인지······ 어릴 적부터 당뇨에 합병증이 있다 보니, 결혼하고 실명을 했지요. 아내는 딸 청이를 낳고, 일주일 만에 죽었습니다. (야속하다는 듯) 매정한 여자······ 그래서 딸 하나를 데리고 시각장애인으로 살았습니다. 선진국 선진국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서러움이 올라와) 너~무 힘들고 어렵습니다. 길 걷는 거, 계단 오르내리는 거, 버스 지하철 환승 너무 어렵고, 식당에서 밥 먹으려면 키오스인지 뭔지, 화면에 뭘 자꾸 터치하래요, 그래서 여기저기 터치하다 보면······.

증인1

(증인석에 앉아 있던 누군가) 아저씨! 어딜 만져요? 

심봉사

죄송합니다! 이런 오해도 받고요.

김변

심봉사 님, 지금은 장애 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저기 앉아 있는 뺑덕이네를 고발하러 왔지요?

심봉사

아, 맞다. 장애인으로 사는 게 워낙 힘들다 보니까······ 구청에 복지관에 행정도 복잡해요.

그 재밌다는 넷플릭스 유튜브도 못 보고······.

김변

심봉사 님!

심봉사

아, 네. 그렇지. 제가 어느 날! 몽은사 근처에 있는 안과병원에 갔다가 병원 연못에 빠졌는데, 거기서 하주승이란 의사 선생님을 만났지요.



하주승

(증인석에 앉아 있다가 등장하며) 봉사 님.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개안 수술을 많이 해요. 제가 소개해 줄 테니,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계약금 내고 신청해 봐요.

심봉사

선생님, 정말인가요? 내가 눈을 떠서 내 딸 청이 얼굴도 볼 수 있단 말인가요?

하주승

당연하죠. (손도장을 찍으며) 여기 계약서에 이렇게 계약했으니까, 집에 가져가셔서 보호자에게도 보여 주세요. 계약금하고 진행비는 여기 병원에서 거래하는 대부 회사가 오늘 바로 송금할게요. 봉사 님, 눈 뜨고 광명 찾으세요! 

심봉사

친절도 하셔라. 선생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김변

그 뒤로 서울 큰 병원에서 연락이 오면, 개안 수술을 받기로 했지만, 기증자도 필요하고, 또 먼 나라에서 올 경우에는 행정비, 비행기표 값 등등이 필요한 상황이라 기초생활수급자인 심봉사는 깊은 고민에 빠졌지요. 이런 사실을 알고 심봉사의 딸 효녀 심청이가 임당수라는 중국계 큰 회사에 취업을 해서, 수술비와 생활비를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심봉사

에고 청아. 아니다. 그럴 수는 없다. 어린 니가 그 먼 곳으로 가면······ 난 어떻게 밥 먹고······ 내 빨래는 누가하고······ 내가 혼자 어떻게 사니······. 

김변

그래서 심청은 가사도우미 구직 광고를 내고, 며칠 뒤에 중국으로 떠났습니다. 바로 그때, 뺑덕이네가 심봉사를 찾아왔습니다.



뺑덕네

(다가가서) 봉사 님.

심봉사

뉘시오?

뺑덕네

아래 연립에 사는 뺑덕이네요.

심봉사

목소리가 참 듣기 좋고 이쁘구려.

뺑덕네

아유~ 보는 눈은 없어도, 듣는 귀가 좋아요! 저기······ 가사 돌보미를 구한다고요?

심봉사

보다시피 내가 앞이 안 보이니, 돌봐 줄 분이 필요해요.

뺑덕네

아는 분이 있는데, 소개 드려도 될지 모르겠어요. 어떤 분이냐면.




#노래2. 먹성 좋아 잘 처먹고_뺑덕이네(독창)

먹성 좋아 잘 처먹고 목청 좋아 시끄럽고

밤낮없이 TV 드라마 조용하면 자빠져 자고

청소할 때 담배 물고 소주 맥주 말아먹고 크~

찌개 반찬 짜고 맵고 손만 대면 그릇 깨고 

밥 태우고 옷 태우고 뭐라 하면 성질내고

앞에서는 트림하고 뒤에서는 썩은 방귀 으~ 냄새



심봉사

(끊으며) 그만해. 무슨 공포영화도 아니고, 그 여자는 못 쓰겠네. 그냥 뺑덕이네가 도와주면 안 될까. 월급 잘 쳐 줄게요.

뺑덕네

아우~ 나 누구 도와주는 거 잘 못 해요.

심봉사

그냥 정해진 시간에 우리 집에 와서 나랑 말동무하고, 산책하고, 밥 먹고 하면 돼. 오고 가는 거 귀찮으면 그냥 우리 집에서 자도 되고.

뺑덕네

어유~ 음흉하셔라.



김변

그 뒤로 뺑덕이네는 심봉사 집을 제집처럼 드나들다, 드나들다, 들어앉아 살면서 중국에서 심청이가 보내주는 생활비를 펑펑 썼지요. 

뺑덕네

제가 뭘 그렇게 펑펑 썼다고 그래요?

김변

그보다, 더 지탄을 받을 일은!



뺑덕네

(흥분해서) 심봉사 님, 서울 큰 병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눈 기증자가 나왔다고 개안 수술을 하자고 하네요.

심봉사

정말? 이제는 뺑덕이네 예쁜 얼굴도 보고, 내 딸 청이 얼굴도 볼 수 있는 거요? 어서 짐 꾸려서 KTX 타고 서울로 갑시다.

뺑덕네

KTX 말고 편하게 콜택시 불러요. (전화를 걸며) 여보세요? 거기 황봉사 콜택시죠?

심봉사

황봉사? 아니 눈먼 놈이 무슨 운전을 해?

황기사

(선글라스 끼고 등장하며) 운전기사가 눈이 먼 게 아니라~.




#노래3. 황봉사 콜택시_황봉사(독창)+모두(합창)

황봉사

콜! 콜!

합창

콜! 콜! 황봉사 콜택시! 장애인 콜택시!

황봉사

두 눈 딱 감고 기다리면

눈 깜짝할 새 목적지에 도착 

합창

콜! 콜! 황봉사 콜택시! 장애인 콜택시!

황봉사

부드럽고 쌈박한 코너링에

화끈하고 쌔끈한 드라이브

합창

콜! 콜! (황봉사: 불러! 불러!) 황봉사 콜택시!

콜! 콜! (황봉사: 불러! 불러!) 장애인 콜택시!

심봉사

그럼 서울까지 잘 부탁합니다.

황기사

잠깐! 심봉사 님은 앞자리에 타시고, 뺑덕이네가 뒷자리에 타시죠.

심봉사

어째서?

황기사

뺑덕이네가 앞자리에 앉으면 멀미를 한다고 해서······.

심봉사

그럼, 나랑 뒤에서 둘이 타면 되지.

뺑덕네

뒷자리에 짐이 많아서 둘이 타기는 어려워요.

심봉사

뒷자리에 딴 놈이 있는 건 아니고?

뺑덕네

(당혹스러운 듯) 아니, 심봉사 님!

심봉사

농담! 어서 갑시다.

황기사

자, 그럼 출발합니다. 안전벨트 꽉 매세요, 출발!



김변

그래서 택시는 황주시 도화동을 떠나 그날 밤 서울에 도착을 했고.

뺑덕네

심봉사 님, 여기가 오성급 서울용산호텔이에요. 여기서 하룻밤 편하게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병원으로 가요.

심봉사

그래. 내가 곧 눈 뜰 생각을 하니, 잠이 잘 안 오네. 거······ 황 기사는 갔지?

뺑덕네

(황 기사하고 뭔가 쑥덕거리다가, 심봉사 모르게) 네. 아까 갔어요.

심봉사

그래······ 저······ 뺑덕이네······ 이렇게 비싼 오성급? 호텔에 오니까······ 거시기 그 뭐냐······ (뺑덕이네가 황 기사랑 몰래 도망을 간다) 나도 그렇고 뺑덕이네도 그렇고 우리 사이에······ 아기가 있어야······ 이 밤에 우리가 힘을 합해서······ 뺑덕이네······ 뺑덕이네? 뺑덕이네?

김변

그날 뺑덕이네는 심봉사를 오성급 호텔이 아닌, 여관급 용산 모텔에 남겨 두고 황 기사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심봉사 수술비로 모아 둔 통장 카드까지 몽땅 가지고 말입니다.

뺑덕네

심봉사는, 그 돈을 쓸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증인들

(분개하며) 뭐야?

(웅성대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웅성웅성) 사기꾼 주제에······ 너는 자격이 있어?

(웅성웅성) 왜 심봉사 수술비를 가져간 거야?


3장. 증인들



#노래4. 염치없는 뺑덕이네_모두(합창)

합창

염치없는 뺑덕이네 하는 짓도 재수 없다

임대주택 아줌마답게 노는 수준이 딱 그 정도야



증인2

뺑덕이네 저 여자, 말하는 거나 행실이나 좀 그랬어요. 싼 티 나고, 딱 사기 칠 여자라니까!

증인3

청이를 생각해 봐요. 얼마나 불쌍해. 심봉사를 등쳐먹은 뺑덕이네는 큰 벌을 받아야 해.



합창

교양 없는 뺑덕이네 애들 볼까 걱정 돼 

못사는 집 여자처럼 수준이 딱 그 정도야



증인4

황봉사 콜택시, 뺑덕이네랑 그렇고 그런 사이에요. 황 기사가 새벽에 그 집에 들어가고 나오는 거, 많이 봤는데.

증인5

난 둘이 엄청 싸우는 것도 봤어. 세상 웬수지간이던데.



합창

산 티 나고 저질 매너 뺑덕 뺑덕이네 

틀림없는 사기 범죄 뺑덕 뺑덕이네



증인6

뺑덕이네가 심봉사네 들어오고, 엄청 먹던데. 배달 음식 삼사인 분은 기본이고, 피자 치킨 족발······ 아, 먹었으면 분리수거 좀 잘해서 버려!

증인7

뺑덕이네가 들어오고 층간 소음이 엄청 심해졌어. 둘이 사는 건지, 다섯이 사는 건지, 엄청 시끄러!



합창

반성 없고 몰염치한 뺑덕 뺑덕이네 

확실한 유죄판결 뺑덕 뺑덕이네



의사

그날 서울 큰 병원에서 제가 직접 개안 수술을 했습니다. 심봉사요? 아니요. 각막이식을 받은 환자는, 젊은 여자였습니다!




순간 정적.



모두

여자? (웅성거리며) 그게 누구야? 누가 수술을 받은 거야?

뺑덕네

내 딸 뺑덕입니다!

모두

(놀라며) 뭐?

뺑덕

(눈에 쓴 선글라스를 벗고, 씩 웃으며) 엄마, 나 눈 뜨게 해줘서 고마워.

모두

(놀란다)


4장. 뺑덕이네 변론


판사

뺑덕이네는 변호사 없이 직접 이야기하겠다고 했으니, 말씀하시죠.

뺑덕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심봉사 딸 심청이를 어려서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도 눈먼 딸, 뺑덕이를 키우고 있어서.

뺑덕

(어릴 적 뺑덕이가 되어) 엄마! 어딨어? 엄마! 무서워! 엄마!

뺑덕네

눈먼 아버지와 사는 청이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가족을 데리고 산다는 것은, 그야말로 죄인 중에 죄인 취급을 받죠.

증인3

(집주인으로) 

심봉사 아저씨, 아저씨가 장애인이면 나라에서 지원금 같은 거 나오잖아. 그러면 월세부터 내야지. 내가 연립하고 빌라, 코딱지만 한 거 서른 채 있지만, 죄다 대출받아서 산 거야. 이자가 막 올라서 나도 죽겠어. (청에게) 니가 청이니? 월세, 1번. 알았지?

뺑덕네

말투가 싸가지 시궁창이구만.

증인4

(술에 취한 남자로)

아이고, 어린 게 고생이다. 야, 눈먼 아버지 버리고 그냥 도망가!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야? 야, 아저씨가 도와줄까? 이리 와 봐.

뺑덕네

(다가가) 야! 너 술 처먹었으면 집에 가서 쳐자. 한 번만 이 애 꼬드기면 경찰에 바로 신고한다!

증인5

(술집 주인으로)

야, 청이야. 니 아버지한테, 지난달 술값 외상값 빨리 갚으라고 해. 눈이 안 보이면 셈도 흐려지나? 안 그럼, 니가 여기 와서 술 심부름이라도 해야 해.

뺑덕네

(다가가) 아줌마! 그게 애한테 할 소리야? 청이야, 이리 와. 동네 이웃이란 것들이······.

뺑덕네

두 눈 뜨고 사는 사람들은 절대로 눈먼 사람들 사정을 몰라요. 함께 사는 가족이 얼마나 힘든지도 모르고. 그러다 보니 저는 청이가 안쓰러웠고, 청이는 저를 의지하기도 했습니다. 가끔 우리 집에 와서 뺑덕이랑 놀다 가기도 했지요.

뺑덕

언니, 고마워! 또 놀러 와.

뺑덕네

그런데 어느 날, 청이가 울면서 우리 집으로 도망쳐 왔고, 그때 어떤 남자가 손에 서류를 들고 청이를 협박했습니다. 심봉사가 의사라고 착각했던 바로 그 대부업자였습니다.

하주승

너 심봉사 딸 맞지? (계약서 보이며) 이거 보여?




#노래5. 너네 아빠 빨간 손도장_하주승 독창

너네 아빠가 빨간 손도장으로 

꾹꾹 눌러서 찍은 계약서, 보여?

눈먼 장님이 뭐가 보고 싶어서 

눈먼 계약서에 손도장을 눌렀을까?

“이게 대출 이자가 좀 쎄거든!”

원금 이자 쑥~쑥, 대부업첸 룰루랄라

어라, 돈이 없어? “걱정하지 마!” 

넌 탐스러운 몸뚱어리가 있잖아!



뺑덕네

심봉사 저 인간이 제 눈 뜨고 싶다고, 어린아이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알아요? 청이는 만날 대부업자들한테 시달리는데, 아버지란 양반은 술 처먹고 수술비 걱정이나 하고, 그래서 청이는 아버지를 속이고, 임당수라는 악덕 일용직 용역업체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청이 부탁으로 심봉사 집에 가사도우미로 들어간 것이고요. 어쩔 수 없이 눈먼 제 딸도 돌봐야해서 심봉사 몰래 뺑덕이도 함께 살았습니다.

증인7

그래서 심봉사가 없을 때에도 층간 소음이 들렸구먼.

증인6

배달 음식도 좀 많이 시킨다 했는데······ 먹성 좋은 뺑덕이가 있었네.



뺑덕네

청이는 아버지 통장으로 매월 돈을 보내줬어요. 저는 심봉사에게 신용카드를 받아서 생활비로 사용했고요. 그런데 어느 날, 청이가 다쳐서 입원했다는 소식을 받고 청이를 찾아갔습니다. 청이는 오지 말라고 했지만, 안 갈 수가 없었습니다.



심청

(휠체어에 실려서 등장하는 청. 두 눈은 붕대를 감았고, 한쪽 팔과 두 다리를 다쳤다)

아주머니······ 제가 흉하죠? 

뺑덕네

(놀라서) 아고 청아, 이제 무슨 꼴이니? 니가 왜 이런 거야?

심청

눈 감고 살 수 없는 세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눈 뜨고도 살 수 없는 세상이네요




#노래6. 속고 속이는 눈먼 세상_심청(독창)+모두(합창)



심청

밝은 세상 꼭 한번 보고 싶다는

눈먼 아버지 수술비, 그 돈 모으자고  

하청업체 비정규직 깜깜한 일용직 생활, 들어보소


빵 공장 소스 혼합 기계에 한쪽 손을 잃고 

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두 다리를 잃고 

보호 장비 없는 하루 12시간 근무에

공업용 메탄올 가스, 내 눈마저 잃었구나 



합창

원청업체는 책임 전가, 하청업첸 나 몰라라

비정규직 보험 치료 어째 이리 복잡한가


세상은, 묻지 마 폭력, 가짜 뉴스, 

치솟는 물가에 굶어가는 소년소녀가장들

장애인 차별, N번방에서 성 착취,

독거노인 자살에 기후 위기 팬데믹 세상



심청

아주머니, 잘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눈 뜨는 게 좋을지, 그냥 눈 감고 사시는 게 좋을지.

이런 저를 보면, 이런 세상을 보면, 아버지가 행복할까요?

뺑덕네

(함께 괴로워하며) 그러게. 뭔 놈의 세상이 이러냐!



합창

눈 감고 살 수 없는 세상

눈 뜨고 볼 수 없는 세상



뺑덕네

청아, 너는 걱정하지 마. 아주머니가 알아서 할게.



심청

살면 살수록 살기가 힘들어

보면 볼수록 꼴도 보기가 싫어



뺑덕네

그래서 저는 전남편 황 기사를 불러서, 택시에 심봉사와 뺑덕이를 태우고 서울로 갔습니다. 눈 뜰 자격도 없고, 소용도 없는 심봉사는 모텔방에 남겨 두었고, 불쌍한 내 딸 뺑덕이를 병원에 데려가 개안 수술을 했습니다.



합창

눈 감고 살 수 없는 세상

눈 뜨고 볼 수 없는 세상



뺑덕네

제 눈 뜨자고, 딸 팔아먹은 심봉사가 잘못했나요? 딸년 눈 뜨게 하려고, 심봉사를 속인 제가 잘못했나요?

심봉사

에고 청아······ 내가 눈만 먼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장님이구나.

뺑덕네

저는 단지, 심청이 바람대로 했을 뿐입니다.

황기사

그리고 심봉사 님 눈은 각막이식으로 뜰 수 있는 눈이 아니었어요.

심봉사

재판장님, 고소를 취소합니다. 딸 팔아먹은 눈먼 장님이 누구를 고소하겠습니까? 나도 이 세상 보기가 싫습니다.

판사

그럼, 고소인의 고소 취하로 사건을 종결합니다. (망치 세 번)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합창

속고 속이는 눈먼 세상이요

눈 감고도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속고 속이는 눈먼 세상이요

눈 뜨고도 볼 수 없는 세상이다




모두가 퇴장하려고 할 때, 김변이 뭔가 의심쩍어서.



김변

잠깐, 의사 선생님, 각막 수여자가 심봉사에서 뺑덕이로 바뀌어도 갑자기 수술이 가능한 건가요?

의사

아뇨. 각막 수여자는 오래전에 뺑덕이네가 뺑덕이 이름으로 바꾸었습니다.

모두

(놀라서) 네?

심봉사

(의심에 찬 목소리로) 뺑덕이네!




뺑덕이네, 황 기사, 뺑덕은 뭔가 들킨 듯, 묘하게 음흉한 웃음을 짓는다.

모든 사람들은 뭔가 속은 듯, 황당한 표정이다.




무대 위 노래는 계속된다.



합창

속고 속이는 눈먼 세상이요

눈 감고도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속고 속이는 눈먼 세상이요

눈 뜨고도 볼 수 없는 세상이다 



막.

추천 콘텐츠

감마선에 노출되어 슈퍼 히어로가 된 세 명의 박사는 왜 지구를 지키려 하지 않는가

감마선에 노출되어 슈퍼 히어로가 된 세 명의 박사는 왜 지구를 지키려 하지 않는가 정범철 등장인물 스컹크맨 (최만수) 51세 / 남 / 여러 가지 냄새를 뿜어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히어로. 블루씨스루 (이강재) 48세 / 남 / 투시 능력을 발휘하는 히어로. 그린타키온 (진순남) 43세 / 남 / 빛보다 빠른 속력을 발휘하는 히어로. 레드플라이 (고혜정) 43세 / 여 / 두 팔에서 날개가 돋아나 하늘을 날 수 있는 히어로. 기자 1, 2, 3, 4, 5, 6 취객 스파이더맨 사회자 통역사 레드플라이의 엄마 때 현재 곳 대한민국, 서울 1장 – 기자회견 무대에 세 개의 의자가 놓여 있다. 무대 뒤에는 “감마선 히어로 긴급 기자회견”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관객들이 등장하는 동안 사회자가 먼저 등장해 마이크 체크를 하고 기자회견 준비를 한다. 기자 역의 멀티남도 등장해 사회자와 인사도 나누고 카메라를 점검하며 객석에 앉는다. 사회자의 인사로 기자회견이 시작된다. 사회자 안녕하십니까.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참석해주신 국내외 언론매체 관계자와 기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사전에 연락드린 바와 같이 이번 기자회견은 감마선 히어로 네 명 중, 세 명의 히어로가 긴급히 요청하여 마련되었습니다. 세 명의 히어로는 스컹크맨, 블루씨스루, 레드플라이입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빠른 진행을 위해 한국어로 진행된다는 점 먼저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통역이 필요한 외신 기자분들은 입구에서 나눠드린 동시통역기를 착용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못 받으신 기자분 계신가요? Is there anyone who didn’t get the translator? 아, 저 뒤에… (무대 옆을 보는데 그냥 진행하라는 신호를 받은 듯) 네? 아, 그렇군요. 지금 준비된 통역기가 부족하다고 하네요. 예상보다 많은 외신 기자 분들이 참석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세계의 눈과 귀가 국내 히어로들에게 쏠려있다는 방증이겠죠? 그럼 지금부터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세 분의 히어로 여러분, 무대로 나와주십시오. 스컹크맨, 블루씨스루, 레드플라이가 정장을 입고 무대로 등장해 자리에 앉는다.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와 함께 카메라 플래시 터진다. 스컹크맨은 서류 파일을 들고 있다. 사회자 작년에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아 아마 모르는 분이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국민 여러분과 전 세계 시청자 여러분들을 위해 각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스컹크맨 지금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는 거죠? 사회자 네, 그렇습니다. 스컹크맨 안녕하십니까. 최만수라고 합니다. 블루씨스루 안녕하세요. 이강재입니다. 레드플라이 안녕하세요. 고혜정입니다. 기자1 히어로 네임으로 말씀 좀 해주세요! 난처한 표정의 세 박사. 사회자 네, 각자 히어로 네임을 좀…. 스컹크맨 스컹크맨입니다. 블루씨스루

  • 관리자
  • 2023-11-15
환승

환승 윤미희 나오는 사람들 상희 민재 윤아 때 늦은 밤 곳 지하철 안과 밖 무대 무대는 달리는 지하철 안과 지하철을 기다리는 밖으로 나뉜다. 별다른 무대 장치 없이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것만 표현해도 좋다. 1. 주안역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상희, 민재, 윤아 세 사람 모두 검정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다. 각자 스마트폰을 보며 혼잣말을 하는 건지 들으라는 건지 모르겠는 말투로 민재 왜 난 검색해도 안 나오지? 윤아 버스 타야 하는데 괜히 지하철 타는 건가? 상희, 윤아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상희 제가 검색할 때는, 신도림에서 갈아타서 홍대입구까지 이렇게 가는 걸로 나오거든요. 민재, 기웃거리고 윤아, 상희의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민재 어? 그건 또 다르게 나오네. 윤아 도대체 뭐가 맞는 거야… 상희 성신여대입구까지도 간다고 나오니까 연희동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을 거예요. 윤아, 다시 자신의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민재, 끼어들며 민재 나도 좀 봐줘요. 민재,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민다. 상희,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며 상희 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셔서 잠실까지 쭉 갔다가, 잠실에서 8호선으로 갈아타셔서 천호, 거기에서 다시 5호선으로 갈아타야 된대요. 5호선에서는 한 정거장만 더 가시면 되고요. 민재 좀 애매한데… 윤아 이미 돌아가긴 늦었어요. 민재 역 주변에 있을 곳이 있나. 상희 전부 술집뿐인 것 같던데요. 민재 주안역은 처음이거든요. 상희 저도요. 윤아 저도 1호선은 많이 안 타봤어요. 민재 아까 올 땐 1호선 급행열차 탔는데, 윤아 1호선에도 급행열차가 있구나, 민재 우리 잘 도착할 수 있겠죠? 상희 그럼요. 부천행 급행열차가 오고 있다. 윤아 어? 급행열차네요. 민재 이거 타는 거 맞죠? 상희 이거 타거나 좀 기다렸다가 일반 열차 타거나 도착하는 시간은 똑같아요. 민재 왜요? 상희 …부천행이잖아요. 민재 네? 상희 신도림까지는 가셔야죠. 민재 아, 잠시 고민하는 세 사람. 민재 좀 덥지 않아요? 윤아 그냥 탈까요? 어차피 기다리는 거 조금이라도 가면서 기다리는 게… 상희 그래요, 그럼. 문 열리고 탑승하는 세 사람, 빈자리가 많아 좀 떨어져 앉는다. 각자 다시 스마트폰을 보며 윤아 왜 다시 검색하면 자꾸 다르게 나오지? 상희, 눈치만 볼 뿐 대꾸하지 않는다. 윤아 아까 거기서 버스 타고 가서 공항철도를 탔어야 했나 봐요. 잘 모르는 길이라 혼자 가기도 좀 그렇고 해서 따라오긴 했는데… 민재, 열차 내부에 붙어 있는 노선도를 바라보며 민재

  • 관리자
  • 2023-11-10
붉은 여인의 초상

붉은 여인의 초상 황수아 대호 한국신문 문화부 기자 현 국내 유명 화가 미현 현의 애인 여인 정체불명의 여인 선예 현의 아내 상인 미술 학원 원장, 화가 현서 강력계 경찰 상우 패션잡지 에디터 변호사 이혼 전문 변호사 부장 신문사 문화부 부장 1장 미술관 무대 정면에 커다란 그림 하나가 걸려 있다. 색이 선명하고 사실적인 풍경화다. 시골 마을을 병풍처럼 감싸 안은 뒷산과 그 앞을 흐르는 개울 한 가족이 피크닉을 즐기고 애완견이 그들과 함께한다. 동화책 삽화로 나올 것 같은 따스한 그림이다. 현, 두 손을 뒤로 맞잡고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다. 대호, 현의 뒤로 조심스레 다가간다. 대호 안녕하세요. 작가님. 현 (뒤돌아 대호를 본다.) 대호 한국신문 문화부 기자 이대호입니다. 현 네. 안녕하세요. 대호 전시회 잘 봤습니다. 현 잘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대호 다음 일정이 없으십니까? 현 아내가 오기로 해서요. 대호 아. 그러시군요. 사이 현 (대호를 다시 한번 쳐다보며) 기억나는군요. 아까 기자 간담회 때 저의 근황에 대해 질문하셨던 분이시군요. 대호 네. 그렇습니다. 계속 질문을 드리면 실례일 것 같아 멈췄습니다. 현 제법 곤란했던 기억이 나네요. (웃는다.) 대호 더 질문드리면 사적인 영역까지 확대될 것 같아서요. 현 그림의 연장선상인데 뭐 어떱니까. 궁금한 건 얼마든지 물어보셔도 됩니다. 대호 그러시다면… 한 가지만 더 질문드려도 될까요. 특집 기사를 준비하고 있어서요. 현 한국신문에서 제 특집 기사를요? 대호 네. 현 고마운 일이죠. 질문하시면 성의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대호 최근 풍경화를 주로 그리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현 근 일 년간 국내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제가 모르던 자연의 풍경에 매료되었죠.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들을 그림에 담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토 개발은 너무 빠른 속도죠. 언제 개발되어 사라질지 모르는 풍경들이니까요. 대호 그런데 원래는 인물화를 중심으로 작업하지 않으셨습니까? 거의, 아니 백 프로 인물화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현 발표되지 않은 풍경화를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대 시절엔 풍경화 동아리도 했었죠. 언젠가 한 일 년 정도는 풍경화 위주로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작년 안식년을 가지며 여행을 한 게 새로운 발상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대호 아. 현 또 물으실 게 있나요? 대호 실례가 되는 질문인지 모르겠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론. 인물화에 흐르던 그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졌습니다. 현 특유의 분위기라뇨? 대호 선생님이 항상 그리던 여인은 눈빛과 입매가 아주 미세하게 비대칭이라 독특했죠. 초기작부터 중기, 그리고 최근까지도 그 도발적인 느낌은 점점 강해졌습니다만 풍경화

  • 관리자
  • 2023-11-03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