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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에 대하여

  • 작성일 2019-06-05
  • 조회수 1,163

먹는 것에 대하여

장석남


이야기는 끝이 없고
농담처럼 죽순이 자라나는 뜰에서,
저것까지도 먹는 것이라니


온갖 곳에서 쩝쩝이며
먹는 것을 찬양하노니
겨우 먹힐 것에서 벗어난 죽순은
배와 허리와 어깨에서
팔다리가 돋아 나오고 잎이 나오고 거기
바람 소리 새소리를 모아
고매한 정신이 되어
먹는 것에 대하여 질타해 다오


제발 좀 숨어서 먹어 다오















열쇠



















장석남

작가소개 / 장석남

65년 인천 덕적 출생. 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시를 발표하기 시작, 시집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등을 냈다. 우현예술상 등을 받았고 한양여자대학에서 시를 가르치며 밥을 벌고 있다.


《문장웹진 2019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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