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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 작성일 2006-05-30
  • 조회수 1,749

위장

김응교





 

 


내시경에 찍힌 피의 골짜기에

정확히 이력서가 기록되어 있다


비대한 레미콘

불그죽죽 정육점 불빛 반짝이며

폭주(暴走)해 왔다


위장 위쪽에 붕괴될 아파트 벽처럼 갈라진 자죽은

감옥살이 스트레스가 지져놓은 火傷이다

매음굴 골목처럼 벌건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실직으로 초조해할 때 생긴 핏물 진창길이다

가끔 불규칙한 식사는

진물 묻어 있는 기억의 분화구를

곡괭이질 하고 있지만


매 끼니마다 싱그런 웃음을 투입하여

찢어진 솔기를 홀치고

얼룩진 과거를 달래본다


괜찮아? 

이젠 견딜 만해요

 

상처의 골짜기에서

갓 아문 생살이

우주의 맑은 즙을 퍼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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