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변경선
- 작성일 200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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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변경선
박상수
얼어버린 빨래를 걷어다가 아랫목에 두었지만 사라지기 일쑤였다 물 빠진 자국마저 아무렇지 않게 말라버리고 나는 열쇠를 잃어버린 얼굴로 대문 밖에 앉아 있었다 눈녹은 웅덩이에 발이 빠질까 폴짝 뛰어오르면 조금은 날개가 생긴 것도 같았다 거짓말을 믿으며 소망하며 털모자를 쓰고 전봇대와 블록담 사이에 머리를 집어넣었던 아이는 어른 셋이 달려들어서야 목을 빼냈고 들어가기는 쉽지만 나오기는 어려운 문턱, 그렇다고 쉽게 울지도 않았다 잔불을 쬐듯 웅크려 지나가는 행인들 따라 걷다보면 손바닥으로 유리창 닦아 내다보는 사람들, 먼지 앉은 크리스마스 전구처럼 걸려 있었다 살얼음 녹았다가 다시 얼어버린 길 위에 서서 더 이상 열쇠의 행방을 묻지 않았다 연통에서 빠져나온 온기를 따라 발자국 돌아보면 거기, 왕겨를 뒤져 마지막 겨울 사과를 꺼내먹던 마음, 사과 안에 박혀 반짝이던 얼음과 눈녹을 때의 그 빛이 또 다른 겨울을 불러오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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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프고 사나운 황인숙 느지막이 장년 훌쩍 지나 만난 나의 반려 내 젊은 날 친구랑 이름 같은 누군가 돌아볼지 몰라요 아니, 재길이 그대 부른 거 아니에요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라알!” 시도 때도 없이 길바닥에서도 짖어 부르는 내 반려욕 사납고 고달픈 맘 달래 줍니다 사실 나는 내 반려욕을 사랑하지 않아요 못나기도 못났으니까요 어디서 그렇게 나 닮은 욕을 만났을까요 만나기는 뭘 만나 내 속으로 낳았지
- 관리자
- 2024-05-01
글 쓰는 기계 김응교 사실 기계들은 자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할 기계적 고독이 필요하여 자기만의 기계실에서 밤새 작동한다 그를 누구도 볼 수는 없겠지만 껍질이 날아간 뼈다귀 로봇 등 뒤 상자 서너 박스에는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들 생선집 좌판에 파리 날리는 근간 시집들이 옆으로 누워 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기계를 닮아 가고 책 모양 사각형으로 바뀌어 옆으로 누운 가자미, 눈알과 손가락만 남아 상상력이 냉동되면 어떤 창작도 휘발되고 너무 많은 과거의 형태와 언어가 얼어붙어 더 이상 신선한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 기계에게도 컨베이어에 실려 뜨거운 화덕에서 태워질 운명이 다가온다
- 관리자
- 2024-05-01
멍쯔 삼촌 김응교 내 피의 4분의 1에는 몽골 피가 흐르고 아마 4분의 1은 옛날 중국인 피가 흐를지 몰라 내 몸에는 지구인들 피가 고루 섞여 있을 거야 그니까 삼촌이라 해도 뭐 이상할 거 없지 중국에 삼촌이 산다 삼촌이 쓴 책에 역성혁명이 나오는데 우리는 비슷한 혁명을 몇 번 경험했지 제자가 많다는데, 나는 삼촌으로 부른다 중국인은 멍쯔라 하고 한국인은 맹자라 하는 멍멍, 차갑게 웃을 중국인 삼촌 우리는 계속 역성혁명을 하고 있어 불은 든 프로메테우스들이 많아 멍쯔 삼촌, 우린 심각해요
- 관리자
- 2024-05-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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